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헌책 : 책에 남은 흔적들의 우주 - 아무튼 시리즈 65

아무튼, 헌책 : 책에 남은 흔적들의 우주 - 아무튼 시리즈 65

$10.15
저자

오경철

저자:오경철
서울에서태어났다.연세대학교국어국문학과를졸업한뒤문학동네,돌베개,민음사등에서편집자로일했다.책에서자주길을잃는다.헌책쌓인작은서재에서헌책을완상하며어딘지모르게헌책같은사람이되어가고있다.산문집『편집후기』『아무튼,헌책』을썼다.

목차

서문
하필이면수집
보는눈
숨어있는책
비가오는날에도
내다팔기
이름들
취미와생활
원본가까이
쟁여두기
인천―아벨
조건들
책은책으로
헌책은헌책일뿐
헌책의값
흔적들
후기를대신하여

출판사 서평

『편집후기』작가오경철의신작에세이

아무튼시리즈예순다섯번째주제는헌책이다.더정확히말해“아무개가소유했으나짐작하기어려운온갖사연을안고세상에흘러든”헌책을모으는일에관한이야기이다.책만드는사람의기쁨과슬픔을정제된언어로노래한『편집후기』오경철작가의두번째산문집으로,헌책에대한그의“작고수수한사랑의기록”을담았다.

“자립을한뒤로줄곧책을만들면서먹고살아왔으니독서야말로명색편집자라는내지난날의직업과다름없는위상을가졌어야마땅하지만,나는문사철(文史哲)의우뚝한고전들을비롯해피가되고살이되는양서를부지런히읽으며두뇌를단련하고고급한교양을쌓기보다대부분은내가알리없는아무개가소유했으나짐작할수없는온갖사연을안고세상에―그러니까헌책방에―흘러든책들에걷잡을수없이매혹되어성실한독서가가되기위해걸었어야할길에서탈선해버리고말았던것이다.”

어떤헌책이든그저헌책일뿐이라서나는그것을사랑해마지않는다

오랫동안종이책을만들어온그의첫책『편집후기』가생업의결과물로서(편집자로서)비교적객관적인시선을유지한채책과출판계를바라보았다면,『아무튼,헌책』은순수한취미로서(독자로서)“건조한일상에잔잔한활력을불어넣”는책수집의즐거움을전한다.그중가장큰행복은사들인헌책들의빛바랜책갈피마다잠들어있던오래된자국과이름과기억들이깨어나서로를연결하는세계를탐험하는일이다.책장을펼치면어린시절부터한국문학에심취해온저자가헌책과헌책방에서발굴한흥미로운이야깃거리로가득하다.이태준,정지용,박태준등전근대의진귀한고서들에관한비화부터김현과오규원,김종삼과최승자,김화영과장정일같은우리가사랑한작가들의숨은이야기까지,가히그만의작은문학사라할만하다.

“오래전에강남의어느헌책방에놀러갔다가내가무던히좋아하는한시인의오래된시집―그의첫시집이다―을구한적이있다.그것은그가또다른시인―지금은여기에없는―에게건넨책이었다.표지를펼치고그의성글고흐릿한글씨를가만들여다보노라면마치자신의첫시집을펼쳐이름을적어넣고있는―아마도미간을찌푸리고담배를피우며―그의기억할만한생의한순간을,그떠나버린시간을내가비밀리에,잠시나마오롯이소유한것만같은느낌이든다.이책을발견하여갖지못했더라면결코경험할수없었을일이다.1981년9월20일에처음발행된이시집은“우리들의시인,최승자”의『이時代의사랑』이다.”

신촌의숨어있는책,인천배다리의아벨서점등헌책방순례기도흥미롭다.더불어전국의헌책방을다니며나름의기준과안목으로책을고르는일에서부터그것들을집에들이고살피고관리하는법,“비좁은집이책의포화상태를극사실주의적으로전시”하는지경에이르러서야헌책을내다파는상황까지,헌책수집가의일상을들여다보는것도이책이주는큰재미이다.

“나는몇권의허름한책을주섬주섬챙겨책값을계산하고헌책방을나온다.책꾸러미를바리바리들고느지막이집에들어오면나는몸을씻고나와서책상앞에앉아그날취득한책들을한권한권꼼꼼히한번더검수한다.그렇게살균수와티슈로구석구석소독하고닦은뒤에―코팅이되어있지않은책은먼지를떨어내고베란다로가져가얼마간바람을쏘이고볕에말린다(옛말로‘포쇄曝?’라고한다)―비로소그책들과대면한다.내가감응하는것은그책들자체이기도하고그것들과동일시되는텍스트이기도하다.”

“책에남은어떤흔적은그자체로눈부시게강렬하다”라는책의한구절처럼,『아무튼,헌책』은그흔적들이만들어낸소우주로독자들을이끈다.세상에나오자마자금세잊히고말지만,“우리가잘알거나아니면전혀알지못하는장소들로”흩어져죽음과도같은잠에들지만결국은다른누군가에게기어이발견되어새로깨어나는책의운명을좇다보면,서가에무심하게꽂힌책들이예사롭지않게보이지않을지도모른다.그렇다면당신은이미그세계에첫발을내디딘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