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피아노 : 모든 것은 건반으로부터 시작된다 - 아무튼 시리즈 48

아무튼, 피아노 : 모든 것은 건반으로부터 시작된다 - 아무튼 시리즈 48

$12.00
Description
나는 피아노를 배움으로써
돌이킬 수 없는 세계를 가진 인간이 되었다
당신에게는 생각만 해도 좋은 한 가지가 있나요?” ‘아무튼 시리즈’가 마흔여덟 번째로 던진 물음에 작가 김겨울은 ‘피아노’라고 답했다. 지금까지 네 권의 단독 저서를 펴낸 작가로서뿐 아니라 유튜브 채널 ‘겨울서점’ 운영자, MBC ‘라디오북클럽’의 디제이 등 책을 중심으로 다양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지만, 그가 몇 장의 앨범까지 발표한 싱어송라이터라는 사실을 아는 이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음악은 책과 함께 지금의 김겨울을 만든 원천이고, 그 중심에는 피아노라는 악기가 자리하고 있다.

『아무튼, 피아노』는 그런 작가의 피아노를 향한 지극한 발라드이자 “그것을 속속들이 싫어하고 낱낱이 사랑하게 된” 성실한 기록이다. 다섯 살 때 처음 피아노의 세계로 뚜벅뚜벅 걸어 들어간 순간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그 낯선 세계가 삶을 가득 채웠다가 갑자기 썰물처럼 빠져나갔다가 다시금 밀려들어와 온몸을 적신 과정을 아우른다.

“피아노에 대한 나의 성실은 느슨하지만 끊어지지 않는 성실로, 매일 네 시간씩 바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네 달 이상 쉬지도 않는 종류의 것이다. 다섯 살 때부터 열세 살 때까지, 그리고 스물여덟 살 때부터 지금까지 그래 왔다.”

저자

김겨울

작가,독서가,애서가.한때음악을만들었고지금은종종시를짓는다.유튜브채널>겨울서점’을운영하며MBC표준FM<라디오북클럽김겨울입니다>DJ를맡고있다.『책의말들』,『아무튼,피아노』를비롯한여러권의책을썼다.고려대학교심리학과를졸업한후동대학원철학과석사과정에재학중이다.텍스트속타자들을통해조금씩변해왔으므로자신을‘텍스트가길러낸자식’으로여겨도제법?정당...

목차

모든것은건반으로부터시작된다

걸어들어가기

피아노의몸

피아노의영혼

찾아들어가기
+클래식음악을위한스트리밍서비스

그게다음악

시행착오

무한히변주되는약속

나와너의등이겹칠때

음악-추기
+발레클래스에서사용하는음악

음악-읽기

듣는일

에필로그

출판사 서평

오직피아노만을위한지극한발라드

“당신에게는생각만해도좋은한가지가있나요?”‘아무튼시리즈’가마흔여덟번째로던진물음에작가김겨울은‘피아노’라고답했다.지금까지네권의단독저서를펴낸작가로서뿐아니라유튜브채널‘겨울서점’운영자,MBC‘라디오북클럽’의디제이등책을중심으로다양한활동을이어나가고있지만,그가몇장의앨범까지발표한싱어송라이터라는사실을아는이는생각보다많지않다.음악은책과함께지금의김겨울을만든원천이고,그중심에는피아노라는악기가자리하고있다.

『아무튼,피아노』는그런작가의피아노를향한지극한발라드이자“그것을속속들이싫어하고낱낱이사랑하게된”성실한기록이다.다섯살때처음피아노의세계로뚜벅뚜벅걸어들어간순간에서시작된이야기는그낯선세계가삶을가득채웠다가갑자기썰물처럼빠져나갔다가다시금밀려들어와온몸을적신과정을아우른다.

“피아노에대한나의성실은느슨하지만끊어지지않는성실로,매일네시간씩바칠수는없지만그렇다고네달이상쉬지도않는종류의것이다.다섯살때부터열세살때까지,그리고스물여덟살때부터지금까지그래왔다.”

피아노건반위로흐르는생의아이러니

『아무튼,피아노』는피아노에대한깊은애정을드러내는동시에그이면에드리운복잡다단한감정에집중한다.다섯살때처음배운피아노가지금까지작가와어떤방식으로연결되어있는지가책전반에걸쳐나오지만,그렇다고이야기는일상의테두리안에만머물러있지않는다.김겨울은다음과같은고백으로책의문을연다.

“건반을누르면,소리가난다.이것이다이다.그래서피아노는시작하기쉬운직관적인악기이다.누구나시작할수있고누구나연주할수있다.나를두렵게하는것은이것이다가아니라는사실이다.”

“절망적인짝사랑에빠졌다”는토로처럼,그에게피아노는다가갈수록점점더멀어지는,알아갈수록점점더모르겠는존재이다.또한“이것이다가아니라는사실”은무언가를오랫동안들여다본자만이발견하고획득할수있는깨달음이기도하다.하여그미지의세계에대한두려움은역설적이게도지독한사랑으로읽힌다.피아노를듣는일에서출발해치는일을거쳐보고읽는일에까지다다른뒤다시듣는일로돌아오는순환은그가즐겨듣는쇼팽발라드4번의선율처럼“삶은이렇게넘실대다가끝나는”것을인식하는일로확장된다.

