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춘덕이

내 이름은 춘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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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한 편의 동화 같은 그 시절의 사연들

왜 하필 여자아이 이름을 춘덕이로 지었을까?
나이 오십이 넘어서야 들여다보게 된 엄마의 가슴속
웃다가 울고야 마는 시골소녀의 유쾌한 회상록
전라남도 장성과 광주에서 나고 자란 유춘덕, 오십이 넘은 나이에 자신의 글재주를 발견하고 한편 한편 지은 글을 모아 첫 수필집 『내 이름은 춘덕이』를 출간했다. 어린 시절 엄마와 얽힌 사연을 회상하는 글 모음으로, 들었다 놨다 웃겼다 울렸다 읽는 이의 마음을 움직인다. 글을 쓰면서 오래오래 그토록 부끄러웠던 이름이 오히려 멋져 보였다는 천진한 발상, 치매 초기인 노모의 말이 시(詩)로 들린다는 감성, 어린 시절에 꼬인 감정의 실타래를 이제와 풀어보는 느린 사유와 여유, 그리고 아름다운 문장들과 판소리 같은 전라도 사투리가 수필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저자

유춘덕

저자:유춘덕
“뭐하고있냐”고묻는말에“시를쓰고있다”하면“너는아직배가덜고팠구나.돈을벌어야지”라는대답이돌아오곤한다.
사람들은나를보고미쳤다고하지만,‘절박함’은나에게최고의스승이었다.
나의꿈은글을쓰며사는것이다.그래서나는,1%에목숨을걸었다.

목차


시작하며

1장내이름은춘덕이
내이름은춘덕이
봄날은온다
청보리밭길
나는파라오공주였다
풀어놓고키웠다
독한년
검정비닐봉지

2장내가만난꿈의지도
텅빈집
망토만걸쳐도
도무지알수없는한가지
‘모르쇠’교육법
‘어쩔뻔했을까요’
내가만난꿈의지도

3장우리엄마는바보다
엄마의무릎
내새끼것은
우리엄마는바보다1
우리엄마는바보다2
부러진젓가락
여자로서는
우리엄마는애간장을담근다
한숨

4장어쭈고산다냐?
어쭈고산다냐?
그럴새가어딨다냐?
기언이한번은
미선이,그가시내가
나랑결혼안했으믄지금도
눈색이꽃
그런사람어디에있을까

5장내머릿속의지우개
나는부자가되고싶어졌다
내머릿속의지우개
내팔자가상팔자
오래살아서미안해
가지가뭐시그리
인자는괜찮응께

6장엄마가웃었다
엄마가웃었다
몰라서좋았다
크게될놈
우리집마당에는
그무마저도
나는니가제일
엄마의봄

추천사-박형동

출판사 서평

원액처럼진하고맛깔난문장속에담근기억의숙성
유춘덕작가가글을쓰기시작한건불과몇해전,오십이훌쩍넘은나이다.언니따라글쓰기모임에갔다가선생님의눈에띄어글을써보라는권유를받고시작해,책을만들어준다는제법규모있는응모전에당선되기까지했다.눈에실핏줄이터지고시각에손상이올정도로몰입하며이한권의책에그녀가담고자했던것은무엇이었을까?

“봉숭아물은꽃허고이파리쬐까따고소금도쪼까넣어가꼬콩콩찧어서손톱등거리에다붙여놔야.그런다음비니리로싸가꼬실로꽉쬠매서하루저녁자고나믄물이딱들제.내가니그가째깐했을때해줬제에.가만있어보자.다섯명을다해줬능가덜했능가…….”_본문에서

『내이름은춘덕이』는엄마에대한이야기로가득하다.춘덕이의엄마는일찍이남편을잃고딸다섯을홀로키운억척이다.고무신에몸빼바지,뽀글머리로기억되는전형적인촌부(村婦)로,남들볼땐한숨한번안쉬었다는‘독한’여자지만아이들머리이잡는다고파리약피디피안뿌리고하나하나잡아주던‘따뜻한’엄마다.그런엄마가이제아흔을바라보는나이에치매가시작됐다.기억을잃고있다.춘덕이는그때엄마가왜그랬는지아직도궁금한게많아물어보고듣고이해하고기록한다.

