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미

하미

$25.00
Description
한국 연극계에서 가장 뜨거운 이름
극단 신세계의 두 번째 희곡집
올해로 창단 10주년을 맞은 극단 신세계의 신작 희곡집. 『생활풍경』에 이은 두 번째 희곡집으로, 대표작과 최근작을 아우르는 다섯 편의 희곡을 실었다.

표제작이자 가장 최근에 발표한 「하미」는 각기 다른 목적으로 베트남전쟁 당시 민간인 학살 지역이었던 ‘하미 마을’을 찾은 평화여행단의 이야기로,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전쟁의 본질과 피해자-가해자의 위치성에 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그밖에도 금융자본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슈퍼맨이 전세 사기로부터 자신의 집을 지켜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담은 「부동산 오브 슈퍼맨」, 지금의 극단 신세계를 있게 한 대표작 「공주들」과 「파란나라」까지 극단 10년의 흐름과 변화를 가늠케 하는 희곡들로 구성됐다. 특히 이 사회에서 실격당하지 않기 위한 여성 예술가의 투쟁기를 그린 「김수정입니다」는 희곡이 당사자 서사를 어떤 방식으로 담아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귀한 작품이다.

이 책의 리뷰를 쓴 작가 홍승은은 극단 신세계를 “나와 다른 사람. 닮은 사람. 제대로 알고 싶어 부지런해지는 사람. 목격자 혹은 기록자인 자기 위치의 한계에 절망하는 사람. ‘정의’에 취하고 싶다가도 정신이 번쩍 드는 사람. 계속 듣고 싶은 사람. 말하고 싶은 사람. 뒤엉키고 싶은 사람”으로 정의한다. 이렇듯 동시대의 다양한 사회문제를 날카로운 시선으로 파고드는 이 젊은 창작자들의 작업물은 ‘연극은 시대의 거울’이라는 전언을 다시금 깨닫게 하기에 충분하다.
저자

극단신세계

저자:극단신세계
새로운세계,믿을수있는세계를꿈꾸는젊은예술가들의모임.구성원모두가연출,작가,배우등하나의포지션에속하지않고함께공부하고쓰고만드는공동창작을기반으로활동하고있다.첫희곡집『생활풍경』과극단의공동창작방법론을담은『극단신세계는공동창작
으로연극공주들〉을만들었다.』를펴냈다.

목차

서문

하미
부동산오브슈퍼맨
공주들
파란나라
김수정입니다

리뷰|악당도영웅도없는가장보통의세계:진창에평화가있다?홍승은(작가)
공연기록

출판사 서평

저자의말

『하미』출간을준비하며그간의작업들을찬찬히돌아보았다.그때우리는참으로뜨거웠고죽도록아팠다.이제는사라진남산예술센터에서100여명의시민배우와함께집단의모순에대해목소리를높였던<파란나라>(2016-2018),미투이후우리가외면해온성·위계폭력에온몸으로부딪쳤던<공주(孔主)들>(2018-2020),‘척하며’살아온나의진짜모습을무대위에서
맞닥뜨리며진저리나게깨지고반성했던<김수정입니다>(2021),전세사기피해당사자가되어전재산을다날릴뻔한상황에서대한민국부동산제도에대해울분을토해냈던<부동산오브슈퍼맨>(2023-2024),동시대전쟁이결코남의일이아니라는것을뼈아프게직면했던<하미>(2024-2025)까지.이제와살펴보니부족하고아쉬운것투성이지만,그때그순간만큼은우리가직면한현실을최대한신랄하게드러내려애썼다.물론그과정에서여러어려움도겪었다.성과가항상만족스러웠던것도아니다.하지만늘그랬듯지금도연극작업을지속하기위해치열하게노력하고있다.무대위로옮겨진우리의뜨겁고아팠던그시간을통해누군가는미약하게나마힘을얻기를,반복된아픔을겪지않기를바라기때문이다.
_김수정(극단신세계대표),서문에서

