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워드 진의 역사에세이: 가치있는 역사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하워드 진의 역사에세이: 가치있는 역사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28.00
Description
‘미국 현대사의 양심’, 하워드 진의 에세이
하워드 진(Howard Zinn)은 미국의 손꼽히는 실천적 지식인 중 한 명이었다. 그는 매 순간 침묵보다 실천을, 중립보다 결단을 감행했고, 자신의 철학과 이상을 삶으로 증명해냈다. 2010년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나기 전 그가 남긴 말은 “나는 사람들에게 그들이 전에는 갖지 못했던 희망과 연대의 힘을 보여주었던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는 것이었다.
이 책, 《하워드 진의 역사에세이》(원제 : The Politics of History, 초판은 1970년, 2판은 1990년 발행)은 하워드 진이 역사학은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물음에 답하여 쓴 책이다. 이 책 전반에 걸쳐 저자는 ‘역사철학’의 범주에 속하는 다음과 같은 문제들을 검토한다.
- 역사는 ‘결정되어’ 있는가, 아니면 우리 스스로 만들 수 있는가?
- 역사학자는 관찰하는 자여야 하는가, 아니면 우리 시대의 사회적 투쟁에 참여하는 자여야 하는가?
- 우리는 주된 관심을 과거에 관심을 두어야 하는가, 아니면 현재에 두어야 하는가?
- 역사학의 목적은 무엇이고, 역사학자의 책무는 무엇인가?

이 책은 독자들에게 “더 유능하고 똑똑한 시민이 되기 위해서는 역사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저자는 ‘더 나은 세계를 향한 절박한 갈망’을 품고 우리 시대의 중대한 인간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는 연구를 하는 것이 역사학자와 시민의 책임임을 힘주어 강조하고 있다.

“체면을 위해서라도 역사학자들은 ‘바지를 걸치듯’ 균형 잡힌 판단을 채택해왔다. 저자는 유머러스하고 품위 있게 이 경직된 전문가들을 비판하면서, 그들이 가짜 중립성과 상대적 기만-사심 없는 학문, 객관적 연구, 냉정한 학식-으로 치장하는 이유를 예리하게 지적한다. 즉, 역사가 누구에게도 순수한 관찰을 허락하지 않는 경쟁의 장(contested terrain)이라는 명료한 진리를 역사학자들이 은폐하려 한다고 폭로한다. 《하워드 진의 역사에세이》는 이 진리를 드러내는 동시에, ‘잊힌 비전, 사라진 유토피아, 이루지 못한 꿈’을 생생하게 상기시킨다.”
- 리처드 드리넌(Richard Drinnon)/ 버크넬 대학 정치학과 교수
저자

하워드진

HowardZinn:1922~2010
반전·평화·인권운동에평생을바친실천적·진보적지식인.2010년1월심장마비로타계할때까지아흔에가까운나이에도진보적지식인으로서활발한활동을펼쳤다.“역사는아래로부터만들어지는것”이라는일관된자세로저술과강연활동을펼쳐노엄촘스키(AvramNoamChomsky)와더불어‘미국현대사의양심’이라일컬어졌다.
미국뉴욕시브룩클린에서유대인이주민의아들로태어나빈민가에서성장했고,청년시절해군기지조선소에서육체노동을했다.2차세계대전에폭격수로참전했다가전쟁에환멸을느끼고반전주의자가되었다.27세에뉴욕대학교에입학,이후컬럼비아대학교에서역사학박사학위를받았다.1956년흑인들만다니는학교인스펠만대학교의역사학교수가되었고,학생들과함께흑인차별에항거하는민권운동을벌였다.1964년보스턴대학교로자리를옮겨베트남반전운동의선두에섰으며,1988년까지보스턴대학교정치학교수로재직했다.
대표저서로베스트셀러《미국민중사》가있으며,그밖에미국의폭력과법의계급성을폭로한《오만한제국》,자전적저서인《달리는기차위에중립은없다》와《마르크스뉴욕에가다》등을썼다.비판적연구에대한평생공로상,토머스머튼상,유진V.데브스상,업튼싱클레어상,래넌문학상등을수상했다.

목차

추천의말:새로운세상을꿈꾸는사람들의동반자_박용준/5
2판서문/12
초판서문/22

1부:접근법
1.권력의한형태로서의지식/29
2.역사가사사로운사업이라고?/43
3.급진주의역사란무엇인가?/70

2부:미국역사에세이
4.불평등/101
5.러들로대학살/130
6.재즈시대의라과디아/161
7.뉴딜의한계/183
8.노예폐지론자와선동전술/209
9.반대세력의정신을분석한두사례/232
10.자유주의와급진주의/250
11.조지아주울버니와뉴프런티어/267
12.자유주의의공격성/289
13.베트남:도덕의방정식/308
14.전쟁포로:현대사한토막/329
15.폭력:이중의기준/349
16.히로시마와로이앙/366

