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잠 : 이보다 더 확실한 행복은 없다

아무튼, 잠 : 이보다 더 확실한 행복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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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아무튼 시리즈’ 53번째 이야기는 ‘잠’이다. 『어쩌면 내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로 10만 독자의 마음을 어루만진 작가 정희재가 긴 침묵을 깨고 발표하는 신작 에세이이기도 하다. 전작 『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를 통해 우리에게 ‘힘들면 잠시 내려놓고 쉬어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전한 작가는 더욱 깊고 단단해진 사유를 통해 “아침이면 ‘사는 게 별건가’ 하면서 그 위험하다는 이불 밖으로 나올 용기”를 주는 ‘잠’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책에는 고등학교 여름방학 때 잘 데가 없어 학교 문예부실에서 청했던 도둑잠, 대학 시절 마치 신생아처럼 기숙사에 처박혀 내리 잤던 통잠, 히말라야 계곡에서 기절하듯 쓰러져 경험한 단잠, 인도 여행 중 잠 수행을 한다는 슬리핑 라마를 찾아 나선 이야기까지 잠과 관련한 인생의 여러 순간이 담겨 있다. 책을 읽다 보면 “슬라임처럼 만지면 만지는 대로 형태가 변해서 결코 완성되지 않는” 잠의 얼굴과 마주하게 된다. 작가는 잠의 얼굴에서, 우리 삶의 가장 많은 시간을 써야 하는 일이기에 줄여야 하고 쫓아야 한다고 여기는 ‘죄책감’을 말끔히 지워버린다. 그렇게 『아무튼, 잠』은 깨어 있는 일의 고단함 앞에서 눈을 질끈 감은 우리 옆에 나란히 누워 나직하게 속삭인다. “자는 동안 지나가는 것들이 있다”고. “예를 들면, 편두통과 불안, 욕망, ‘맙소사, 이게 인생의 전부라고?’ 싶은 허망한 마음 같은 것들”. 그러니 “지금은 그냥 쉬”라고.

저자

정희재

중앙대학교예술대학에서문학을공부했다.그동안쓴책으로는티베트인들의삶과지혜를국내에처음소개한『당신의행운을빕니다』를시작으로『나는그곳에서사랑을배웠다』『아무것도하지않을권리』『지구별어른,어린왕자를만나다』『다시소중한것들이말을건다』가있다.이가운데『아무것도하지않을권리』와『지구별어른,어린왕자를만나다』는중국,대만과중화권에번역,출간됐다.티베트승려팔덴갸초의자서전『가둘수없는영혼』을우리말로옮겼고,아이의마음이되는순간을사랑해『나눌수있어행복한사람,이태석』을비롯해여러권의어린이책과그림책에도글을썼다.

“살면서가장듣고싶은말은무엇일까.이질문은결국‘어떤삶을살아가고싶고,어떤사람으로기억되길원하는가’와맞닿아있는것같다.뜨겁고아린삶의등을가만가만쓸어주던말들.그말을들을수있어서태어난것이아깝지않던말들.이책에담은건그애틋하고빛나는말들의녹취인동시에,당신에게가장들려주고싶은이야기이기도하다.”

목차

잠에진심입니다
잠이라는쾌락
잠덕후의운명을받아들이다
젊은날엔잠이흔해만보였네
내인생의도둑잠
잠억압의개인사
세상짠한잠
다좋은데당신과자야하는게문제
꿀잠을위한장비병
히말라야의리버피닉스
미치도록자고싶었다
마지막으로밤을새운적이언제더라
뭣이라,자면서깨달음을?
수면계의홀든콜필드가되고싶어

출판사 서평


책에는고등학교여름방학때잘데가없어학교문예부실에서청했던도둑잠,대학시절마치신생아처럼기숙사에처박혀내리잤던통잠,히말라야계곡에서기절하듯쓰러져경험한단잠,인도여행중잠수행을한다는슬리핑라마를찾아나선이야기까지잠과관련한인생의여러순간이담겨있다.책을읽다보면“슬라임처럼만지면만지는대로형태가변해서결코완성되지않는”잠의얼굴과마주하게된다.작가는잠의얼굴에서,우리삶의가장많은시간을써야하는일이기에줄여야하고쫓아야한다고여기는‘죄책감’을말끔히지워버린다.그렇게『아무튼,잠』은깨어있는일의고단함앞에서눈을질끈감은우리옆에나란히누워나직하게속삭인다.“자는동안지나가는것들이있다”고.“예를들면,편두통과불안,욕망,‘맙소사,이게인생의전부라고?’싶은허망한마음같은것들”.그러니“지금은그냥쉬”라고.

