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할게요 (낯선 이름에게 전하는 나의 은밀하고 소란한 편지)

편지할게요 (낯선 이름에게 전하는 나의 은밀하고 소란한 편지)

$15.00
Description
편지할게요. 모든 안부를 SNS로 나누고, 전화 통화조차 꺼리는 지금 편지라니. 여기, 늘 편지와 동행해온 사람이 있다. 빛나던 눈동자, 긴 시간 나눴던 대화, 그때의 목소리, ‘그’의 생각들…… 선물, 편지, 사진은 물론 작은 쪽지와 메모까지 무엇 하나 버리지 못하는 사람, 그것들을 버리면 한 시절이 영원히 소각되는 게 아닐까 불안한 사람. 그 불안함을 자양분 삼아 여전히 편지를 쓰는 사람. 프리랜서 편집자로 일하며, 책방 ‘취미는 독서’를 운영하는 작가는 가까운 이에게 늘 이렇게 전한다. 편지할게요.
편지에는 여러 ‘나’와 ‘너’가 존재한다. 너를 알고 싶어 하는 내가 너에게 묻고, 네가 나를 알아주기를 바라며 너에게 나를 전하던 시간의 모음. 작가는 문득 멀리 가버린 이에게 묻는다. 편지를 띄운다. 멀든 가깝든, 성글든 빽빽하든 제자리를 지켜준 소중한 친구에게, 헤어짐을 아파하며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바닷가 도시에서 달려와 편지를 남겨준 연인에게, 이제는 더 이상 돌아오지 않는 길을 떠난 선배에게, 두 아이의 엄마가 되어서야 비로소 그 의미를 깨달은 엄마에게. 오늘 당신은 안녕하냐고, 나는 괜찮다고 안부를 전한다. 오랫동안 나를 각별히 지켜준 ‘그들’을 위하는 마음, 『편지할게요』는 그들을 향한 속 깊은 답장이다.
저자

김민채

편지쓰는일이직업이되면어떨지자주몽상했던INFP형인간.여덟살때친구에게받은첫편지부터어제까지받은편지까지단한통도버리지않고갖고있는맥시멀리스트.초등학생때부터편지를쓰느라밤을새우는일이잦았던탓에키는작지만,편지를주고받은그시간이나와당신을키웠고살게했다고믿는사람.한양대학교국어국문학과에서공부했고,파주와서울에서출판편집자로일했다.『언젠가는,서점』『더서울』『어느날문득,오키나와』를썼다.지금은프리랜서편집자로일하며,책방‘취미는독서’를운영한다.코로나시대의외로움을이겨내자는바람으로,실물편지구독서비스‘편지할게요’에서에세이를써부치고있다.@willbewritten

목차

깨어진것을다시붙이기…10
내일을기다리는몇개의날들 …18
이제는당신이기억나지않아요 …26
나의다정하고멋진…34
미래혹은과거,나에게서온편지…42
언제나여기에있는사람…48
너에게익숙해지지않기를…56
닮은사람,닮고싶은사람…64
제발사랑해달라는말…62
이게다예요,메리크리스마스 …78
더이상존재하지않는시간…84
이미오래전에잃어버린것…90
받기만하는사람…96
자라나는사이…104
사사롭기그지없는여자들의우정…110
마주앉아손톱을깎는시간…116
앙코르는없어요…124
잘헤어지기위하여…130
네가좋아하는것들을적어봐…136
두사람사이의시차…144
길가다마주친첫사랑…150
고백편지를버릴수없는이유…158
부치지못한편지…164
나를믿어주는딱한사람…172
오늘은목소리를들어야지…178
움트는사랑,버릴수있는편지 …186
지금여기엄마의자리…192

출판사 서평

‘편지’라는단어가있(었)다.전자우편은커녕모든안부를SNS로나누고,가까운이와전화통화조차꺼리는지금낯설고생소하기만한단어다.그런데여기,늘편지와동행해온사람이있다.여덟살때친구에게받은첫편지부터어제까지받은편지까지,단한통도버리지않는맥시멀리스트.빛나던눈동자,긴시간나눴던대화,그때의목소리,‘그’의사상들……자신이가졌던사랑의기억에강박을품는사람.선물,편지,사진은당연하거니와같이보았던공연티켓부터작은쪽지와메모까지,무엇하나버리지못하는사람.그것들을버리면나의한시절이영원히소각되는게아닐까불안한사람.프리랜서편집자로일하며,책방‘취미는독서’를운영하는작가는가까운이에게늘이렇게전한다.편지할게요.

어떤편지는우정의증표다.작가에게는같은초·중·고등학교를졸업하고,각자다른대학교에진학한후로도,저마다의다른삶을꾸린후로도각별하게지내는친구가있다.가족을제외하고는인생에서가장긴관계를유지해온친구는누구와비교할수없을정도로많은편지를보내주었다.생일편지와크리스마스카드는붙박이였고,취업,독립,결혼,출산등인생에크고굵직한사건이일어났을때마다잊지않고편지를보내왔다.

