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잠들면 서재로 숨었다 (육아에 무너진 여자를 일으킨 독서의 조각들)

아이가 잠들면 서재로 숨었다 (육아에 무너진 여자를 일으킨 독서의 조각들)

$13.00
Description
출산, 육아, 경력단절…
그 뒤에 건져낸 어떤 우아함의 기록
“결혼이 서울에서 부산으로 옮겨 가는 지역 이사 수준이라면,
출산은 지구에서 화성으로 옮겨 가는 행성 이동 차원이랄까.
작디작은 아이는 우리가 만들고 유지해온 모든 것을 뒤집었다.”
_ 본문 중에서

아무것도 아닌 일들을 전부 못하게 되었다. 화장실 문을 닫고 볼일을 본다거나, 식탁에 앉아 밥을 먹는다거나, 지갑과 핸드폰만 챙겨 핸드백을 메고 나선다거나. 무엇을 상상했든, 아기를 키우는 삶은 그 이상의 폭풍이고 ‘멘붕’이었다. 알랭 드 보통은 “아기보다는 일반 가전제품이 더 상세한 취급 설명서와 함께 온다”고 했던가.
산후 우울증의 수렁에서 저자는 모든 걸 잃었다고 생각했다. 직업, 자존감, 사람들과의 유대, 단잠의 행복, 내일에 대한 기대, 살아야 하는 이유마저도. 그때 지푸라기라도 붙잡듯 몇 권의 책에 매달렸다. 온데간데없이 사라지는 5분일지라도, 쪼그리고 앉아야 하는 한 평일지라도, 책이 있는 시간과 공간은 유일무이한 구원이었다. 저자는 이제, ‘엄마’라는 이름으로 고립된 수많은 여성과 그 구원의 시간을 공유하고자 한다. 우리 다시, 우아해질 시간이라 귀띔하며.
저자

김슬기

저자김슬기
글을읽고쓰는걸좋아해
글을읽고쓰는걸가르치다
글을읽고쓰는삶을살기시작했다.

더도덜도말고꼭너같은딸을낳아키워보라는
엄마들의흔한저주에걸려아이와함께자라는중.

오늘도먹이고입히며내시간을긁어모아
이렇게평범할수없는하루를기록하며
무엇이되지않아도좋은오늘을산다.

목차

프롤로그
:오롯이당신혼자숨어들수있는곳

1장.서재에서찾은거울
:변해버린몸뚱이가낯설때

2장.서재에서놓은마음
:못난엄마라는죄책감에시달릴때

3장.서재에서그친울음
:자꾸만욱하는내모습이끔찍할때

4장.서재에서만진불빛
:생기넘치던시절이그리울때

5장.서재에서쌓은자존
:내가하는일이하찮게느껴질때

6장.서재에서더한사랑
:남편이마냥귀찮고성가실때

7장.서재에서잊은불안
:이렇게키워도되는건지걱정될때

8장.서재에서건넌우주
:아이밖에모르는일상이답답할때

9장.서재에서자란역사
:매일똑같은시야가안타까울때

10장.서재에서심은나무
:나아지지않는세상이막막할때

출판사 서평

네이버블로그180만뷰!
‘엄마’가익숙하지않은여자들의공감과성원

“한여자가자신의삶에대한진실을말하게되면어떻게될까.아마세상은터져버릴것이다.”미국의페미니스트시인뮤리엘루카이저는말했다.여자를‘엄마’로바꿔보면어떨까.기나긴모성신화의견고한틀을깨기시작한여성들이,저출산으로인한인구감소위기를앵무새처럼떠드는국가와‘미투’로폭발한페미니즘의물결사이어디쯤에서,진실을말하기시작했다.《아이가잠들면서재로숨었다》의저자는2012년11월아이를낳았다.출산은신성하며아이는축복이고육아는숭고하다는오래된믿음속에서그녀는감히‘죽지못해사는지옥’을겪었다.결코벗어날수없을것같았던늪에서구원의빛을발견한것은,가감없는고백을토해내듯블로그에써내려가기시작하면서부터다.
단체보다개인을선호하고떠들썩함보다고요를사랑하며,혼자있을시간이부족하면병이나는사람이었던저자는그러던어느날손수책모임을만들었다.매일똑같은하루,경력단절로마주한고립감에서탈출하고자기꺼이우물을판것이다.책을보고고르고집어들어식탁위에,책상위에올려두는단계까지,읽는‘척’이라도하는모임을목표로했다.나의회복을위해너의손을붙잡고,너의행복을위해나의손을내밀면서,누구의딸,누구의아내,누구의며느리,누구의엄마에서‘나’로돌아오는경험을나누었다.온라인과오프라인을넘나드는모임과성심가득한저자의독서일기에수많은엄마들이함께울고웃었다.

