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들기 (인류학, 고고학, 예술, 건축)

만들기 (인류학, 고고학, 예술, 건축)

$25.00
Description
만들기가 하는 일은 무엇일까? 만들기는 앎을 창조하고, 환경을 짓고, 생을 변환시킨다. 이 책에서 인류학자 팀 잉골드는 무언가를 만드는 일의 본질이 디자인(설계)에 있는 것이 아니라 만들기를 행하는 과정에 있음을 강조한다.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은 정해놓은 결과를 물질에 투영하는 것이 아니며, 제작자와 물질이 나란히 조응하면서 함께 성장해나가는 과정임을 역설한다. 나아가 사물을 고정된 물체로 환원하지 않고 생성의 흐름을 가진 살아 있는 물질로 감각하는 앎의 방식을 제시한다. 잉골드의 관점에 따르면 ‘앎’은 외부에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 내부에서 사물과 함께 조응하는 방식으로 성장하여 비로소 우리의 일부가 된다.
이 책은 사물을 창조하는 활동의 의미, 질료와 형상의 관계, 디자인이 가진 문제, 살아 있는 풍경을 인식하는 일, 행위의 의미, 우리 몸에서 손의 능력과 역할 등에 관한 깊은 성찰을 제공한다. 더불어 선사 시대 석기 제작, 중세 시대의 성당 건축, 둥근 둔덕의 생성, 기념물의 건립, 연 날리기, 그림 그리기, 글쓰기 등 만들기에 관한 다양하고 참신한 사례를 선보인다. 만들기는 생성하고 변형하는 세계 속에서 계속 나아가는 생명의 행진, 즉 조응이다.
저자

팀잉골드

TimIngold
영국의인류학자.1948년출생.애버딘대학교사회인류학과명예교수이며영국학사원과에딘버러왕립학회회원이다.
1970년에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사회인류학학사학위를,1976년에박사학위를받았다.박사연구를위해핀란드북동부의스콜트사미족을현장조사하며스콜트사미족공동체의생태적응,사회조직및민족정치를연구했다.이후헬싱키대학교를거쳐맨체스터대학교에서강의했다.맨체스터대학교에서는북극북부민족연구와더불어순록무리와사냥에대한연구를이어나갔다.이연구는인간과동물의관계,인간-동물상호작용의개념,수렵채집사회와목축사회의비교인류학에대한관심으로이어졌다.
잉골드는이후인류학,생물학,역사학분야에서‘진화’개념이어떻게다루어졌는지를연구했으며,인간의진화과정에서언어와기술의연관성에관심을가지고기술과예술의인류학을통합하는방법을모색했다.
1988년이후로는생태인류학연구와강의를진행하는한편,지각체계에대한제임스깁슨의연구에영향을받아인류학과심리학에생태학적접근법을통합하는방법을모색했다.환경지각과숙련된실천이라는주제를연결하는연구를통해2000년에『환경지각(ThePerceptionoftheEnvironment)』을출간했다.
2002년부터는환경지각에관한초기연구에서비롯한세가지주제,즉첫째로는걷기의역동성,둘째로는실천의창의성,셋째로는글쓰기의선형성을주제로탐구를시작했다.이를통해인간의사회적삶과경험에서움직임,지식,기술사이의관계를이해하는새로운접근법을모색했다.이연구로2007년에『라인스(Lines)』를출간했다.2013년에는인류학,고고학,예술,건축의연관성및인간과인간이거주하는환경의관계를탐구하여『만들기(Making)』를출간했다.2015년에는『모든것은선을만든다(LifeofLines)』를출간하면서이른바‘선의인류학3부작’을선보였다.이외에도여러인류학저서를출간했다.그의학문과실천은현대인류학과철학에큰영향을미치고있다.

목차

서문과감사의말

제1장내부로부터알기
제2장생명의물질
제3장주먹도끼만들기에관하여
제4장집짓기에관하여
제5장눈뜬시계공
제6장둥근둔덕과대지하늘
제7장도주하는신체들
제8장손으로말하다
제9장선을그리다

역자후기
참고문헌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살아있는사물들과조응하면서함께자라는과정
생성하고변형하는세계속에서계속나아가는생명의행진

연인들의다정한시선처럼서로가구별되지않을때까지
감응과물질이씨줄과날줄로서로를휘감는혼합이야말로만들기의본질이다.
-「제7장도주하는신체들」중에서

『만들기』는인류학자팀잉골드가2013년에출간한『Making』을한국어로번역한것이다.이책은이른바‘선의인류학3부작’이라고불리는세권의저술중에서『라인스(Lines)』(2007)와『모든것은선을만든다(LifeofLines)』(2015)사이에펴낸두번째저술이다.
이책은물질세계를고정된것이아닌생성하고변형하는움직임으로인식하도록이끈다.이때인간존재역시다른존재와마찬가지로‘살아있는사물’로서세계의내부에서사물들과조응하며성장한다는점을잉골드는강조한다.
잉골드는이책에서이론가와실천가를대립적으로구분하는사고방식에반대하며이론과실천을통합하는방식을제시한다.통합된관점에따르면‘앎’은외부에서주어지는것이아니다.‘앎’은내부로부터사물과함께조응하는방식으로성장하여비로소우리의일부가된다.잉골드는이러한앎의방식은예술과건축에서그러하며,인류학과고고학에서도마찬가지라고주장한다.아래는각장의내용을간략히요약한것이다.


