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고

탱고

$16.80
SKU: 9791188487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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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슬픔과 슬픔이 버무려 낸 알싸한 겉절이 같은 인생의 맛!
이공계를 공부했으나 인문의 세계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던 작가 전현서의 첫 소설집
문장과 구성의 근간이 섬세하면서도 품격 있고 주제 또한 선명해 독자를 작품 속 화자의 상황 속에 꼼짝없이 묶이게 하는 이야기들. 표제작 「탱고」와 「춘하추동 밥집」 등 단편 6편과 「지제」 등 짧은 스마트 소설 2편이 수록된 전현서 작가의 첫 소설집.
화학공학을 전공한 그가 지천명이 지나 인문의 세계로 진입하여 정성껏 써 내려간 8편의 이야기가 있다. 그의 작품을 대변하는 인물들은 낮고 어두운 곳에서 눈에 띄지 않지만 자기만의 삶을 치열하게 살아간다. 사람과 사람에 대한 울림 깊은 이야기를 읽은 당신께서는 한동안 침묵에 잠기다 결국 눈가를 훔치고 말 것이다.
저자

전현서

경기도수원출생.2021년한국소설에단편소설「스틸」이당선되어등단.2022년한국소설신예작가선정.2022년아르코문학창작기금발표지원사업에단편소설「탱고」선정.여행에세이『국립공원힐링로드77선』,『오늘은태안』등의공저가있고『도도한여행우이도』를썼다.

목차

탱고_009
스틸_040
춘하추동밥집_074
숨은그림_105
보파김밥_119
푸른옷소매_157
올드브리지_187
지제_214

출판사 서평

2021년한국소설에단편소설「스틸」당선.
2022년한국소설신예작가.
2022년아르코문학창작기금발표지원사업선정.
전현서작가의첫소설집.

모든생의고통을,헤어날수없을것같은슬픔을겪은후에도함께걸어갈수있다고,그러니같이가자고쉼없이우리를설득하는이야기

「탱고」의홍련은부침많은생을건너와예순둘,노년의길목에있다.일하던식당에손님이줄어들자그만나가달라는주인여자의통보를받은그는가장좋은옷으로멋을내는자존심이살아있는여자다.그녀곁에남은건위로삼아마시는소주뿐이다.그러던그녀에게새로운세계,탱고가손짓한다.전봇대에붙어있던광고문구에혹해그것을떼어온홍련.통장은비고손이떨려일할곳도찾기어려운그녀는탱고를맞이할여유도없이새로운사명에눈뜬다.혼자사는옆방노인을돌보는일,누군가부탁하거나시킨것도아니다.시들어가는노인의생에연민을느꼈을뿐.이발소에서함께일하던영춘이전화를걸어넋두리하면“외롭지않은인생없다”라고홍련은말하곤했다.노인의헝클어진머리칼과덥수룩한수염을보며바로그감정,연민을느낀것이다.홍련은좋아하는소주의유혹마저물리치고면도칼을사기위해골목으로나선다.노인의삶이단정하게마무리되기를바라는그녀의발걸음이탱고를추듯사뿐사뿐하다.
「스틸」에는대도마공수가있다.도루왕인그였지만경기의행운을위해동료의사물함에서5만원권을스틸하는불안한마음의소유자.할머니의보살핌으로야구선수로성장하는동안일찍부터집을비웠던아버지는“남자라면당연하지.강해야해.”라는말로마공수를단련시켰다.무자격아버지에게인정받는아들이되기위해마공수는쉼없이달렸다.원망과경멸의대상이었던아버지의무덤을찾아간마공수는훔쳤던오만원권을소지해날리는것으로진정한도루왕이되기로다짐한다.
야구에서스틸(steal)은도루를의미하지만,다른철자를쓰는또다른스틸(still)은‘그럼에도불구하고’또는‘고요한’등으로해석한다.‘그럼에도불구하고’라는말에는삶의길에서맞닥뜨리는숱한고난에도굴하지않겠다는의지가담겼다.소설「스틸」은작가가우리에게건네는응원이다.이루지못한목표가있더라도,그길을향해나아갈때갖은고난이닥쳐도,그럼에도불구하고기어코끝까지걸어가는우리의모습이연상된다.그러고나면언젠가는‘고요함’속에안주할수있을것이다.

혼자된어머니가나(은경)를키우며운영하던「춘하추동밥집」,엄마강심덕여사는빨갛게칠한손톱으로겉절이를무치며아저씨들의─그가운데대원아저씨가있었다─시선을단숨에잡아끌었다.“동네아줌마들이우직하게곰삭은맛을낼때,가볍고산뜻한맛으로승부를낸사람이엄마였다.”젊은날넘치는매력을가졌던엄마는이제나의도움없이는한발짝도움직일수없다.나에게는나보다내생일을먼저챙겨축하문자를보내는근수형이있기에나는엄마에게내년봄에피는꽃을꼭볼수있을거라고말해준다.

술래잡기를하자며꽁꽁숨어버린할머니가말했다.“무언가를잘찾는사람들”은“아주섬세하고선한사람들이어서믿어도좋다”고,그러니이야기속나는‘마음놓고숨을수있어야한다’며자신이잠드는것을걱정하지않는다는「숨은그림」,결혼해한국으로왔던베트남이주여성의아들인나안동훈.아빠의뒤를이어엄마가세상을떠나고남겨진동훈은할아버지와의길고긴불화를끝낸다.그화해의밥상에는누구도거부할수없는엄마의김밥레시피,「보파김밥」이있다.돌아가신부모를대신해나를키운언니가육십도채우지못하고세상을떠난뒤상실감과외로움에갇혔던내가언니의옷을보며가슴무너지는슬픔이아니라다음생의행복을기원하며진정한애도에다다르게되는「푸른옷소매」,죽은아내가눈앞에나타나서일상을함께하게되고,화자인나는독일로출장을가「올드브리지」에서한노인을만난다.한국을좋아해서한국으로갔던노인의손녀는화자인나의아내처럼공연장사고로세상을떠났다.노인과나는여러말끝에겨우손녀에대해말하고노인은말한다.“그래도삶은이어지지요.누군가또태어나자라고,누군가는죽음을향해가고있고…우리인간은쉬지않아요.”라고.죽었던사람이다시돌아와모든것을함께할수있다면죽음이라는말은세상에서사라지지않을까.마지막으로화자인향나무관(棺)이자기품에누운사자(死者)와의대화를통해삶이무엇인지,떠나는사람은어떻게떠나야하는지이야기하는「지제」가있다.『탱고』속8편의이야기에들어있는죽음은호흡의멈춤으로모든것이끝나는것이아니라고요와침잠의시간이후다시날(生)새로운세상으로연결되는또다른출발점─굳이윤회라고말할필요도없이─이라고말하고있다.죽음은단지하나의문이닫히고,또다른문이열리는것이라는말을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