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제 낭만을 이야기합시다 (신경질적인 도시를 사랑하며 사는 법에 관하여)

우리 이제 낭만을 이야기합시다 (신경질적인 도시를 사랑하며 사는 법에 관하여)

$14.59
Description
욕망의 도시에 발붙인 채, 시시한 어른으로 늙지 않으려 살아낸 삶의 흔적들!
《허프포스트코리아》 김도훈 편집장의 첫 번째 에세이 『우리 이제 낭만을 이야기합시다』. 사람, 영화, 도시, 옷, 물건, 정치까지 다루는 대상에 제한 없이, 정제된 단문으로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대한 모든 것을 보고 쓰는 저자가 2004년부터 써온 글 가운데 솎아내고 엮은, 가장 아끼는 글들을 담았다. 매체에 기고하지 않고 남겨두었던 개인적인 에피소드까지 만나볼 수 있다.

마산에서 태어나 외항선 선장이었던 아버지가 사다 준 일본 장난감을 친구들에게 자랑하거나 프라모델을 조립하거나 썩은 바다에서 게를 잡으며 유년을 보내고, 영화 잡지가 생겨나던, 저자에 따르면 한국 역사상 가장 멋지게 얄팍했던 90년대에 대학을 다녔고, 지금은 신경질적인 소음으로 가득한 서울에서 중년에 접어드는 중인 저자의 어른스러운 청년의 사려 깊음과 청년 같은 중년의 재기 발랄함이 엿보이는 문장들이 담겨 있다.

자존감이 강해 누군가에게 작은 우울함과 슬픔의 사인도 보내고 싶지 않았고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던 어느 날 밤 문득 ‘가야겠다’고 읊조린 후 상담을 받으러 가기까지, 온라인 매체에서 일하면서도 새 잡지를 주문한 뒤 종이 냄새를 맡으며 안온함을 느끼는 잡지 중독자의 삶처럼 30대 중반부터 40대 중반까지 품격과 허영 사이에서, 쓸모와 쓸모없음 사이에서, 옮음과 현실 사이에서 갈지자걸음을 걸으며 신경질적인 도시를 견뎌낸 기록이 뒤엉켜 있는 이 책에서 늘 변화의 최전선에 있는 저자의 속마음, 그 특별한 상태들을 들여다볼 수 있다.
저자

김도훈

마산에서태어나부산에서자랐다.대학을졸업하고잠시영국브리스틀로건너가보조교사를했다.귀국후영화잡지〈씨네21〉에취재기자로입사해서울살이를시작했다가,교통사고처럼고양이한솔로와사랑에빠져서울에눌러살고있다.패션잡지〈긱매거진〉피쳐디렉터를거쳐지금은〈허프포스트코리아〉편집장으로있다.세상에서일어나는모든일에대한모든것을보고쓴다.

목차

서문_위악적이지만필요한것이있다

1부_괜찮음과안괜찮음사이에서
나는포르쉐를사야했다
상담을받았다
바다는고양이에게있었다
마산에서일어난일은마산에머물러야한다
나는모든것을모은다
김찬삼의세계여행기
트렌치코트를입은여인
아버지의마중
개가죽었다
어젯밤의카레맛
화초토막살해범의눈물
나는잡지중독자다
나,어른은아니었네
나는운동을하지않는다
얄팍한시대의퇴장
우리는모두썸머홀리데이를간다
젊음을봉인한영화
어쩌겠나,모두가다프트펑크가될순없는걸
너의엑스세대아저씨

2부_품격과허영사이에서
인간의집
장인의흔적
서울도희망이있었다
서울에관한가장아름다운영화는잊힌영화다
베이글을샀다
쏙독새의카페에는쏙독새의마음이있다
세상에서가장마법같은한마디
모두가커피를들고쇼윈도를들여다봤다
옷방을정리했다
생수를샀다
100퍼센트의택시는존재한다
나는운전을하지않을것이다
완벽하게무의미하게
가난하고섹시하게
폴린카엘은남았다
잡지가사라졌다
금각사를불태우라

