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홀로 간다 (정승윤 산문집 | 양장본 Hardcover)

나 홀로 간다 (정승윤 산문집 | 양장본 Hard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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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정승윤 산문집. 정승윤의 수필은 읽기가 편하지 않다. 수필의 일반적 경향과는 차이를 보인다. 길이가 짧다는 외형만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니다. 창작의 기본 방법이 다르다. 방법이 다르다는 것은 문학관이 다르다는 뜻이다. 정승윤은 문학이나 수필에 관해 자신의 관점을 밝히는 글을 거의 쓰지 않은 듯하다.

이번 첫 수필집의 '작가의 말'에서 그 일말이 암시되고 있으나 그리 구체적이지 못하다. 하지만 자신의 관점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그것을 더욱 확고하게 드러낸다. 즉, 그의 작품 전체가 그것을 말해준다. 정승윤이 기존 창작방법을 수용하지 않는다는 점은 수필이 무엇인지를 깊이 성찰하고 고민했다는 증거다. 그 고민은 자기만의 수필관이나 창작방법을 탐색하고 실천하는 동력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여기에는 기존 수필 문법에 대한 비판과 저항이 깔려 있다. 그 비판과 저항에는 전통을 전복하는 것은 아닐지라도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지 않는 창작은 창조적일 수 없다는 신념이 전제되었다. 수필이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묻지 않고는 이러한 신념이 결실을 보기 어렵다. 그는 어떤 수필가보다도 수필에 대한 강한 자의식을 가지고 창작에 임하는 작가다.
저자

정승윤

전남강진에서태어났으며그곳의바다와뻘밭,그리고가난했던고향사람들에대한기억이중요한정서적바탕이되었다.초중고시절을광주에서보냈으며중학생시절에한국단편소설과시를읽으며문학에눈을떴다.고등학생시절에는공부보다는주로도서관에서책을읽거나계림동헌책방을뒤지고다녔다.쏘로우의《월든》,칼릴지브란의《예언자》,그리고이상의수필들을읽으며산문이주는심오한아름다움을깨우쳤다.2010년《에세이스트》를통해등단했으며비로소내글도공감해주는사람들이있구나,라는자신감을회복할수있었다.십여년간수필이라는이름으로글을쓰면서‘이곳에서나는인정받을수있을거야’라는희망과‘이곳에서조차나는아웃사이더야’라는고립감을동시에느끼면서‘산문의미학’또는‘산문만의미학’을위해오늘도나는‘나홀로간다’.

목차

작가의말
1부투명인간
친구들
세수
걷기를위한사색
푸른담배연기

투명인간
신음소리
사랑의슬픔
쑥대머리
뜰앞의잣나무
그치지않는눈

2부몽상가의구름
편자
등[背]
지게
두손
달동네에사는소녀
십자가
피아노
석가釋迦
지권인智拳印
우산
몽상가의구름
빈집

3부마당
금선탈각金禪脫殼
지하철역에서
검은바다
마당
영주산의소
닭집여자
지하철의기타리스트
허공
모래밭

잠자리

4부무당거미

붉은벼슬
무당거미
개미
귀뚜라미
백로白鷺

반딧불이
바위위의고양이
고라니
검은숲

5부물웅덩이
나무
그벚꽃나무
나무에기대어
매화한가지
진달래
청산靑山
하산下山
벚꽃나무밑에서
목련
나홀로간다
노인을위한나라는없다
물웅덩이

6부각주구검
반가사유상半跏思惟像
각주구검刻舟求劍
구름
미륵사지석탑
어쩌지못할슬픔
비의침묵
제자리에멈추게나
개문발차開門發車
순간
추락한천사
나는엉뚱한곳에서내렸다

