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짓는 일부터 시작합니다 (단단한 일상을 위해)

밥 짓는 일부터 시작합니다 (단단한 일상을 위해)

$15.00
Description
2020년 봄은 우리에게 다시 근본을 돌아보라 말합니다.
우리의 밥상부터 되짚게 하는 청라네 부엌 이야기, 지금 시작합니다.
● 무의식 속에 숨은 허기와의 직면, 그리고 부엌에서 시작된 ‘단단한 일상 만들기’
이웃이래야 열 가구 남짓이 전부인 외진 산골에 청라네 가족이 농사지으며 살고 있습니다. “없어도 될 것이 널리고 널려 정작 있어야 할 것은 숨어버린” 도시를 떠나 진심을 길어 올리며 살고 싶어 택한 시골 생활입니다. 어느덧 귀농 14년차, 결혼 12년차가 되었네요.(숫자가 바뀐 것 아니냐고요? 네, 아닙니다. 청라 씨는 결혼 전, 스물아홉이라는 젊디젊은 나이에 혼자서 씩씩하게 귀농을 했답니다.) 그 사이 세 아이의 엄마도 되었고요.

시골에 내려와 살던 첫 해,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많이 받은 질문이 “뭐 먹고살아?”였습니다. 바구니 하나 들고 나가면 나물이 쌔고 쌨겠다, 마을 분들이 온갖 먹을거리를 나눠주겠다, 농사짓겠다, 굶어죽을 염려 없다 해도 사람들은 여전히 불안한 눈빛으로 물었다죠. “도대체 뭐 먹고살려구 그래?” 청라 씨는 해맑게 웃으며 만족스러운 하루하루를 보냈고, 그것이 그들의 질문에 대한 답이라 여기며 기세등등했습니다.

그런데! 밤마다 밀려드는 극심한 허기와 대면하게 됩니다. 저녁밥을 한껏 먹었는데도 자려고 누우면 머릿속에 피자와 치킨, 자장면, 순대볶음 같은 것들이 둥둥 떠다니며 잠 못 들게 했고 그럴 때면 당장 가까운 도시에라도 나가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 조바심이 났습니다. 이런 속사정을 어느 날 귀농 선배에게 털어놓았더니 마음속에 ‘이러다 굶어죽는 거 아냐?’ 하는 불안과 공포가 도사리고 있지는 않은지 물었습니다. 무의식 속에 예전 도시에서의 삶의 방식과 변화를 두려워하는 마음이 숨어 있음을 알아차리자 놀랍게도 밤마다 찾아오던 허기가 꼬리를 감추기 시작했습니다.

버려지는 음식이 너무 많아 ‘음식쓰레기’라는 괴상한 말마저 생긴 요즘 시대에도, 청라 씨는 자신을 비롯해 많은 이들의 세포 속에는 여전히 굶어 죽으면 어쩌나 하는 불안이 새겨져 있는 것 같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그렇게 맛집에 열광하고 먹방에 빠져들고 야식을 시켜 먹는 건 아니냐면서요. 왜 그렇게 많이 먹고 싶어 하는지, 먹는 행위로 무엇을 채우고 싶은지에 대해서는 도통 관심을 두지 않은 채 말입니다.
청라 씨의 ‘단단한 일상 만들기’는 거기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허기와의 직면! 먹지 않고는 살 수 없는 생명체로서 허기에 마냥 휘둘리지 않고 그것을 잘 다루고 싶었다고나 할까요? 왜냐, 허기를 잘 다루는 것은 일상을 잘 영위하는 것과 아주 깊이 통하니까요. 잘 산다는 건 허기를 (포만감과는 다른 차원의) 충만감으로 바꾸는 일이나 마찬가지니까요. 청라 씨는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부엌에 깃들어야겠다 다짐했고, 그럼으로써 날마다 아주 조금씩 새로워지는 경험을 해나갑니다. 눈에 보이지 않게 조금씩 조금씩 자신의 빛깔로 밥을 지어나가고 자기 몫의 삶을 찾아갑니다.
저자

정청라

귀농14년차,결혼12년차되는산골아낙이랍니다.바구니하나만들고나가면먹을게지천인들판낙원에서,타고난게으름과씨름하며날마다밥상을차려내는마법을펼치고있지요.빼빼말랐어도밥은늘곱빼기로먹는신랑과엄마가해준음식이세계최고라생각하는세아이들,먹이를주면보석같은달걀로보답하는충직한닭들,배가고프면뒤를졸졸따라다니며밥달라시위하는고양이들,밥줄때마다껑충껑충뛰며환영의례를거행하는개……이렇게밥앞에서열광하는여러식구들덕분에밥짓는일에큰보람을느끼고있어요.밥짓기를통해우화등선의삶을짓겠다는야망을품고있다는건안비밀!지은책에『할머니탐구생활』을비롯해《우리농사이야기:천하의근본이어라》《청라이모의오순도순벼농사이야기》《여기는마실장이어라》가있습니다.

