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더듬거리며 무엇을 만들어 가는가

우리는 더듬거리며 무엇을 만들어 가는가

$15.00
Description
“나는 천재가 아닌가 생각했다.”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AROUND》에서 5년간 연재해온 건축가, 푸하하하 프렌즈 한승재의 에세이가 한 권의 책으로 엮였다. 한승재의 글들은 건축가의 문장은 딱딱할 거라는 고정관념을 완전히 깨뜨린다. 그의 문장은 느슨하고, 그래서 편안하다. 문장들이 나란히 줄지어 견고한 한 편의 글이 되고 단단한 한 권의 책이 되는 과정은 어쩐지 건축하는 과정을 닮았다.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피식’ 하게 되는 문장을 만나게 되는데, 그 순간이야 말로 온전히 ‘한승재스럽다’.

연재하던 글들이 책으로 엮이며 가장 크게 환호한 것은 어쩌면 ‘삽화’였을지도 모른다. 글을 뒷받침하는 요소로만 기능하던 그림들은 글과 떨어져 맨 앞에 새로이 배치된다. 여러 개의 그림이 중첩됨으로써 새로운 분위기와 이미지를 자아내며 새 숨을 얻는 과정 역시 건축과 닮아 있다. 책장을 열자마자 펼쳐지는 눈부신 색상의 향연. 열여섯 페이지에 쉼 없이 늘어선 이미지들 사이를 더듬거리며 독자들이 만들어 갈 상상은 어떤 모양일까.

책 속에 이런 문장이 있다. “나는 천재가 아닌가 생각했다.” 이 책을 소개하는 데 긴말은 필요하지 않다. 오직 이 문장이 이 책을, 이 책의 디자인을, 그리고 저자를 대신할 수 있으리라. 무언가 만들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우리는 더듬거리며 무엇을 만들어 가는가》를 읽으며 조금 더 열렬히 더듬거릴 수 있기를 바란다. 참, 이 책의 진정한 재미는 실물에 있으니, 꼭 두 손으로 더듬거리며 하나 하나 펼쳐봐 주기를!

저자

한승재

건축설계사무소푸하하하프렌즈의소장이다.윤한진,한양규와디자인캠프문박디엠피에서만나동료로서인연을맺었으며2013년부터현재에이르기까지도시에대한폭넓은이해를바탕으로독창적인작업을보여주고있다.‘2019젊은건축가상’과‘2019올해의주목할만한건축가’로선정되었다.

목차

경주의커다란우유갑
담사이에낀고양이를보고
그래비티
창너머의사람들
마음과식
내몸에캔디
보시니참좋았다
그곳에서이름을짓는법
대배우다이조부씨와의인터뷰
할수있는것을하지않는기술
독립문설화
녹색광선
춤추는법을모르는사람처럼
트루먼쇼
아주작은상자
우리는더듬거리며무엇을만들어가는가
칠이벗겨진자리에
원대한포부
비틀거릴뿐,우리는아무리마셔도취하지않는사람들이다
도달하지못한채
한결같은버릇
불발탄
군더더기없는삶
뻐드렁니
긍정의자리

출판사 서평

“이책을읽는동안,당신주변의시간은조금느리게흐릅니다.”
어라운드는2012년여름부터2021년5월까지77권의라이프스타일매거진을만들어왔습니다.우리는매달하나의주제를정하여우리주변의이야기를전합니다.느리지만묵묵히자기만의소리를내는것들을찾아소개하는어라운드는역량있는작가를찾아그들의작품을하나의책으로만드는일도함께하고있습니다.지금까지박선아《20킬로그램의삶》,요나《재료의산책》,한수희《조금긴추신을써야겠습니다》등의단행본시리즈를출간하였습니다.



낭만의시절에지어진시대착오적인건물들.그들은무표정한건물들사이에서거나하게취해있었다.
-<비틀거릴뿐,우리는아무리마셔도취하지않는사람들이다>중에서


“이제품이원래그러세요.고객님.”
뭐지?이불발탄같은문장은?제품에대한불만을말투에대한불만으로옮겨놓기위해소매점에선이런엉터리존댓말을쓰는게아닌가잠시생각했다.
-<불발탄>중에서


“넌왜자꾸뭘하는거야?”
무슨질문이이렇담….
“세상에뭘안하는사람도있나?”
나도모르게툭튀어나온반문은지금생각해도정말훌륭한대답이었다.
-<우리는더듬거리며무엇을만들어가는가>중에서


실패가곧교훈이되리라는보장은없다.모든노력이보상받으리라는보장은없다.노력은말그대로의미없는노력이될수도있다.곧나아지리라는보장은없다.모든부족한것들은가치로운것으로변환되기를거부한채부족함으로남아있을것이다.
-<도달하지못한채>중에서

찬물에빠진소시지처럼권태로운삶은그후로도계속되었다.그리고수개월이지난후에야조금씩주변의사물들이맑아지는것을느낄수있게되었다.마치깊은물속에서올라올때수면위의태양이점점또렷해지는것과비슷한느낌이었다.사람은스스로를구할수없다는것을깨달았다.시간이지나면다괜찮아질줄알았고,정말시간이지나면서괜찮아지고있었다.그리고최악의시절이끝나갈무렵의나는지루함과권태로움을구별할줄아는단계까지성장해있었다.
-<녹색광선>중에서

“혼자사는거야?결혼은안했어?왜?못한거야?안한거야?아버지는뭐하시고?”
긍정적인사람이무섭다.싸우기보다는참고,대립각을세우기보다는적당한타협점을찾아절충하는방식이익숙한사람은언젠가부터쓸데없이버티는사람,투쟁하는사람이되어버렸다.내가놓여있어야할자리에놓여있지않다는이유였다.
-<긍정의자리>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