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꽃 : 농부 전희식이 치매 어머니와 함께한 자연치유의 기록

똥꽃 : 농부 전희식이 치매 어머니와 함께한 자연치유의 기록

$15.00
Description
출간 15주년을 맞아 개정판으로 나온 『똥꽃』
치매에 대한 새로운 접근으로 생명의 존엄을 일깨우다
『똥꽃』은 치매를 앓고 있는 어머니와 그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아들의 이야기이다. 그런데 흔히 치매라고 하면 떠올릴 수 있는 모습들이 이 책에서는 근본적으로 뒤집어진다. 어머니는 20년 가까이 지내던 아파트를 벗어나 아들 전희식 씨가 빈집을 구해 1년 넘게 고물로 고쳐지은 산골짜기 허름한 집에서 사시사철 계절을 몸으로 느끼며 지내신다.
저자

전희식,김정임

30년째농부로살고있다.몸움직이는걸좋아하고땅과벌레와풀을사랑한다.보이는것보다안보이는것에관심이많다.미생물과파동과정령에민감하다.인도와호주,독일,스웨덴,브라질,오스트리아,페루등의공동체를찾아가서익힌공유경제와선물경제를우리나라전통과잇고있다.요즘은상담과수련지도,생태치유농장을일군다.2011년구제역파동뒤로자연식물식을하며생채식과단식을좋아한다.쓴책으로는『똥꽃』(그물코,2008),『시골집고쳐살기』(들녘,2011),『소농은혁명이다』(모시는사람들,2016),『습관된나를넘어』(피플파워,2022)등열두권이있고,어린이책으로는『하늘이의시골일기』(그레이트북스,2015)가있는데곧『선생님,식물들도권리가있어요?』(가제)(철수와영희,2023)가나온다.

목차

초판서문
개정판서문

3년전,‘예정된우연’을만나다
고물로어머니모실궁궐을짓다
어머니가거신전화
내리는눈을만지며“세상많이좋아졌네”
“어머니는똥대장”
필사적으로부엌문턱을넘으신어머니
“기도하믄다된닥카나?”
지리산운봉장날,땡볕아래서넋을잃다
“내가기머거리가?와그리가암을질러?”
“요즘나밥값하제?”
어머니와배추심던날
이제어머니덕좀보려나
가죽자반을만들다오십년전‘나무골댁’이야기로넘어가다
어머님의건강과존엄을생각하는기도잔치
어머니께품위있게말하는법을배우다
이십년만에처음자식밥상차리신어머니
어머니가나무토막으로쌓은‘피사의사탑’
오십년만의친정나들이
올기쌀해먹다가벌인소동
어머니와걷기연습을하다
“에이고오…안다치기그만이다”
젖값내놓으라는어머니
동화는많은데왜노화老話는없을까?
세가지요법
앞장서서방향돌리기
꿈길따라잡기
모성되살리기
동물매개치료
아,그래요?
어머니의입원
어머니의‘우라부지’
생신기념여행
세월이기는장사없다
망각저너머에
네번째요법의발견
흔들리는봄
나죽거들랑

출판사 서평

출간15주년을맞아개정판으로나온『똥꽃』
치매에대한새로운접근으로생명의존엄을일깨우다

『똥꽃』은치매를앓고있는어머니와그어머니를모시고사는아들의이야기이다.그런데흔히치매라고하면떠올릴수있는모습들이이책에서는근본적으로뒤집어진다.어머니는20년가까이지내던아파트를벗어나아들전희식씨가빈집을구해1년넘게고물로고쳐지은산골짜기허름한집에서사시사철계절을몸으로느끼며지내신다.

귀도멀고똥오줌도잘못가리는어머니가계실곳은결코서울이아니라는생각이다.더구나사시사철두평남짓한방에서만지내면서밥도받아먹고똥오줌도방에서해결하는것은관리하는입장에서는편할지모르지만여든여섯노쇠한어머니의남은인생을가두는것이라고생각한다.나는어머니에게파란하늘도보여드리고바위와나무,비나눈,구름도보여드리려고한다.어머니가철따라피고지는꽃도보시고시시각각달라지는계곡의바람결도느끼시고크고작은산새들이처마밑까지와서노닥거리는것도보셔야한다고생각한다.(30-31쪽)

“아이가!저기눈아이가?눈이다내리네.이기몇년마이고.”
눈내리는풍경을보고놀라는어머니모습이더놀라웠던나는신문지에눈을받아방으로들어왔다.
“눈맞아요.이기눈인기라요.”
그러면서나는어머니손에눈을털어놓았다.
“그래,눈맞네.세상참좋아졌네.눈내리는것도다볼수있고.”
눈내리는풍경을보는것이세상좋아진것이라니?이게무슨말인가싶었지만여러해를햇볕한줄기들어오지않고잿빛하늘을손바닥만한창문을통해서만볼수있었던도시의방안에서형광등불빛만의지해사셨던생각을하면이해가되고도남았다.(39-40쪽)

어머니를모시기로작정하고시도한일가운데하나가기저귀없이생활하는것이었다.기저귀는3년전에내가어머니를모시기로작정한결정적인계기기도했다.3년전에나는늘어머니에게기저귀를채워놓는것은‘똥오줌도못가리는애만도못한인간’이라는사실을공인하는과정이라고여겼다.노출되지않은개인의수치와는달리그것이밖으로드러나인정되어버리면심리상태에엄청난차이가있다고본것이다.…그러나이과정을두달이상거치면서어머니의배뇨감각이회복된것은물론당신스스로안방뒷문을열고나가서내가특별히고안해만든어머니전용뒷간에서똥오줌을보실수있게되었다.(121쪽)

사고로한쪽다리를못쓰게되신어머니는예전같으면늘방안에앉아헛된망상에사로잡혀괴로우셨겠지만시골집에오셔서는그럴시간이없다.전희식씨가그럴틈을만들지않는다.어머니는불편한몸을끌고마당에나와텃밭에물을주고,필사적으로부엌문턱을넘어아궁이불을지피기도하신다.어릴적먹던가죽자반을만들고20년만에수제비를만들어자식밥상을차려주셨다.늙고병든노인들이스스로를쓸모없는존재라고생각해서한없이위축되지만,전희식씨는어머니가생산적인일을할수있도록해드린다.어머니는자신감을되찾게되었다.일을하면서예전의기억들이서서히재생되기시작한다.

