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시별 (한국전쟁의 빛을 찾아서 | 손석춘 장편소설)

원시별 (한국전쟁의 빛을 찾아서 | 손석춘 장편소설)

$17.78
Description
정전 70주년을 맞아 펴낸 손석춘 장편소설
“중력이 꿈틀꿈틀하더니 이윽고 반짝인다. 마치 원시별처럼.”
항일 독립운동가 주세죽의 삶을 그린 장편소설 『코레예바의 눈물』로 이태준문학상을 수상한 손석춘 작가가 신작 『원시별』로 돌아왔다. 작가는 2001년 첫 장편소설 『아름다운 집』 이후 끊임없이 역사의 아픔과 시대의 진실을 정면으로 응시해왔다. 특히 분단과 이데올로기에 뒤엉킨 삶들을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듯 특유의 사실적이고 속도감 있는 문체로 그려냈다.
‘한국전쟁 정전 70주년’을 앞두고 출간된 『원시별』은 전쟁의 한복판에 놓인 세 청년을 통해 어둠 속에 갇힌 꿈이 어떻게 밤을 뚫고 빛을 이어가는지 처연하게 그려낸다.
『원시별』은 회피하고 싶은 비극적 역사를 오히려 품 안으로 끌고 들어와 더욱 속속들이 들추어낸다. 서투른 꿈과 갓 피우기 시작한 사랑을 전쟁의 격랑 속으로 파묻어야 했던 인물들은 이제 스물을 넘긴 청년들이다. 그리고 지금은 가기 좋은 산책로쯤으로 알려진 연희동 궁동산 일대가 이야기의 배경으로 등장한다. 이곳에서 벌어진 ‘연희고지 전투’는 한국전쟁 당시 서울 탈환의 최전선이었다. 급박하게 전개되는 서사는 인간의 의지와 힘으로는 어찌 할 수 없을 것 같은 역사의 파도를 효과적으로 담아낸다. 그러나 그 파도 속에서 세 명의 청년은 어둠 아래로 사라지면서도 결국에는 작은 빛 하나를 띄운다. 작가는 언제나 삶은 이어진다고 말하고 있는 듯하다.

“전쟁의 포성이 멎고 70년이 흐른 2020년대. 젊은이들이 사랑을 포기할 정도로 세상은 팍팍하다. 사회 전반에 각자도생의 살풍경이 넘실댄다. 그해 가을, 한국전쟁의 까만 어둠에서 길어 올린 이야기는 연가(戀歌)일 수도 비가(悲歌)일 수도 있다. 그 사랑의 기쁨 또는 사랑의 슬픔에서 반딧불처럼 반짝이는 빛을 찾았다. 한탄강 남쪽도 북쪽도 밤이 깊어서일까, 아주 작은 빛이 찬란히 다가왔다.”
-「작가의 말」 중에서
저자

손석춘

대학에서철학을전공하며문학평론〈겨레의진실과표현의과제〉를발표했다.신문기자와논설위원으로일했다.커뮤니케이션사상으로박사학위를받은뒤대학에몸담고청년들과철학,사학,문학,언론학을공부하며토론해왔다.첫장편소설『아름다운집』을발표하고남북으로분단된현대사를배경으로『코레예바의눈물』,『100년촛불』,『호랑이눈썹』을창작했다.청소년과소통하고자『10대와통하는철학이야기』,『10대와통하는세계사이야기』등을썼다.철학자로서현대철학의새로운길을제안한『우주철학서설』을출간했다.

목차

프롤로그

1부.사랑의오솔길
1장‘너자신을알라’뜻아는사람?
2장신성한철학에웬계급
3장우아한건배‘새로운철학을위하여’
4장한걸음한걸음다가오는괴물

2부.불타는섬으로
5장.자유의여신이망치와모루를
6장.삶이란,역사란,우주란
7장.소나무아래서붓다와예수를
8장.서쪽의맑스,동쪽의수운
9장.너희들세상온것같지
10장.‘작은스탈린’아래살래?

3부.넘나든한탄강
11장.남과북이모두선망할나라
12장.얼마나많은동상을세울까
13장.‘조국’이불러올혼란
14장.그길에마주친젊은주검
15장.외침에늘강인한생명력
16장.낙동강잠긴피바다
17장.집단학살에살스런대갚음
18장.소년을묻을때또쌕쌕이가
19장.첫입맞춤,몸에기록해두셔요

4부.어미산불바다
20장.찢어진치마에놓인따발총
21장.해원과상생가능하려면
22장.뭘해주었다고애국하오
23장.청상될아내의탐스런자태
24장.참호늘어선사색과사랑의길
25장.0.1초라도망설이면죽소

5부.문학관덩굴손
26장.이글이글화톳불,어른어른물안개
27장.전쟁의진실을밝힐수있을까
28장.간도특설대놈들이국방군에
29장.철학의길에포탄이소낙비처럼
30장.외세에휘둘린역사지나친죄
31장.불천지가삼킨‘소나무언약’
32장.부엉이성찰에수탉울음
33장.어떤독재도계급도없는나라

