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너가는 마음 (하기정 산문)

건너가는 마음 (하기정 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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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가만히 바라보고 어루만지고 싶은 세계를 담은 산문!”
“소소하고 고요한 어둠 속에서 빛처럼 반짝이는 문장!”
안쓰러워서 안아주고 싶은 것들을 향한 마음
“싱싱하고 신선하고 특별한 상상력”을 지닌 하기정 시인이 첫 산문집을 펴냈다. 시의 방으로 들여보낼 수는 없지만, 시의 문밖에서 서성이는 것들을 산문의 영역으로 모셔왔다. 시가 되지 못한 문장을 질료 삼아, 시인의 눈과 귀에 들어왔던 사물과 풍경과 사건과 생각들을 곡진한 산문으로 빚어냈다.
하기정 산문 『건너가는 마음』에는 시인이 눈여겨본 세상의 마음들이 담겨있다. 사람이 사람을 바라보는 마음, 사람이 사물을 바라보는 마음, 밤과 낮의 하늘을 자주 올려다볼 때의 마음, 누군가를 떠나보내고 그리워하는 마음, 어쩌면 형편없지만 안쓰러워서 살짝 안아주고 싶은 마음의 결들을 아흔한 편의 산문으로 담아냈다.
하기정 시인의 글에 대해 안도현 시인은 “읽을수록 감칠맛이 저절로 살아난다. 적절함 모호함이 글을 더욱 풍성하게 하는 미덕으로 작용한다.”라고 평했다. 문태준 시인은 “신기하고 매력적인 질문들이 그득하다. 빤한 세계, 상투적인 세계를 뒤집어 ‘낯설고 위험한 세계’가 위로 솟아오르게 한다.”고 상찬했다.
저자

하기정

저자:하기정
2010년영남일보신춘문예에시가당선되어등단했다.시집『밤의귀낮의입술』『고양이와걷자』『나의아름다운캐릭터』를펴냈으며5.18문학상,작가의눈작품상,불꽃문학상,시인뉴스포엠시인상,선경문학상등을수상했다

목차


1부빈문서와빚문서사이에서
마음관성의법칙·밤의산책자들·진흙으로빚은배·꿈을꾸는일과꿈을쓰는일·사월바다의시·장마는장미처럼·빗소리와허튼소리·불현듯,불켠듯·완보동물과미련곰탱이·그때의날이여기까지·꿈길밖에길이없어·앞뒤만바꾸었을뿐인데·미안하다는말의아름다움·죽도록아픈이별은없다·정곡·잠,꿈·북두칠성을세는저녁·일기·꿈과시·미련한미련·꿈멍·사그라지는중입니다·아름답다·오늘을이루는말들·봄밤에드는생각·좋은시를쓰기위한리츄얼·꿈의일방통행로·매미가우는밤·돌생각·사진,사진들·무해한꿈,무해한아침·빈문서와빚문서사이에서·역습의매력·무던하게그윽한사랑·너무좋거든달팽이처럼다가가세요·남산타워

2부혼자인것의아름다움
낮잠의맛·감정의풀무질·혜성은혜성처럼온다·여행의얼굴·혼자인것의아름다움·뷰를보는뷰·새와나와·까치의상량문·삼삼한삶·이세상알수없는것들·어김없이어기는일들·책기둥·오지않는날들·좋은날·푸른버찌가흔들릴때·작가의방·일식을추억하며·생활의볼륨·만만한삶은언제·여름여름한여름·차와생활·비가오는시간·거울을어루만지다·듀얼타임·깊은밤에전등을켜는일·오늘의파편들·활자만남는가벼움·짝패·밤비행기·여행의기분·달이들어오는방·수상소감

3부오래전그런말이있었지
골목길을애도함·가능세계와불가능세계·늦되는아이,늙되는아이·눈쓰는소리·오래전그런말이있었지·복총량의법칙·장소의이름·시간을쪼개는연습·헛된상상의즐거움·아오리가익는시간·별본밤·밥과사랑의온도·사람은가고사람은남고·농담반진담반·시집생각1·당신도왼쪽길로가시오·눈으로보는시간·시집생각2·이를악물고삶을깨물기·성령충만한문학인이되기위해·나침반·슬픔을마주보는슬픔·당신을보고있는나를다시,봄

출판사 서평

평범한일상에서끌어올린경이로운순간들

하기정시인에게산문은사면초가의문학이다.시는은유속으로숨거나직유에기대어버티다보면넌지시통용되지만,산문은피할수도돌아갈수도비껴갈수도없다.가리려고하면가리려는의도가보이고,비어있는것을채우려하면단번에발각된다.다드러내기에는어쩐지망설여지는게산문이다.
하기정산문『건너가는마음』은세개의부로나뉘어있다.1부「빈문서와빚문서사이에서」는평범한일상에서끌어올린경이로움을압축과은유로제시한생각들을모아놓았다.아포리즘의문장으로관념화되는것을피하려고애쓰면서,경험속에서반짝이는시적인순간들을바라본다.
2부「혼자인것의아름다움」은구체적인삶의이면과표면에어리는무늬들을골라놓았다.시인으로서시와문학을바라보는눈과대상과현상에서오는생각들을자분자분들려준다.
3부「오래전그런말이있었지」는마음에아로새겨진어린시절과경험들이현재에이르는동안영향을주고받고이어나가는장면들을담아놓았다.시인을이루고있는것들,시가되고산문이되려는생각과말들의연원이다.

무엇인가를쓰면서날마다다시태어나는사람

하기정시인은아름답게살기위해문학을시작했다.혼자있어도같이있다는생각을하게만드는것,글을쓰면서다른삶을살아볼수있는것이문학이다.그것은다름아닌,여럿의‘나’이다.그안에서한사람은죽고또한사람이태어났다.쓸때마다새로운나를만나는것.무엇인가를쓰면서날마다다시태어나는사람이고싶은것.시인에겐그것이문학이었다.
『건너가는마음』에는어느아름다운날,하기정시인의눈에들어온것,시인의손에쥐어진것,시인의발이닿은곳에당신도오시면좋겠다는생각으로쓴글들이모여있다.가만히바라보고어루만지고싶은것들을소소하고고요한어둠속에서빛처럼반짝이는문장으로그려놓았다.
하기정산문『건너가는마음』은시인이마주한삶과문학에대한나름대로의답이기도하지만,또하나의질문이기도하다.시인에게문학은답을제시하기보다는좋은질문을만들어가는과정이므로.

책속에서

“나는오늘밤에꿈을꿀게.네가와야완성되는꿈이야.떠난후론우리는한번도만나지못했잖아.우리가생각했던것을빚자.우리앞에진흙이준비되어있었다.이게전부다야.금이가더라도어쩔수없어.한번쯤은요행을바라보는것도나쁘지않잖아.배를타고너는동쪽바다로,나는서쪽바다로가자.우리는손바닥을비벼타래를꼬고한뼘씩끊은다음에타래를얹고으깨어서이어붙였다.갑판을만들고뱃전을만들어서각자의이름을새겼다.난파하더라도배는주인곁으로돌아올것이었다.돛을만들때는조심해도조바심만큼결과가나오지않을지도몰라.진짜배를만드는기분으로진짜배를띄우겠다는마음으로,멀리나가겠다는마음으로,어쩌면다시돌아오지못할수도있다는것을예감하면서.어쩌면이일로시를쓸수도있겠다는요행을바라면서.곁에노가있다면저어갈수도있을것이다.진흙으로만든배는현실에서지극한이상으로나아가는갈망이었다.꿈이었지만,지독한현실이었다.”
-본문20쪽,「진흙으로빚은배」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