3부_쓸모와쓸모없음사이에서
나는장난감을사는중년인다
쓸모있는쓸모없는것들
나는왜지방시를태우지못했는가
신다보니좋았고,좋다보니신었다
티셔츠는캔버스다
100퍼센트의면티를찾는법
여자옷을샀다
스카프는화려하고당신은용감하다
평양의니콜라스케이지
신발을샀다
안경을샀다
나는모카포트를포기하고야말았다
커피와담배는한때는커플이었다
비행기에서마시는신의물방울
마지막음식
물은물이고라면은라면이다

4부_옳음과현실사이에서
우리에게는더많은백플립이필요하다
나는모피를반대하지않는다
슬픈쥐를보았다1
슬픈쥐를보았다2
동물윤리적으로사과하기,동물윤리적으로겨울나기
나는비닐백이아니랍니다
정글짐을돌려줘
옳은시위와틀린시위
정치적으로불공정한웃기는농담
진보·보수를수술로고칠수있을까?
‘월가’아닌우리모두의얼굴에침뱉기
우주에서죽은개

출판사 서평

도시를잘살기위해서는조건이있다.자기만의공간,미래에대한계획,애정을쏟을대상,경제적인안정등.하지만도시는그자체로조건이다.변화하는환경이라는조건이다.잘살고싶은마음과환경이꼭맞아떨어지지않을때,우리삶은도무지괜찮지가않다.도시는완벽한휴양지가아니다.완벽하게무의미하게살수없다.괜찮아지기위해서는의미를찾아내야한다.아스팔트에발붙이고산다는건그런것이다.
그러나내리막을걷는사회에서우리의마음에는냉소와절망,무관심이자리하기쉽다.마음의크기는나이가들수록더작아지고,남에게는물론자신에게도솔직하기가점점어렵다.이렇게약해질대로약해진우리의마음은뒤틀린욕망의산물이다.그런데공허한마음을쉴새없이메우는위로는너무쉽거나때로무책임하다.욕망을긍정하지않고이도시에서살아가는건가능한일일까?오히려이욕망의도시를살아가는누구라도,실은더근사한삶을욕망하고있지않은가?
그러니괜찮다는위로보다필요한건한줌의낭만이다.여기,고양이와에비앙을나눠마시는작은허영을부리고,그토록사랑하는라이더재킷을윤리적패션이라는미명하에참아내며,쓸모없는장난감이갖는쓸모있음을이야기하는,말하자면‘도시적인’낭만이있다.그건소비사회의세속적욕망을긍정하면서도현실에잠식당하지않는어떤틈을열어젖힌다.곳곳에부끄러움과자아도취가배어있는,무엇보다솔직한글에는욕망의도시에발붙이고도균형을잃지않고,시시한어른으로늙지않으려삶을열심히살아낸흔적이가득하다.

“김도훈은당대의냄새를맡을줄안다.”
늘변화의최전선에서있는사람의취향과속내,
솔직한허영과자조적유머를엿보다

이책은〈허프포스트코리아〉편집장김도훈의첫번째에세이다.그는영화잡지〈씨네21〉의취재기자로경력을시작해패션잡지〈긱매거진〉의피쳐디렉터를거쳤다.뉴미디어관련인터뷰나영화GV현장에서도볼수있는그는〈엘르코리아〉,〈디에디트〉,〈빌리브〉같은라이프스타일잡지나공간매거진부터〈한겨레21〉같은시사주간지에도자주이름을올린다.주변에서는그를일중독자라고말한다.자신은잡지중독자일뿐이라고말하지만,온갖매체에등장하는걸보면아무래도일중독자맞다.잡지중독자도맞다.