에필로그

작가의말|한국전쟁의빛을찾아서

출판사 서평

역사의아픔을피하지않고정면으로응시하는손석춘소설의미덕

정전된지70년이지났지만,아픔의기억은여전하고상처의흔적은곳곳에남아안팎으로작용한다.작가손석춘은분단과그로인한갈등을깊이천착해왔다.손석춘의리얼리즘은언제나여기에있다.기억되지않는슬픔과상실한공동체,잃어버린철학과언어를되살리고자하는작가의치열한기록은지금이곳에살아가는사람들의해원과호흡을같이한다.작가가설정한인물이꿈을품은청년들인것도,그배경이동네바로뒷산인것도,언제나우리말을통해이야기를전개하는고집도그러한까닭일것이다.
연희대학철학과에입학한두남자와한여자.스무살동갑세청년은사랑과우정을키워가며각자의철학을정립해간다.맑스와동학사상을종합하려는‘진철’과기독교신앙을가지고있는‘수철’,불교철학에가치를두고있는‘지혜’는각자의사유를통해시대를통과하고자한다.그러나이들은곧전쟁의소용돌이속에휘말리면서차례로흩어진다.
수철은마지막학기를앞두고〈동아일보〉기자를거쳐주한미대사관에서공보실직원으로일하게된다.북한의남침직후주한미대사관이일본으로옮겨가고,수철은거기서미국군기관지〈성조지〉의종군기자로파견되어전함에오르게된다.1950년9월15일개시된인천상륙작전.수철은그한가운데에서불바다가되어가는월미도와소월미도,인천항을차례로목격한다.
한편진철은의열단단원이었던아버지때문에알게된약산김원봉의일을돕는다.좌우합작운동을펼치며남한의단독정부수립에반대하던약산은수배자로쫒기는신세가되고,결국진철은약산과함께월북을하게된다.대한민국과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각각들어서게되고,〈로동신문〉기자로있던진철은어느날인민군제4사단과함께종군하라는지시를받는다.1950년6월25일새벽38선야포의함성이터지면서조선인민군은한탄강철교를넘어서울로진입했다.인민군사단들이연희대문과대건물(지금의본관)을사령부로활용하면서진철은지혜와짧은만남을가질수있었지만곧인민군을따라남하한다.인천상륙작전이개시되면서진철은서울방어전을취재하기위해다시지휘부가자리한연희대로돌아온다.
이후이세사람의재회는서울수복을위한치열한전투속에서이루어진다.그러나그만남은결국역사의비극과한치도다르지않았다.설레고반가워야할,그러나그럴수없는이들의재회가이루어진장소는연희동의나지막한능선,어미산중턱의숲길,이들이이름지은‘철학의길’이더이상아니었다.104고지,68고지,216고지의포화한가운데였다.손석춘은「작가의말」에서“소설의무대는많은이들이무심코지나치는곳”이라며“한국전쟁의가장격렬한전장가운데하나임을대부분모른다”는사실을안타까워한다.역사의상처가그러할것이다.지나치는곳곳이,스쳐가는누군가가,단지지나치고스쳐가지않는한이야기는언제까지살아서이어질것이다.

원시별로다시태어나는죽음들하나하나

전쟁은끝이났다.그러나종전이아닌휴전이이어지고있을뿐이며,저자의말대로“우악살스런괴물”을끊임없이낳고있다.홀로남겨진지혜는더이상살아갈힘이남아있지않았지만,결국맞서기로다짐했다.진철이남긴취재수첩에유난히꾹꾹눌러쓴‘곰’이라는글자때문이었다.신화적의미로서의곰은흔히새로운생성을의미한다는건누구나아는사실이다.직접적으로는지혜가품은태아를뜻하겠지만,직접적으로든간접적으로든결국그것은“생을마치려던충동”을떨쳐내고“우악살스런괴물에맞설힘”이되고,“마음놓고사랑할수있는세상을일궈내고싶은욕망”이될것이다.

“어슬렁거리는곰이시나브로작아진다싶더니아장아장다가온다.총상을보들보들핥아준다.쑥내음이향긋하다.몸도날아갈듯개운하다.푸근함에젖어들던진철은아기곰이하도어여뻐자꾸만감기는눈을부릅뜬다.아기곰이이끄는대로지혜가진달래꽃뿌려놓은철학강의실을사뿐히지르밟아걷는다.문밖에서돌아보니문학관은돌비알이다.암벽아래작은동굴과고만한바위가보인다.조금전밀고나온바위다.마주친세상은별빛으로총총눈부신별숲이다.잔별과잔별이그들사이로숲길을그린다.”(407~408쪽)

손석춘소설의미덕중에서단연돋보이는것은우리말사용의능수능란함이다.손석춘에게소설을쓰는행위는우리말로우리민중의가슴에남은상처를제대로밝혀내진단하고,그상처를“보들보들핥아”주는주는치유과정이다.상처의치유는결국새로운살을돋게하는생성의힘이다.그것이“작은동굴”속에서“고만한바위”를밀고나온아이에게서“쑥내음이향긋”하게풍기는이유일것이다.작가의말대로이“한국전쟁의까만어둠에서길어올린이야기는연가(戀歌)일수도비가(悲歌)일수도있다.”중요한것은별이탄생하는초기단계라는“원시별”도“까만어둠에서”더욱빛난다는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