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선화 밭에서 (김경훈 시집 | 양장본 Hardcover)

수선화 밭에서 (김경훈 시집 | 양장본 Hardcover)

$10.00
Description
촌철살인과 피 냄새 나는 4.3시인
드디어 필생의 서정시편을 묶어내다
제주시의 동촌 조천리 출신인 그는 소위 조천 사름의 냄새를 지니고 있다. 냄새라니…. 오해하지 마시라. 그가 잘 씻지 않아서 몸에서 폴폴 나는 그런 냄새가 아니니.
제주시 동쪽으로 그리 멀지 않은 조선시대 이래 연륙 포구이자 제주 유림의 본향으로 이름 높던 ‘조천’은 특히 일제강점기, 해방공간에서 제주역사의 전면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많이 배출한 문기가 서린 포구마을이기도 하다.
그 역시 그러한 고향의 문기를 물렸는지 조 천 사람다운 냄새를 지니고 있다. 그 냄새가 포구의 갯내음만은 아니리라, 그건 그의 DNA 속에 흐르는 조천의 전근대를 지나 해방공간 역사의 옷깃에서 묻혀 온 냄새가 틀림없으리라.
저자

김경훈

1962년제주시조천에서태어났다.
대학시절문학동아리〈신세대〉와〈풀잎소리문학동인〉활동을하며본격적으로시를쓰기시작했다.
1987년6월항쟁이후〈제주문화운동협의회〉에서제주청년문학회와마당극단체인〈놀이패한라산〉에서활동했다.지금은제주작가회의에서14년째자유실천위원회일을하고있다.
1992년〈통일문학통일예술〉창간호에시〈분부사룀〉을발표했다.
1993년첫시집으로《운동부족》을상재한이후,《삼돌이네집》,《한라산의겨울》,《고운아이다죽고》,《우아한막창》,《눈물밥한숨잉걸》,『한라산의겨울》,《강정木시》,《그날우리는하늘을보았다》,《까마귀가전하는말》등을펴냈다.
산문집으로《낭푼밥공동체》가있고,마당극대본집으로《살짜기옵서예》와《소옥의노래》가있으며,제주4·3라디오드라마시나리오를묶은《한라산》이있다.
제주강정의해군기지문제를다룬문편《돌멩이하나꽃한송이도》와《강정은4·3이다》를출간했다.
이외에《제주4·3유적지기행-잃어버린마을을찾아서》(학민사),『무덤에서살아온4·3수형자들》(역사비평사),《4·3문학지도Ⅰ·Ⅱ》(제주민예총),《그늘속의4·3》(선인),《돌아보면그가있었네》,《봄은가도봄은오고》(제주작가회의)등을공동으로출판했다.

목차

시인의말ㆍ3

제1부꽃의위로
백동백
꽃의위로
물매화
반얀나무
코스모스
배롱나무
복수초福壽草
들꽃이름외우기
상사화相思花
서향瑞香
해바라기
선인장아
시로미나무
여뀌와대우리
수선화밭에서

제2부찔레꽃당신은
경훈씨그거알아?
그대여,눈을들어하늘을보라
더덕캐기
맹지盲地
뭘해도
오미자
호아저씨
권정생
이세계절반의사람,세상의모든딸들을위하여
정선여인
찔레꽃당신은
미영美影의달
도안응이아*의봄
공철이형
우리현미

제3부산과바다가
윤회輪廻
산山
계단
만월滿月

조난遭難
산과바다가
아무도없었다
춘분春分
포구浦口에서
귤향橘香
벌초伐草
민들레거나생강나무꽃같은
입김
한라병원5병동502호

제4부뚝배기그릇처럼
뚝배기그릇처럼
권위에대하여
뇌세척바이러스
고해苦海
나의절명사絶命辭

빤스의수명
낮아진다는것
숭어
대접과그릇
우울
촌철살인寸鐵殺人
입맞춤
뚱딴지
제주상사화

출판사 서평

제주시의동촌조천리출신인그는소위조천사름의냄새를지니고있다.냄새라니….오해하지마시라.그가잘씻지않아서몸에서폴폴나는그런냄새가아니니.
제주시동쪽으로그리멀지않은조선시대이래연륙포구이자제주유림의본향으로이름높던‘조천’은특히일제강점기,해방공간에서제주역사의전면에등장하는인물들을많이배출한문기가서린포구마을이기도하다.
그역시그러한고향의문기를물렸는지조천사람다운냄새를지니고있다.그냄새가포구의갯내음만은아니리라,그건그의DNA속에흐르는조천의전근대를지나해방공간역사의옷깃에서묻혀온냄새가틀림없으리라.

