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코패스 - 리:플레이

사이코패스 - 리:플레이

$19.00
Description
냉철한 시선으로 들여다본 이 세상의 조각들
구조의 중첩과 충돌이 만들어낸 네 개의 콜라주
제6회 김상열연극상, 제12회 대산문학상 등을 받으며 한국 연극의 지평을 넓혀온 극작가 박상현의 신작 희곡집. 데뷔 이래 줄곧 ‘구조주의적 글쓰기’를 지향하며 한국 사회의 이면을 날카로운 시선으로 바라본 그의 최근작 네 편이 실려 있다.

표제작인 「사이코패스」는 초연 당시 파격적인 주제와 수위 높은 장면으로 화제를 불러일으킨 작품. 하나의 사건과 범인을 두고 여러 진술이 엇갈리는 열세 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진 콜라주 같은 희곡이다. 그로부터 3년 뒤에 발표한 「치정」 역시 정비석의 소설 『자유부인』을 모티프로 하여 과거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대한민국 치정(정치)의 역사를 새로운 스타일로 그려냈다는 평을 받았다. 작가가 가장 최근에 발표한 「오슬로에서 온 남자」는 한국이라는 공동체에 속하지 못한 채 경계에 머물러야 했던 이들에 관한 이야기로, 다섯 개의 각기 다른 드라마는 마지막에 가서 하나의 큰 그림으로 완성된다.

조만수 연극평론가는 박상현의 작품들을 두고 “구조들이, 구조들의 충돌이 극을 이끌어간다”고 말한 바 있다. 전통적인 플롯을 의도적으로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그의 이러한 작업은 희곡(연극)이라는 낯설지만 매력적인 세계로 우리를 초대한다. 연극연출가 손원정의 리뷰처럼 이 책은 작가가 “독자에게, 그리고 관객에게 건네는 정성스러운 질문으로” 다가올 것이다. “희곡은 무엇이고 연극은 또 무엇이며, 우리는 왜 희곡을 읽고 연극을 보는 것인가. 우리는 이 세계를 도대체 어떤 방식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이고, 거기에 극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인가.”

저자

박상현

저자:박상현
대학시절‘서강연극회’에서처음연극을배웠다.1998년<4천일의밤>을쓰고연출하면서본격적인활동을시작했으며,이후미국마이애미대학교에서연극학석사과정을마쳤다.그동안희곡<405호아줌마는참착하시다><자객열전><모든것을가진여자><진과준><명왕성에서>등을썼고,<키스><추적><멸><공포>등의작품을연출했다.펴낸책으로『405호아줌마는참착하시다』와『명왕성에서』가있으며,현재한국예술종합학교연극원에서극작을가르치고있다.

목차

서문

오슬로에서온남자
사이코패스
치정
고발자들

리뷰|‘알고싶어요’와‘알수없어요’그사이의세계손원정(연극연출가)

출판사 서평

추천사

박상현의희곡에는우리에게익숙한플롯이보이지않는다.플롯이보이지않는다는것은극이전개되는논리가보이지않는다는것이다.알기위해서는왜그렇게됐는지가보여야할텐데박상현은‘왜’를명확하게제시하기를거부한다.그런면에서그는참불친절한작가다,라고단정지으려는찰나,머뭇거리게된다.불친절한건작가인가,아니면그의눈에비친이세계인가.등장인물이왜그런행동을하는지,상황이왜그렇게될수밖에없는지에대한이유를속시원하게설명해주지않지만,그렇게납득할수없는행동과상황은한작품안에서여러인물을통해반복되고있기때문이다.박상현의극에는전통적인플롯이없는대신‘반복’과‘변주’라는다른구조가악보처럼명확하게존재한다.그리고그속에서하나의세계가어지럽게모양을갖춘다.
_손원정(연극연출가)

책속에서

남자1 스무살때까지꿈을꿨어요.어머니가저를찾아오는꿈.그먼나라까지저를찾으러오는꿈.그건가능한일이아니었기에저자신어리석다고생각했습니다.그렇지만똑같은꿈을꾸고또꾸고,또꾸고…….그러다가제가어머니를찾으러가는꿈을꾸고나서생각했어요.이건가능한일일거야.그렇지만몸이쉽게움직이질않았어요.그때까지저는양부모님이저를버리지않을까두려웠습니다.아니,두분은전혀그럴분들이아니에요.그런데도…….불가능한것을꿈꾸고,일어나지않는일을불안해하는게나이들때까지저의일상이었어요.

여자1 글로리아어머니―.

