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스 : 선의 인류학

라인스 : 선의 인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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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팀잉골드

저자:팀잉골드TimIngold
영국의인류학자.1948년출생.애버딘대학교사회인류학과명예교수이며영국학사원과에딘버러왕립학회회원이다.
1970년에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사회인류학학사학위를,1976년에박사학위를받았다.박사연구를위해핀란드북동부의스콜트사미족을현장조사하며스콜트사미족공동체의생태적응,사회조직및민족정치를연구했다.이후헬싱키대학교를거쳐맨체스터대학교에서강의했다.멘체스터대학교에서는북극북부민족연구와더불어순록무리와사냥에대한연구를이어나갔다.이연구는인간과동물의관계,인간-동물상호작용의개념,수렵채집사회와목축사회의비교인류학에대한관심으로이어졌다.
이후잉골드는19세기후반부터현재까지인류학,생물학,역사학분야에서‘진화’개념이어떻게다루어졌는지를연구했으며,인간의진화과정에서언어와기술의연관성에관심을가지고기술과예술의인류학을통합하는방법을모색했다.
1988년이후로잉골드는생태인류학연구와강의를진행하는한편,지각체계에대한제임스깁슨의연구에영향을받아인류학과심리학에생태학적접근법을통합하는방법을모색했다.환경지각과숙련된실천이라는주제를연결하는연구를통해2000년에『환경지각』(ThePerceptionofTheEnvironment)을출간했다.
2002년부터잉골드는환경지각에관한초기연구에서비롯한세가지주제,즉첫째로는보행자움직임의역동성,둘째로는실천의창의성,셋째로는글쓰기의선형성을주제로탐구를시작했다.이를통해인간의사회적삶과경험에서움직임,지식,기술사이의관계를이해하는새로운접근법을모색했다.이연구로2007년에『라인스』(Lines)를출간했다.이후인류학,고고학,예술,건축학의연관성을연구하고,인간과인간이거주하는환경의관계를탐구하여2013년에『만들기』(Making)를출간했다.이외에도서른권이상의인류학저서를출간했다.
2018년대학교수직에서은퇴한후독립학자로서계속연구하고집필하고있다.

역자:김지혜
서울대학교환경대학원에서「해양쓰레기와함께세계짓기:지구적해양보전에서나타나는존재들의연합과분열」이라는논문으로박사학위를받았다.문학잡지『Littor』에「해양쓰레기탐사기」(2022)를연재했고,『인디오의변덕스러운혼』(2022),『비재현적방법론:연구를재상상하기』(2023)를공역했다.현재이화여자대학교이화인문과학원에서연구교수로재직중이다.

목차


감사의글
라우틀리지클래식에디션서문

들어가며
1장언어·음악·표기법
2장자취·실·표면
3장위로·가로질러·따라서
4장계보의선
5장그리기·쓰기·캘리그래피
6장선이직선이되는법

역자후기
참고문헌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걷기,관찰하기,이야기하기,그리기,쓰기의공통점은?
모두선을따른다는점이다

『라인스』(Lines)는영국의인류학자팀잉골드가2007년에출간한그의대표작이다.1948년생인팀잉골드는1970년대부터연구활동을했는데,2007년환갑에이르러그동안의연구주제들과자신의화두를집약해『라인스』를출간하면서마침내‘선인류학’의시작을알렸다.잉골드는『라인스』출간을통해자신이‘인류학과결별하는것이아닌가’되묻고는이시점부터자신이비로소선을연구하는사람,즉선학자(linealogist)가되었다고말한다.
잉골드는『라인스』출간이후『산다는것』(BeingAlive,2011),『만들기』(Making,2013),『모든것은선을만든다』(TheLifeofLines,2015),『조응』(Correspondences,2020)등을잇따라출간하는데,실제『라인스』출간이후그의논의들은모두선에대한고찰속에서펼쳐진다.『라인스』는‘선인류학’이라는창조적인흐름의시작에있는기념적인책으로서,삶과생명에대한심오한관점을제시하며역사,문화,예술,기술,생태,진화등다양한분야에대한풍부한고찰을선보인다.