책속에서

수호 입장바꿔서일본이우리나라에와서장학금주면받을거예요?
진경 돈이무슨잘못이있어.받아야지!왜툭하면파이팅을할까?싸우자고?“평화,평화,평화,파이팅!”말이돼?(갑자기)근데뭉치일은진짜너무하지않았냐?한국에서교통사고나면병원가는건상식이잖아.(다시일하려다말고)그리고어제부터피해자찾아가서한다는소리가“증언해달라!”“힘들었겠다!”아니,인터넷좀만찾으면나오는얘기를대체왜…….
수호 피해자관광온것같던데.
진경 그러니까.동물원이야.투어버스타고,사육사설명듣고.“살아있는피해자를볼수있습니다!”
「하미」에서

김명희 솔직히전세없었으면우리가서울에집구할수있었겠어요?근데요,가만히보니까이전세라는게참미개한제도던데요?집없는사람들이집있는사람한테돈빌려주는거잖아요,개인끼리.근데이개인거래에정부가왜끼어들어와요?정부는대놓고집값올리고,국민들한텐뭐해주는것처럼전세대출늘려주고,보증보험만들어서안심시키고.우리같이돈없는사람들은정부만믿고빚내서비싼전세들어가니까,이거이용하는투기꾼들이판을치는거잖아요.저같은사람은모를줄알았어요?옛날은말도안할게요.이명박때금리낮추면서전세대출여덟번이나늘렸죠.박근혜때빚내서집사라,또대출엄청늘려줬죠.문재인땐세입자갱신계약거절못하게하면서집주인들이4년치집값한번에올렸죠,그래놓고그거달래느라또전세대출엄청늘렸잖아요.내가알아보니까전세대출이이명박때22조에서지금은200조가훨씬넘었다고하던데요.아니,제정신입니까!무슨정부들이다같이국민들을빚쟁이로만들고있어!이게다부동산값떨어지면정치적으로독박쓰니까,욕안먹고지지율지키려고,서로폭탄돌리기하면서눈치보는거잖아요.장관은2년,3년해처먹으면되고,대통령은5년해처먹고마니까다음정권에서해결해라!그래놓고,이제와서뭐?문제터지니까이건사회적재난이아니라사기범죄다,너네끼리해결해라?지금정부가피해자들한테보상을해줄게아니라처벌을받아야죠.이런대국민사기극을치고있는데!국토부장관이라는사람이말이야,문제가있으면책임을져야하는자리에올라가선,반성은못하고전정부탓이나하고있고,피해자들한테는같잖은보상해주겠다고거들먹거리고!뭐하는짓입니까,대체!두고보십시오.우리모두두고두고고생할겁니다.지금이대출들,언제한번제대로다터져서,이나라!어떻게되나보라고요!
한장관 (사이)네,국민여러분,사랑이필요한시기입니다.(노래‘우리의사랑이필요한거죠’전주가나오면)저희는국민을사랑하는마음으로한분한분의삶을따듯하게살피겠습니다.
「부동산오브슈퍼맨」에서

사회자 그럼진행하도록하겠습니다.역시누군가가침묵했던과거는중요한역사의한부분이라는생각이듭니다.꼭역사의진실이밝혀져서일본이진심어린사과를할수있게되길바랍니다.다른공주님들의이야기도듣고싶지만(공주들이손을들자)오늘은이공간을대관한시간이다돼서아쉽게도여기서끝내야할것같습니다.
김공주 (손을들며)잠깐만,안끝났어.나한마디만더할거야.
사회자 그럼김공주할머님의마지막말씀을듣고이자리를마무리하도록하겠습니다.

사회자,김공주에게마이크를전해준다.

김공주 (마이크를들고)맨날했던말하고또하고.테레비고신문이고입이아프도록죽도록말해놓으면그말은다어디가고그저김공주위안부,위안부김공주할매,피해자김공주.내말을듣고는있는거야?(감정적으로)나는위안부도아니고,할머니도아니고,소녀도아니야.그냥김공주야,김공주.윗구멍에풀칠하려고아랫구멍내어주니까밥이들어왔고,뒷구멍에뭐가꽉차서아파서열어보니까악취가,악취가.왜자꾸내구멍을가지고니들이…….
사회자 (마이크를빼앗으며)죄송합니다.시간이다돼서요.좋은말씀감사드립니다.
「공주들」에서