3부:이론과실천
17.자유와책임/401
18.역사학자/419
19.철학자/463
20.철학자,역사학자,그리고인과관계/507

후주/531
옮긴이의말:참여하는역사가가치있는역사를만든다_김한영/544
찾아보기/551

출판사 서평

[옮긴이의말]
참여하는역사가가치있는역사를만든다
김한영

나의역사의식은톨스토이의《전쟁과평화》로깨어났다.고등학교입학을기다리던긴겨울,그미지의터널에서만난대문호의작품은미숙한내정신을흠뻑적혔다.러시아의광활한대지와자연,귀족가문들과민중의파란만장한삶,19세기러시아의대사건인1812년전쟁,주인공들의삶과사랑과죽음이프레스코화처럼펼쳐졌다.무엇보다충격적이었던것은위대한영웅인줄알았던나폴레옹이어릿광대처럼그려진다는점이었다.개인이역사를만들수있다고믿었던나폴레옹,하지만전쟁으로야망을이루려한그영웅은삶과역사의거대한회오리에힘없이휘둘리는한올지푸라기에불과했다.승장인쿠두조프장군도오십보백보였다.이늙은장군은무엇을하고자하기보다는아무것도하지않는차선의전략을채택했다.어릿광대보다조금더현명해보였을뿐특별히대단하진않았다.놀랍고씁쓸한발견이었다.초등학교를졸업할무렵에황금박쥐와6백만불의사나이를뗐을때보다더충격적이었다.그들은어차피만화속의캐릭터였지만이들은역사속의인물이었고,역사는절대왜곡해서는안되는신성한이름이었다.나는회의를아는아이가되었다.이듬해가을에영원할것같았던위대한지도자박정희가총에맞고사망했다.그리놀랍지않았다.
회의적인무감각은대학에서깨졌다.한교양강좌의리포트를쓰기위해필독교양도서중한권을읽어야했는데,점찍은세권중E.H.카의책이제일얇았다.《역사란무엇인가?》였다.하지만그작은책에서나는헤겔과맑스를접하고《전쟁과평화》를다시만났다.역사란영웅이아닌민중의것이라는깨달음도함께만났다.톨스토이의긍정적인인생관이비로소이해되었다.톨스토이는역사를영웅에게서빼앗아민중에게돌려주었다.알고보니민중은원래헤겔의개념이었다.주인과노예의변증법에서헤겔은사람들이눈길조차주지않던‘백성’에게역사의주체라는고귀한역할을부여했다(그들개개인이도덕적으로고상하다는뜻은아니다).카의책에서가장인상적인부분은나폴레옹과레닌을비교한절이었다.카역시나폴레옹을시대가만든운좋고능력없는영웅으로묘사했지만,톨스토이와는다르게나폴레옹의반대쪽에레닌을놓았다.카에게레닌은아무것도없는상태에서이상을실현하고자노력한혁명가,그자신의땀과열정으로사회주의사회를일군진정한영웅이었다.좌우이념의옳고그름을떠나카의가르침은역사를보는나의관점을훌쩍키워주었다.
우리모두가아는기대와좌절,절망과반전의시대가흘러갔다.번역은철학과비슷해서시대를정신으로바꿔사유하게끔한다.이땅에서도헤겔의말대로진보는비틀거렸다.정-반-합의변증법이막상현실에서는끝없이되풀이되는혼란으로느껴졌다.아이러니하게도진보정권하에서신자유주의가바퀴벌레처럼창궐했다.‘작은정부,’‘효율성,’‘다운사이징’같은허울좋은이름하에서고용은불안정해지고많은사람들이자신의내일을기획하고걱정해야하는개인사업자로전락해갔다.교수와학자,지식인과예술가,과학자와기술자도예외가아니었다.돈과인기가전문성과사회적가치를빠르게잠식하고,깊이보다색깔을중시하는표피적인문화가확산되었다.2010년에프랑스에서한동안공부하고돌아온친구는,그짧은사이에우리나라가놀라우리만치피상적으로변한것같다고개탄했다.나는이것도변증법의한과정이니걱정하지말라고농담으로말했지만,친구도나도웃음에서씁쓸함을지워내진못했다.
작년한해는광화문에자주나갔다.촛불집회에도참석하고,공연과어린학생들의외침을들으며모처럼자유로운분위기에젖어보았다.돌이켜보면50대중반인나는평생전근대와근대의부딪힘에몸살을앓았다.내아버지는1913년구한말에태어난사람으로,일제강점기와한국전쟁을고스란히겪은역사의증인이었다.그래서인지가정교육은‘하지말라’와‘가만히있어라’가전부였고,합리성보다는순종을,권리보다는양보를미덕으로가르쳤다.이전근대성은학교에서도형식만바꿔되풀이되었다.학생은스키너의쥐,규율의노예,독재자의방패막이(교련수업이있었다)였다.창의성은엄두도내지못했고,자율성과비판은퇴학의이유였다.조선시대나일제강점기가아니라불과40여년전,1970년대의교육이그랬다.특히‘성교육’은가관이었다.시정잡배라도듣는사람을가려야할음담패설이교련시간과체육시간에교단에서흘러나왔고,그은밀한가르침에학생들은여자목욕탕을훔쳐보는아이들처럼키득거렸다.그런어처구니없는교육의여파도있을것이다,요즘미투운동이뜨거운것은.