목차

글을시작하며/뭐먹고살아

1
해님을향한사랑고백과동지팥죽/희한한보릿국/꼬마손님들과만두빚기/알토란처럼살길바라며,토란탕/오래오래기다린단맛,조청/다울이혼자만든간식,고구마경단/우리집밥상의주인공은밥

2
마음속까지환한봄빛,봄나물샐러드/레시피는없다,나만의집빵/살아있음이그저고마워서,삼칠일떡/얼마나기다렸나‘딸기’/든든해요콩국수/씨감자의마음으로,알감자범벅/맷돌선생께감사하며,통밀과자/모유와분유사이에서,아가죽

3
쌀밥먹는개보들이,논을지키다/내송편엔무언가특별한게있다/만만해서고마운나무,감나무/김치가최고야!/마음을녹여버린그남자에게,아주특별한생일케이크/입맛을심는다,메주와청국장/특명,가래떡을구워라!/달걀한알의느낌

4
먹을거리를구하는새로운차원/복수초꽃요정의말씀,비움을두려워말라!/돼지감자와친해지기/꽃을먹고산다네/산딸기천국/불미나리대소동/때로는부드러운죽이되어/보들이를위한미역국

5
따끈따끈한수박/손수짠들기름이더꼬숩다/우리집암탉이알을낳았어요!/보석천지/무말랭이가가르쳐준것/메주에게/나를위해끓인생일미역국/밥상앞에서화내지말자

6
누가누구를먹여살리는가/저푸른초원위에그림같은집을짓고/똥이가르쳐준밥의길/파김치를파금치로만드는삶의연금술/메뉴가나를찾아온다/고구마비가내리던날/냉수의시대,따뜻함으로무장하며/다울이의요리쇼

글을마치며/밥을해주고싶다

출판사 서평

●껍데기로만살던삶을내던지고‘밥심’에기대어온전한알맹이로살기

요즘대부분의사람들은밥벌이를위해모든에너지를쏟느라,그리고그과정에서받은스트레스를먹는일로푸느라정작‘밥다운밥’‘생명력가득한먹거리’와는더멀어진채살아갑니다.

여기서잠깐,청라씨네밥상,그중에서도주인공격인‘밥’을한번들여다볼까요?직접기른현미와현미찹쌀,흑미가적당히뒤섞인쌀에통밀,겉보리,수수,율무,조와같은갖가지잡곡을섞어하룻밤물에불립니다.씻어서조리질한뒤소쿠리에담아젖은면보를덮어다시발아현미가되는과정을거칩니다.거기에물에불린옥수수와밤말랭이,은행,콩등을넣고압력솥에밥을짓습니다.“요즘같이바쁜세상에이게무슨신선놀음이냐고?그렇다.나는밥짓기를신선놀음이라생각한다.(신선놀음을하는내가곧신선팔자?우와!)”청라씨는이렇게농반진반이야기를하지만,그러면서도누구나이런과정을거쳐밥을지을수는없어도한번생각해보자고하네요.“우리는도대체무엇을위해사는지?우리삶은앞뒤가바뀌어도단단히바뀌어있는건아닌지”를요.

언젠가청라씨네집에친구가찾아왔습니다.유방암으로항암치료끝에완치판정을받은지얼마안된여성으로,침뜸교육을받다알게된동갑네기애기엄마였죠.그녀는땅에뿌리를내리고사는청라씨를부러워했지만남편의반대로시골행을택하진못했습니다.모든결정에‘남편이,남편이,남편이……’를연발하는그녀를보며청라씨는“오늘이좋아야내일도좋다고,무조건참고견디는게능사는아니라”고조언을하기도합니다.
그러던어느날,빈집을알아봐달라는그녀의연락을받습니다.암이간으로전이되었고,그제야남편도원하는대로하라고했다네요.그런데청라씨가소개하는마을의빈집에는관심을보이지않고,남편은크게주차장들이고조립식으로집하나지을널찍한땅은없냐며,벌써부터지인들불러고기구워먹을생각을하고있었습니다.결국그들부부는남편회사가까운곳에땅을샀고,집짓는과정에서부인은건강이악화되어그토록피하고싶었던항암치료를또다시받았고,몇번의죽을고비도넘겼다는소식을전하며,텃밭에뿌릴씨앗을얻으러오겠다고합니다.