제1장내부로부터알기

“당신이무언가를알기위해서는그것으로성장해야하고,그것이당신안에서성장하게해서당신의일부가되도록해야한다.”

앎은외부에서주어지는가?내부에서자라나는가?잉골드는외부의초월적위치에서대상화를통해아는것이아닌세계의내부에참여하고경험함으로써아는방식에주목한다.진정한앎의방식을배우기위해서는‘~에대해’배우는방식을버리고‘~와함께’배우는방식으로전환해야한다고강조한다.
이러한관점에따라인류학에서의‘민족지’방법을비판한다.회고적서술로환원하는민족지의기록방법에반대하면서,그대신참여적이고변환적인실천의방식으로‘참여관찰’을옹호한다.

제2장생명의물질

“이것은사물을다시생명으로되돌리는것에관한이야기다.”

우리는흔히만들기를다음과같이생각한다.달성하고자하는아이디어를머릿속에넣고그걸재료에투영하여마침내재료가의도한형태를갖추는순간제작이‘완성’됐다고여기는것이다.이는질료형상론의영향을받은사고방식이다.
잉골드는이러한인식에반대하며만들기의본질은투영을통해인공물의재료에정신을부과하는일이아니며,실천자와물질이생동하는흐름을따르면서형태를이끌어내는과정이라고주장한다.
잉골드는질료형상론을비판하면서질베르시몽동의개체화이론을참조하여형태발생론을전개한다.물질문화연구에서말해지는‘물질성’개념에대한비판도포함된다.

제3장주먹도끼만들기에관하여

“깨지기쉬운부싯돌은숙련된석기제작자의손안에서액체처럼흐르게되고흐름의소용돌이로드러나게된다.여기서모든잠재적타격혹은회오리가되어이로부터파단면이파도처럼잔물결을이루며퍼져나간다.석기제작자는격지를떼는리드미컬한타격운동을하며이흐름을따라간다.”

주먹도끼는어떻게만들어졌을까?이문제는오랫동안‘선사시대의가장기이한수수께끼’로여겨졌으며,그동안고고학은그제작방법에대해다양한학설을내놓았다.전통적가정은주먹도끼의대칭적형태를만들려는디자인이‘미리’있었고그에따라도끼가제작되었다는것이다.잉골드는주먹도끼제작을둘러싼여러학설들을검토하면서사물을창조하는활동의본질을재검토한다.이로써석기와같은도구역시질료와형상의관계로만들어진것이아니라힘과물질의관계를통해,즉조응의활동으로만들어졌음을주장한다.

제4장집짓기에관하여

“중세건물은바로그‘돌보는’과정,즉숙련된공예술의지성에서디자인되었다.우리는건물을지은석공에대해,그들이그리면서디자인했을뿐만아니라디자인하면서그렸다고말할수있다.하지만그들의디자인은드로잉처럼작업의과정이었지정신의투영이아니었다.”

중세대성당은사전에설계된디자인의산물이었을까?중세석공들역시도면을그렸다는증거가있지만,그들이그린도면은오늘날우리가아는건축설계도와같은도면이라기보다는일종의드로잉이었음을알수있다.이들의드로잉에는현장에서창의적으로문제를해결해나간과정이반영돼있다.따라서중세시대의대성당같은거대한규모의건물역시“어떤이름모를건축가의사변적비전을장엄하게완성한것”이아니라,현장의여러석공과일꾼들이수시로가졌던“의사소통왕래”와“엉성한실천”의반복을통해이루어진것임이확인된다.

제5장눈뜬시계공

“디자인이란무엇을의미할수있을까?만약그것이실행이전에계획을세우는것이아니라면말이다.”

이장은디자인을둘러싼논쟁을더깊이탐구한다.디자인은무엇을의미할까?디자인은더이상만들기와구분될수없는것일까?디자인과만들기는단지같은것을나타내는두단어일뿐일까?
잉골드는디자인이완결성이나종결을추구하기보다는희망이나꿈을다루면서열린결말을지향해야한다고주장한다.계획이나예측이아닌미래에대한기대를다루어야한다는것이다.희망과꿈을뒤쫓고있어야만창조적상상력을가질수있다고강조한다.

제6장둥근둔덕과대지하늘

“둔덕에서과거는삶의지속적인연속성을위한토대로서모여든다.반면기념물에서과거는뒤로밀려나고오직유물로서만남는다.”