책으로한철을살아냈다
내모든것을가둔‘엄마’라는이름속에서

물론독서가모든것을해결해주지는않는다.회의와번뇌는수시로찾아온다.남편의편의점운영을돕다가‘이런일하실분들이아닌것같은데…’라는말을듣고괜히움츠러들고,아이의유치원친구들은알파벳을줄줄읊는데우리아이만뒤처지는건아닌지불안해진다.평범하고보잘것없는내가매일같이책을읽고끄적이는쓸데없는짓일랑그만두고밖에나가다만한푼이라도벌어와야하는게아닐지흔들리기도한다.그러나그런순간에는또다시그순간을버티게해주는책을운명처럼만난다.그녀의운명은니체,칼세이건,에드워드카와같이견고한학문적세계를구축한이들을비롯해현대의심리학자,소설가,아이가읽는동화를쓰고그리는작가들까지다채롭다.세상이강요하는역할을감당하기버거울때마다,그운명의책들은저마다의얼굴로다가와‘당신은다만당신자신으로살아가면된다’고말해준다.

[책속으로추가]
우리는출퇴근이가능한거리에있으면서최소하루1시간아이와함께시간을보낼수있는직장을원했다.하지만현실의벽을깨닫는데에는그리긴시간이걸리지않았다.대한민국에서네살짜리아이와하루1시간자유롭게시간을보낼수있는회사를찾기란불가능에가까웠다.세식구가함께살기위해그는전공과경력,연봉모두를포기했다.우리는반드시필요한우리가족의최저생계비를정하고,가지고있는돈안에서할수있는일,근무시간을탄력적으로조절할수있는일을찾았다.그리고우리는편의점을시작했다.
p.110

최연소맨부커상수상작가라는타이틀을가진엘리너캐턴은소설《리허설》에서세상의엄마들을신랄하게비판한다.아무것도이룬게없어칙칙한자신의모습을감추고싶은엄마들이자식을자기가슴에메달처럼붙이고다닌다니!나에게하는말인양짐짓당황해화끈거리는얼굴로내가슴을내려다본다.서늘해지는등줄기를느끼며나는나에게묻는다.‘나는어떤엄마지?나는내삶에서부족한것을아이를통해채우려고하지않았나?이건어쩔수없는상황이라고합리화하며나의무능함을희생으로포장하려고들지않았나?’
p.157

칼세이건은내머리통을사뿐히잡아육중한내몸을단숨에지구밖으로끌어올렸다.드넓은우주한복판을동동떠다니게된나는더이상누구의아내,누구의며느리,누구의엄마일수없었다.내아이와시댁문제,골치아픈회사문제,갑갑하기만한대한민국정치판에고정된나의시야는새까만우주위에서폭발했다.‘아.나는그냥먼지이고티끌이구나.광활한우주속의모래알하나,거대한세상속의점하나일뿐.이렇게작고하찮은내가코스모스의일부였구나.우리모두가이경이로운우주의질서속에서서로연결되어있구나!’
p.170~171

대한민국에서주저없이당당하게“나는행복해요”말할수있는엄마가대체몇이나될까?나는행복한엄마는커녕살고싶지않은엄마였다.엄마라는굴레에서벗어나고싶었고,엄마라는세상에서탈출하고싶었다.끝없이반복되는하루하루가불행이었고,마지못해끌려가는하루하루가절망이었다.이런엄마들이가득한사회에희망은없다.나는나를위해,내아이를위해,나와같은절망의시간을보내고있는엄마들을위해,그가정을위해,지금이자리에서내가할수있는일을찾아실천하기시작했다.
p.220~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