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사회정책전문가4인이공동집필한기본소득정책제안서다.불과10년전까지만하더라도몽상가적제안으로여겨지던‘기본소득’을한국의현실에근거한학술적논의의차원으로끌어올려정리했다.기본소득의기본개념과논의의세계적흐름,그리고한국현실에근거한한국형기본소득실현의로드맵까지담아냈다.현재한국에서시행중인국민연금,의료보험등의사회보장정책을실증분석하고,기본소득으로‘이행’할수있는현실적인방안을모색한다.
저자들이제안하는기본소득‘안’은중위소득(2017년기준)의30%에해당하는약50만원의현금을매달아무조건없이모든시민에게지급하는것이다.언뜻파격적이고또급진적으로보이는주장이다.하지만이책은단순히그러한주장에머물지않고사회적인논의로확장시킬수있는풍부한근거자료와논점들을제시한다.이를통해기본소득에대한의구심들인‘그만한재원을마련할방법은무엇인가?’,‘노동에대한유인이줄어들지않을까?’,‘기존사회보장제도와어떻게조화시킬것인가?’와같은질문들에대한답을제시한다.
이책의가장큰특장점은‘한국의사회보장제도와시스템전반을고려한복지국가설계도를제시’했다는점이다.지금까지국내에소개된기본소득관련저서의대부분은해외연구자들의책을번역한것이었고,한국현실에맞지않는경우가많았다.때문에실제한국에서기본소득을시행할수있는지,시행한다면어떤전략과과정을통해야하는지를알아보기어려웠다.이책은사회부조,사회보험,사회수당,사회서비스라는한국사회보장제도의분류틀과현재시행되고있는정책의구체적인내용을면밀히검토하고있다.복지국가,비교사회정책,불안정노동,사회보장법,소득보장등사회정책관련주제를연구하는저자들이그간의연구성과를종합하여한권의책으로묶어낸결과라는점이논의의신뢰성을높인다.기본소득에대한‘최신의개론서’이면서,한권의잘정리된‘정책제안보고서’로읽힐수있을것으로기대한다.
논의를넘어‘실험’단계에들어선기본소득
2016~2017년은기본소득논의의중요한분기점이다.2016년에는스위스에서기본소득실현에관하여국민투표를실시하였고,이탈리아의리보르노시정부가기본소득실험을시작하였다.2017년에는핀란드에서1월부터실업수당을받는25~58세국민중2,000명을무작위로선발해2년동안월560유로(약70만원)을기본소득으로지급하는기본소득시범사업을시작하였고,그외에도네덜란드,캐나다,스코틀랜드등이시범사업을통해기본소득제도를실험하며기본소득은전세계적이슈로떠올랐다.한국도이런세계적인흐름에서예외가아니었다.기본소득의기본개념을일부공유하는청년배당등의정책이일부지자체에서시행되었고,2017년대통령선거에서도기본소득을공약으로제시하고논쟁하는과정이있었다.
이처럼기본소득이실제정책을구상하는수준으로논의되기시작한것은비교적최근의일이다.현대적인의미의‘기본소득’개념은2000년대초반까지만하더라도현실세계와동떨어진몽상가적제안으로취급되었다.한국에서는2007년대선에서사회당의금민후보가기본소득을공약으로제시했지만,군소정당의급진적주장으로여겨진정도였다.하지만2010년을전후하여기본소득에대한학술적논의가활성화되기시작하였으며,서울시의청년수당,성남시의청년배당처럼기본소득의속성일부를공유하는정책들이시행되며정책입안자들및대중의관심역시확산되었다.미래복지국가의새로운패러다임으로서기본소득이‘진지하게’논의되기시작한것이다.
변화하는사회,기본소득은왜주목받고있는가?
몽상수준의이야기로치부되던기본소득이최근진지하게논의되고있는이유는무엇일까?가장핵심적인변화는‘노동’의변화다.4차산업혁명을주제로열린세계경제포럼에서발표된『일자리의미래』보고서는로봇이사람들의일자리를대신함으로써2020년까지200만개의일자리가새로만들어지겠지만,710만개의일자리가사라짐으로써‘노동없는미래’가펼쳐질것이라고전망하였다.이보고서는사무행정직업군에서가장많은480만개의일자리가사라지는것을비롯하여제조업,건설,예술,디자인,스포츠,법률직업군에서일자리가감소할것으로전망하였다.