여자2 널찾다가,찾다가어느세월내인생도여기까지왔다.너를버린게아니야.내가버린게아니야.하지만누구를탓할수있겠니.한국에이런아버지가있단다.그아버지는22년전에중학생이던딸을잃어버렸어.아버지는딸을찾다가기다리다기다리다,트럭에전단을싣고전국을다녔단다.큰거리마다,고속도로입구마다출구마다현수막을걸고.내딸을찾아주십시오.내딸을보지못했나요?한때사라지는것같았다가,그래서사람들이잊고있다가,또다시서울어느거리에내딸을못보셨습니까.다리를절고허리를못쓰는노인네가되었어도,내딸을찾아주십시오.그렇게20년이넘게현수막을걸었지.그현수막을볼때면내가,내마음이부끄러워서,무기력한내가미워서그만죽고싶었다.
「오슬로에서온남자」에서

명보 참이상하다.어떻게,어떻게나를용서할수가있죠?
자애씨 내가살기위해서.밤에는잠들고,아침에깨기위해서요.
명보 용서한다구요……,무조건?
자애씨 그러니까한번만얘기해줘요.왜그애를그렇게했는지,그렇게그애가미웠는지,그애가무얼잘못했는지.
명보 잘못하다니요,밉다니요.
자애씨 그럼그앨왜그렇게했죠?
명보 그얘길들으면날용서할수가없을거예요.
자애씨 전이미용서했어요.
명보 더이상밤에잠들수없고아침에깰수없을거예요.
자애씨 얘기하세요.
명보 ……다들으실수있을는지몰라.그럼……제목,푸른수염이야기,투.
「사이코패스」에서

남부장 지금밖에는여성단체회원들이전국각지에서모여데모를하고있소.“여성모욕을중지하라.”“미풍양속을해하는소설을불태우자.”각하께서도특별한관심을갖고계시드먼.“이북과모종의관련이있는것은아닌가?”“어째서남한의현실,특히관공리들의어두운면을파헤치는가?”“국회의원을비롯한정계,재계의비리를폭로하고자한목적이었는가?”남한을음란,퇴폐하게만들어적화하기위해북으로부터공작비를받고쓴것이아니오?
정비석 내래이북에서지주의아들이라해서서러움도많이받았드랬소.어찌그런의도에서작품을썼겠소.
남부장 지금이북에서는‘『자유부인』은대한민국자본주의체제의타락을보여주는사례로서,남한은이렇게속속들이썩어가고있다’고선전공세를펴고있는거알고있소?
정비석 그렇든어떻든내의도가아니고,나와관계없는일이외다.
남부장 그래,앞으로어쩔셈이오?이소설끝이어찌되려나?
정비석 ……아직거기까지는…….
남부장 에또,어디보자…….지난회가어디서중단되었는지봅시다.‘다음날정오가다되어집에가까워오자,오선영여사는어쩐지가슴이두근거리고,얼굴이뜨거워왔다.“아주머니,인제들어오세요?”오여사는순이에게대꾸도아니하고대문안으로들어서면서“아저씨는학교에나가셨겠지?”하고물으며대청쪽을바라보다가깜짝놀랐다.으레집에없으려니했던남편이,천만의외에도대청마루쪽에염라대왕처럼우뚝버티고서서심쌀스러운눈초리로이쪽을노려보고있기때문이었다…….정말무서운시선이었다…….결혼생활10여년동안에,남편얼굴에그처럼무서운표정을보기도이번이처음이었다…….“아이웬일이세요.아직안나가셨구려?어젯밤무척기다리셨죠?”“이,더러운여편네!나가!”분노는드디어폭발되었다.’(사이)이제오선영여사는집을나가갔지요?
정비석 아직은모르디요.
남부장 안나가면,혀를깨물고죽는단말입니까,장교수를쳐죽이고집을차지한단말입니까.
정비석 나가긴나가겠디요.
남부장 그런다음?
정비석 글쎄,아직은…….
「치정」에서

그냥참고지내려했는데요,더이상채플시간에들어갈수가없어요.선생님은기독교인이시죠?저는아니거든요.그런데제가왜거기앉아있어야하나요.채플시간에안들어갈자유가있어야하는거아닌가요?
네말이옳다.

나7급공무원입니다.100대1,경쟁뚫고여기들어왔습니다.애국하려고요.국가에헌신할각오가돼있었습니다.그렇지만멀쩡한시민의뒤를캐고,댓글달고,협박전화하고,그러려고들어온건아닙니다.
협박은무슨…….

벌써몇번쨉니까.왜삼성의스만나오면쓱,가위질입니까?부장,차라리보도지침을주세요.그럼나가지도않을기사쓰느라헛고생은안할거아닙니까.
보도지침은무슨…….
꼭문서로돼야보도지침입니까?

나도고발한다.고발할까?학술진흥재단에서연구비받아지들끼리나눠먹은저교수님들.학교홈페이지에올릴까?혼자할까?총학생회랑같이할까?비정규직교수노조랑할까?내스승인데…….어쨌거나다시는이학교에서는강의를못하겠지.여기이렇게폐기대장에적힌것들이수혈용으로나갔어.알고있었어?그거다감염된혈액들이야.다들정신나갔어.이거어떻게할거야?이걸로수혈받은환자들한테문제생기면어떡할거야!
「고발자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