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시와 가장 가까운 곳 (승한 시집)

응시와 가장 가까운 곳 (승한 시집)

$12.00
Description
“모든 존재에 푸른 심장을 달아주는 시편들!”
“시적 사유와 불교적 사유의 아름다운 만남!”
익숙한 것을 낯선 것으로 바꾸기
승한은 안과 밖, 내부와 외부, 있음과 없음, 색(色)과 공(空)의 개념을 주된 모티프로 삼아서 진리와 깨달음의 세계에 천착해온 승려시인이다. 승한 시인의 다섯 번째 시집 『응시와 가장 가까운 곳』은 존재와 비존재에 대한 곡진한 시편으로 가득하다. “번개가 치는 듯한 파격을 선보이면서도 원형의 세계를 꿈꾸는 이 걸출한 시집”은 우리에게 사바세계의 본질을 깨닫게 해준다.
승한 시집 『응시와 가장 가까운 곳』은 불교적 사유와 시적 사유가 일상의 상투적 인식을 벗어나 교차하는 순간을 잘 보여준다. 불교적 사유와 시적 사유의 공통점 가운데 하나는 상투적ㆍ상식적 시선을 넘어서려는 시도이다. 상투적ㆍ상식적 시선은 ‘일상’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습관적 행동이나 인식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행동과 인식은 세속적 세계를 사는 데는 편리하지만 세계의 실상을 포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승한 시집 『응시와 가장 가까운 곳』은 익숙한 것을 낯설게 만들고, 일상적 경험 속에서 비일상적인 순간을 지향한다. 이는, 습관화된 인간의 지각 방식과 언어가 세계의 실상과 경험을 왜곡하는 것을 넘어서기 위함이다. 상투적이고 상식적인 인식과 시각에서 벗어나, 익숙한 것을 낯선 것으로 바꾸려는 의지야말로 가장 시적인 것이므로.
저자

승한

저자:승한
승한스님의속명은이진영(李珍英),법호효흠(曉欽).1986년서울신문신춘문예에시가,2007년조선일보신춘문예에동시가당선되었다.시집으로『수렵도』『퍽환한하늘』『아무도너의깊이를모른다』『그리운173』『응시와가장가까운곳』등이있으며,산문집으로『나를치유하는산사기행』『좋아좋아』등이있다.한국불교태고종기관지「한국불교신문」주간을역임했다.2023년제15회불교문예작품상을받았다.

목차

1부얼음만다라
쪽/바둑/얼음만다라/담쟁이넝쿨의생존법/봉황도―유원해,125×45cm,순지수간분채혼합재료/흰소가수레끄는날이면/우각/직립의시/당신은시가되세요/오리에대한숙고/제비꽃/눈물/공수래공수거/여름/허공

2부담배를문해골
서쪽노을이라는거울앞에서/담배를문해골/획/황소/동백꽃/옹이/입추/환시/죽변항에서/아침을먹으러아침에간다/정거장/비내리는동안/바다/수평선/양파

3부돌고래를찾아서
겨울산/주먹/장마/간이역/동병상련―고이현철친구에게/풍죽도/독거/동면/다시죽변항에서/궁리항에서/아파트/어떤시론/놀/돌고래를찾아서/탑/내속엔직립이라는짐승한마리가살고있다

4부여우볕
여우볕/12월31일자정에내리는빗속에서/꽃밭에서/죽변항근해저망통발21톤2310901-6479306해창호설홍연선주에게/폐쇄병동이후/천치의저녁/호상/가을에/울음/장갑한짝/밥의시간/집/여름장독대/어떤고백

해설내부와외부,그진공묘유의세계-고봉준

출판사 서평

익숙한것을낯선것으로바꾸기
승한은안과밖,내부와외부,있음과없음,색(色)과공(空)의개념을주된모티프로삼아서진리와깨달음의세계에천착해온승려시인이다.승한시인의다섯번째시집『응시와가장가까운곳』은존재와비존재에대한곡진한시편으로가득하다.“번개가치는듯한파격을선보이면서도원형의세계를꿈꾸는이걸출한시집”은우리에게사바세계의본질을깨닫게해준다.
승한시집『응시와가장가까운곳』은불교적사유와시적사유가일상의상투적인식을벗어나교차하는순간을잘보여준다.불교적사유와시적사유의공통점가운데하나는상투적·상식적시선을넘어서려는시도이다.상투적·상식적시선은‘일상’이라는이름으로행해지는습관적행동이나인식에서비롯되는경우가많다.이러한행동과인식은세속적세계를사는데는편리하지만세계의실상을포착하는데는한계가있다.
승한시집『응시와가장가까운곳』은익숙한것을낯설게만들고,일상적경험속에서비일상적인순간을지향한다.이는,습관화된인간의지각방식과언어가세계의실상과경험을왜곡하는것을넘어서기위함이다.상투적이고상식적인인식과시각에서벗어나,익숙한것을낯선것으로바꾸려는의지야말로가장시적인것이므로.

일상적사건과경험에서얻은깨달음
『응시와가장가까운곳』에서가장눈에띄는점은‘내부’와‘외부’의관계에대한인식이다.안과밖,내부와외부는어떤존재를구성하는두측면이다.

