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의 기분 (책 만들고 글 쓰는 일의 피 땀 눈물에 관하여)

책갈피의 기분 (책 만들고 글 쓰는 일의 피 땀 눈물에 관하여)

$14.00
Description
어느 8년 차 출판편집자의 본격 하소연 에세이!
지난해 독립출판물로 소개되어 많은 이의 공감을 샀던 『책갈피의 기분』. 독자들의 사랑에 힘입어 새롭게 펴낸 이번 책에서는 ‘독립출판’이라는 특별한 경험과 그것이 가져다 준 작은 변화들까지 모두 담아냈다. 12구짜리 멀티탭 수준으로 일하며 책과 책 사이에 끼어 너덜너덜 납작해진 책갈피의 일상을 만나볼 수 있다.

연봉을 13으로 나눈 쥐꼬리를 월급으로 받고, 유명 인사가 작고하면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 새도 없이 한 달 만에 관련 도서 5종을 뚝딱 찍어내고, 핫식스와 레드불과 스누피 커피우유 가운데 어느 게 가장 각성 효과가 큰지 꿰고 있는 편집자의 삶 속에서 지옥철에 끼이고, 액셀 시트에 끼이고, 무능한 상사와 가진 건 열정뿐인 신입사원 사이에 끼인 우리 모두에게 전하는 작은 위안과 응원의 메시지를 발견하게 되고, 다른 갈피에 접어두었던 삶을 꿈꾸게 해준다.
저자

김먼지

작은출판사에서책을기획하고편집하는북에디터.책을좋아하지만그대가가너무가혹하다고생각하며하루하루간신히버티고있다.피와땀그리고눈물까지쏟아가며만든책이매번사랑스러운것은아니라서괴롭다.하지만이것이책갈피의숙명임을받아들인뒤로는위경련이조금나아졌다.쓰고싶은글이아주많지만,오늘은일단당신의글부터매만지기로한다.

목차

1부나는12구짜리멀티탭입니다
남들은다내가멋지다고했다│뭐하는분이세요?│어쩌다가,라고물으신다면│편집자의조건│편집자의메일1│불행의값어치│굳이편집자가되고싶다면│책만드는일은왜이리고될까│책좀사라,사람들아│어떤기분이신가요│편집자의통화1

2부어쩌다편집자같은걸하고있을까
8년차편집자의품격│난늘을이야,맨날을이야│줄을서시오│연중무휴24시고객센터│편집자의메일2│편집자의직업병│존경하는국립국어원여러분│차례의여왕을조심하세요│지긋지긋한책태기│지극히사적인│오타의요정│편집자등터지다│삼가고인의명복을빌고싶은데│유토피아는없었다│편집자의통화2

3부그렇지만,그래도,그럼에도불구하고
소소하지도확실하지도않은│그땐그랬지│이것만하고진짜때려치울거야│책을내고싶으신가요│인쇄소에서│편집자의이름│더럽고치사한편집자│편집자의메일3│돈이안되던데요│나쁜점만있는건아닌데│이상한나라의출판사│파본의기분│편집자의통화3│뭐하냐,나지금│아무도내게야근하라고한적없다│오마이노쇼!│책이눕는다│중쇄를찍으려면│그럼에도불구하고책을만듭니다│편집자의폴더

4부다시화분에물을주기로했다
테이블야자가죽었다│그녀를위로해주세요│독립출판,제가한번해보겠습니다│내글의쓸모│내주제에작가는무슨│편집자의메일4│확인받고싶어서│작가님,마감입니다만│멈추지않았더니비로소보이는것들│중쇄를찍자│테이블야자가살았다│편집자의메신저

에필로그이제돌아갈수없습니다

출판사 서평

챍속으로

“저는작은출판사에서책만들어요.”상대방이이업계를모를경우,그다음대화는보통이렇게흘러간다.“우아!그럼뭐하시는거예요?책디자인하세요?”“아뇨,저는편집자예요.”“아,그러면글을쓰시나요?”“아뇨,디자인은디자이너가하고,글은작가가써요.저는글이책이될때까지의모든과정을돕고있어요.”“아….”대화가이쯤진행되면상대방은곧입을닫는다.‘어차피들어도잘모르겠군.’하는떨떠름한표정이다.어쩌면내가잘난체를한다고느낄지도모른다.하지만나로선최선을다해설명했다.실은나도편집자가어떤일을하는지명쾌하게정리하기가어렵다.(아마우리엄마도잘모를거다.)_「뭐하는분이세요?」

당시내가입사지원서에기재한연봉은아마업계최저가,‘사장님이미쳤어요!다시오지않을파격세일가’가아니었나싶다.혹시금액을높게쓰면면접기회조차없을까봐겁이나서였다.그리고면접날대표는‘1600~1800’이라고써둔내입사지원서위에손가락을올리며말했다.“요건못주고,요걸로해야되겠는데?”1800은못주니까1600으로하자는말이었다.이렇게까지대놓고말하다니!치사하고야속하다는생각이아주살짝스쳤다.하지만나는졸업과동시에여러군데에넣은이력서중가장먼저연락이온이회사가너무고맙고소중했다._「불행의값어치」

편집자인나는책을만드는데필요한모든이와소통한다.대표와저자사이에필요한소통도내몫이고,저자와독자사이에도내가있고,마케터와디자이너사이나디자이너와인쇄소실장사이에도내가끼어있다.자기들이알아서소통하게하면편할것같지만,그것도곤란하다.시시각각변하는모든사항에대해한사람이알고있어야더큰사고를막을수있기때문이다.그리고이많은사람들사이에서도나는을이다.모든것을조정하고,조율하고,부탁하고,받아내고,보내주는사람이기때문이다.그래서이따금씩나의하루는빌고또빌다가끝나기도한다.여기서도죄송,저기서도죄송….디자이너가잘못했더라도,인쇄소가잘못했더라도책임편집자는나라서내가싹싹빌어야한다._「난늘을이야,맨날을이야」

무엇보다가장마음에드는변화는글을쓰는사람이되었다는것.평생남의글을만지던내가마침내내글을썼다.리뷰도,보도자료도,기획안도,제안서도아닌나의이야기.심지어그것이책으로나오고,누군가가읽어준다는것이이렇게황홀한일인줄전에는미처몰랐다.내이야기를쓰면서오롯이나자신에게집중하던그순간들은,그어느때보다큰만족감과치유를선물했다._「멈추지않았더니비로소보이는것들」

그래,아무래도책을쓰기전으로는돌아갈수없을것같다.그렇다고편집자를그만두고독립출판작가로전향하겠다는건아니다.나는출판사에서여러작가들과함께그들의반짝반짝빛나는이야기를꺼내는일을아주좋아한다.(그렇다고힘들지않다는건또아니다.)다만,내글을쓰고내책을만드는소소하고도은밀한즐거움이일상의고단함을달래주고삶을더단단하게만들어준다는것을믿고있다.오늘,마음이공허하고외롭다면책상앞에앉아자기만의글을써보길.당신은곧사랑받게될것이다.최초의독자인당신자신으로부터._「이제돌아갈수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