불안정노동의증가,즉노동의형태변화역시기본소득이주목받게된이유의하나다.불안정노동은1970년대이후서비스경제로의전환으로표준적고용관계가해체되며지속적으로증가해왔다.불안정노동은이미한국에서도일상화된개념이며,특히청년과노인,여성들의불안정노동비율이높아사회적인문제로여겨지고있다.임금노동자중29세이하청년들의비정규직비율은보수적인통계치를제시하는통계청발표에근거해도2010년33.6%에서2015년35%로증가추세에있으며,노인의경우는2014년8월기준60세이상의임금근로자가170만명중약68%에해당하는120만명이비정규직에종사하고있다.여성의경우는더욱심각한데,청년이든노인이든여성청년,여성노인이더욱불안정한노동시장에서일하고있다.생각보다많은사람들이불안정노동에관련되어있고,이런사회의변화는우리의삶에큰영향을미칠수밖에없다.
일자리의변화와표준적고용관계의해체,그로인한불안정노동의일상화와같은변화의핵심은자본주의가질적으로변화하고있다는점에있다.전통적산업자본주의에서는상품화된노동력에의해서가치가창출되었다.그러나지금과같은인지자본주의의단계에서는지식과정보에의해서가치가창출된다.전통적산업사회에서만들어진사회보험중심의복지체제는노동을전제한재분배시스템이나,인지자본주의에서노동시장은전통적사회보험시스템에포괄되지못하는광범위한사각지대를만들어내고있다.특히인지자본주의에서기업들이지식과정보로축적한부를지금의시스템에선사람들에게분배하기가어렵다.
문제는현재의노동중심적인사회보장시스템이다.국가마다차이가있기는하나,근대복지국가는상대적으로안정된노동시장구조와인구·가족구조를기반으로복지의황금기를구가할수있었다.국가는다양한사회적위험에대해연대적처방을제공하면서사회적평등을추구하였다.그러나경제·사회적기반의균열과함께성장동력이떨어지고,노동중심의국가의재분배기능도축소되면서사회보장시스템역시변화를요구받고있다.
저자들은기본소득을“노동중심에서권리중심으로재분배시스템을수정함으로써인간의진정한탈상품화를가능하게하는복지국가혁명”이라말한다.기본소득은달라진자본주의의변화에맞추어새로운분배/재분배구조의확립과단계적확산을통해‘평등한사회’를실현하기위한장기적기획인것이다.노동없는시대는생각보다아주가까이다가왔고,기본소득은지금의시스템을대체할유력한대안으로논의될수있다.
‘기본소득한국’의미래와실현가능성
저자들이제시하는기본소득중심의사회보장시스템은기존의사회보험이나사회서비스를기본소득으로모두대체하는사회보장개혁안이아니다.따라서사회보험과사회부조,사회서비스와기본소득간의관계속에서형성될‘복지국가한국’을설계해나갈필요가있다.
이책에서제시하는한국형기본소득모형은크게다음과같다.우선현금형사회부조방식의급여는기본소득으로대체된다.연금과실업급여의내용은일부조정되며,교육이나보육,의료,직업훈련과같은사회서비스는기본소득으로대체되지않고오히려적극적으로확충된다.기존의사회보장제도에존재하는급여들이기본소득으로대체된다고하면걱정이될수있다.하지만기본소득도입시수급자가받게될금액을비교해보면차이가난다.예를들어현금형사회부조인생계급여와기본소득을비교해보면,2017년기준으로생계급여는4인가구가1,340,214원을받게되지만,이책에서주장하는한국형기본소득모형에의하면2,000,000원을받게된다.모든개인과가구에게현재지급되는급여보다높은수준의급여제공이보장된다면,이런생계급여는폐지하는것이합리적인선택이다.
기본소득중심의사회보장시스템은단순히현재가용예산을1/n으로나누어시민들에게얼마씩의기본소득을배분하자는논의에그치는것이아니다.이책에서제시하는한국형기본소득제안은기본소득의실제실행단계를구성하고,그경로를혁명형,개혁형,온건형으로나누어기본소득의실현단계를구분한다.그리고재원문제등의현실을고려하여온건형을독자들에게제시한다.그리고재원은물론이고제도나일반대중들의심리적거부감등까지고려하여기본소득의실현가능성을타진한다.
*기본소득이란무엇인가?
기본소득이란“모든사회구성원의‘적절한삶’을보장하기위해정치공동체가모든구성원에게개별적으로아무런조건없이정기적으로지급하는”정책이다.즉기본소득은보편성,무조건성,정기성이라는세가지속성을가진다.이를통해기본소득은시민권에기초하여모든시민에서지급된다는점에서낙인이나의존성의문제를극복하며(보편성),기존사회부조의‘사각지대’문제를해결할수있으며(무조건성),충분하고정기적인급여제공을통해절대적빈곤층의규모를감소시켜(정기성)공정하고평등한사회를구축하는것을목표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