청라씨는그동안얼마나고생이많았겠나싶어밥상에응원의마음을담습니다.팥듬뿍넣어밥을짓고,암에좋은뿌리채소중하나인토란으로탕을끓입니다.다시마담가놓은쌀뜨물에미리살짝삶아껍질까놓은토란을넣고,무와당근도썰어넣고,진하게간생들깨와된장을넣어푹끓입니다.탕이끓는동안죽순나물을볶고,밭에서막뽑아온당근과배추로청국장샐러드,거기에다동치미썰어올리고,숯불에김굽고……평소에도밥이약이되어야한다는생각으로밥상을차리지만이날은더더욱약이되라는마음을보탭니다.그녀가알토란처럼알차게자기삶을살기를바라는마음까지도담아서.

“그동안이밥상이얼마나그리웠나몰라요.”
그녀는울먹이며숟가락을들었고,다행히밥을맛나게먹었습니다.
이렇게우리모두‘밥심’에기대어살아가고있음을새삼떠올리며청라씨는생각합니다.‘사는게뭐별건가?잘먹고,그힘으로잘사는것.그렇다면잘산다는건?남눈치볼것없이내가나를나답게사는것.지금껏실속없이껍데기로만살던삶을내던지고온전히알맹이로살기!’

청라씨는시금치,당근,완두콩,구억배추,울타리콩등여러씨앗을챙겨보내며속으로당부하고또당부합니다.지금부터는알맹이만생각하라고,그리하여그녀만의씨앗으로솟구쳐오르고,그녀만의밥상을차려내라고!이아픔이부디그녀에게가장소중한스승이자메시지가되어그녀의길을이끌어주기를,더불어거품을걷어내고진정붙잡아야할삶이무언지가르쳐주기를.

●“나는당신에게밥을해주고싶어요.당신의밥이되고싶어요”

이책에는이렇게밥상을통해우리삶의모습을되돌아보게하는,그리고단단한삶을만들어가고싶은우리안의깊은욕구를톡톡건드리는이야기47편이실려있습니다.그리고밥상을차릴때유념하는‘청라네밥상지침’일곱가지도팁처럼실어두었고요.

동지에팥죽을끓이고해님맞이하러들판에나가고,만두빚기,가래떡굽기등아이들과함께요리를하면서자신의입맛을찾는방법을알려주고,모유가충분하지않아땅엄마가주신곡물로아가죽을만들고,조청을만들고또과일이익어가길기다리면서기다림이주는깊은맛을알아가고,들판에널린온갖것들을재료삼으면서자연에순응하는것이욕망을억누르고가치나명분에끌려가는것이아니라오히려지금내게주어진모든것을역동적으로받아들이는것임을알아가고,생일맞은자신을위해,자신을닮은담백한미역국을끓이며힘들때도많았지만용케잘살아낸자신을축하하기도하는등다채로운이야기가,다채로운소재속에맛깔나게담겨있습니다.
먹거리를중심에두었으나재료나레시피소개를넘은참살이에대한이야기입니다.부엌에서,텃밭에서,뒷산에서얻은온갖생명들로또다른생명인청라씨자신의몸과세아이들을키워내며배운생명에관한이야기이기도하지요.

이책을마무리하며,청라씨는이런고백아닌고백을합니다.
“만날밥사먹는사람을보면,힘든일로지쳐있는사람을보면,토라진얼굴로등돌린사람을보면밥을해주고싶다.밖에서뛰노는아이들을보면,뭐라도나눠주고싶어하는사람을보면밥을해주고싶다.힘들때도많았지만,용케여기까지잘살아온나를위해서도정성들여밥을해주고싶다.내가손수밥상을차려내기전엔그저밥사주는사람이멋져보이고좋았을뿐밥해주는사람은당연하게여겼다.하지만나는이제안다.밥해주는사람이얼마나멋지고훌륭한지를!그건자기존재를밥으로내어주는보시와도같다는것을!그러니설레고떨리는마음으로고백해본다.‘나는당신에게밥을해주고싶어요.당신의밥이되고싶어요’하고.온세상이자신을밥으로내어준것처럼나도그렇게살고싶다.”

부디,언젠가,청라씨네밥을맛볼수있기를,그전에‘생명력가득한밥’닮은청라씨글을먼저맛나게드시기를,그리고살아있는밥상을손수차려내여태까지용케잘살아낸자신을위로하고,좀더단단한일상을만들어가는날이당신에게도찾아오기를!

아,그리고청라씨의그‘명품밥’을매일먹으며싱싱하게커가는열두살큰아들다울이가이책의표지와내지에그려준쉰네컷의재치있고사랑스런그림들도양념처럼맛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