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과 여성, 그 살아낸 날들의 기록

4.3과 여성, 그 살아낸 날들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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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4.3은 제주공동체를 뿌리째 뒤집어 놓았다. 4.3의 비극성은 엄청난 비극 앞에서도 변변한 항의조차 못한 채 오히려 숨죽여 살아야 했다는 점에 있다. 최소한의 인간적인 항의 자체가 빨갱이가 되는 일이었으며, 빨갱이로 낙인찍히는 것은 바로 죽음을 의미하는 것이었기에 오랫동안 4.3희생자 유족들은 침묵해야 했고, 그러한 비극이 일어난 원인과 피해 실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그저 개인적인 한으로 남아 있을 뿐이었다. 4.3은 제주도민들에게 잊을 수 없는 기억이며, 사건 이후 그들의 삶의 궤적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인데도 말이다. 1990년대 들어 본격적인 4.3진상규명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이루어지면서 유족들의 침묵을 깨우는 일이 시작되었다. 바로 희생자 유족들과 체험생존자들의 구술채록이 이루어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4.3진상규명 과정에서 4.3 경험세대에 대한 구술채록은 중요했다. 당시 학살과 관련한 기록이나 제주도의 사회상을 파악할 수 있는 자료가 태부족했기 때문이다. 구술채록은 기록문서의 한계와 공백을 메워주는 중요한 작업이었다.
저자

제주4.3연구소

〈구술채록.정리필진〉
(글쓴이,게재순)

허영선
제주4.3연구소소장.시인,5.18기념재단이사,제주대강사로있다.
시집《뿌리의노래》,《해녀들》,저서로《제주4.3을묻는너에게》,《당신은설워할봄이라도있었겠지만》,구술집으로《그늘속의4.3》(공저),《빌레못굴그캄캄한어둠속에서》(정리),《미넹듸의눈물》(정리)등여럿있다.

양성자
제주4.3연구소이사.제주4.3연구소창립초기실무를맡아구술채록활동을하며4.3진실규명을위해활동해왔다.
구술자료집《이제사말햄수다1》,4.3을다룬시〈열두살〉이있다.

이규배
제주4.3연구소이사장.일본에서정치학석.박사학위(일본정치사전공)를받았다.제주국제대교수로있다.
저서로는《반일,그새로운시작》,《누가일본의얼굴을보았는가》,《아무도말하지않은일본》등이있고,다수의논문이있다.

김창후
전제주4.3연구소소장.저서로《자유를찾아서》,《4.3으로만나는자이니치》,구술자료집《이제사말햄수다》,현장조사기행《대마도를떠도는4.3넋》이있고,논문으로는〈재일제주인의항일운동〉,〈1948년4.3항쟁-봉기와학살의전모〉,〈넬슨특별감찰보고서〉외다수가있다.

허호준
한겨레신문선임기자.제주대학교대학원에서4.3연구로정치학석.박사학위를받았다.저서로《그리스와제주,비극의역사와그후》가있고역서로《20세기의대량학살과제노사이드》(공역)등이있다.구술집으로는《무덤에서살아나온4.3수형인들》(공저),《빼앗긴시대빼앗긴시절-제주도민중들의이야기》(공저),《그늘속의4.3》(공저)등이있다.

조정희
제주4.3평화재단조사연구실연구원.제주대학교사회학과박사과정을수료했다.제주4.3연구소,제주4.3사건진상규명및희생자명예회복위원회,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일하며4.3의진실규명,정의실현을위한조사와연구,운동에참여했다.

목차

책을펴내며
제주4.3과여성의기억

강숙자.물질로집세개산사람이야
김연심.양푼밥에걸쳐놓은숟가락세개
박승자.아픈기억뒤로하고일본으로떠났지
안봉순.참혹했던시대,유복했던소녀의기억
이문자.선인동살이90년
이승례.물질이먹여살렸다
채계추.아이낳고스무날만에끓여먹은자리국
홍춘호.좁쌀물이라도한번입에넣어줬으면

출판사 서평

“4·3의참혹함을경험한그날이후,그들의일상은다르다.살았기에,살아내야했고,견뎌내야했다.자신들의삶을‘시국탓’으로돌리며아프다할겨를도없이.하여,우리는그날을견뎌온그들을다시만나기로했다.”
-허영선(제주4·3연구소장)‘책을펴내며’중에서

본격적으로4.3진상규명운동의막이오른것은1989년제주4.3연구소가문을열면서였다.그리고제주4.3연구소가창립과동시에가장역점을둔사업의하나가바로살아있는4.3체험자와유족들의생생한구술을채록하는일이었다.구술채록이역사적진실을꿰는중요한일임을창립전부터인식하고있었기때문이다.채록초기에는4.3체험자나유족들은결코입을열려고하지않았다.지난40여년간의공포가하루아침에걷힐리만무했기때문이다.하지만연구소의조사자들은끈질기게설득하고여러번발걸음을하면서차차유족들의마음을열어,더디지만하나하나4.3체험자와유족들의이야기를기록해나가기시작했다.그결과여러권의구술채록집을발간하기도했다.