내부가외부로나오기까지얼마나많은양식(糧食)과걸음이필요했을까내부가외부의옷으로갈아입기까지또얼마나많은구름과바람과햇볕과비의날들이필요했을까풀이색이되기까지탈색이다시착색이되기까지또얼마나많은용서와사랑과채찍과혼돈의외경(畏敬)이필요했을까너에게물들기까지온몸으로내가네가되기까지네가내가되기까지맹세와기다림의경(經)이필요했을까쪽,그발묵(潑墨)앞에서나는한번도본적없는너의내부가된다원시가된다시원이된다색에서색이나오는시색(是色)이된다색즉시공공즉시색묘유(妙有)의순간아,거기어람(於藍)이있었구나누비옷같은기다림의먼시간이하늘속에괴어있었구나숙면으로괴어있었구나
―「쪽」전문

시인은한해살이풀인‘쪽’으로천연염색을하는과정을내부와외부의관계로표현한다.‘풀’이내부라면‘색’은외부이다.그사이에‘탈색’과‘착색’이라는지난한과정이존재한다.시인은이러한염색공정,즉내부가외부가되는과정을지켜보면서“용서와사랑과채찍과혼돈의외경(畏敬)”의흔적을읽어낸다.이렇게만들어진염료가옷감에착색되는과정을“나는한번도본적없는너의내부가된다”고표현한다.나아가염료가옷감에스며드는현상을수묵화의‘발묵(潑墨)’에비유한다.요컨대‘쪽’을활용한천연염색은“풀이색이되기까지”의과정,즉내부가외부가되는과정과,외부(색)가다시내부(스며듦)가되는이중의과정으로이루어지는것이다.이와같이천연염색이라는일상적사건과경험에서불교적사유와깨달음을얻음으로써불교시의면모를잘구현하고있다.

허공은무가아니라만물의집
불교에서공(空)은‘비어있음’을뜻하지만,그렇다고무(nothingness)는아니다.우리는종종‘텅빈하늘’이라는표현을사용하지만,실제로아무것도존재하지않는공간이나하늘은없다.

짐작하자면,허공은텅비어있다고생각했다입체가아니라생각했다무생물이라생각했다무정물이라생각했다지구의외피라생각했다서쪽에서딱따구리한마리가날아와상수리나무를딱딱쫄땐허공도아팠을것이라생각했다뭉게구름이오기전까진무채색이라생각했다천둥번개가치기전까진평면이라생각했다아무나잡을수있다고생각했다눈도없고귀도없고코도없고입도없는무위(無爲)라생각했다부피와무게가없는하늘의밀도라생각했다저울로달수없는시간의은유라생각했다

꽃을보고알았다허공의문양을벼락을보고알았다허공의법도를비를보고알았다허공의연못을새떼를보고알았다허공의날개를흰눈을보고알았다허공의두께를폭풍을보고알았다허공의안쪽을햇빛을보고알았다허공의높이와넓이를그뒤로나는허공을움켜쥐지않기로다짐했다함부로올라가지않기로다짐했다하늘에주먹질하지않기로다짐했다만물(萬物)의집인허공이여불변이여불멸이여고집멸도(苦集滅道)여
―「허공」전문

시인은1연에서‘~생각했다’라는문형을반복하면서‘허공’에대한자신의인식이잘못되었음을고백한다.2연에는‘~알았다’라는문형이배치되어있다.시인은무엇을알게된것일까?허공(空)이무(nothingness)가아니라는사실을알게되었을것이다.2연에서시인은허공이“만물의집”이라는사실을깨닫는다.이러한깨달음은‘꽃’‘문양’‘벼락’‘법도’‘비’‘연못’‘새떼’등의다양한사물을매개로얻어진것이다.햇볕을받으며아름답게핀꽃이향기를내뿜을때,천둥번개로인해하늘에문양이생길때,“빗물이종일허공을자”(「우각(雨脚)」)르면서떨어질때,우리는허공이단순한무(無)가아님을깨닫는다.어쩌면허공(虛空)은무수한사건이펼쳐질수있는잠재성으로충만한세계인것이다.

몸을낮춰다른존재에게닿아가기
‘응시와가장가까운곳’이라는시집제목이암시하듯이시집에는눈(시각)에관한표현이자주등장한다.시인은“어머니늙어가는소리도훨씬더잘보이는귓속의눈동자”(「눈물」)를얻었다고말한다.시각은대상을지각하기위해필요한신체기관이지만,우리는때때로시각의맹목(盲目)으로인해무언가를보지못하기도한다.눈(目)은무언가를보기위해필요하지만,눈이있다고언제나대상을정확하게보는것은아니다.이런관점에서“귓속의눈동자”라는표현은눈이멀자소리가잘들린다,또는눈이보이지않자평소인지하지못한것들이비로소보이기시작한다는의미인것이다.그리하여시인은“나는이미시야가없어서오히려자유다당달봉사로살수있어쾌감이다”(「눈물」)라고역설한다.
문태준시인은『응시와가장가까운곳』에대해“이번시집은폭포처럼곧장쏟아져내린다.걸림이나막힘이없다.여기에계신가싶으면여기엔흔적이없고단숨에훌쩍뛰어저편에계신다.저편은자타도이름도생사도분간도없는자리”라고하면서“스님의시는큰사랑을나누고모든존재에게‘푸른심장’(「담쟁이넝쿨의생존법」)을달아주는일을한다.시집곳곳에는몸을낮춰마치먹물이번져퍼지듯이다른생명존재에게닿고자하는바람이간곡”하다고상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