우스갯소리로모원로작가는술좌석에서푸줏간시라고약평,또는악평한적이있다.그건그가그간써낸피비린4.3의시어들이날것그대로의언어들이었던데서기인하는바일것이다.특히4.3이아니더라도강정에꽂혀강정투쟁의최전선에서그가써낸시들역시매한가지였다.

시인은
살인자다

촌철寸鐵의,

능히
비인非人을제압하는

-〈촌철살인寸鐵殺人〉전문

그의시어들은바로비인(非人)을제압해야했기에,무척이나날카롭다.찔리면내상이깊은위험한칼날의언어들이었기에더욱그러했다.
그리하여,그의시만접한독자들이나,그를잘모르는사람들은그를대단히과격하거나,거친시인으로기억할듯하지만,사실그는지극히정이많은시인이고눈물도많은시인이다.그랬기에그는제주섬이아파할때마다신열을앓는다.그의여린섬세한신경세포들이이섬이또는이섬의자식들이아파하는것을모르는체하지못했으리라.어디이섬의일로만아파할까?
그의시는그러므로신열의언설들이다.그랬기에그의시어들에는펄펄끓는열정이배어있다.
그런그가자칭‘서정시집’을냈다.굳이‘서정’을강조한이번시집에서그는저간의시선을의식했을까?다분히자부자분한시어들로시편들을엮었다.물론몇몇시편들에서는여전히촌철의시어들이행간을채우고있긴하지만,전체적으로는그가그간간간이써두었던자칭서정시들과새시집을묶기위해최근에써낸시편들까지그의섬세한시선과정많은심성을실은언어들로채워졌다.

꽃내음에
취해
죽어도좋으리
그대사랑
지천으로흐드러졌으니
나여기에
묻혀
꽃이되어도좋으리

-〈수선화밭에서〉전문

수선화를좋아한다는그는이번시집제목도‘수선화밭에서’로정했다.수선화는제주섬에지천으로널린,지중해연안이고향인귀화식물이라고하는데,제주에서는오래전부터섬꽃이되었다.이수선화가귀한것임을밝힌것은제주대정골에서오랫동안귀양생활을했던‘추사’다.그가제주에유배와서화첩에서나보는수선화가유배지마을에잡초처럼자라고있는것을보고환호했고,몇몇글에제주섬이수선화시편몇과썰을남기면서제주섬의수선화가알려지기시작한것이다.
기왕수선화얘기가나왔으니좀더나가면,제주에서는예로부터특히서화가들이나호사가들이애지중지했던것은난초다.춘란,한란으로널리알려진제주섬의난초는예로부터선비의지조와기개를상징하는사군자의하나로선비들에게는고결한화초로융숭한대접을받아온고결한신분이었다.추사역시지독한애난가여서빼어난수작들을남기고있다.
어찌보면난은고귀한(?)지배계급인선비들의귀족성을지닌데반해,온섬에지천으로깔렸던수선화는민초의삶을닮았다.또한빼어나서고귀하기는커녕농부들의호미에뽑혀나가는등잡초취급을받았지만,한겨울동리울담밑에무심히자라온마을을다디단꽃향으로물들였다.
그런수선화는어찌보면늘아웃사이더포지션인그를닮았다.그래서수선화에더욱꽂혔는지도모르겠다.

