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왜그토록사랑하면서도미워했을까?
『부모라는낯선타인』은서른을훌쩍넘겨서까지내적갈등과삶의곤란을성장과정과부모의양육방식탓으로돌리던‘나에대한공부’이자‘부모공부’다.나는61년생동갑내기부모의장녀로태어나부모와집안분위기에온갖불만을내면깊숙이간직하며30대중반이되기까지결혼도취직도하지않고공부만하고있다.자존감은갈수록떨어지고매일우울하기만한데이게다‘엄마,아빠때문’인것같다.그래서심리상담도받고….결론은나를알고,정서적독립도하고,제대로된어른이되려면부모공부를해야겠다는것.부모를알아야나를알것같다.
껴안을수도,도망칠수도없는,부모와나,회복될수있을까?
엄마,아빠는공부도제대로못마치고10대어린나이에상경해온갖고생을해가며자리를잡았다고한다.부모도움없이배를곯아가며근면성실하나로버티고버티면서가정도꾸리고자식들도낳아길렀다.무시당하고,자격지심에화나는일이얼마나많았을까?그래서인지엄마,아빠는늘바빴고차가웠다.소리지르고,싸우고,집을나가고….
예민한장녀는그런엄마,아빠가싫었다.초등학교시절친구집에놀러가면부드럽고교양있는친구엄마가너무나도부러웠다.‘그때아빠는왜그런식으로행동했을까’,‘엄마는왜그렇게말을했을까’를곱씹으며청소년기를보냈고,대학입학과취직과연애가내맘대로안된것이다부모탓으로느껴졌다.
언젠가부터그런생각이스스로를좀먹고있다는생각이들었고,내모습에서내가싫어하는부모님의모습이보일때,나도부모님처럼될까봐무서웠다.‘나는누구일까?’‘나는이대로계속살아가는걸까?’
“과거를탓하고,부모를원망하는동안나는다름아닌자신을가장미워하는사람이되어버렸다.열등감과수치심의원인을내가아닌주변상황과타인에게돌리고있는나는내가봐도볼품없었다.그러니무엇보다나를바로잡아야했다.그리고‘나’를알기위해서는엄마,아빠와얽힌유년의기억을정리할필요가있었다.그때부터엄마,아빠의어린시절이야기를듣기시작했다.”(5쪽)
뒤늦게철이든걸까?나를알기위해엄마,아빠를알아보기로했다.엄마,아빠의어린시절은어땠고,어떻게10대를보냈으며,내나이보다열살이나젊은나이에결혼을해서아이들을키우고생계를꾸려가면서어떤생각과마음을가졌을까?
“엄마,아빠,오해해서미안해!”
“과거의기억을추적하면서나는두사람과분리되려할수록오히려밀착됨을느꼈다.나의얼굴,말투,행동,식성,온갖습관,그리고내가가진추억과기억은두사람의과거와기억의산물이었기때문이다.나는우리가족이품고있는과거의형체없는기억들을발굴해내고그것들에하나씩이름을붙이기로했다.기억에언어를입히는일,내가기억하는미움과사랑을쓰는일.가족을주제로이작업을시작했다.”(6쪽)
엄마,아빠와대화하면서,놀랍게도그들을나의엄마,아빠가아니라10대,20대청춘남녀로,낯선타인으로바라봤을때,더잘이해할수있게되었다.어린나이에엄마를잃은아빠는얼마나엄마가보고싶었을까?서울로올라와남의집아이를돌보던열다섯엄마는고향이그리워매일밤울었다는데….공장일로바빠서자식들에게맛있는요리도못해주고,머리도못땋아주고….이해가되고,연민이생기고,그러면서부모를미워하던감정과죄책감에서벗어나스스로를위로할수있게되었다.
『부모라는낯선타인』은저자개인,또는제법많은사람들이겪고있을이지난한과정을담담한문체와섬세한내면묘사로전달하고있다.어쩌면이글은껴안을수도,도망칠수도없었던부모를,최선을다해사랑한저자의내적분투기이자‘어른되기셀프솔루션’이라할수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