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가족은 어렵습니다만 (1년간의 가족여행, 그것은 '가족 속으로' 떠난 여행이었다)

여전히 가족은 어렵습니다만 (1년간의 가족여행, 그것은 '가족 속으로' 떠난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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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 “지금이 아니면 평생 한이 될 것 같다”는 엄마의 말로 시작된 1년간의 가족 여행
학교를 떠난 19세 수험생, 동생 수빈
교회를 떠난 53세 목사, 엄마 경자
밭을 떠난 55세 농부, 아빠 규대
그리고 직장을 떠난 26세 나, 은빈

이 책은, 이렇게 네 식구가 하던 일 다 접고 해외 여러 공동체를 여행한 1년간의 ‘가족 여행기’이자, 서로의 일상으로, 가슴으로, 상처 속으로 파고든 ‘가족 속으로 떠난 여행기’이다.
저자

박은빈

어려서부터감정이여리고섬세해쉽게눈물을글썽이는아이였다.어떤이유에서인지그런나를스스로부끄럽게혹은지나치다고여겼다.열두살이되었을때,여러일을겪으며인생은꽤나쓸쓸하고괴로운것이라생각하게되었다.귀농한아빠의제안으로대안교육을하는충남의한농고를다니게되면서자연으로부터깊은위로를받았고,그때부터‘시골마을공동체’만드는삶을꿈꾸게되었다.
대학졸업과동시에꿈을현실화하기위해큰기대를품고시골의한교육농장에취직,사계절순환하는밭의아름다움에푹빠져지냈다.하지만인생은때때로내맘처럼흘러가지않았고,뜻밖에찾아온시련을겪으면서,밭을가꾸는것만큼이나마음밭을가꾸는것도중요하다는걸알게되었다.명상하는목사엄마의권유로청소년기에접했던‘마음챙김’을본격적으로배우고언젠가부터자칭‘명상덕후’가되었다.
그러던중20대중반,엄마의제안으로시작된1년여에걸친유럽가족여행을하면서인생의큰관문을하나통과한느낌이다.그덕분에이제어떤일이찾아오든전보다유연하게맞이할줄알게되었고,무엇보다초예민한자신을사랑하게되었다.
여행전까지는‘농사’를안내하는일을했고,지금은‘명상’을안내하는일을하고있다.나중에는아름다운밭에서농사와명상을함께안내하고있는자신의모습을꿈꾼다.
인스타그램@ultimate_been

목차

프롤로그_1년간의가족여행,그것은‘가족’속으로떠난여행이었다.

1.우리,정말떠날수있을까?
엄마의오래된꿈
열두살은빈이
농사냐,여행이냐?
우리,정말떠날수있을까?
경자의러브레터
미루고미루던작별인사
26살의이륙

2.사고다발구간,가족과안전거리를유지하세요
첫도착지,브루더호프
어쩌다우리가여기서……
처음본아빠의눈물
와이파이소녀의질문
웃으면서하는여행은딱보름까지
불편한아빠
사고다발구간,가족과안전거리를유지하세요
아무도믿을수없었다
나는아직도가족에게적응중
취미는농사
나,여기있어요
수빈이가서울에서살았더라면
비오던어느날의외국인노동자가족
다~내탓
잘알지도못하면서

3.가족모임을권합니다
가족을대하는또다른자세
자신과화해한사람만이깊은잠에들수있다
나를있는그대로풀어놓을수있는곳
박씨네이발소
가족모임을권합니다
나에게만낭만적인오프그리드
20년넘게살았지만우린여전히남남
아빠에게는조언,나에게는잔소리
아빠,나김민기노래좋아해
다시닫혀버린마음의문
내감정의밑바닥
니체가말했다

4.내가좋아하는걸너도좋아하게된여행
동생이변했어요
내가좋아하는걸너도좋아하게된여행
일곱살어린친구
옆에있지만먼곳처럼느껴지는
엄마,그때왜울었어?
전면파업에돌입한몸뚱이
프랑스동쪽에서시작된로맨스
스물여섯살다니엘
꿈을꾸는우리는지금여기에
붙어있기는싫고,없으면허전한사람들
사랑은엄청나게크거나대단한게아니야
두려울땐두려워하면돼
그에게하지못했던말
작은변화
내마음이향하는곳
다시만난세계
사랑의생존수영법
호랑이굴에들어가야호랑이를잡는다
사랑은집배원처럼
그래서우리는전보다자유로워졌는가?

