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우리에겐 아직 마지막 카드가 있어 (이상한 나라의 가족, 스페인에서 길을 찾다)

괜찮아, 우리에겐 아직 마지막 카드가 있어 (이상한 나라의 가족, 스페인에서 길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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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집 떠나면 개고생, 그러나 가족과 함께 하면 대행복”
─ 경남 거창 어느 ‘초긍정 가족’의 좌충우돌 스페인 여행 이야기
여행을 위해 길을 나서는 순간, 누구나 고생을 각오한다. 여행길에서 안락과 풍요를 꿈꾸는 건 헛된 바람 혹은 허황한 소망이기 쉽다. 더구나 그 여행지가 낯설고 물선 유럽의 스페인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집을 나서는 건 곧 고생길에 든다는 말과 같다.
단순히 몸만 피곤하면 그래도 괜찮다. 현지 문화를 모르는 초보 여행자로서는 허망한 분실사고에서부터 테이블치기(테이블 위에 놓인 물건을 주인 몰래 집어가는 것), 차량털이(차량의 유리창을 깨고 문을 열어 차 안의 물건을 훔쳐가는 것) 등 온갖 종류의 도난사고에 끊임없이 노출된다. 게다가 비자 사고, 숙소 사고, 자동차 연료 혼유(混油) 사고까지 겹친다면 그 여행은 십중팔구 ‘폭망’한 여행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불과 20일 만에 그런 사건과 사고를 ‘종합세트’로 모두 겪었으면서도 “괜찮다, 우리에겐 아직 마지막 카드가 있다”고 의연할 뿐 아니라, 한발 더 나아가 “이만하면 우리 여행은 대성공”이라고 외치는 가족이 있다. 경남 거창 이경걸 씨 가족 이야기다. 《괜찮아, 우리에겐 아직 마지막 카드가 있어》는 바로 그 ‘초긍정 가족’의 좌충우돌 스페인 여행 이야기를 담은 가족여행기이다.
이 가족은 여행 첫날 마드리드에서 막내 하연이가 휴대폰을 도난당했다. 여행 둘쨋날엔 가족들의 여권과 귀중품을 한데 넣어둔 가방을 도난당했다. 도둑녀석은 공영주차장에 주차해놓은 렌터카의 옆유리를 과감히 부수고 가방을 훔쳐갔다. 그리고 이를 신고하러 스페인 경찰서로 간 딸은 불법체류자로 붙들릴 위기를 겪었다. 현금을 다 털린 빈털터리가 되어 여권도 없이 프랑스와 포르투갈로 3개국 여행을 다니던 이들은 렌트한 폴크스바겐 차량의 엔진을 연료 혼유(混油)로 망가뜨리고 프랑스 고속도로에서 견인됐다. 귀국 직전 마드리드 공항에서는 하마터면 비행기를 놓치는 건 아닌지 심히 마음을 졸여야 했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이들이 겪은 말도 안 되는 사건들은 초보 여행자들이 ‘아주 재수 없으면 겪을 수 있는’ 온갖 사건사고의 종합세트와도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가족의 여행은 상황에 대한 긍정과 서로에 대한 배려로 ‘침몰’하지 않고 나아간다. 함께 격려하고 위로하며 자기만의 ‘길’을 찾는다.
이 가족은 20일 간의 유럽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마을 주민들과 ‘우리 동네 톡투유’라는, 일종의 ‘여행 보고회’를 가졌다. 어찌 보면 부끄러울 수도 있는 자신들의 실수담을 솔직하게 주민들과 공유함으로써 자신들의 고행을 오히려 이웃들과 나누고자 했다. 그 ‘부끄럽지만 자랑스러운’ 이야기를 이 책에 담았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이 책에 실린 멋진 삽화는 딸(이하연)이 그렸다.