은유도,이론의대상도아닌,실제의‘선’을탐구하다
“이책을읽은후에는세상을이전과같은방식으로볼수없게된다”

『라인스』에서탐구하는선은은유로표현된선이아니며,이론을구성하는대상으로서의선도아니다.잉골드는우리일상속언제어디에나존재하는실제의‘선’을탐구한다.그래서선이라는낯선주제는처음에는의구심을품게한다.이것이정말인류학의연구대상일수있을까?선의탐구가사람과사물에대해,역사적시간과일상생활에대해과연무언가말해줄수있을까?
잉골드는세계를동적인만들기의과정으로파악한다.때문에사람과사물에대한연구역시그것들을독립된존재로서파악하는방식이어서는안되고,그연구는그들을구성하는선을따르는방식이어야한다고여긴다.또한,사람들의삶의내부에서여정을시작해열린길을따르며관계들속에서조응하며만들어나가는성장의실천,그자체가인류학이라여긴다.『라인스』에는선을따르며나아가는행로의실천이중요한삶의방식으로제시되는데,잉골드에게이것은인류학실천이기도하다.『라인스』는이러한잉골드의사유와실천이만들어낸하나의매듭과같은작품이다.
인류학자마크에버트는『라인스』를평가하며,“이책을읽은후에는세상을이전과같은방식으로볼수없게된다”고말한다.그의말마따나『라인스』를읽고나면걷기,관찰하기,이야기하기처럼우리가매일같이수행하는활동의의미조차도전적으로새롭게지각하게된다.나아가“생명은점에가둬지지않는다.생명은선을따라나아간다”는말로표현되는,‘끝이시작으로이어지는’존재의방식에눈을뜨게된다.세계속의선을알아차리고따르는경험은‘산다는것’에대한관점을바꾼다.이에잉골드는주저함없이강조한다.“정말로선은세상을바꿀힘을지니고있다”고.

행로의구불구불한선처럼
끝과시작이이어지는여섯장의이야기

1장언어·음악·표기법
1장에서잉골드는자신이어떤이유로선을연구하게되었는지를밝히며논의를시작한다.사실상선과는무관하게도,처음잉골드를사로잡았던질문은이것이었다.“우리는어떻게말과노래를구별하게됐는가”라는질문.과거에는음악이무엇보다도‘가사의울려퍼짐’이었고,언어란‘말소리’로이해되었던것에반해오늘날에는음악에서가사는본질적인것이아니게되었고,언어란이제말소리와상관없이주어지는일종의‘의미체계’가되었다고잉골드는지적한다.그리하여이변화상을다음과같이표현한다.“음악은말이없게되고,언어는침묵하게됐다.”어째서이런변화가일어났을까?
‘언어의침묵’이발생한이유에대한답을구하는과정에서잉골드는구술문화가문자문화로이행하던시기의변화들을조사한다.이때잉골드는언어의침묵이‘쓰기’가이해되는방식의변화,즉쓰기가손으로하는기입으로이해되다가어느시점부터말의언어구성기술로바뀌어이해되기시작한변화와관련있음에주목한다.이점을정확히파악하기위해서‘쓰기의역사’를살피는과정에서는,쓰기의역사란보다폭넓게는‘표기법의역사’에포함된다는점을확인한다.그리고표기법에대한연구를시작했을때,표기법은다름아니라선으로구성됨을깨닫는다.바로이지점에서,잉골드는선의생산과의미에대한연구를시작한다.

2장자취·실·표면
2장에서는선과선이그려지는표면의관계를살펴본다.선의탐구에서중요한것은단순히선그자체만이아니라,그선이새겨지는표면과의관계임이분명하기때문이다.선의역사를살피려면선과표면사이의변화하는관계를살펴야한다.때문에2장에서는표면이탐구대상이된다.잉골드는표면탐구에앞서근본적인질문하나를던진다.선이란무엇인가?여기서선의주요한두가지분류를제시한다.바로‘실’과‘자취’다.실과자취는표면을만들기도하고표면을없애기도하면서움직임과성장의선을만들어나간다.