2004년부터글쓰는업을해온그의글을많은매체가계속해서원하는데에는이유가있다.늘새로운것을받아들이고,그것을글로다룰줄알기때문이다.그는언제나변화의최전선에있다.거대담론이저물고영화가새로운담론을만들던시기에는영화잡지에있었다.옷을너무나사랑하는그는가장빠르게변하는분야중하나인패션잡지에도몸을담았다.온라인매체가대안으로떠오르던2014년부터지금까지대표적인뉴미디어의편집장으로있다.
사람,영화,도시,옷,물건,정치까지그가글로다루는대상에는제한이없다.정제된단문으로세상에서일어나는모든일에대한모든것을보고쓴다.이책에솎아내고엮은글들은그가17년동안써온글중가장아끼는것들이다.매체에기고하지않고남겨두었던개인적에피소드들도있다.거기엔솔직한허영과자조적유머가있다.세련된취향을쌓아올린순간의감각들이있다.그러니이책을읽는건늘변화의최전선에있는사람의속마음을,그특별한상태들을들여다볼기회를갖는것이다.

정제된단문에는어른스러운청년의사려깊음이,
청년같은중년의재기발랄함이있다.

김도훈은외항선선장이었던아버지가사다준일본장난감을친구들에게자랑하거나프라모델을조립하거나썩은바다에서게를잡으며유년을보냈다.한국최초의세계여행기〈김찬삼의세계여행〉을보면서언젠가바다를건너겠다는꿈을꾸며청소년기를보냈다.그리고캠퍼스강당에서불법복제된〈중경삼림〉을상영하고영화잡지가생겨나던,그에따르면‘한국역사상가장멋지게얄팍했던’90년대에대학을다녔다.그리고지금,신경질적인소음으로가득한서울에서,그에따르면‘착실하고성실하게’중년에접어드는중이다.하지만편집자가보기에아무래도‘착실한중년’이되기엔틀린것같다.이글이그증거다.

“친구의집도거기에있었다.담쟁이넝쿨도거기에있었다.정원도거기에있었다.벨도거기에있었다.벨을누르기만하면친구를만날수있었다.건너편에앉아서담배를한대피웠다.담배를세번목으로넘기기도전에누군가의실루엣이철제문뒤로보였다.친구였다.어린시절보다좀더살이찌고,30대중반이된친구가거기에있었다.추리닝을입고있었다.정원에물을주고있었다.(중략)
나는곧장서울로올라왔다.매몰차게거대한서울은피하고싶은기억으로부터가장안전한도시였다.바다도없었다.항구도없었다.적산가옥이모여있는동네도없었다.친구의이층집도없었다.정원에서물을주다가문득돌아보는친구도없었다.서울에는과거를떠오르게할어떤것도없었다.존재하는건오직미래뿐이었다.미래는흐릿해서무서웠다.과거처럼선명해서무섭지는않았다.”
-〈1부_괜찮음과안괜찮음사이에서〉,‘마산에서일어난일은마산에머물러야한다’중

이글에서는80년대항구도시마산의적산가옥골목과유년의기억을떠올리게하는친구가등장한다.그러나자신은결국선명해서무서운과거로부터흐릿해서무서운미래로도망쳐버린다.확실한과거의공포와불확실한미래의불안.선택지가앞에있을때,사람은보다견디기편한쪽을택하게마련이다.그에게는불확실함쪽이견디기편했던모양이다.불확실함속에서감각하는안정.그건거대한도시의속성과도잘포개진다.

도시는늘변화하고많은게불확실하다.도시에는너무많은사람들이있다.너무많은일들이벌어진다.너무복잡한것들로가득하다.그런채로작동한다.그래서도시에산다면어느정도무관심할수밖에없다.어느정도의외로움도필연적이다.도시를살아간다는건이모든걸견뎌낸다는것이다.
김도훈은도시를잘견디는방법을안다.그는도시를닮았다.복잡한도시만큼복잡한,이율배반적인존재임을받아들인다.내면에여러겹의레이어가쌓여있다는걸인정한다.그런사람은도저히착실한중년이될수가없다.언제고어른스러운사려깊음을,청년같은재기발랄함을오갈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