장애인복지관 (한영식 시집)

장애인복지관 (한영식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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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삶의 진정성과 존재의 근원을 천착하는 시편들!”
“그늘진 이면을 응시하는 시인의 웅숭깊은 시선!”
“소외된 사람들을 어루만지다”
한영식의 첫 시집 『장애인복지관』은 소외의 문제를 반추해보게 한다. ‘장애인복지관’이라는 표제가 암시하듯 육체적, 정신적 고통 속에 처한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관심과 그들의 실존적 고뇌를 진솔하게 묘파한다. 뿐만 아니라 ‘동자승’ 모티프를 통한 존재의 비극과 초월 의지도 심도 있게 그려내고, 고뇌의 삶을 벗어나 모성성과 고향을 지향하는 회귀의식도 진지하게 성찰한다.
고도 산업사회에서 물신숭배가 가속화될수록 인간은 하나의 상품처럼 취급되어 심각한 소외를 경험한다. 이런 사회에서는 전통적 가치관이나 규범이 해체되어 사회구성원들은 필연적으로 정신적 혼란에 처하게 되고 아노미(anomie)를 경험한다. 이 혼돈 속에서 사회적 약자는 자신의 권리나 주체를 상실하고 타자에게 의존한 채 연명해간다. 이 같은 인간 소외의 한 전형이 장애인복지관에서의 삶이다.
저자

한영식

시인한영식은1964년여수앞돌산방죽포에서태어나경북대학교를졸업했다.『사람의문학』에시를발표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장애인복지관』은그의첫시집이다.

목차

1부아프다,나의침묵이
서시/장애인복지관/동행/시각장애인이전하는말씀/장애인에관한기록1/장애인에관한기록2/장애인에관한기록3/장애인에관한기록4/장애인에관한기록5/장애인에관한기록6/주간보호시설

2부저조그만산에
동자승1/동자승2/동자승3/동자승4/동자승5/동자승6/동자승7/동자승8/천화

3부가난한사랑
어머니의노래/어머니의이름으로/자두/빨래를널다가/가을/시대유감/자갈/돌산방죽포/공중전화/반딧불/불이/귀향

4부국경을넘어가는새
안개/혼자사는남자/편지/하루살이/새1/새2/새3/김미영화가의보리바다/폭설이미련을덮는다/홍매화/조등/영웅이전하는말/토종똥개/아이/마음1/마음2/청송의어느시인에게/그늘/2021년1월29일광주/고향

해설‘그늘’과‘근원’,그심층에대한사유이진엽

출판사 서평

장애인복지관에맑은 가을비내립니다
긴장마
먹구름이산허리휘감아돌고
노인복지관뒤
안개가산을힘겹게넘어갑니다
시각장애인주간보호센터차가
장애인복지관정문에서면
혼자서복지관으로올수없는노인들이
지팡이하나씩주름진손에힘껏쥐고
도우미선생님손을잡고
천천히주간보호센터로들어갑니다
몹쓸놈코로나로
식당은열려있지만직원들은이용금지된지오래
시각장애인노인들만 점심드시러갑니다
주간만보호되는노인들
장애인복지관위로
가을비내립니다
-「장애인복지관」전문

장애인복지관에삶을의탁하고있는‘시각장애인들’은“혼자서복지관으로올수없는노인들”이다.저마다“지팡이하나씩주름진손에힘껏쥐고/도우미선생님손을잡고”점심식사를위해복지관내식당으로부축되어간다.문제는이들이“주간만보호되는노인들”이라는것이다.야간에는방치된채스스로불편한몸을가누면서생존해가야한다.
시각장애인들은외출을할때마다위험한상황에쉽게노출된다.그러나일상인들은시각장애인들이다니는통로마저자신의이기심을채우는수단으로사용하는등그들을무심하게대한다.이같은소외에대해시각장애인들은“우리가다리를부딪치고/넘어져무릎이까져도/인도에불법주차한사람들아”(「시각장애인이전하는말씀」)라고항변해보지만세상에별다른울림을주지못한다.