【작품론】존재의근원적슬픔과대면하여/신재기

출판사 서평

정승윤의수필은읽기가편하지않다.수필의일반적경향과는차이를보인다.길이가짧다는외형만을두고하는말은아니다.창작의기본방법이다르다.방법이다르다는것은문학관이다르다는뜻이다.정승윤은문학이나수필에관해자신의관점을밝히는글을거의쓰지않은듯하다.이번첫수필집의‘작가의말’에서그일말이암시되고있으나그리구체적이지못하다.하지만자신의관점을구체적으로설명하지않음으로써오히려그것을더욱확고하게드러낸다.즉,그의작품전체가그것을말해준다.정승윤이기존창작방법을수용하지않는다는점은수필이무엇인지를깊이성찰하고고민했다는증거다.그고민은자기만의수필관이나창작방법을탐색하고실천하는동력으로작용했을것이다.여기에는기존수필문법에대한비판과저항이깔려있다.그비판과저항에는전통을전복하는것은아닐지라도새로운방법을모색하지않는창작은창조적일수없다는신념이전제되었다.수필이무엇인지를진지하게묻지않고는이러한신념이결실을보기어렵다.그는어떤수필가보다도수필에대한강한자의식을가지고창작에임하는작가다.
정승윤은문단이목을개의치않는수필가다.전통적인수필형식을답습하지않고자기만의고유한형식을구축하는데집중한다.자기가가고자하는길을고집스럽게걷는다.정승윤과같이수필에대한강한자의식을가진작가는새로운창작방법모색에서훨씬적극적이고강한추동력을보인다.
정승윤의수필은일관되게상실과소멸로수렴되는존재의한계를다양한소재를통해변주한다.여기에주체와세계는화해할수없는절대적거리를사이에두고마주한다.이것이서사적구조에해당한다고보기는어려워도자아와세계의합일을지향하는서정의구조가아님은분명하다.이런점에서그의수필은외형에서는시의특징을채용한듯보이지만,서정을거부하는반시적인경향을뚜렷하게보인다.물론‘서정’이시를판단하는절대적기준일수는없다.
정승윤은모든존재는‘어쩔수없는슬픔’을안고살아간다고본다.누구나이것이즉물적이고생물학적인탄식이아님은금방알수있다.작가가말하는슬픔은형이상학적이고철학적인차원의슬픔이다.그슬픔은존재가원초적조건으로안고살아야할근원적인것이다.일반적으로슬픔은욕망의좌절,가치있는어떤것의상실,물리적고통,자신의힘으로감당할수없는사건이나사태에직면했을때촉발되는정서적반응이다.이런즉물적슬픔은자기보존을위한본능적인것이다.하지만살아가면서가치있는것의상실앞에서속수무책인경우가비일비재하다.이성과의지로극복이어려운,인간의힘으로는어쩔수없는일이있다.특히인간의삶과존재자체가그렇다.성취하려는욕망이클수록상실감이더보태지는모순이인간삶이고존재의운명이다.이런한계에기원하는것이바로형이상학적이고근원적인슬픔,즉비극적인슬픔이다.이러한절대적슬픔은신조차도어쩔수없다.그러기에슬픔을내것으로안고어둠속을걸어가는것이유일한길이다.이처럼정승윤수필은인간존재의어쩔수없는근원적슬픔을드러내는데초점이맞춰져있다.
그런데정승윤수필이한층더성숙한단계로나아가기위해서는여기서멈춰서는안된다.그가“나의슬픔은당신의슬픔을반영한다.나는결국공감을확신하며글을쓰는것”이라고했듯이,너/당신의슬픔에다가가는길을찾아야한다.나의슬픔을하소연하는데서그치는문학은자기위로는될지언정독자의공감을불러오기는어렵다.정승윤의수필창작은슬픔에관한공부였다면,그공부가‘자기존재의한계를슬퍼하는것에서멈추지말고‘너/당신’의슬픔을이해하려는노력으로이어져야한다.그의수필쓰기가인간보편의슬픔을탐색하는데에는집중력을보여주었으나그것이자아의울타리에크게벗어나지는못한일면도있다.‘실존은본질에앞선다’고했다.본질에도달하려면실존을개념화할수밖에없다.실존은사회와역사적조건위에서이루어진다.‘존재의근원적인슬픔’이인간실존에대한직시에서나온결과물이지만,하나의개념적명제로강조되는과정에서또다른관념과이데올로기로전락할수도있다.이러한위험을줄이는길은존재의슬픔에대한글쓰기가그관심을주체밖이나건너편으로까지확대하는일이다.타인의슬픔을끌어안는데까지나아갔을때비로소‘나의슬픔이당신의슬픔’을온전히반영할수있기때문이다.이것이정승윤수필쓰기가앞으로고민해야할과제가아닌가싶다.
정승윤처럼한주제에대해집중과치열함을보인수필가는드물다.이것만으로도그는수필가로서자기고유성을확립했다는평가를얻을수있다.하지만수필이아무리문학적으로완숙하게이를구현했다하더라도주제는앎의차원에서철학적논의를넘어서기어렵다.문학이철학과구별되는지점은이러한주제를담아내는형식혹은스타일의독창성이아니겠는가.훌륭한작가를판가름하는기준은무슨이야기를했느냐가아니라,말하고자하는바를심미적으로표현하기위해어떤방식을고안했느냐에달렸다.재료를다루는기술과기법이그작가만의고유한형식인스타일이다.사유와상상력의깊이,세계관과취향,무의식과습관,경험과지식등도한작가의스타일을형성하는요소로작동한다.그작품과작가를기억하고인식하도록하는하나의표지가스타일이다.작가의개성이나작품의독창성은이스타일을두고하는말이다.그작가의스타일은고유성,즉개성이다.따라서예술과문학의진정한가치는독창적스타일로결정된다고해도과언이아니다.정승윤은수필가중에서자기만의고유한스타일을확립한몇안되는작가중한사람이다.
정승윤의수필쓰기는실존을사유하고,문면에실존이드러나도록하는작업이었다.그것은관성적관념과규범에균열을냄으로써가능한일이다.그는전통적수필문법안에머물면서집단과연대하고암묵적합의를지키는결속에서자유로워지고자했다.프랑수아줄리앙이말하는‘탈합치’의길을걸었다.실존을제대로직시하려면기존세계의바깥에서야한다는것을일찍부터깨달았는지모른다.줄리앙은“한예술가는예술로인정된예술로부터,더욱이자기스스로이미작품으로서창출한것으로부터탈-합치할때비로소예술가일수있습니다.”라고했다.힘있는집단에소속되거나기존제도와규범이주는편안함에빠지면주체를확립하기어렵다.탈합치할때비로소실존을직시할수있다.탈합치는내적으로끊임없이자기를변혁하는일이기도하다.그길은혼자걸어야하기에외롭고힘들다.정승윤이이세상에오직한사람뿐인수필가로우뚝설수있는것도이러한탈합치의길을고집했기때문이다.앞으로수필가정승윤이자기변신의에너지를얼마나적극적으로발휘하느냐가중요한과제이다.정승윤은홀로가기에더욱빛나는수필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