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코멘터리
3년전,그러니까‘아무튼시리즈’를론칭할때한신문사와인터뷰를한적이있습니다.“당신의아무튼은무엇인가요?”라는기자의마지막질문에저는조금의망설임도없이“여름입니다!”하고답했습니다.네,그만큼여름을좋아합니다.‘봄여름가을겨울’중상대평가가아니라‘내가좋아하는것’의절대평가입니다.
그러니『아무튼,여름』을만들면서많이신났을수밖에요.‘혹시작가가내속에들어왔다나간건아닐까?’싶을만큼공감되는이야기들에자주빨간펜을내려놓고내적환호를내질러야했습니다.이를테면이런대목.
“초여름어느날,체육수업이끝나자마자운동장세면대수도꼭지를틀면와르르쏟아지던미지근한물의감촉을아직기억한다.고1여름방학때,보충수업이끝났는데도친구랑헤어지기가아쉬워정류장에선채로버스한대를보내고,또한대를보내며수다에몰두하던오후를잊지못한다.뙤약볕이내리쬐는오후,한강을따라뛰다가입밖으로튀어나올것같은심장을움켜쥐고숨을고를때불어오던산들바람,하드하나입에물고한손에는맥주가든비닐봉지를늘어뜨린채휘청휘청걷던자정무렵의퇴근길도빼놓을수없다.하루라도빨리어른이되고싶었던나는여름의순간들과함께이만큼자랐다.”
또이런대목도요.
“그시절내가그리워한건여름이아니라여름의나였다.여름만되면스스로를마음에들어하는나,왠지모르게근사해보이는나,온갖고민과불안따위는저멀리치워두고그계절만큼반짝이고생기넘치는나를다시만나고싶었다.”
공통점이보이시나요?이책에서김신회작가는환히빛났던지난여름의기억을불러오는동시에그안에깃들어함께성장해온‘나’를발견하고자애씁니다.여름옷을꺼내입으며타인의시선에신경쓰는내몸에대해고민하고,여름에만나사랑한연인과이별하면서그동안상대에게맞추기위해잃어버린진짜내모습과마주하며,이책을계약한날백화점과일코너에서산샤인머스캣을먹으며나한테잘해주는일의중요함에대해생각하죠.좋아하는대상에대한예찬에그치지않고무언가를‘애호하는마음’과그마음이가능케한작은변화들을가만히들여다보는일,또그러한변화조차기어이여름의공으로돌리고야마는그의지극한여름사랑에제보잘것없는‘여름부심’은일찌감치꼬리를내리고말았습니다.
다시,여름입니다.사상유래없는코로나19팬데믹장기화로일상의많은것이바뀌고있습니다.어쩌면지금껏한번도경험하지못한낯선여름과만나게될우리에게이책은말합니다.늘그러했듯여름은올해도“담대하고,뜨겁고,즉흥적이고,빠르고,그러면서도느긋하고너그”러울것이고,그런“여름을즐기는데필요한건조건이아니라마음”이라고요.여름의문턱에서이책을내게되어기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