“존재의비극을초월하려는의지”
한영식시집『장애인복지관』에는장애인에대한관심과더불어불교적사유를바탕에둔일화도많이엿보인다.특히‘동자승’모티프를통한존재론적비극과그초월의지는잔잔한감동으로다가온다.불교에서동자승은동진출가(童眞出家)한어린승려들을가리킨다.이들은개인의자유의지로출가하거나,가정적인문제로절집에의탁하여살아가는어린수행자다.설악산신흥사나천불산운주사를비롯한여러사찰에서는이동자승연기설화들이구전되어오고있다.
이시집에서도「동자승1」부터「동자승8」에이르는연작시를비롯하여동자승과관련된시가10여편등장한다.한영식시인은자신의가정사(家庭事)와연관된아픔과개인적정서를이동자승에게투영하여더욱깊은정한을자아내고있다.

아픔은

먼지처럼바람에

날아가지못하고

슬픔은점을빼듯

사라지지않으니

보름달속어머니는

죽어서도새가되어

너를찾는구나
-「동자승2」전문

의지할곳없이절집에의탁된동자승의가혹한처지는“아픔은//먼지처럼바람에//날아가지못하고//슬픔은점을빼듯//사라지지않으니”에서보듯이숙명처럼따라다니는존재론적비극이다.동자승을두고떠나간어머니는‘보름달’처럼휘영청천공(天空)에떠오르며“죽어서도새가되어”자식을애타게찾고있다.어쩌면동자승도보름달을바라보면서어머니를절절하게그리워하는지도모른다.보름달을매개로한혈육간의애끓는정한은비극적정서를고조시킨다.죽어서도죽지못하는어머니의한(恨)은한마리새가되어온누리를헤매며어린자식을찾고있다.어머니의그간절함은“하늘에서내려온노란새/깊은산/대웅전목탁위에앉는다”(「동자승5」)에서보듯죽어서도영체(靈體)가되어어린자식과함께하고자한다.

“고향,그근원으로의귀향”
세상이각박해지고삶의고뇌가깊어질수록인간은고향을생각한다.고향은어린시절의맑은영혼이깃들어있는곳이다.그런고향으로돌아간다는것은근원으로돌아가는것이자자기동일성을회복하려는실존적몸짓이다.한영식시인은온갖번뇌와암울한터널을통과하여마침내귀향함으로써삶의근원을성찰하고자한다.

가난한사람들이
죽어서야돌아가는곳이있습니다
바람이등을밀어
죽어서야돌아가는곳
살아서는갈수없었던

육지와섬을잇는
다리를지나면
만날수있는
조그만섬

죽어서야돌아갈수있는
고향
안개가득한섬
-「고향」전문

고향을오랫동안떠난“가난한사람들”에겐그고향이“죽어서야돌아가는곳”으로인식된다.이들은모두생존의절박한문제때문에이향(離鄕)한사람들이고,그삶의절박함으로생전에는고향으로돌아올수없는처지이다.
모든것은우주의묘리(妙理)대로운행될수밖에없다.“바람이등을밀어”대듯고향을떠난사람들은비록죽은몸이지만다시귀향하여결국고향의흙속에묻히게된다.

“그늘진삶을성찰하는시집”
장애인복지관을배경으로하는인간소외문제와‘동자승’모티프를통한존재의비극과초월의지,그리고모성회귀의식과귀향의의미를성찰하고있는한영식시인의첫시집『장애인복지관』은시종일관진솔한목소리로가득하다.햇빛눈부신생의표층에만관심이쏠리는삭막한시대에한영식의시편들에는세상의그늘진이면에서힘겹게살아가는사람들을응시하는시인의눈빛이따스하게내비친다.세상인심이각박해지고삶의고뇌와번민이깊어갈수록시인은포근한안식이깃든모성성의세계와존재의근원을사유할수있는고향으로의회귀를갈망한다.이같은일련의정황은한영식시인의시가삶의진정성에뿌리를내리고있다는사실을말해주며,앞으로더욱튼실하게시의나무를키워갈것임을기대하게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