전희식씨는원인을알수없는분노에사로잡히신어머니에게그만의방법으로현실감각을되찾아드린다.일부러양말에구멍을내어머니에게슬쩍내밀면어머니의분노는어느새사라지고바느질에집중하신다.전희식씨는지금여기이순간에집중하지못할때끼어드는것이망상이란것을알기때문이다.

현대의학이치료가불가능하다고백기를들어버린치매는이책에서‘포기한삶의틈새로끼어든이물질’일뿐이다.86년을살아오신어머니삶의고단함이드러나는자연스러운과정이고그과정을있는그대로받아들이고하늘의이치에귀기울일때,치매는병이아니라치유자체가될수있다는것이다.이런깨달음은전희식씨가어머니를모시기위해3년여동안수많은관련책과자료,노인병원에서자원활동을하면서얻게된것이다.귀농을통해생태적인삶에눈을뜨고모심과돌봄으로생명을살리는일에적극적으로뛰어든결과물이기도할것이다.

현대의학은치매의원인을알수없다고선언했다.완치는없고진행을완화시키는약이있을뿐이라고사실상백기를들었다.대뇌피질속에쌓이는특수한단백질인‘베타아밀로이드’가뇌세포를파괴하는데따른기억손실과분별력상실이치매증상이라는진단은일찍이했지만손상된세포를보호하는작용을하는베타아밀로이드가왜과잉되어도리어세포를공격하는지는밝혀내지못했다.나는나름대로의치매원인도알고처방도알고돌보는방법도알았다.저항하지않고순응하는것,있는그대로를사랑하며거기서삶의이치와하늘의메시지에귀기울이는것이바로그것이다.(83쪽)

전희식씨는책읽기를좋아하시는어머니를위해동화나옛이야기를찾아서읽어드리다정작노인들이읽을만한책은어디에도없다는것을깨달았다.‘젊은것들’이봐야할효도를주제로한이야기도,아이들을대상으로한동화도어머니에게는맞지않았다.그래서전희식씨는직접이야기를만들었다.이렇게해서탄생한것이바로‘노화老話’이다.노인을소재로하거나노인문제를다룬책들은있지만,노인이읽을만한이야깃감으로만들어진책은거의드문현실에서‘노인문학’이라는새로운장르가탄생된것이다.노화는어머니에게큰인기를얻었고,한편두편노화가만들어지면서어머니의기억들이또렷하게살아나기시작했다.

내가동화를쓰기로했다.아니노화를쓰기로했다.‘젊은것들’보는책이아니라‘늙으신분들’보는책말이다.적당한동화책이야기를뼈대로삼아어머니의옛생활과연결시키고어머니의한결같은소원인‘벌떡일어나남들처럼돌아댕기는’이야기를곁들여만들었다.옷에똥오줌싸는할머니를등장시켜그것이전혀문제가안된다는이야기도만들었다.출산휴가나육아휴가가있듯이치매부모돌보는‘효도휴가’라는제도도만들어이야기속에넣었다.(182쪽)

어머니를모시면서전희식씨가슴에가장깊게자리잡은것은바로‘존엄’이다.늙고병든노인은인간이라기보다는‘관리’의대상으로전락해버렸다.우리사회가노인에게저지르는무례와무시는바로인간의존엄을훼손하는것임을깨달았다.전희식씨는어머니에게절대반말을쓰지않는다.집을나가고들어올때는언제나큰절로인사를드리고무슨일이든어머니에게먼저알리고한다.어머니가하시는말씀한마디한마디를결코흘려듣는법이없다.이책이나올수있게된것도어머니의말씀에온전히귀를기울였기때문이다.어머니로부터되살려지는기억들을통해오히려전희식씨가새로배우고깨닫는것이더많았다.자연치유는어머니와더불어어머니를모신아들에게도가닿은것이다.일하러나갔다온사이혼자뒷간에못가시고방에누신어머니똥이꽃으로보이는놀라운치유의힘.

똥꽃

감자놓던뒷밭언덕에
연분홍진달래피었더니
방안에는
묵은된장같은똥꽃이활짝피었네.
어머니옮겨다니신걸음마다
검노란똥자국들.

어머니신산했던세월이
방바닥여기저기
이불두채에
고스란히담겼네.
어릴적내봄날은
보리밭밀밭에서
구릿한수황냄새로풍겨났지.
어머니창창하시던그시절그때처럼
고색창연한봄날이방안에가득찼네.

진달래꽃
몇잎따다
깔아놓아야지.(43쪽)

이책의모든소재들을제공하고이야기줄기를엮은어머니가공동저자가된이유이기도하다.치매라는병을넘어부모와자식사이의관계,전희식씨의어머니를넘어세상모든어머니의존엄을깨닫게하는『똥꽃』.자식이없는삶은가능하지만부모가없는삶은없기에이책은누구가슴에나깊숙이다가갈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