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그곳에 계시는 동안 - 모악시인선 30

당신이 그곳에 계시는 동안 - 모악시인선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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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모성과 모정에 대한 애절한 그리움의 시세계!”
“어머니가 베푼 무수한 사랑을 담아낸 시편들!”
가족에 대한 사랑을 시로 천착해온 유순예 시인의 네 번째 시집 『당신이 그곳에 계시는 동안』은 모성과 모정에 대한 애절함을 오롯이 담아내고 있다. 시집에 수록된 61편의 작품마다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가득하다. 그 그리움은 단순한 이별의 정서를 넘어, 위대한 사랑의 모체로서의 어머니에게 바치는 웅숭깊은 헌사다.
『당신이 그곳에 계시는 동안』은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아픔을 겪은 이들을 위로하는 시집이다. 유순예 시인이 떠나보낸 어머니는 슬픔의 대상으로만 남는 게 아니라, 떠난 사람이 남아있는 사람을 위무하는 방식으로 다시 살아난다. 산 사람이 죽은 사람을 애도하면서, 죽은 사람이 산 사람을 위로하는 것이다.

저자

유순예

저자:유순예
전라북도진안고원에서농부의딸로태어나고자랐다.아버지의지게와쟁기,어머니의호미에서시론을배웠다.2007년『시선』에시를발표하면서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으로『속삭거려도다알아』『호박꽃엄마』『나비,다녀가시다』등이있다.본연으로돌아간부모님이온몸으로시를쓰던전답에다시농사를지으며평생학습프로그램「끼적끼적시작(詩作)」학습자들과어우렁더우렁살고있다.

목차


1부풀숲에서온전화
삼비옷/입관/무수적/땅땅거리다/들지름/메꽃/풀숲에서온전화/대봉엄마/집으로가/토란국/봄눈/당신이그곳에계시는동안/비밀문서/괘기국보다더만난것/군고구마/경사로

2부불편한면회
웃는제비/뿌랭이/한겨울,우박/비지밀/어딨냐,애기야!/요실금/불편한면회/주객전도/휠체어/폭소/마당수돗가에한살림차린서설/관장/노래하는노치원/피순댓국/으름과산밤

3부우연이든필연이든
얼레지/제라늄의방/우연이든필연이든/늦게핀코스모스의취중진담/오타의장난질/가지의부탁/서설드레스입은장미/파뿌리/배추싱건지/할까말까MRI/해질무렵,마이산과나/백합/하지방사통/안녕,오미크론/추간판탈출증

4부그녀의새해첫선물
먹어봐,맛나/튀밥/조현병/피피피,핑거에네마/기도/애기낳는것보다더힘든것/그녀의새해첫선물/사이와사이,사이/몰라동자승/실려가는곳이어딘지알고싶지않소/함박눈/폭설/블랙아이스/상사화/하관

시인의산문나의‘통증을치유하는,시’를어루만지며

출판사 서평


‘옴마’가들려주는삶의이치와순리

유순예시인은‘옴마의입말’이라는형식으로생전에어머니가했던말들을고스란히작품으로형상화했다.인생의경험과삶의현장이깊게배어있는어머니의목소리를가감없이담아낸이유는,그자체로온전히시(詩)이기때문이다.대지의딸이자그딸의어머니로평생을살아온‘옴마’의입말에는세상의모든이치와순리가스며있다.

무수(無數)한세월헛살았다/헤아릴수없이서러운/새벽이나한낮이나/밭에나가호맹이질을해댔으니/동지섣달에도장터에나가/종일쪼그려앉아있었으니/무르팍도허리도어깨도팔꿈치도/성할리가있겄냐/너는나맹키로고생고생살지마라/구수하고달달한무수적맹키로/납작엎드려서/무수(撫綏)한세월둥글넓적하게살아라
-「무수적」

「무수적」은‘무전’의전북지역어‘무수적’과동음이의어인‘무수(無數)’와‘무수(撫綏)’를병치하면서시적메시지를전달한다.어머니가해준무수적은겨울날굴풋한허기를채워준달큰한음식이었으리라.온생애를고된농사일에바쳐온어머니는그런힘겨움을자식들에게는물려주고싶지않았다.시인은무수적을생각하며자신을편안하게어루만져주던어머니의무수한사랑을떠올리는것이다.

아가,나여기있다!니들아버지도옆에있다//부모님산소가있는밭을빙둘러보는데/풀숲에서어머니목소리가들린다/행방불명이던핸드폰이손을흔들며기어나온다//아이고,옴마!/핸드폰없어졌다고그소란을피운지가몇년여/여기다떨어뜨려놓고/혼자밭일하느라얼마나힘들고외로웠어!//뒤죽박죽된핸드폰틈새마다끼어든/해묵은흙을맨손으로쫓아내고/해묵은잡초부스러기들떼어내기를반복하는데/초겨울찬비가쏟아진다/우둑!우둑!/쏟아진다,속절없이쏟아지는빗소리에/불통이던휴대폰이전화를받는다//옴마,아버지옆에누우니까편안하지?
-「풀숲에서온전화」

「풀숲에서온전화」는어머니가잃어버린휴대전화기를돌아가신후에야풀이우거진밭에서찾는내용이다.여기저기흙이묻어있는전화기를보면서시인은“혼자밭일하느라얼마나힘들고외로웠어!”라고퉁생이를놓는다.그러다문득“속절없이쏟아지는빗소리”에어머니로부터걸려오는전화를받는다.시인은그전화기에대고“옴마,아버지옆에누우니까편안하지?”라고말한다.그렇게,한평생고된노동에시달리다가세상을떠난어머니에게비로소진정한위로를건넨다.

우리는이우주에서함께살아간다

『당신이그곳에계시는동안』에는요양병원,노인보호기관,노치원등에서인생후반부를살아가는어르신들이야기도담겨있다.치매와요실금을앓고,휠체어에의지하며수시로관장을하고,MRI에몸의징후를살펴야하는노년이때로는애잔하면서도때로는유머러스하게그려진다.

금쪽같은새끼들을품고있던/당신의몸곳곳마다온통/실금이갔네요/눈물도줄줄새고/콧물도줄줄새고/발음도줄줄새고/새고새는/당신의몸곳곳마다온통/주사바늘이찌른상처들로/새까맣게멍이들었네요//금쪽같은새끼들은다어디에숨기셨나요
-「요실금」

우리사회는이제고령화시대를지나초고령화시대를맞이하고있다.‘생로병사’는모든인간이겪는삶의과정이다.더이상노년의삶을외면해서는안된다.자연스럽게받아들이고어떻게하면잘영위할수있는지함께고민해야한다.유순예시인이따듯한눈길로보듬어낸어르신들의모습은우리자신의미래의모습이므로.
우리는살아가는동안많은만남을하고많은이별도한다.‘옴마’는생전에시인에게“이별은얼어죽을이별이냐형체가있고없고의차이일뿐,이우주안에함께있는디”(「하관(下棺)」)라고말했다.
그렇다.‘옴마의입말’처럼우리는이별한게아니다.“이우주안에함께있는”것이다.그러니어딘가에서지켜보고계실어머니를안심시켜드리기위해서라도오늘하루를잘살아내야마땅한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