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속에 두고 온 귀 (박상봉 시집)

물속에 두고 온 귀 (박상봉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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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일상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희망에 뿌리내린 시편들!”
“고요하고 투명한 언어로 삶의 신비를 말하는 시세계!”
1981년 박기영ㆍ안도현ㆍ장정일 시인과 함께 「국시」 동인으로 문단 활동 시작한 박상봉 시인이 세 번째 시집 『물속에 두고 온 귀』를 펴냈다. 『물속에 두고 온 귀』는 첫 시집 『카페 물땡땡』과 두 번째 시집 『불탄 나무의 속삭임』에 비해 더욱 고요하고 투명하고 선명해진 작품세계를 보여준다.
『물속에 두고 온 귀』의 핵심 이미지는 ‘귀’다. 귀는 세상의 울림을 포착하고, 그 울림을 인간 내면으로 증폭해내는 감각기관이다. 이 과정에서 귀는 세상의 울림을 존재의 떨림으로 수용해낸다. 박상봉 시인의 시는 그런 울림과 떨림의 파장에 관한 고백과도 같다.
“먼저 당도한 달밤이 방바닥을 긁어대고 // 책상 밑으로는 켜켜이 쌓인 달의 눈동자”(「달밤」)라고 말하는 것이 세상의 떨림을 포착하는 일이라면, “낯익은 얼굴 만나면 / 어깨높이로 낮아진 하늘이 조금씩 흔들”(「네게로 가는 아침」)리는 것은 세상과 마주한 시인의 떨림이다. 이처럼 박상봉 시인의 시는 일상적 삶의 진실을 담아낸다. 일상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희망에 깊게 뿌리를 내린 그의 시는 인생의 신비에 가 닿아 있는 것이다.
저자

박상봉

1958년경북청도출생.1981년「국시」동인으로문단활동시작.1990년하반기『오늘의시』(현암사)에작품선정.1995년『문학정신』가을호에시를발표하면서문단활동재개.시집『카페물땡땡』『불탄나무의속삭임』『물속에두고온귀』등발간.근대문학연구서『백기만과씨뿌린사람들』공저.현재「시공간」동인.대구시인협회사무국장.

목차

1부달의눈동자
달밤/낮달/이명의바다/네게로가는아침/물에잠긴다는것/뭉툭한발/만두/은행나무사다리/여름비/일식/겨자씨정오/나무가물끄러미서있는까닭

2부슬픔의뒤쪽풍경
초록그늘/상림숲/알츠하이머의집/우면산속기/차마,부고를/꽃마리/매미와베짱이/생각나무/밀양/달목도/늦가을폐사지/꽃을보는방법/색계

3부응달한뼘
숲의독백/기울어진골목길/언덕위소나무/다락방알레고리/톡,세상/신천지/등꽃/그저녁쓸쓸/시금장시다/등골나물/구월이오면/서랍속상자/내가버린것들

4부태양속아이들
태양속아이들/자정의꿈/은행나무노랗게물들기시작하던그무렵/새벽바다/종이비행기/유년시첩/보름달/물의나라로/나,등뒤에

해설귀와달과물의삼각함수ㆍ이경호(문학평론가)

출판사 서평

시,존재와존재를연결하는작은창문!
4부로구성된시집『물속에두고온귀』는시인이일상에서매순간마주하는삶의모습을47편의작품으로담아낸다.1부의시들은유년기에잃어버린‘귀(청력)’를향해있다.“내귀는아이들곁을떠나지못해/저바다깊은물속에산다”(「물에잠긴다는것」)면서영원히닿을수없는아득하고막막한시공간에놓인어떤존재와“내”가어떻게소통하고이어지고있는지를보여준다.이럴때시는존재와존재를연결하는작은창문이된다.
박상봉시인의시는세상과인간사이에보이지않는비밀한파장의화음을이야기한다.그의시에는삶의비밀이숨겨져있다.그비밀을엿보고알아차리고깨닫는기쁨은만만치않다.
2부이후의시에서는세상을살아가는인간의다양한모습과,그인간안에깃들어있는또다른세상을표현해낸다.“빗속에서들리지않던소리가들리고/젖은발목이더젖어슬프기도한여름”(「여름비」)은너무나투명해서오히려아무것도보이지않는다.이투명함속에서“물밑으로가라앉은숫자들은/저녁이되면별이되어떠오”(「알츠하이머의집」)르고,이렇게떠오른별은시인의손끝에서시로다시태어난다.그별은,시인의내면깊숙이잠재되어있던유년의기억이다.

투명한언어로빚어낸일상적삶의진실!

새집으로이사들어가는날,버리고온낡은책상과장롱,정든옛것을생각한다.새것들이번듯한집과구색맞춘듯어울려보이지만,쉬정들지않는다. 
  
되짚어보면,알지못하는사이내가버린것들이얼마나많은가.한때사랑을나누다가헤어진사람은지금어디에?젊은날놓친기차,기차놓치지않으려서두르다역사에두고온가방,그것들은이제알아볼수조차도없을만큼색이바래졌겠지. 
  
엔진이고장난비행기가중량을줄이려고화물을내던지듯버릴수밖에없던것들,어느때어디서흘려버렸는지알수없는그냥지나친무릅나무,으름꽃,산싸리,고마리,닭의장풀,금계국,바위취,설앵초,병꽃등과문장으로남기지못한가여운것들, 

모든기억,그흔적이상함의단단한껍질뒤집어쓰고언젠가누추한몰골로찾아와창문두들기며큰목소리로떠들어댈는지도모른다.

새집으로이사들어가는날처럼,버리고온것중하나가속내흔들어놓듯 
-「내가버린것들」전문

“새집”으로이사들어가면서버려야했던“정든옛것”들,그러니까“모든기억,그흔적”들의“색이바래졌”지만,그럼에도끝내시인의“속내흔들어놓”았던것들은고스란히시가되었다.시인이‘새집’으로들어가느라버려야했던것들이“누추한몰골로찾아와창문두들”길때,그것들을‘시집’으로고스란히담아낸것이다.
『물속에두고온귀』에수록된시들은“시절이다가도록다시꽃피지않는집앞의사랑나무/어둠으로뒤덮인마을과길을잇는불빛아래에서”(「유년시첩」)꼭꼭눌러적은간절하고뜨거운고백록이다.그고백록은대체로이런방식으로이루어져있다.
“집을짓는다나는주소를모른다꽃밭을만든다(…중략…)결별한어제를빨아들이고시냇물을빨아들이고싸리꽃흙길을빨아들이고혓바늘돋는문장의거친호흡으로”(「태양속아이들」).
시인은잃어버린시절의기억으로집을짓고“결별한어제”를“혓바늘돋는문장의거친호흡으로”뜨겁게받아적었다.시인의내면에서오랫동안“갈길을잃어불안한꿈들이/혈관깊은곳에숨겨두었던비수를/꺼내어들고찾아가는곳”(「물의나라로」)은시집『물속에두고온귀』에깃들어있는세계이다.
이시집을펼치면,박상봉시인이투명한언어로빚어놓은일상적삶의진실을곳곳에서발견하게될것이다.그비밀스런세계가보여주는신비로운모습에깊이공감하게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