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85km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 PCT를 걷다

4285km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 PCT를 걷다

$28.00
Description
4,285km. PCT pacific crest trail
4,285km. PCT pacific crest trail
멕시코 국경에서 출발하여 미국의 캘리포니아, 오리건, 워싱턴 3개 주를 관통하여 캐나다 매닝파크에 이르는 이 길은 걷는 자들에게 꿈의 길,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이라 불린다. 사막, 협곡, 호수 등 다양한 자연환경을 마주하며 곰, 방울뱀, 모기 등 걷는 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야생 동물들을 수시로 만나는 곳이다. 우리에게는 셰릴 스프레이드의 책과 영화 〈와일드〉의 배경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길이다.

이 길이 특별한 또 다른 이유는 길의 전 과정을 자신이 먹고, 생활해야 할 모든 짐을 스스로 메고 걸어야 한다는 점 때문일 것이다. 텐트와 침낭 등 야영장비 뿐 아니라 음식까지 며칠마다 나타나는 보급지에 우편으로 미리 보내 놓은 보급품을 찾아가며 일정을 진행해야 한다. 운행에 필수품인 물마저 며칠 분량을 스스로 메고 걸어야 하는 길이다. 그것만 아니라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갖 예상할 수 없는 상황에 스스로를 온전히 책임져야 한다는 점 때문에 이 길은 더욱 특별하다.

보통 3-4월에 멕시코에서 출발한 도보 여행자들은 10월이나 되어 캐나다 남부의 종착 지점으로 거지꼴이 되어 도착하기 일쑤이다. 그나마 온전히 완주하는 하이커는 연간 몇 명 되지도 않는다. 그만큼 힘들고 어려운 이 길을 한국의 아줌마 부대가 걸어 냈다. 때론 여럿이 대부분 단둘이.

출발은 함께 했지만 길을 모두 완주하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모두의 생활이 있기 때문이고 각자의 사정이 달랐기 때문이다.

한국의 전설적인 산꾼인 남난희와 94 에베레스트 원정 대원이었던 정건이 이 길을 모두 걷고, 걷는 기간의 과정과 단상을 정리해 한 권의 책을 만들어냈다. 무려 5년에 걸친 고군분투 끝에 얻어낸 소중한 결실이다. 코로나가 창궐하는 그 시기에 5년간 매년 한 달씩 걸어 4,285km, 그 길을 걸었다. 걷기 위해 태어난 사람들처럼 4,285km를 그들은 걷는다.

매일 우리의 일상은 반복된다. 걷기 아니면 먹기 그리고 잠자기다. 그 외에는 다른 것이 없는 세상에서 가장 단순한 삶을 산다. 길이 삶을 이토록 단순하게 해 준다.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보통 10시간 정도 걷는 것 같고, 10시간 정도 쉬거나 누워있거나 자는 것 같다. 그 외의 시간은 먹고, 물 정수하고, 막영을 준비하는 것 외에는 하는 일이 없다. (156p)

생각도 줄어들고, 걱정도 사라지고, 궁금한 것도 없어진다. 대신 어디까지 가야 하고, 얼마나 왔고, 어디에다 캠프를 칠까? 날씨는 어떤가? 이런 것들에만 관심이 있고 집중을 한다.
얼마나 단순한 삶인가? 걷는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을 지고 다니느라 등짐은 무겁지만 생활은 더없이 간편하다. 이렇게 아무 걱정하지 않고, 무엇에 얽매이지도 않고, 욕심부릴 것도 없고, 누구를 시샘할 일도 없는 원초적 일상이 나는 좋다. (157p)

길은 내가 걷지 않으면 절대로 줄어들지 않는다는 가장 단순한 진리를 되뇌며 사막을 지나고 설산을 지나 마침내 원하는 곳에 다다른다.

자기가 살아가는 온갖 짐을 등에 지고 걸어보지 않으면 모른다. 작게 사는 것, 적게 먹고 적게 버리는 것, 그것이 자연과 나를 아끼는 방법이고 우리 모두를 살리는 방법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러므로 길이 스승인 것이다. 스스로 알게 하는, 오로지 체험만이 참 공부다. (160p)

그렇지 않아도 행복에 겨운데 건이가 짠하고 맥주 한 캔을 내민다. 이 친구, 자기는 마시지도 못하는 맥주를, 나를 위해 나 몰래 지고 왔나 보다. 우리는 짐의 무게 때문에 칫솔도 반 토막으로 잘라서 가지고 다닌다. 꼭 필요한 것이 아니면 과감하게 줄여버리는 짐인데 맥주라니. 나는 감동한다. (189p)

길에서 울고 웃고 이야기하며 서로의 삶을, 자신의 삶을 보듬는다. 먼저 떠난 아들을 그리워하고 황망하게 잃은 친구를 기억한다. 또 다른 이는 에베레스트 원정대라는 이름으로 최종 캠프에서 정상이 아닌 아래로 내려오며 들었던 아픈 마음. 세월이 지나도 괜찮아지지 않았던 상처 깊은 기억들을 이야기한다.