진입로조차차단된
역사의맹지

내통이좌절된
회천동이덕구가족묘
도막은밭

-〈맹지盲地〉부분

맹지는제주에서소위‘도(道)없는밭(땅)’즉밭으로들어가는출입구가없는막힌땅을말한다.그러기에맹지는땅값도도있는밭에비교할바가못될정도로그가치를인정받지못한다.
이덕구,4.3을조금이라도아는이라면결코잊힐수없는이름석자다.제주도인민유격대제2대사령관이었기때문이다.특히4.3발발이후1대사령관이었던김달삼이입북하면서넘겨받은빨치산의사령관이었기때문이다.훤칠한미남형리더였던김달삼에비해벅벅얽은얼골에사람좋았던이덕구는흔히선말제주섬의만란을이끌었던‘장두’에비견된다.장두란섬사람들의억울하고굶주리는삶을해결하기위해자기목숨을내놓고등소(等訴)의맨앞에섰던인물을가르킨다.즉,자신의목숨을공동체의안위를위해내어놓는이타적희생정신의화신이다.그리하여장두의목숨을바친후에야겨우나아지는삶을살아내야했던제주인들에게장두는영웅이면서은인이기에섬사름들은결코그의이름을잊지않고자식의자식,그자식의대를이어신화로전설로전승한다.
이덕구역시그러했다.폭도라고낙인찍혔고,한집안이씨멸족당했지만,그는홍길동처럼휙휙날아다니고신출귀몰했다.하지만,패배한역사의주인공이된4.3장두이덕구.“지금은진입로조차차단된역사의맹지”가되었지만,시인은도막은밭앞에서전설의부활을꿈꾼다.언젠가는이덕구가족묘의도막은밭이비로소길이생기고역사의성지로탈바꿈할날이있을것이다.그의시들은바로의이역사의맹지에길을뚫는일이기도하다.

제주시인,조천사름,김경훈.
그의시어들은사정없이몰아치며싸대기를후려패는섬바람의매서운맛과동리마다무심히자라온마을에자신의향을채워사악한것들을정화하는수선화향을닮았다.
매섭지만달다.
매서운바람의시만써대던그가난생처음“나도서정시쓴다”고내놓은이시집,《수선화밭에서》향에취해보길권한다.

발문

김경훈시인을만나기전에그의시「연인들」을먼저만났다.그시는제주4·3당시학살당하기직전에연인이대화를나누는장면을쓴작품이다.비극적영화의한장면을보는듯한그시를보면그의연극적기질을알수있다.그는아마도4·3진상규명을위한조사를하는중에이시를메모했을것이다.한날한시에희생당한연인들의이름을보며극적상상을했으리라.그상상은비장한장면이다.이런연인들이어디한둘이었으랴.어쩌면이번『수선화밭에서』의서시는이시「연인들」이아닐까.피의4·3을들여다보며사랑의감정을놓치지않으려고하는마음을드러내는일은이시이후이시집을묶기까지스무해남짓지나야가능한일일정도로서글픈사랑이다.

오라방
이렇게묶이니등에체온이전해져와요
마지막가는길에
얼굴을바로보지못하는것이아쉽지만
이따뜻한느낌만으로도난행복해요

〈중략〉

오라방나지금무슨생각하는지알아요
죽어도이렇게오라방과함께죽으니
미련원망없어요저승갈때랑
이더러운구속다벗어두고
우리날혼으로다시만나요

〈중략〉

저총구가우리를겨눈다

-「연인들」부분(『한라산의겨울』(2003,삶창))