책속에서

현실은고되고자극에반응하는자아의활동은활발하다.하지만자는동안에에고(ego)의생각공장은휴업에들어간다.자면서불안,결핍감,고독,분노,갈망…같은것들도정화작업을거쳐다룰만한사이즈로줄어든다.잠잘때두뇌회로구조에서도파민이라는신경전달물질을활발하게분비하기때문이다.덕분에안정감과균형감각을되찾고,그안도감을몸과마음은또렷이기억한다.그래서중독된것처럼이불속동굴로들어가곤했다.
-「잠이라는쾌락」중에서

사실뭔가를열망하고,실망감을이겨내며산다는것자체가어마어마한에너지를필요로한다.그걸인지했다면아무때나쏟아지던잠에조금은더너그러웠을까.자신을긍정하고,스스로애씀을알아주고,셀프격려할수있는청춘이세상에몇이나될까.그걸자기합리화와구별할수있는지혜를갖추기란더욱어려운일이다.
-「잠덕후의운명을받아들이다」중에서

그시절의나는가끔수면억압의앞잡이가됐다.세계는장막을덮어쓰고모습을드러내지않은설치미술같아서내가잠든사이에결정적인장면이연출될것만같았다.나만빼놓고친구들이의미와재미의모닥불둘레를에워싸고있지않을까초조해했다.인생의전반전에는부모가어린우리를재워놓고그시간에뭔가를도모했다면,이십대이후에는처지가바뀐다.다음날생계가걸린확실한일과가있는부모는잠자리에들수밖에없다.그틈을타서우리는졸음따위손등으로슥닦아내고밤의세계를질주하는것이다.그렇게잠을밀어내고밤을향유하는세대가바뀐다.
-「젊은날엔잠이흔해만보였네」중에서

그래서,그러므로,그러니까,잠은타도해야할잉여의시간이었다.타이밍,그흰색알약을서슴없이입에털어넣은건,잉여의존재가되기싫어서였다.미래를향한절박함에비한다면그까짓잠쯤이야.딱히안전에대한걱정이나문제의식도없었다.나는스스로를혹독하게다룬개발독재자이자악덕CEO였다.나뿐만아니라또래친구들대다수가만성적으로잠이부족했고,학교나사회에선그걸당연하게여기는분위기였다.
-「잠억압의개인사」중에서

그녀의잠은우리말로귀잠,한잠,쇠잠,단잠이라고부를만했다.몹시고단해세상모르고깊이잠든상태.치열한생존경쟁에붙들렸다가잠시유예의시간을얻은우리가밤마다떨어지곤하는바로그잠.날마다재연되는그녀의일인극을보면서마음이아릿해졌다.
-「세상짠한잠」중에서

매번용기가샘솟진않았다.둘사이에오가던친밀한공기를,잠에관한이론과숱한임상실험얘기로망가뜨리고싶진않으니까.말이길어질수록어쩐지변명처럼들릴수도있고.그럴땐다른수가없다.같이누워애인을먼저재울수밖에.마치아이를재우고내시간을가지려는부모처럼.상대가코를심하게골거나잠버릇이고약하다며자진해서각방을권유하면마음이한결가볍다.인사말로만‘잘자’하는것이아니라실질적으로잘자게해주겠다는데얼마나다정한제안인가.
-「다좋은데당신과자야하는게문제」중에서

가장견디기어려운건,오래전실수의결과들로지금의내가되었다는‘생각’이다.부족한건잠인데,여러결핍이삶을지배해왔다고뇌가오작동하기시작한다.물질,관계,일관된성실함,안정감,자기사랑이부족해도너무부족했다고‘판단’한다.생각은네살먹은남자아이처럼이일저일들추고,돌을던지다가,갑자기침을뱉고달아나기도한다.
-「미치도록자고싶었다」중에서

나는크게아파서고생한뒤부터잠의이런면모를새롭게자각하기시작했다.잠드는것이얼마나순수한기쁨이자안식인지그원초적인감각을다시배웠다.잠과꿈이라는렌즈로인생을바라보자자고,꿈꾸고,일어나살다가다시잠에들던날들이생명의신비자체였음이실감났다.그리고언젠가다가올영원히깨지않을잠에대해서더깊이주의를기울이기시작했다.
-「뭣이라,자면서깨달음을?」중에서

인생의어느시점에이르면사치스러운소망이생긴다.괴로움이오더라도품위있게받을수있기를.미쳐버릴것같은불안한영혼으로도위엄을간직하기.곤란과비참을억누르거나억지로극기하려않고,‘있을수있는일’이내게도왔음을받아들이기.운명을헤쳐나가면서도온화함과편안함을잃지않기.흔들리고헤매면서도타인을다치게하지않기.
-「수면계의홀든콜필드가되고싶어」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