작년에나는많은사람들과함께역사의현장에있었다.사실내가기대한것은전근대와근대의최후의결전,과학적·합리적정신의멋진승리였다(윤리에더관심이있었다면선과악의구도를그렸을것이다).어쨌든세계의많은나라에서봉건군주제를물리친것은근대의이성이아니었던가.하지만내눈에비친광경은그이상이었다.현장에는내기대와사뭇다른분위기가넘쳐나고있었다.규율이아닌자율,질서를넘어선질서가보였고,진정한의미의개인들이모여집단이상의힘을분출하고있었다.물론형식으로나마민주주의가갖춰졌고(많은사람들이이를위해희생했다),그누구도통제할수없는과학기술이널리퍼진덕분이었다.하지만그조건이무엇이든간에눈앞에펼쳐진현상은그자체로근대정신을넘어근대후정신의발현을가리키고있었다(이두정신사이에많은반성과논란이있음에도불구하고).1990년대에X세대를통해잠깐분출했던다원주의정신이2017년에정치적실체로되살아나광장을가득메우고있었다.기상천외한배너들과젊은사람들의복장도한몫했을지모른다.하지만어린학생들의당당한발언,아이손을잡고온엄마아빠의진지한표정,머리가하얗게센참가자들의구호와연좌,축제와시위를넘나드는새로운집회형식,대치의경계를허무는공감의힘은이현상이내가기대치못한새로운정신의표출임을말해주고있었다.
나의세번째역사교과서는이책이될듯하다.어떤사람들은역사저술의중립성과객관주의를지양하는하워드진의접근법이위험하다고생각할지모르겠다.하지만학계의외부자이자휴머니즘을지향하는나로서는하워드진의현재주의역사가평생에세번째로가슴에세게와닿는다.특히‘과학적인’역사저술의함정을밝히는그의견해는사학만의이야기가아니다.
먼저근원을따지고보면객관과주관은대립하는개념이아니다.주관이란말은흔히생각하듯객관과동떨어진개념이아니다.“인간의감각과느낌에는충분한일정성이있어서이모든성질들을추론의대상으로만들고삶과관습에가장큰영향을미친다.”(데이비드흄)요컨대주관과객관은상대적개념이며,이뿌리를잊을때주관은변덕으로전락한다.상대주의와다원주의의결정적차이가여기에있다.
심리학자이자교육학자인하워드가드너는다중지능이론을창안한뒤1980년대후반에중국교육의실상을보고충격을받았다(《ToOpenMind》사회평론,근간).중국의교육은그의예상과달리자국과전혀다른가치의보고이자좋은성과의산실이었다.귀국하자마자그는자신의교육론을되돌아보기시작했고,깊은반성을통해자신이과학적·객관적이라믿었던교육론에개인적요소와주관이얼마나많이개입해있는지를깨달았다.심지어실험실에서데이터를얻은뒤에그는,“이제이과학적데이터를주관적으로해석할차례”라고고백했다.결국가드너는중국교육의경험을통해더정교한이론과더높은교육철학을펼칠수있었다.
심리학자의데이터는실험실에서나오지만,역사학자의데이터는깊고도넓은과거의기록에서나온다.애초부터주관적방향성이없으면객관의바다에빠져허우적거리게된다.하지만이주관때문에객관적사실이왜곡되지않을까?이를염려하는사람들에게저자는이렇게말한다.

“이책은또한(왜곡,은폐,날조등으로)사실을함부로뜯어고치지않는다.내요점은미리답을생각하고역사자료에접근하는것이아니라,미리질문을생각하고서접근하는것이다.나는,정확성은필요조건이지만역사가정확하다는이유만으로칭찬받을수있다고는생각하지않는다.언젠가프로이트는말했다.안경을항상닦기만하고쓰지는않는사람이있다고.”

그렇다면그“질문”은어디에서나오는가?예술철학자아서단토는예술의내용은인간의삶,“인간의가장깊은관심사”(헤겔)에서비롯한다고보았다.이와마찬가지로하워드진도휴머니즘을역사적질문의토대로삼는다.그가제시하는휴머니즘은소박하고경험적이고분명하다.

“수백년에걸쳐살아온수백만사람들의경험,각사람들이모든인간에게주어진공통된양상들을겪으며저마다확인한경험…사랑이미움보다,평화가전쟁보다,우애가적대감보다,기쁨이슬픔보다,건강이병보다,음식이기아보다,삶이죽음보다낫다는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