이선생 (강호의손을이끌고나와가운데세우며)여기앞에서서애들눈똑바로보고‘우리는평등하다!’세번복창!얼른!
이강호 (난감해하다가학생들을향해)우리는평등하다.우리는평등하다.우리는평등하다.
이선생 우리중에누구는싸움을잘하고누구는싸움을못한다.누구는부자고누구는가난하다.누구는공부를잘하고,누구는공부를못한다.이모든조건은한집단안에서하나의공동체를형성하는데걸림돌로작용을한다.무언가를더가진자들은평등을원하지않기때문이다.차별과불평등을야기하지.그러므로우리는우리의공통의가치를위해평등이라는개념을실현해야한다.우리는모두똑같은존재들이다.누가더잘났고,누가더못났고이런것없다.제발저불합리한세상의원리에맞서라!더이상비교당하지말고,더이상경쟁하면서살아남으려고노력하지말자!우리는함께한다.우리는평등하다.알겠나?
학생들 네,이대장님.
「파란나라」에서

박미르 (무대한쪽에누워서)네,꿈과일상은하나다!저는누워있는게일상이고,누워서연기하는게꿈이었습니다.여러분은지금박미르의꿈과일상이하나가된장면을보고계십니다.저의꿈과일상이하나가된순간을축하해주시겠습니까?(관객들이박수를치면)그런데꿈을위해서는하기싫은것도견뎌야만합니다.예를들어저는무대에서는것은좋아하지만대본을외우는과정은싫어합니다.누군가는내집마련을위해거지같은회사에매일출근합니다.결국이런하루하루가내꿈을이뤄냅니다.그래서꿈과일상은하나입니다.(사이)김수정은실격당하지않고배우라는꿈을이루기위해열심히성실하게노력하다수많은성폭력을경험했죠.성폭력은성희롱,성추행,성폭행을모두내포한의미입니다.이것은김수정의일상이었습니다.그모임에안가면되지않았냐고요?제가아까말씀드렸잖아요.꿈과일상은하나라고.일상이바뀌면,꿈도바뀝니다.이게김수정이배우였기때문에겪은일일까요?아닙니다.(영상에서자료가나오면)의사,종교인,교수,언론인,변호사,어딜가나그렇습니다.그러니까이건김수정의특별한일상이아니라보통사람들의일상이라는것이죠.(자료가나오면)6만명!올림픽주경기장을가득채울인원입니다.(자료가나오면)성폭력범죄접수및처리현황입니다.접수6만172건!신고가되어야만접수가되니,김수정의경험은저집계에포함되지도않았습니다.혹시여기서성폭력을경험하신분이계신가요?있어도이상하지않습니다.저도아는선배로부터성폭력을경험했습니다.(자료가나오면)아직도전세계에서성폭력이일어나고있습니다.지구가성폭력으로가득차있습니다.이게일상이아니면뭐가일상인가요?(영상에서그림이나오면)그리스·로마신화,제우스는헤라를포함해수많은여성을강간했습니다.(그림이나오면)1877년에그려진‘바시바족의불가리아여성집단강간’이라는그림입니다.전쟁중의강간을처벌하기시작한것은백년전쟁이후부터였습니다.백년전쟁은1337년에시작됐습니다.그러니까그이전부터엄청나게강간했다는거죠.(자료가나오면)그냥인류의역사는성폭력의역사,강간의역사입니다.(자료가나오면)성폭력은어쩌면지구의메커니즘이라는생각이들었습니다.지구가태양을돈다는사실처럼당연한순리같은것아닐까요?인류의역사를받아들이고인간다운삶을살고있는건어쩌면성폭력을저지른사람들일지도모릅니다.김수정은그일상에서벗어나기위해자신의꿈을폭파했습니다.꿈과함께자신이살던일상도폭파됐습니다.그때그선배들은안타깝게도아직도잘살고있습니다.성폭력은지구의메커니즘이니까못살아야할이유는없는거겠죠.그래도저는그사람들이불행하게죽어버리면좋겠습니다.저와같은,김수정과같은일상을경험한사람들에게,유감스럽지만이렇게말하고싶습니다.여러분이인간다운삶을포기하고꼭실격당하시길바랍니다.그럼저는이만일어나겠습니다.
「김수정입니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