엄마,고향…아련할수록깊어진다!
나는첫눈이올때울었다.살아갈일이막막해서울고,살아야할날이너무많아서울었다.요즘어떻게지내냐고내안부를물어오는전화기에대고서엉엉울어버렸다.젊고건강한내가부럽다면서덤으로주신인생이감사하다는팔십넘은할머니를붙들고서그랬다.뇌출혈로쓰러져서방안에만누워있었는데다시걷게된것이꿈만같다며오래오래살고싶다는분께말이다._본문에서

『내이름은춘덕이』는작가개인의경험이긴해도동시대를살아온독자가재미와연민을함께느낄법한에피소드로가득하다.춘덕이란이름으로살아오며‘당했던’다양한반응들,엄마의구수한사투리로전해듣는아빠이야기.옷과헤어스타일과신발에얽힌사건들,고향친지친구들과의추억,도시로이사한뒤의생경하고쓸쓸한느낌,엄마와언니동생사이의서로다른기억과오해등작가의글속에서엄마생각,고향생각은아프기도하고아름다기도하다.작가가스스로밝혔듯,자신의미모와바꾼글하나하나가독자의마음을어루만져줄것이다.

책속에서

나이가들어‘춘덕씨’라고불릴때는어감이마치‘호박씨’랑별반다를바없이들릴때도있었다.다른장소에서는어떠한경우라도한두번부르고말터이지만,종합검진을받으러가는날에는사람들의눈알폭격을맞아야만했다.검사할항목과이름을부르는횟수가비례하니기필코아프지말아야겠다는결의를다지게된다.교회에서도성만부르면오죽이나좋으련만남의속도모르고이름까지통으로부를때면참으로은혜가안되었다._「내이름은춘덕이」에서14-15쪽

나의모든감각은열려있었고하늘과땅의소리를피부로느끼고마음으로들었다.아마도‘춘덕’이라는이름을짓기도전엄마의뱃속에서부터시작되었지않나싶다.나의별은굵었고그만큼더빛났으며손으로만질수있을만큼가까웠다.이세상에서엉덩이가가장예쁜반딧불이는하늘의별과비교할수없을만큼아름다웠다.개똥벌레라부르기엔어딘가좀미안한생각이드는천상의아기별이다.깜깜한밤,똥구멍에깜빡깜빡깜빡이불을켜고다니는반짝반짝반딧불이는신비함그자체였다.전기선도없고정전되지않는,에디슨의전기발명과는차원이다른,넋을놓고바라보게되는그무엇이었다.나혼자서는풀수없는수수께끼였다._「풀어놓고키웠다」에서,38쪽

우리동네서당골미순이의자랑거리는긴머리였다.굵고까만데다가숱까지많은머리칼을허리까지길게늘어뜨리고다녔다.아침마다달라지는머리모양을보는일은쏠쏠한재미였다.그애엄마는말총머리,어느땐새끼를꼰듯한양갈래,별의별머리를다해주었다.그러나농사일하느라바쁜우리엄마는자주손질해야하는번거로움과고난도의기술까지요하는커트머리는피하고긴머리의단점을보완하는단발머리를고수했다.내머리가단발이었기에망정이지미순이처럼멋내려고길렀다면비명으로낭자했으리라.잘하면득음해서명창이될수도있었겠지만,소리도못지른것은엄마에게조금이라도더붙어있고싶어서였다는걸엄마는몰랐을것이다._「내새끼것은」,89-90쪽

엄마는평상시에도나에게수시로전화해서우리텃밭에있는가지의안부를묻는다.가지가많이열렸는지,많으면말려서나물도하게따오라고한다.나는가끔깨방망이처럼길쭉길쭉한가지를한보따리씩따다가가져다드리곤한다.가지반찬은어렸을적부터엄마가자주해주던음식이다.엄마가만드는가지볶음과무침은정말이지맛있었다.양파와고추를썰어넣고간장과기름에볶거나찐가지를손으로찢어서조선간장과참기름,깨소금을넣고조물조물무치면밥두공기도먹어치울정도였다.
그러나아무리맛있는것도한두번이지,나는도대체가지가얼마나맛있기에가지만드시냐고물었다.엄마는“가지가뭐시그리맛나겄냐?물크덩해서먹는것이제”라며웃었다._「가지가머시그리」,177-178쪽

“저녁이믄또인자3교대로간께열한신가열두신가되어가꼬오믄시골에는불때고그렁께방이오지기나커갔고따숩냐안.니그가이불도안덮고조선팔도로흩어져서자제.고개를이리둘룬놈저리둘룬놈아조지멋대로여.글믄‘워따이눔들이사방팔방으로자네’함서이불속에니그들팔다리를한나씩다집어넣코나서잠을잔당께.징허게이뻐라고했써.나는니그아버지가그러케나보고잡다.우두커니있을때도생각나고길가다가도생각나고잠잘때빼고는항시생각허제.내가죽어서나잊어불랑가어쭈고잊혀진다냐…….”_「엄마의봄」,214-21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