5.다시겨울,그리고집
다시시작한여행
농부아빠와농부딸
아빠,미안해
열아홉살자퇴생의고민
엄마를위해할수있는일
낯간지러운칭찬타임
가장인상깊었던사람은누구야?
우리그만한국가자
우리끼리자동차로달린터키5천킬로미터
내가바라는여행의엔딩
진로상담에는나이제한이없습니다
다시겨울,그리고집
1년후,변한것과변하지않은것

부록★여행팁

출판사 서평

●1년365일,24시간내내붙어있게될가족여행이사실난두려웠다

50대중반,흔히말하는갱년기를지나는엄마와아빠,그리고고3수험생,이제막사회생활을시작한나.저마다인생의특별한지점들을지나고있던우리가4박5일짧은관광여행도아니고,1년간이나해외로도는긴여행을떠나기까지사실쉽지는않았다.
오랫동안혼자서유기농농사를지어온아빠와지역의작은교회교육목사로일해온엄마,돈벌이(생태농장에서일하고있었다)를시작한지얼마안된,게다가학자금대출을갚던중이던나.상황이이렇다보니하던일을모두접기도,경제적인문제를고려하지않을수도없었다.
그럼에도“지금이아니면평생한이될것같다”는엄마의말에힘을실어주고싶었던나는우리가족에게잘어울리는여행의방식을고민했다.그러다일하고숙식을제공받는우프WWOOF를떠올렸다.유기농가와자원봉사자를연결하는세계적네트워크인우프를통해유럽의여러생태공동체와영성공동체를여행하기로한것이다.?농사를짓고있는아빠와나는생태공동체에관심이많고,목사인엄마는영성공동체에관심이많으니우리가족에게는더할나위없이잘어울리는여행의방식이아닐수없었다.경제적인절약은덤이고말이다.
그러나내가풀어야할숙제는따로있었다.함께산시간보다떨어져지낸시간이더길었던가족과1년365일,24시간내내붙어있게될상황에대한낯섦과두려움을직면해야한다는것이었다.?함께여행하면서그길었던공백을어떻게마주하게될지,아니더정확히는그시간을통해나에게찾아올변화가벌써부터두려웠다.

●가족간안전거리를유지해야하는‘사고다발구간’을지나가족모임까지

내나이열두살때,아빠는농사를짓겠다며직장을그만두고혼자서시골행을택했다.아빠의부재를티내지않으려고,또주변어른들에게책잡히지않으려고일찌감치어른스러움을택한나는,어쩌면그때부터부모의사랑과인정에더욱목마른상태가되었는지도모르겠다.엎친데덮친격으로하루아침에학교에서도따돌림을당하며외톨이가되어버린나는최악의사춘기를지나고있었다.?
아빠의권유로대안교육을하는충남의한농고를다니게되면서다행히자연과친구들로부터조금씩치유받기시작했고그때부터‘농촌마을공동체’만드는삶을꿈꾸게되었다.

그러나그이후에또다른시련이찾아왔다.믿고따르던어른으로부터성폭력을당한것이다.그일이후나는다시는그런일을겪지않기위해주변남성들,특히나중년남성들을경계하는버릇이생겼다.내면에추악한이중성을감춘인간일지모른다는의심의눈으로그들을바라봤다.종종의심의단서들이우연의일치처럼들어맞으면나의과대망상은더욱견고한실재가되어내안에자리잡았다.심지어아빠또한그런이중성을가진사람일수있다는의심까지들었다.

아빠가하는말이라면뭐든따랐던나는,이제사람의말과행동이모순될수도있다는걸알만큼자랐지만,내안의어린나는아직그런아빠를용납할수없었다.
그러다보니어릴적나에게했던말과여행중가까이서보게된아빠의행동이일치되지않기라도하면나는필요이상으로분노했고,훈계라도하는것같으면무섭도록차갑게아빠를밀쳐냈다.그렇게한번씩마음속에해일이일면,제어되지않은나의감정이다른가족들을향해서도무차별적으로쏟아졌다.?나만의안전지대는시간이갈수록가족들에게무방비로노출되었고,나는가족들의사소한행동과말투,표정하나에도예민해져갔다.
영국의브루더호프공동체를시작으로보름정도마다공동체를옮겨다닌우리는금세그것이익숙한일상이되어버렸고,한지붕아래있으면서도함께일하는시간외에는남남처럼각자방에들어가좀처럼얼굴을보이지않게되었다.급기야나는가족과함께있는게싫었고여행을그만두고싶었다.가족으로부터멀리도망치고싶은내게그러나그들을피할수없도록하는장치가필요하다고여긴나는,여행을하는동안한달에한번씩가족모임을하자고제안했다.하루24시간붙어있지만정작서로를이해하지못하는순간이많고자주폭발했던우리에게꼭필요한시간이기도했다.아마도가슴저밑에오랫동안숨어있던,그들을사랑하고싶고사랑받고싶었던마음이저지른일이었을것이다.