둥근둔덕은어떻게생겨날까?대지와하늘은어떻게만나고뒤섞이는가?나무는어떻게자라는가?바람은숲속에서무엇을하는가?환경은어떻게만들어질까?
잉골드는환경이란“대상의환경이결코아니다”라고말한다.환경은수동적인대상이아니라부풀어오르고성장하고감싸고펼쳐지고흐르는환경이다.즉환경은생생한에너지와힘으로자신을만들어나간다.때문에잉골드는우리가설령‘대상의세계’를점유(occupy)한다할지라도그점유자에게세계는등돌린모습으로만보일것이라말한다.세계의움직임과지속적인형성에동참하는방식.잉골드는그것을주거(inhabit)라고표현한다.

제7장도주하는신체들

“장인이물질로부터사고하듯이,무용수는신체로부터사고한다.생동하며역동적으로구성되는신체속에서인격과유기체는하나다.신체는유기체-인격이다.그러나앞서언급했듯이신체또한사물이다.그렇다면우리는이제사람들과사물들의관계를논할필요가없다.사람들이또한사물들이기때문이다.”

신체란무엇일까?잉골드는신체란활동이격정적으로펼쳐지는소란자체라고말한다.그러면서신체가무엇이냐고묻는상황에다시주목한다.신체에관해사고하는순간에도우리는신체로부터사고한다.신체는신체화의대상이아니라활성화하는무엇이다.
잉골드는고정된신체화를거부하는활성화의논의를통해주체와객체의이분법은물론인격과유기체의이분법도해체하고자한다.나아가‘객체의행위성’을논하는현대이론들을비판한다.‘행위성’은사물을‘객체’로격하시키는잘못된전제에기반한사고로서,객체가없다는점을인식한다면행위성이아닌단지행위가있을뿐이라는것이다.
잉골드는하나의예로서연날리기를설명한다.연이둥실떠올라하늘에서춤추기위해서는연날리는사람,연,공기의작용이필요하다.이때인간만이주체이고연과공기가객체라면,연과공기에는‘행위성’이있다고봐야한다.그러나우리가알듯공기란스스로행위하지행위성으로움직이지않는다.연도공기의행위덕분에움직이지자신의행위성에의해움직이지않는다.때문에잉골드는연날리기가‘행위성의춤’일수없으며,이는‘행위의춤’이라고말한다.연의비행은사람의행위,연의행위,공기의행위가조응하며활성의춤을추는것이라고설명할수밖에없다.여기에객체는없다.

제8장손으로말하다

“한마디로손은말할수있다.손은과제를수행하는데에서그진행조건에대한세심한주의력으로도말할수있으며,또손이만들어내는동작과[재료에흔적을남기는]기술적행위로도말할수있다.”

손은어떻게진화했을까?고고학자앙드레르루아그랑이『행위와말』에서설명하길,과거인간이어느순간사회생활과상징문화의영역에진입하면서손과얼굴의관계가재설정되었는데,손은기술적운영을,얼굴은언어와발화의운영을맡는쪽으로진화했다고설명했다.그런데잉골드는여기서만든다는것은즉대화하는것임을상기시킨다.그렇다면만들기를수행하는손은르루아그랑의말대로기술을운영하는것일까?이장에서잉골드는손이말한다는점을드러낸다.눈이시각적이고합리적인기관인반면손은촉각적이며감응적으로조응하는능력을가지고있다.때문에잉골드는손의퇴행에맞서손의역할을강화해야한다고주장한다.말하는손이그리는선(line)에대한이야기는다음장으로이어진다.

제9장선을그리다

“말하는그리기는이미지가아니며,이미지의표현도아니다.그것은몸짓의흔적이다.”

앞서논의한대로제작과정에서물질과교류하는손의역할은다양하다.손은말하는손이자느끼는손이자그리는손이다.이장에서는그리는손이하는일을살펴본다.
손이하는일중하나로‘말하는방식으로서의그리기’가있다.이것이가능한것은,손으로그린모든선은신체동작의흔적이되기때문이다.신체동작적인선은곧말하는그리기의선이다.말하는그리기란마치음악연주와도같다.첼로연주를예로들면,활털을현에접촉해선율을자아내는것,이것은연필로종이위에드로잉의자취를새기는일과마찬가지로말하는그리기행위다.이같은사례는고고학자의발굴작업에서도찾을수있다.고고학자가모종삽으로발굴현장의단면을감각하며따를때이또한말하는그리기와같다.건물짓기에서도마찬가지다.건설자가삽과같은건설도구로벽과통로를만들때그의손은말하는그리기를행하는것과다름없다.
손이수행하는말하는그리기를검토한후잉골드는책의마지막에이르러선의본성과특질을검토한다.‘통합되고일관된사고’를지향하는직선형사람들의방식에견주며잉골드가더욱주목하는것은구불구불한선을따라걷는당나귀의경로이다.잉골드는우리도직선의폭주에서벗어나자신의속도대로자기생을발견하며길을따라나아가는당나귀의행로를따르자고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