“여행 안에는 인생을 살면서 겪게 되는 희로애락이 압축적으로 들어 있다. 어찌 보면 우리가 여행을 하는 이유는 인생을 미리 연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책은 삶의 치열한 현장에서 잠깐 휴가 나와 ‘나’와 ‘가족’을 찾아 떠난 모험 이야기이며, 정체성을 정의할 수 없는 이 시대 오십대 아빠가 쓴 가족여행기이다.”(작가의 말 중에서)
저자

이경걸

출판사에서‘저자소개’라도쓰라했다.그래서참으로오랜만에‘나’를세상에있는그대로소개하고자생각해본다.
열여섯에대전고등학교문예반에서‘시창작’을하며최초의학생문예동인지『석란(石蘭)』에시를발표했다.80년대초에노동운동을하고자했지만뜻을이루지못하고대학에진학해서전공인국문학보다정치경제학에더관심을두고학생운동을열심히했다.6월항쟁때서울시청앞백만인파속에있었고,광주항쟁10주기스트라이크를주동한죄(?)와학원민주화를위해싸운죄(?)로두바퀴반대전교도소에서살았다.대전교도소정치수옥중투쟁위원회제1기운영위원장이내생에가장큰감투(?)였다.사면복권되고노동자신문사에입사하여인천항만노조를오가며신문도배달하고취재도했지만배가고파월간잡지『인사이더월드』에서경제부기자생활을했다.학원강사와장돌뱅이노점상을거치며생계를잇다가,공기업홍보실에입사하여사보기자생활을했다.수백명인회사직원중나만유일하게비정규직이었다.나때문에내뒤로비정규직이206명생겨났다.그래서노동조합사무국장으로7년간일을했다.결국207명비정규직을모두정규직으로바꾸는데일조하고,몇년간교육팀장으로일하다가사표를내고나왔다.귀촌하여관련업계특성화대학과산업단지,R&D센터로구성되는클러스터를만드는데역할을했고,지금은그대학에서직원으로일하고있다.
2급고위직으로시작했지만지금은강등되어6급인회사원.오십을훌쩍넘은나이에,또직장의문제를해결하기위해조합원다섯명이의기투합하여노동조합을다시꾸렸다.나는뭘까?변혁운동가도아니고,노동운동가도아니며,글쟁이가되기엔함량이모자라고,회사원으로평범하게사는게이렇게힘든나는누굴까.
이책은삶의치열한현장에서잠깐휴가나와‘나’와‘가족’을찾아떠난모험이야기이며,정체성을정의할수없는이시대오십대아빠가쓴가족여행기이다.

목차

머리말
마드리드의심장,프라도미술관
태양을조각한톨레도대성당
발렌시아,Again2002
공포의집
아!노바이카리아해변
캠핑퐁드아비뇽
이번에는어떤차줄까?
보이지않아도볼수있는보르도대성당
내아이의부모들
산티야나델마르선언
피코스데에우로파협곡트래킹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의순례자들
카우치서핑으로만난귀한인연
일몰과야경의화음,포르투
스페인동명일기
집으로가는길
우리동네톡투유

작가는아니지만

출판사 서평

[머리말]
우리의갑작스런유럽가족여행결정은사실전혀갑작스런결정은아니었다.여행을좋아하는자유로운영혼으로살고싶었지만뜻대로살지못했던신혼(?)부부는20여년전어느날겁없는약속을했다.

“우리,이담에애들이대학갈쯤엔,하던일딱멈추고일년간세계여행하자.”
“좋아.부자가될턱이없는우리가아이들에게줄수있는값진유산이될거야.”

그약속에따라두딸을모두한해일찍초등학교에입학시켰다.그런데어느새두딸아이가모두대학에입학한바로그때가되었는데,나는그약속을지킬수없었다.직장사정상도저히그럴용기를낼수없었던거다.부양가족이다섯이고,무급휴직제도가없는회사에다니고있던나는퇴직을감행할용기를낼수가없었다.그러던차에큰딸소연이가스페인에교환학생으로가게되었다.교환학생으로갈적에아빠인나는아무런경제적지원도해줄수없었다.비행기표도딸이아르바이트해서샀다.스페인에서지낼곳도딸이마련했다.더부살이할집을스스로찾았던거다.그저대견해할밖에.그런이유로딸이귀국하기전에스페인여행을꼭다녀오자고,20년전약속에대면사뭇초라한새로운약속을했다.빚을내서라도스페인에가서딸을거두어준고마운은인들을뵙고감사인사와선물도전하고싶었다.물론겸사겸사스페인북부와프랑스남부,포르투갈을여행하자는계획이기도했다.딸아이가내신용카드로스무박숙소를대부분민박으로예약해놓아서그일정표대로따라가는렌터카여행이었다.그렇게보면오랜시간우리가족이꿈꾸어왔던여행이었던셈인데,그러나이여행은처음부터평탄치않았다.