3장위로·가로질러·따라서
3장에서는선과표면의관계가변형된결과들을살펴본다.3장에는비판적논의가포함된다.무엇에대한비판일까.‘위로’의움직임과‘가로질러’의움직임에대한비판이다.여기서잉골드는먼저‘산책’과‘조립체’사이의구별을사례로제시한다.산책은몸짓의자취인반면조립체는점대점연결장치로만든인공물이다.점대점연결장치방식은공간에대한우리의이해를변형시키고,환경을거주하는곳이아니라점거하는곳으로지각하게한다.잉골드가“인간과비인간을포함하여살아있는존재들이땅에거주하는가장기본적인양상”이라생각하는방식은바로‘따르는’움직임의방식이며,잉골드는이를행로(wayfaring)라고표현한다.3장에서잉골드는교점을직선으로잇는연결망방식과운송의방식을비판하면서,그물망이라는얽힘의구역에서선을따르며살아가는존재방식을이야기한다.잉골드에따르면,존재들은움직임과성장이통합된행로의방식을실천함으로써세계에거주한다.

4장계보의선
4장에서살펴보는것은‘계보의선’이다.계보의선이라는주제에서즉각떠오르는사례는찰스다윈의『종의기원』에등장하는도식,즉생명진화를묘사한계보도이다.잉골드는찰스다윈이이도식을그리면서‘선을따라가는삶’이아닌‘각각의점안에있는삶’을그렸다고말한다.계보도를구성하는‘점선’이바로그러하기때문이다.이점선이자명하게드러내는바,이계보의선은생명선도아니고인간에대한줄거리조차아니다.잉골드는이처럼선의관점을통해역사속에서‘진화’개념이어떻게다뤄져왔는지를검토한다.

5장그리기·쓰기·캘리그래피
5장에서는다시‘쓰기’주제로돌아간다.잉골드는그리기와쓰기에서의몸짓의차이가무엇인지를질문한다.쓰기가본래의미대로기입의실천으로이해되는한그리기와쓰기사이에엄밀한구분은있을수없다.그럼에도오늘날그리기와쓰기를다른것으로이해하게된이유는무엇일까.그이유를고찰하면서잉골드는(앞서논의한말과노래의분리를포함한)이‘현대적인분리’를추동하는이분법,즉기술과예술사이의이분법을지적한다.

6장선이직선이되는법
6장에서는‘선의으스스한유령’,즉직선을고찰한다.선이반드시곧아야만하는것은아니다.그럼에도왜,어떻게,우리의인식속에서선은반드시직선이어야만하는것이되었을까.잉골드는직선이근대성의도상이되었다고말하며,직선의역사적인근원을쫓는다.잉골드는직선을수수께끼라고표현한다.직선은표면을지배하지만그무엇도연결하지않는다.또한어떤종류의움직임이나몸짓도체현하지않는다.더불어근대성의확실성이의심받는상황에처하면한때점과점을잇던직선은조각나버린다.

“선들로가득차있는세계속에서다시금세계를엮어나가는몸짓”

책의말미에는『라인스』와선인류학의맥락과의미를상세히해설하는역자후기를실었다.이‘초대장’같은글에서역자는다음과같이말한다.

“특별히내가독자들과함께이야기하고싶은것은‘성장’에대한것이다.개발주의와자본주의로점철된세계에서‘성장’의의미는고도의테크노사이언스와자본화,규모화로부터자유롭지못하게됐다.이러한파국적인상황에저항하는많은이들은‘탈성장(degrowth)’이라는탈출구를추구하곤한다.그개념은나름대로매우유용한시사점을남기지만나는잉골드의시도가훨씬더대담하다고생각한다.잉골드는우리의‘성장’이무엇인지다시금사유하고,결정론적인성장이결코성장이아니었음을밝힌다.성장의욕구와욕망을긍정하며재전유하면서우리는삶과세계를다시직조하는내파의가능성도확인하게된다.[…]선은오직다시금찾아지고따라가질때새로운세계를열게만들것이다.중요한것은이선을통해서새로운길로나아간다는것이고,그‘새로운’길은‘따라가는것’속에서이루어진다는점이다.그것은비어있는공간에서시작하는것이아니라이미선들로가득차있는세계속에서다시금세계를엮어나가는몸짓이기도하다.이러한시도는세계의안락함을추구하는현대의경향과는사뭇다르다.행로의여정은미래가정해져있지않기때문에의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