서로가 하기 힘든 얘기를 하고 난 후 약간 먹먹했지만 나는 웃으며 그의 어깨를 친다. 잘 됐다고, 나도 너도 오히려 잘 됐다고 말한다. 진심이다. 만약 우리가 그때 각자 하고자 하는 것을 성취했다면 지금 살아 이 PCT를 올 수 있었을까? 어쩌면 등 떠밀리듯 더 높은 산을 전전하다가 잘못되지는 않았을까? (195p)

우리가 걸은 트레일은 단조로움이 함축된 세계다. 매일 똑같은 리듬과 지극한 단순함에 적응하지 않으면 안 된다. 어떤 인위적인 규칙이나 규범, 기준이 없는 곳이다. 오직 자연과 인간적인 척도만 있는 곳이 우리의 세상이었던 PCT다. 모든 것을 스스로, 오로지 자신이 행하고 자신이 책임진다. 철저히 독립적으로 야생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본인이 스스로 자연임을 인식하게 하는 그 시간들은 참으로 축복받은 시간이었다. (330p)

그리고 지금 이 순간, 걷는 이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고 말한다. 매일 매일이 내 생애 내 생애 최고의 날이었다고.

지난 몇 년 동안 나는 PCT를 계획하고 실행하면서 이런 내가 좋았고 걷고 있는 지금이 내 인생 최고의 순간이라고 믿었다. 이젠 그 PCT를 마무리할 때가 된 것이다. 특혜를 누렸다고 생각한다. 그것을 허락해 준 PCT와 지난날 함께한 산우들에게 감사한다. 이렇게 길을 마무리하는 가슴 한편에서는 〈BTS〉의 노래 가사처럼 나의 최고의 시간은 아직 오지 않았고 다가올 그것을 위해 나는 다시 가슴이 설렌다. (512p)
저자

남난희,정건

저자:남난희

지리산학교숲길걷기반교사,지리산걷기학교교사,(사)백두대간평화트레일이사장.

경북울진에서태어나1981년한국등산학교를수료했다.유난히눈이많이오던1984년1월1일부터국내최초로76일동안백두대간단독종주에성공하여산악계의샛별이되었다.그뿐만아니라여성세계최초로해발7,455미터높이의히말라야강가푸르나봉에올라세상을놀라게했다.그뒤‘금녀의벽’으로불리던350미터의국내최장설악산토왕성빙벽폭포를두차례나등반해많은사람들로부터찬사를받았다.1994년부터지리산에내려와살다가,2000년강원도정선에서일반인을위한자연생태학습의장인‘정선자연학교’를세워교장을맡았다.그러다2002년여름태풍루사가온나라를휩쓰는바람에그동안피땀흘려이룬모든것을잃고나서다시지리산으로돌아왔다.현재‘지리산학교’와‘지리산걷기학교’에서교사로활동하고있으며,백두대간을국제적수준의트레일로만드는데힘을쏟고있다.이러한활동의성과를인정받아,2022년스위스의‘킹알베르트재단’에서수여하는‘마운틴어워드’수상자로선정되었다.



역자:정건

1986년조선대학교산악회를시작으로산에입문하였다.조선대재학시절백두대간을완주하였다.여러차례전국암벽대회에서입상하여산악인으로기반을다졌다.젊은시절산악마라톤과유럽알프스를등반하며기량을넓혔다.1994년여성에베레스트원정대대원으로발탁되기도했다.원정이후도미하여워싱턴주시애틀근교에서살고있다.질병관리학을공부하여현재스위디쉬병원응급간호사로일하고있다.