돌이켜보면작가는편지쓰는것을좋아하지만,대부분때를가리지않고감정에심취해마음대로발신하곤했다.그와대조적으로친구는늘변함없이작가를살피고있었다.작가는익숙하다는이유로그사랑을발치에두고도보지못했다.멀든가깝든,성글든빽빽하든제자리를지키는사랑.그소중한마음을잊고지낸자신을원망하며편지를적기로했다.빚을갚는마음일까.한통,두통……이아닌200여쪽으로이루어진한권의책으로말이다.오랫동안나를각별히지켜준친구를사랑하는방법,같은마음으로편지를건네준‘그들’을위하는마음,『편지할게요』는그들을향한속깊은답장이다.

어떤편지는사랑의전령사다.전해지지않는사랑을끌어안으며한줄한줄적어내려가던달뜸,잊을수없는모든‘처음’을간직하고픈갈망,‘잘헤어지는법’을고심하며‘앵콜요청금지’를남긴시원섭섭함……안부조차될수없는부끄러운편지를누구나기억한다.그때는몰랐다.대여섯줄의짧은메시지가인생의이정표가될줄은.깊은마음을주었던A와헤어지고헛헛한마음을다스리기위해온종일헤매고늦은밤돌아온자취방대문에한통의편지가붙어있었다.다시한번기회를달라는조심스러운메시지.문자메시지나카톡이아니라직접찾아와편지를남겼기에외면할수없었다.바닷가소도시에서근무하던그가먼길을달려왔다는사실에마음이녹았는지도모른다.A를만나‘다시사귈마음은없으니그냥돌아가’라고이야기하려고했는데막상만나니웃음이났다.그렇게두사람은다시연애했다.편지의주인공은남편A가되었다.작가는그편지를지금도지니고다닌다.

어떤편지는후회막급이다.애정이지나쳐질투로치달은감정때문에누군가를원망하고,그런자신을더원망하며쓰고지웠던편지,편지를받는사람이되어마음을헤아리고조심스러운언어를사용했다면좋았으련만두고두고후회되는편지가있다.그중에서도가장마음이아린편지는돌아올수없는길을떠난이에게서온것일테다.흐드러진벚꽃을보기위해찾은간사이국제공항에서휴대전화전원을켠작가는믿을수없는메시지를보았다.부고(訃告).작가가의지하던대학선배A는작가가아득한구름속을지나는사이멀어져갔다.순간,그와의마지막날이포개졌다.말라버린몸,검어진얼굴,듬성듬성해진머리칼,어울리지않는환자복.병문안을마치고작가는“다음에보자”고인사했다.그날이선배의마지막모습일줄모른채.

인생이그렇다.사라질것은결국사라진다.시간이지나천천히증발하는기억들,기억이소멸되어몸집을줄여나갈추억들.생김새,표정,목소리,살결,체온,생각이선명하지않고,더이상서로가필요하지않은날이도둑같이찾아온다.그러나편지가있다면달라진다.나로하여금편지를쓰게만든사람들,고맙게도나에게답장을보내준사람들.서로의행복을바라는마음,각자의자리에서잘해낼거라는믿음.교토의벚꽃아래에서작가는자신을배웅하기위해병원의긴복도와수많은병동을거슬러올라갔을선배를기억하고또기억했다.다행히그가남겨준편지가남아있다.대학졸업식날쓰인편지에는작가를향해‘미안하고,고마웠다’고적혀있었다.미안하고,고마웠다……편지의대체어는‘고마움’이다.

웹툰에이어드라마로도만들어진〈유미의세포들〉에는‘촉’이나‘감’이라는것이미래의나로부터온텔레파시라는설정이등장한다.미래의유미의세포들은작가가되고싶은유미를응원하고,하는일이잘풀릴것이며,이별뒤에또좋은인연이올거라는희망의텔레파시를보낸다.그촉과감으로현재의유미는선택하고,감정을추스르고,용기를낸다.이렇듯미래에서온자신의메시지는희망과응원으로가득차있다.작가는말한다.상처받고힘들어했던지난날의나를일으켜세우는굳센말들을적어보는건어떠냐고,지금의나는알도리가없는미래의나를응원하는편지를적어보자고.편지는누군가를위한글이다.그러나편지를적어보낼때마다작가는그것이결국‘나’를위한것임을알게되었다.지금내가선택하는길이나를좋은곳으로데려갈거라는믿음,지금내가행하는모든것이곧최선이라는믿음.누군가를생각하며쓰든,나를위해적든편지는그렇게오늘의나를다독여준다.

당신의편지를다시읽고
당신의따듯함이내몸을감싸면,
어느새당신이쓴말들은먼과거가되고
우리는함께그말들을돌아보죠.
우리는미래에있어요.

2017년1월2일,우리곁을떠난소설가이자미술평론가존버거는『A가X에게』에서이렇게적었다.이렇듯편지에는여러‘나’와‘너’가존재한다.너를알고싶어하는내가너에게묻고,네가나를알아주기를바라며너에게나를전하던시간.그래서작가는문득멀리가버린이에게묻는다.편지를띄운다.오늘너는안녕하냐고,나는괜찮다고안부를전한다.그러니우리,편지를적어보자.누구라도그러하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