하지만이들채록은대부분4.3의역사적진실규명을목표로이루어졌기에4.3당시의사건을중심으로서술된것이대부분이었다.특히항쟁에대한참여,학살현장에서살아남은이야기들이주를이루었다.그리고그것들은그것대로4.3의역사적진상을밝히는데있어중요한기초자료가되기도하였다.이러한작업은지난30년동안지속된일이었다.

하지만무언가빠진것이있었다.4.3진상규명운동과정에서채록된개인의증언들은4.3역사찾기의작업으로이루어진것들이기에한개인의삶에주목한증언채록은올곧게이루어지지못했다.정작4.3으로인한천형같은질곡의삶을살아내야했던한개인의생애는도리어빠져있었던것이다.

4.3은어느한시기의사건이지만한개인의삶을관통하면서통째로뒤틀어버렸다.4.3전과후의어린아이의삶은완전히다른차원의삶을살아내야할정도로낮선것이었다.그렇게살아남은사람들은원하지않았던삶을견디면서살아내야만했던것이다.이렇게한개인의삶을관통한4.3,그사건으로인하여뒤틀려버린개인의생애에대한이야기는분절된채오로지잔상규명을위한구술자료로서만남았던것이다.

구술사가‘밑으로부터의역사’를만드는거라면,여성의구술은‘가장밑으로부터의역사’를만드는과정이다.4.3시기는물론일제강점기제주여성들의삶에대한기록은매우드물다.처절한역사의현장을경험한이들의고통과기억을공감하지않고는,4.3체험자그리고4.3역사자체를이해할수없다.4.3을겪었던여성들의일상을들여다봄으로써4.3전체상에한걸음더다가갈수있다.

4.3연구소창립30주년에시작하는〈4.3생활사총서〉는이러한그동안의구술채록에대한반성에서시작되었다.단순히4.3의진상규명을위한기초자료가아닌4.3을겪은세대의한생애를올곧게기록하는작업을본격적으로시작해야한다는늦은공감이이루어진것이다.많은이들이온전하게한생을드러내는기록을남기지못하고생을마감했지만,여전히다하지못한4.3체험자의생애사를담는작업,4.3당시생존담과이후삶의이야기를정리해온전하게4.3이관통한삶을살아낸제주섬사람들의이야기를묶어내기위한작업이기도하다.

그대장정의첫책으로묶어낸《4.3과여성,그살아낸날들의기록》은4.3이라는비극의역사속에서도약육강식의먹이사슬맨아래에서신음했던여성들의신산한삶을담아냈다.4.3당시여성은아이들과함께가장연약한존재였다.피비린역사의소용돌이속에서살아남은이후의삶속에서도여성이라는이유만으로더참혹한삶을살아내야했다.정부의진상조사보고서에서도여성에게가해진참혹한사례들은남성들에의해자주언급됐다.이구술채록집은4.3을경험한여성들의일상을조명하는데의의가있다.제주여성들의삶이야말로제주의근현대사의피와눈물의시간대가오롯이들어가있기때문이다.

지금와서또다시구술채록집이냐반문이있을수있지만,기존의증언들은여성의입을통한다하더라도대부분그여성의아버지남편아들등남성들의활동이나희생에관련된것들이대부분이었다.물론이러한현상의배경에는4.3의1차적인희생자들이대부분이남성들이었기때문이긴하지만여성들은70년동안4.3의이야기를하고있었지만정작그들의삶을온전하게담아내는구술채록집은없었다.이책은비로소여성으로서자기삶을이야기하고있다는점에서그의의가남다르다.

한사람이가지고있는기억은하나의역사다.그렇게수많은개인의역사가쌓여이루어진것임에도현실에서는너무쉽게언표되는소위‘4.3사건’으로남는다.그러므로그‘4.3사건’이너무쉬운언표가되지않기위해서는4.3체험세대삶의이야기가꼼꼼하게채록되고기록되어야한다.

이제4.3체험자들은8,90대의최고령자들이다.때문에이야기를들을시간이그리많지않다.그들이겪은일을기억해내고구술채록하여이렇게묶어내야만하는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