목차

1부.2018년-오리건
운명적으로PCT를만나다(남난희)
2018년오리건(정건)

시작,언니,만남|오리건으로|칼라한스마운틴롯지에서피시레이크리조트까지|피시레이크에서크레이터레이크까지|PCT하이커‘단’과‘에밀리’|쉘터코브리조트|윌라멧패스에서맥캔지패스까지093|오리건중부로|맥캔지패스에서빅레이크유스캠프까지|빅레이크유스캠프에서올랄리레이크까지|올랄리레이크에서마운트후드까지|마침

2부.2019년-캘리포니아남부
나는길을걷기위해태어난사람(남난희)
2019년캘리포니아남부(정건)

시작|난희언니,스캇과프로도|첫날|마운트라구나에서워너스스프링스까지|워너스프링스에서샌하신토,샌고르고니오패스까지|샌고르고니오패스에서빅베어시티까지|빅베어시티에서딥크리크까지

3부.2021년-캘리포니아중부
길은내가걷지않으면절대로줄어들지않는다(남난희)
2021년캘리포니아중부(정건)

시작|워커패스|케네디메도우즈|하이시에라로|코튼우드패스에서론파인까지|마운트휘트니로|휘트니정상|포레스터패스|곰과매더패스|뮤어롯지|뮤어랜치|샐던패스|투왈라미메도우즈|투왈라미에서소노라패스까지|1000마일|타오레이크

4부.2022년-워싱턴
매일매일이내생애최고의날이었다(남난희)
2022년워싱턴(정건)
시작|공항|워싱턴|출발|귀가|근무|다시산속으로|고트록윌더니스|다시집으로|스노콸미패스|스티븐패스에서레이니패스까지|레이니패스에서캐나다국경까지

출판사 서평

매일우리의일상은반복된다.걷기아니면먹기그리고잠자기다.그외에는다른것이없는세상에서가장단순한삶을산다.길이삶을이토록단순하게해준다.얼마나고마운일인가?보통10시간정도걷는것같고,10시간정도쉬거나누워있거나자는것같다.그외의시간은먹고,물정수하고,막영을준비하는것외에는하는일이없다.(156p)

생각도줄어들고,걱정도사라지고,궁금한것도없어진다.대신어디까지가야하고,얼마나왔고,어디에다캠프를칠까?날씨는어떤가?이런것들에만관심이있고집중을한다.
얼마나단순한삶인가?걷는생활에필요한모든것을지고다니느라등짐은무겁지만생활은더없이간편하다.이렇게아무걱정하지않고,무엇에얽매이지도않고,욕심부릴것도없고,누구를시샘할일도없는원초적일상이나는좋다.(157p)

길은내가걷지않으면절대로줄어들지않는다는가장단순한진리를되뇌며사막을지나고설산을지나마침내원하는곳에다다른다.

자기가살아가는온갖짐을등에지고걸어보지않으면모른다.작게사는것,적게먹고적게버리는것,그것이자연과나를아끼는방법이고우리모두를살리는방법이라는것을말이다.그러므로길이스승인것이다.스스로알게하는,오로지체험만이참공부다.(160p)

그렇지않아도행복에겨운데건이가짠하고맥주한캔을내민다.이친구,자기는마시지도못하는맥주를,나를위해나몰래지고왔나보다.우리는짐의무게때문에칫솔도반토막으로잘라서가지고다닌다.꼭필요한것이아니면과감하게줄여버리는짐인데맥주라니.나는감동한다.(189p)

길에서울고웃고이야기하며서로의삶을,자신의삶을보듬는다.먼저떠난아들을그리워하고황망하게잃은친구를기억한다.또다른이는에베레스트원정대라는이름으로최종캠프에서정상이아닌아래로내려오며들었던아픈마음.세월이지나도괜찮아지지않았던상처깊은기억들을이야기한다.

서로가하기힘든얘기를하고난후약간먹먹했지만나는웃으며그의어깨를친다.잘됐다고,나도너도오히려잘됐다고말한다.진심이다.만약우리가그때각자하고자하는것을성취했다면지금살아이PCT를올수있었을까?어쩌면등떠밀리듯더높은산을전전하다가잘못되지는않았을까?(195p)

우리가걸은트레일은단조로움이함축된세계다.매일똑같은리듬과지극한단순함에적응하지않으면안된다.어떤인위적인규칙이나규범,기준이없는곳이다.오직자연과인간적인척도만있는곳이우리의세상이었던PCT다.모든것을스스로,오로지자신이행하고자신이책임진다.철저히독립적으로야생에서살아남아야한다.본인이스스로자연임을인식하게하는그시간들은참으로축복받은시간이었다.(330p)

그리고지금이순간,걷는이순간이가장행복하다고말한다.매일매일이내생애내생애최고의날이었다고.

지난몇년동안나는PCT를계획하고실행하면서이런내가좋았고걷고있는지금이내인생최고의순간이라고믿었다.이젠그PCT를마무리할때가된것이다.특혜를누렸다고생각한다.그것을허락해준PCT와지난날함께한산우들에게감사한다.이렇게길을마무리하는가슴한편에서는의노래가사처럼나의최고의시간은아직오지않았고다가올그것을위해나는다시가슴이설렌다.(512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