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과함께,정치적으로올바른신화읽기
이책은오랜시간동안남성의시각에서재창조되어온‘여성캐릭터’를어떻게읽을것인가에대한가이드이다.책에는우리가익히알고있는그리스로마신화와북유럽신화에등장하는여신들을비롯해마녀와정령,피를빨아먹는괴물,유혹적인요부,탐욕스러운반인반새,부두교의여신에이르기까지다양한종교와문화권에서선별해낸여성캐릭터들이등장한다.세계곳곳의신화와설화속에존재해온이여성들은시대를막론하고대부분부정적이고사악하게그려졌다.왜힘과지혜를가진여성들은마녀나악마로그려졌을까?왜이들중에는영웅이존재하지않을까?이이야기들이무의식적으로성적차별과편견의관점을심어주는것은아닐까?
지금도여전히이야기속여성들은주체라기보다대상이고,주동자가아니라보조자다.여성캐릭터는늘권력을가진영웅을보조하는도구로묘사되었을뿐서사의중심에서지못했다.하지만이책은차별과억압속에서도자신을지킬줄알았던여성들을이야기의중심에가져다놓는다.우리는이강력하고급진적인캐릭터들을이시대여성의시각으로새롭게읽어야한다.우리딸들이살아가는이시대와앞으로살아갈세상은천년전의세상과는다를것이기에,고전속여성캐릭터들의이야기는현대에다시논의되어야마땅하다.자신의욕망에충실하고,거침없이권리를요구하며,권력에복종하지않고제길을찾아앞으로나아가는강인한여성캐릭터가우리시대에도절실히필요하기때문이다.
문화와종교,대륙이얽히고설킨서사의대향연
이책에는아름다운요정리안논공주의설화에서부터전쟁광인전사모리안이등장하는아일랜드신화에이르기까지온갖이야기가담겨있었다.저자는마녀이자여신인키르케,헤카테,카산드라와활기넘치는아르테미스처럼신화와고전문학에등장하는매혹적인여성의이야기를찾아냈다.또한힌두설화에등장하는칼리와셈족설화의아나트,하와이여신펠레처럼완전히다른대륙이나이질적인문화를가진곳에서전해내려오는여성들의이야기도차곡차곡모았다.서기1세기이후일본문화에등장하는뒤통수에입이달린요괴후타쿠치온나설화도신선하다.
이들은긴머리카락을흩날리며미소짓는정형화된여성과는달랐다.대담하고악마적이며피의복수를할지언정버림받고모욕을감내하며키스를기다리는역할따위는거부했기에,이이야기는수천년의세월을이겨낼만큼강력하고매력적이다.주위에서접할수있는여성슈퍼히어로가원더우먼뿐이던우리에게이신화적존재들은큰울림을준다.이들은세상과싸웠고복수로대갚음했으며결코지지않았다.그러나오늘날여성들이이들에게그토록공감하는것은그녀들이주체성과힘을가졌음에도모든것을파괴하며권력을쟁취해내는남성적인영웅이아니라는점이다.우리가이들에게끌리는것은약자의편에서자비와존중을실천하는인간성과정의와평등을지향했던정치성에대한연대의감정때문일지도모른다.이책은지금우리에게어떤영웅이필요한지에대해생각할거리를제공한다.
새롭게구성한신화와설화속여성캐릭터50인의이야기
이책은신화와설화속에등장하는특별한서사를품은여성들중에서도50명을간추렸다.그리고세상에‘이야기’로존재하는여성캐릭터를다섯가지로나누어재구성했다.1장‘마녀’는현명한여성이자예언자,치유자를다루고,2장‘전사’에서는싸움꾼이자전략가,정의실현자로불리는여성들에대해이야기한다.3장‘불운을몰고오는자’는복수에불타는파괴자를,4장‘광포한정령’에서는거친여성들을칭송하기도한다.마지막5장‘아낌없이주는정령’은너그럽고관대한가정의신처럼여성특유의인간성을가진존재들을다루어캐릭터들의어둡고밝은면을모두조명할수있도록했다.
독특하면서도강인한이여성들의이야기는지금까지도여러매체를통해재창조되고있다.우리가즐기는블록버스터작품들뒤에도이들의이야기가숨어있다.저자는각캐릭터분석에서이를놓치지않고해당설화의근원을찾아간다.
또한이책은저자의날카로운시선을부드럽게감싸주는파스텔톤의아름다운그림으로채워져있다.끔찍한괴물인하르피아이마저소장욕을자극하는현대적인감성의일러스트로재탄생시켜,지금까지관습적으로그려져왔던여성의모습을환기시킨다.이야기의세계에는‘팩트’가없다.단하나의캐릭터란존재하지않으며끊임없이변화하면서시대를반영하기에더가치있고흥미롭다.그래서우리가여성캐릭터를새롭게읽고보는작업이더의미있는것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