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할머니 - 아무튼 시리즈 50

아무튼, 할머니 - 아무튼 시리즈 50

$10.43
저자

신승은

싱어송라이터이자영화감독이자글쓰는사람.정규앨범[넌별로날안좋아해][사랑의경로],EP[인간관계]를발표했고,단편영화[프론트맨][마더인로]등을연출했다.비거니즘에세이『밥을먹다가생각이났어』(공저)등을썼다.

목차

그양반얘기만하면울어
아무튼,할머니가아니다
16+16=32
할머니는꿈을꾼다
우연히만난할머니들
엄마가할머니가되어가고있다
내꿈은무사히할머니가될수있을까
까치산할머니
친구들은나를할머니라고부른다
갱스터할머니
지겨워지겨워
박막례할머니의피드백
농성장의할머니들
아무튼,아녜스바르다1
아무튼,아녜스바르다2
나는할머니꿈을꾼다

출판사 서평

책속에서

믿고싶은건믿고싶다.내무의식이할머니를끌어들이는것이아니라할머니가날보러꿈에온다는것,무당선생님을통해할머니가나에게잘커줘서고맙다고한말,날데려온친구들에게도고맙다고한말,사후세계,쓰레기를주우면환경오염이덜된다는사실,내가성실히고민해만들면언젠가누군가에게가닿을수있다는아직검증안된이야기같은것들._「그양반얘기만하면울어」

할머니들은잘묻는다.모르는사람의장바구니부터잘안보이는작은숫자까지.나는그질문들에대답을잘하는사람이되고싶다.나아가질문을잘하는사람이되고싶다.사회는그질문들에대답을잘하는가?김목인의노래〈대답없는사회〉가떠오른다.“대답을못들은사람들이,길위에나와있네.”_「우연히만난할머니들」

사회는눈곱만한글씨로눈곱만큼도도와주지않지.문방구에가서확대를하고,다시가위질을해서갖다붙이는엄마의,할머니의수고비용은어쩔셈인가요.약자는알아서하십쇼.세상에,엄마에게노인이라는한카테고리가더붙어버렸다.공인인증서,홈택스,인터넷뱅킹,스마트폰.세상은점점바뀌어가고나도적응이힘들다.그럴때면나는세상욕을확해버리지만엄마는자신에게로활시위를겨눈다.무식하고,이런것도못하는,할머니가되어가는자신을탓한다._「엄마가할머니가되어가고있다」

할머니가되고싶은데장애물이참많다.또당연히안전한할머니,소외받지않는할머니가되고싶은데그것은더더욱어려운일이다.여성노인에대한성폭력사건들을사회는어떻게다루는가.노인빈곤에대해사회는얼마나나몰라라하는가.폐지를줍는노인들,고물상에가는노인들이킬로그램당얼마를받으면서살아가고있는가.내가꿈꾸는것은그냥할머니가아니었나보다.친구들하고다같이,안전하고,빈곤하지않은,빈곤하더라도혜택을받아빈곤에서벗어날수있는할머니를꿈꾼다._「내꿈은무사히할머니가될수있을까」

“까치산할머니랑같이와야한대.”조연출님이말했다.아니‘까치산할머니’가누구지?‘한예종어머니’는들어봤어도.한예종어머니라하면한국예술종합학교영상원영화제작팀들이어머님으로많이캐스팅하는배우를일컫는말이다.까치산할머니는그냥까치산에살아서까치산할머니라고한다.우리영화에서는엑스트라를맡았다.역할이크고작은게중요한가?명백하게배우이름이있을텐데왜까치산할머니라고부르는걸까.지금생각하면좀의문인데그때는왠지멋있어보였다.그랜마프롬까치마운틴._「까치산할머니」

‘오뉴블’속여자들은사람을죽이고,때리고,마약을하고,폭력적이고,욱하고,더럽고,끔찍하다.한스탠드업코미디언이이런말을했다.“변호사,의사,우주비행사를떠올려보세요.그중에한명이라도여성이있나요?(한두명이손을들었다.)좋네요.자그럼마약중독자,쓰레기,성격파탄자를생각해보세요.한명이라도여성이있나요?(아무도손을들지않았다.)제가부수고싶은건유리천장뿐만아니라유리바닥입니다.”정확한워딩이다생각이나지않아다른부분도있을것이다.하지만그얘길들었던순간의충격만큼은생생하다.맞다,그러네.어떻게보면여자를악하지않게그리는것도납작하게그리지않는방법중하나일수있겠구나._「갱스터할머니」

아무튼,할머니라고해서새로운것이싫고귀찮을리있나.남편밥,아들밥,가족밥을차리는인생이지겹고싫을수는있어도삶자체가지겹지는않을것이다.살만큼살았다는말은거짓말같다.배터지게밥을먹어도몇시간지나면꼬르륵대는뱃가죽처럼,삶은채워도채워도끝이없을것이다.나는재밌게살고싶다.지겨운것은정류장도제대로표시안해놓은느림보마을버스뿐인할머니가되고싶다._「지겨워지겨워」

농성장,집회,데모참가자하면어떤모습이떠오르는가.나는조끼를입고머리에띠를맨중년남성의이미지가그려지곤했다.그외의모습은잘떠오르지않았다.하지만현장에다녀보니수많은여성들이,중노년여성노동자들이투쟁을외치고있었다._「농성장의할머니들」

〈노래하는여자,노래하지않는여자〉는여성들의연대에관한영화다.이영화속주인공은여성운동을이어가는데낙태죄폐지운동을할때외치는구호가있었다.“내몸은나의것!(Mybody,mychoice!)”몇년전까지여성들이외치던말과언어만달랐지자막상토씨하나다르지않은말이었다.정말느리게변하는구나.안변한다고말하고싶지는않아.정말정말느리게변하는구나.그리고정말정말정말오래전부터먼저운동을해온여성들이있구나._「아무튼,아녜스바르다1」

할머니에대해서이렇게마음놓고푹빠져생각해볼기회가없었다.언제나너무깊이빠지면그것이눈물로이어질까봐,더큰슬픔으로이어질까봐중간에차단막을두곤했다.근데막상기억을되짚어또렷이생각하려고노력해보니슬픔너머의감정들이온다.나는이걸무어라고부를수있을까._「나는할머니꿈을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