제주작가회의에가입하고얼마안되었을때였다.이시를읽고김경훈시인을직접만나니경외감이들었다.농담섞어하는말로제주도에저항시인이둘있다는건나중에야들었다.김경훈시인처럼오랫동안4·3을연구하며시를쓰는강덕환시인이윤동주라면,김경훈시인은이육사라고.더욱이그의얼굴에서풍기는기운은영화배우뺨칠외모다.그는영화배우최민식을닮았다.산전수전을다겪은듯한아우라가그에게서풍긴다.대개고수들이그러하듯그는별말없이소주를연거푸마신다.그후전화를통화를할때도내가들은말은“어,기여.”뿐일때가많았다.
김경훈시인은시인이면서연극인이다.그의시를이해하려면그의시에나타나는극적인요소를살펴야한다.그는문학과삶을연출한다.그가연출하는이문학과삶은현장성과사회성을강조한다.그는늘현장에서시를쓴다.『고운아이다죽고』(각,2003)와『한라산의겨울』(삶창,2003)을비롯한여러시집에서4·3현장을노래했다.
『눈물밥한숨잉걸』(심지,2008)에수록된「꿩꿩장서방」을보면알수있듯제주민요를바탕으로한시에서도그는4·3을말한다.“큰아들확차가부난내팔자여내사주여/셋아들아손님온다상제질잘허라/셋아들은까마귀와서오꼿차가버리니”(「꿩꿩장서방」)라고말하는제주사람의목소리를들려준다.그의4·3시집은『까마귀가전하는말』(각,2017)에이르러정점에이른다.그시집의부제가‘4·3순례시집’이다.그리고이제돌아와사랑을노래한다.
그러니이사랑가는진한울림을수반하는노래일수밖에.이시집에는‘백동백’,‘물매화’,‘배롱나무’,‘시로미나무’,‘찔레꽃’등식물이름이많이등장한다.이식물들은사랑을상징한다.시「들꽃이름외우기」에서“들꽃이나그닮은이들을닮아야겠다”라고말하는시인은식물이름과사람이름을동등하게보면서우리가호명해야할이름들을상기하게만든다.
4·3을따라가는길에얼마나많은이름들을만났겠는가.비석에이름만남은존재들을불러주면서사랑을말하는시인은잊어서는안될역사를사랑의마음으로말한다.사람의이름이곧들꽃이름이다.들꽃이름을잘외우지못하는자신을반성하는시인에게역사를정명(正名)하는그의방식은마침내사랑이다.

시류에때묻자
눈감고등돌려
그이에게가는길온통막히고

지금은
진입로조차차단된
역사의맹지
-「맹지(盲地)」부분

아직일어서지못한백비처럼“내통이좌절된”맹지가있다.인민유격대장이덕구가족묘는회천동에있는데,입구가딱히없다.그가족묘를보며시인은“역사의맹지”를말한다.아무리불러봐도대답없는이름들앞에서시인은맹지와같은답답함으로가슴을친다.이맹지는섬제주도와닮았다.“역사의맹지”에서제주도는피로물들었다.이덕구와같은고향인김경훈시인은이덕구가사회교사로재직했던조천중학교를졸업했다.제주대학교국어국문학과에진학한그는문학동아리‘신세대(新世代)’에가입했다.그곳에서비로소이덕구를만난다.물론역사속이덕구.고향선배가걸어간길을따라가며시를쓴다.
그는처음에는시인보다딴따라가되고싶었다.마당극으로그의연극인생이시작되었다.그가대학생시절참여했던마당극중에‘똥풀이’가있었다.법환동하수종말처리장사업을풍자하는마당극이었다.그리고화순자유무역항건설을반대하는시위를벌이다구류처분을받기도했다.그후놀이패‘한라산’에들어가신나게딴따라가되었다.
그는중학교때그림을좋아하는소년이었다.특활시간에미술반에들어가그림을그렸다.하지만고등학교진학후미술은돈이많이들것같아포기한다.마침그가진학한제일고등학교에는고시홍소설가,문영택수필가가있었다.대학에들어가니1년선배인강덕환시인이있었고,점차그들의영향을받아시를쓰기시작했다.고등학교시절김수영,신동엽의시를좋아했던김경훈은리얼리즘문학에매료되어지금까지이어오고있다.
하지만그도이상(李箱)을좋아했던문학청년이었다.‘신세대’에서마련한세미나에서그는‘이상문학론’을발표했다.81학번스무살청년은이상을선택했다.다소의외라는생각도들지만,세상에대한저항으로이상을선택했던것은아닐까.언어에대한저항으로가득한이상(理想)을그는떨리는목소리로발표했을것이다.

걷잡을수없이
누군가사무치게그리울때
온몸을튕겨
운명을잠시
비켜서기도하지만
그찰나의해갈만으론
해저의중력이
너무깊다
-「숭어」부분

시인은숭어가되어이세상을견뎌왔다.강정해군기지,제2공항,비자림로등의현장에서시를쓰고읽었다.그가쓴시의맛은현장에서그의육성으로들어야더좋다.숭어처럼날것으로나타나기도하지만,그러므로살아있는시를쓴다.
고등학교국어교사라는안정적인직장이생길기회도있었으나며칠만에학교에서박차고나왔다.그의첫시집『운동부족』(오름,1993)은몇해전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