그렇게유럽의여러공동체를도는동안,우리는각자에게거울이되어서로를비춰주었고,그것은피하고싶어도피할수없는끈질김으로다가와한편으론서로에게아픔이되기도,다른한편으로는그아픔을대면할용기를주기도했다.또조금씩서로를향해마음을열고이야기할수있는통로가되어주기도했고,각자의살아온시간을돌아볼기회를제공하기도했다.
학력으로는중졸이되어버린동생만이아니라이제는체력적으로힘에부친농사일을언제까지할수있을지고민인아빠나,모든걸그만두고떠나온엄마도제2의인생을준비해야했고,나역시원래의일터로돌아가지못할것임을예감하고있었기에우리는가족간에새로운관계맺기와동시에각자의인생에있어서도새로운도화지를펼쳐가고있었다.

●‘가족여행기’이자서로의일상으로,가슴으로,상처로파고든‘가족속으로떠난여행기’

다른색깔,다른철학,저마다의방식으로운영되는여러공동체에서우리는많은사람들을만났고,그들로부터배우고,감동받았다.그런반면납득이되지않는상황을맞닥뜨리기도하고,그러는중에로맨스도생겨나는등1년간의여행속에서다양한이야기들이탄생했다.‘공동체탐방기’가하나의무대가되어주었다면,그위에서펼쳐진진짜이야기는아마도우리가족이서로의일상으로,가슴으로,상처속으로파고든‘가족속으로떠난여행기’일것이다.

와이파이와아이돌그룹에매달려있던동생은천천히산책을하기시작하고,또어느날엔가는나에게왜농사를짓느냐며내가좋아하는것에관심을보이고,어쩌다요리를하게된날이후부터자신에게요리에재능이있음을발견하면서앞으로어떤삶을살아야할지고민해가기시작했다.
농사짓는남편대신어느정도의경제적책임을지느라,또연로하신할머니를돌보느라,우리두딸을키우느라힘들고바빴던엄마는그렇게열심히산자신의삶에대한선물로서이여행을즐겼고,조금더많이웃게되었다.
쌓이고쌓였던가족에대한,특히아빠에대한26년치징징거림을여행하는1년동안다풀어낸딸의뾰족함을말없이받아낸아빠는,여행후에야아팠던속내를보여주었고,나는그제야내가씌워놓은망상의그림자를거둔채진짜로아빠를만날수있었다.
아빠이기전에박규대로,엄마이기전에송경자로,동생이기전에박수빈으로만날수있게해준여행이었다.

●여전히가족은어렵습니다만……

나는어려서부터종종생각했다.‘가족은왜있는걸까?’어른이되어도나에게가족은여전히어려운사람들이었다.지금받고있는사랑보다늘더많은사랑을달라고바라게되는존재들이었다.가족여행을하는동안나는자연스레더자주가족에대해질문하게되었다.그런데재미있는건가족에대한질문이점점나자신에대한질문으로바뀌어갔다는점이다.
?두려움으로시작한가족여행은결국나를사랑하게된여행이되었고,사랑하는법을배우게된나는저바깥의누군가에게사랑을구하려찾아헤매는일이점점줄게되었다.

코로나로예전처럼맘껏여행할수없는시대가되었다.반면가족간에는더많이붙어있을수밖에없는상황이되었다.이시기를,더가까이가고싶었지만용기가없어서혹은또다른이유로솔직할수없었던가족간에‘진짜여행’을떠나볼기회로삼아보면좋겠다.서로의가슴으로떠나는여행을시작한다면,유럽의어느공동체로,또는그밖의다른어느곳으로떠나는여행보다멋진여행이될거라믿어의심치않는다.한달에한번가족모임이라는형태로그여정을시작해봐도좋고,각자상상하는여행의모습을나눠보는것도좋겠다.각자의미래모습을공유해봐도좋고말이다.

여행을마친우리가족은지금어떠냐고?여느가족들처럼여전히가깝고도때때로낯설고어렵다.다만달라진게있다면전보다함께있는시간을더좋아하게되었고,서로에게좀더솔직해졌다는것이다.그리고우리의일상이아주조금가벼워졌다.마치아직여행이끝나지않은사람들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