“모든게멈춘것같은왈츠의시간이지나고마지막의격렬한코다까지마무리되고나면곡이끝났음을받아들이지못하고다시처음부터시작하고야마는것이다.영원히그시간에멈춰있고싶지만음악이흐르려면시간또한흘러야만한다는아이러니에아쉬워하면서.”

이렇듯『아무튼,피아노』에는피아노의고유한세계안에서길어올린다양한감각과지각들로가득하다.작가가전작들에서보여준,책에대한깊이있는시선과성실한태도는피아노에도고스란히묻어난다.그래서그의피아노이야기는‘피아노의기쁨’이자‘피아노안에서유영하기’이며‘피아노의말들’에다름아니다.독자들은이책을통해더욱깊고단단해진‘김겨울’이라는세계를만날수있을것이다.

책속에서

향유하는사람보다참여하는사람이그것을더사랑할수밖에없다.사랑하지않고서는온몸으로참여할수가없다.혹은온몸으로참여하면더사랑하게된다.그리하여그것을속속들이싫어하고낱낱이사랑하게된다.글을읽을때보다쓸때,춤을볼때보다출때,피아노를들을때보다칠때나는구석구석사랑하고티끌까지고심하느라최선을다해살아있게된다.글이어려운만큼글을사랑하게된다.춤이힘든만큼춤을사랑하게된다.피아노가두려운만큼피아노를사랑하게된다.나는피아노를사랑하기때문에피아노가두려운것이다._「모든것은건반으로부터시작된다」

사실그콩쿠르무대보다더생생히기억나는건그뒤에있었던일이다.연말에있을학원발표회에서콩쿠르때연주한곡을포함해몇곡을연주하기로했다.레슨을받느라선생님앞에서신나게연주하고있는데오른쪽에서나를물끄러미보고있던선생님이갑자기웃었다.왜웃냐고물었지만선생님은대답하지않았는데,나는선생님이왜웃었는지안다.내가온힘을다해열정적으로연주하고있었기때문이다.그작은두손과두발,온몸을다써가면서,온갖표정을지으면서,피아노에다가갔다가멀어졌다가하면서.선생님이그때웃으면서“이런거구나”라고말했기때문에나는그것을알고있다.프로페셔널피아니스트처럼온몸으로집중해서연주하던아홉살어린이가그것을기억하고있다._「걸어들어가기」

나의세계는소리로가득차있다.다섯살이래로음정은언어의자리에슬며시밀고들어와등나무처럼결합했다.나는평생소리와함께살았고,지금도무수한소리를듣는다.소리는음이되고음이름이되어뇌에잠시머물렀다사라진다.그것은색이되어잠시뇌를물들이고사라지기도한다.이모든것은피아노의유산이다.나는피아노를배움으로써돌이킬수없는세계를가진인간이되었다.
_「피아노의몸」

나는클래식음악이내가가진마지막벽이라고느낀다.내가가진유일한마음의집이활활타올라서까래마저불타없어져도홀로불타지않는벽.노래에도,말소리에도,대화에도,그어떤것에도기댈수없을때지친몸을끌고가서털썩주저앉으면기댈수있는,푹신한소파는못되지만결코무너지지는않는든든한벽.거칠고두꺼운벽에머리를기대면나보다먼저기쁘고슬펐던이들이온갖소리로나를지탱해준다.이벽은,적어도아직까지는,나를배신한적이없다._「무한히변주되는약속」

하도많이펼쳐서다헐어버린,황테이프를덕지덕지붙이고도너덜거리는하농악보를한장씩넘겨본다.초등학교에들어가기도전부터쓰던하농이다.이걸능숙하게치던때의내가있었고,그시절로부터나는꽤먼길을떠나왔다.아르페지오며화음연습곡까지다쳐놓고아직어려서옥타브연습곡만못치던때로부터레슨에서옥타브연타를연습하고있는지금까지.아르페지오연습곡페이지에별것아니라는듯이‘레가토’라고쓰여있던때로부터아르페지오레가토를연습하기위해손가락으로끙끙대야하는지금까지.그손과이손은다른손이다.그어린이와지금의나는다른사람이다.물론같은사람이지만,그렇게생각하는편이좋다._「나와너의등이겹칠때」

음악과언어의유사성은너무나명확하게드러나있어서언급하는것이새삼스럽게느껴진다.단어,짧은구절,문구,문장,문단,글은각각음표,이음줄로연결된음들,동기(motif),프레이즈,주제,곡에대응한다.글이쓰인책은악보가기록된악보집에대응한다.책을처음부터끝까지순차적으로읽듯악보도순차적으로읽으며,책을그렇게읽는것을거부할수있는것처럼마찬가지로악보를읽을때도순차성을거부할수있다.음악은언어없는언어,잘게쪼개진의미를실어나르는대신감정을열어놓는언어다._「음악-읽기」

이제나는말을멈추기란도통쉽지않다는것을,억지로누군가가말을멈추게해야겨우뭔가를들을수있다는것을,그리고혼자서도그렇게할줄알아야한다는것을안다.말하는일이란다른사람에게나의일부를떼어내전달하는일이고,그이전에침묵의시간만이나를정의할수있으며,듣는시간만이나를겸손하게만든다.듣기를멈추지않아야하고,듣기위해침묵해야하며,침묵의힘으로말해야한다.더자세히,더세심히,더온전히들어야한다.나자신의소리도,다른누군가의소리도.고립이끝난후에야나는그사실을알았다._「듣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