20년전약속에비하면너무나초라한새로운약속이었지만,그별것아닌약속을지키는것도쉽지않았다.새로운약속을하자마자스스로약속을강제하기위해비행기표부터샀다.일찍표를구하면싸기도했지만,그보다는‘티켓값이아까워서라도꼭여행을가게되겠지’하고배수진을쳤던거다.그래서2월초에왕복60만원이라는저렴한금액으로표를샀다.하지만왜불길한예측은늘맞는지…….하필이면6월말에직장에큰위기가닥쳤다.직장대표는‘예외없는특근과비상근무’를선포했다.‘이판국’은아무리노동법이보장한개인연월차휴가라해도회사입장에서우리가족유럽여행을허락하는것은말이되지않는‘판국’이었다.20일유럽가족여행을가겠다는계획을듣더니,나를좋아하는직장동료들은모두내책상을걱정했고,나를싫어하는동료들은‘멋진계획’이라고했다.결국나는유럽출발나흘전휴가결재를받았다.결재판에는휴가원을,외투안주머니에는하얀봉투의사표를넣어가지고결재를받으러갔다.참으로다행하게도,그리고감사하게도,사표를내보일일은발생하지않았다.대신추석상여금을나만혼자못받을것쯤은내가감당해야할상처였다.내가여행하는동안야근과철야를밥먹듯할동료들을생각하면,그정도는당연히감수해야했다.그러나그열배스무배의데미지를유럽에서겪었고,그험난했던고난을웃어가며극복한우리가족입장에서본다면,그정도데미지는껌이었다.

여행첫날마드리드에서막내하연이가휴대폰을도난당했다.흰티를입은말짱하게생긴청년이무슨서명인가를받는다고얼쩡거리더니서명지와함께테이블위에놓여있던신형휴대폰을슬쩍집어간것이다.그렇게흰티는우리가족을눈뜬장님으로만들어버렸다.그것이예고편이었다.여행둘쨋날엔가족들의여권과귀중품을한데넣어둔가방을도난당했다.도둑녀석은공영주차장에주차해놓은렌터카의옆유리를과감히부수고가방을훔쳐갔다.그리고이를신고하러스페인경찰서로간딸은불법체류자로붙들릴위기를겪었다.현금을다털린빈털터리가되어여권도없이프랑스와포르투갈로3개국여행을다니던우리는렌트한폴크스바겐차량의엔진을혼유(混油)로망가뜨리고프랑스고속도로에서견인됐다.귀국직전마드리드공항에서는하마터면비행기를놓치는건아닌지심히마음을졸여야했다.그짧은시간동안우리가겪은말도안되는사건들은초보여행자들이‘아주재수없으면겪을수있는’온갖사건사고의종합세트와도같았다.

물론우리여행이사건사고로만점철된건아니었다.가정집위주로민박을예약한덕분에유럽가정집의진솔한내면을경험했다.패키지여행이라면불가능했을스페인북부최고의협곡트래킹도만끽할수있었다.마침월드컵기간이었으므로독일,스웨덴,멕시코인들이밀집해있는스포츠카페에서독일의코를납작하게해준유쾌한경험도했다.무료로여행자들에게숙소를제공하는카우치서핑을통해,‘소유욕’에결박당해살아온우리자신을돌아볼기회도가질수있었다.무엇보다도스페인에서우리를가족으로맞아준이케르네식구들과반가운만남도가졌다.여느여행자들처럼우리가족도화려하고감성넘치는유럽의성당과관광지를둘러보았다.그러나사실그런관광지에서우리가본건,멋진성당과이국의아름다운풍광보다는우리가족과나자신의진솔한모습이었다.
여행은나와우리가족의알몸을적나라하게거울에비추어보여주었다.여행안에는인생을살면서겪게되는희로애락이압축적으로들어있었다.어찌보면우리가여행을하는이유는인생을미리연습할수없기때문이리라.

어설픈이여행기에기억과자료를알끈히보태준아내와소연이에게감사한다.소연이는이여행을사실상이끌었던리더였으며,아빠의이여행후기를뿌리치지않고여러번고쳐주었다.그리고멋진삽화를그려준막내하연이에게세상누구한테보다도더특별한하트를날린다(빨리그려주지않아,어지간히애를태우며받아낸삽화라는사실은꼭밝혀야겠다).그리고별것아닌여행기를풀어놓으라고‘우리동네톡투유’를열어준거창군이웃주민들께다시한번감사드린다.

이번여행을통해내가얻은결론이있다.
‘집떠나면개고생이다.그러나개고생을해도가족과함께하면대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