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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우
1964년에서울에서태어났습니다서울대학교국어국문학과에서공부해시와산문,평론을써왔으며충북대학교에서한국현대문학을가르치고있습니다시집으로≪허공에지은집≫(2010)이있고산문집으로≪세상에없는풍경≫(2019)이있습니다
시인의말1부운주사와불운주사와불동행어머니의집손끝으로읽는지도곰배령오동나무장안개도시왕소군그시절로돌아갈수있다면대청봉2부바람의나날숨은뜻내나이서른에는아버지의길구들마루기러기의봄세상에없는풍경달맞이꽃에?앉은?잠자리함박꽃향기바람의나날두로령3부오늘,아침새해에는처서오늘,아침하얀궁전그레이트반얀트리술이익어가는시간1술이익어가는시간2뒷모습어디에서왔을까다른세상에있는나에게4부겨울노래태어난것만으로도착한핑계1겨울노래1겨울노래2겨울노래3한사람착한핑계2웃음나라요즘내가걱정하는건아니,아니?오월,아침5부나비의집나비의집1나비의집2나비의집3나비의집4나비의집5나비의집6옆집모란다른세상의줄?살구꽃잎나는이제해설엄정한자기성찰,그리고그리움과이법의세계-송기한(대전대교수)
〈손끝으로읽는지도〉사용설명서표지가천느낌이나는거친종이다.검은바다색이다.‘손끝으로’는반듯한데,‘읽는’은‘는’이반쯤내려왔고,‘지도’는가지에서떨어져내리기시작한꽃잎처럼기울었다.시인의이름은허공에흩날린다.그밑으로는바람에날리는꽃잎,바닥에떨어진꽃잎이있다.글자와꽃잎은모두은박이다.시집을손으로집어들면손끝으로표지의느낌이전해진다.거칠어보였는데부드럽다.문득깨닫는다.‘손끝으로읽으니시집은다른얼굴을하고있구나!’눈을감고이누이트처럼손끝으로시집을읽어본다.제목과시인의이름과꽃잎이다르지않다.뒤표지에는커다란꽃잎이한장있다.눈을뜨고보니활짝핀살구나무다.살구나무로가는길도있다.손끝으로읽어야하는이지도는누가만든걸까?표지를넘겨날개를살피니시인의이름이시제목이다.시인의약력은한편의시!책안으로들어가면시인의사진이있다.해가뜨는걸까,지는걸까?바다를등지고있는시인은얼굴을다보여주지않는다.문틈으로방안을들여다보는아이처럼뭐가있을지궁금해진다.인류최초의글자는거래를위해서만들어졌다고합니다이런!그래서나는글자가화를풀때까지시를쓰기로했답니다‘시인의말’을읽으며생각해본다.우리가쓰는글은글자를화나게할까,화를풀어줄까?다음은차례다.운주사와불,바람의나날,오늘아침,겨울노래,나비의집.총다섯부로되어있다.부의제목이같은글꼴이라서시제목도그러려니했는데,자세히보니부마다글꼴이다르다.눈이밝지않은독자는편집자의의도를알아차리기어려울것같다.≪손끝으로읽는지도≫는본문으로가는짧은여정에서도잠들어있는독자의감각과심장과머리를깨운다.시인의첫번째시집≪허공에지은집≫과달라진점이눈에들어온다.첫번째시집에도군더더기가없었는데더없어졌다.노자는“정말말을잘하면말을잘못하는것처럼보인다”고했는데,정말군더더기가없으면군더더기가없다는것을느끼기어렵다.군더더기없이쓰겠다는생각이군더더기였던것이다.짧게써야하는시는짧게,길게써야하는시는길게,적당한길이로써야하는시는적당한길이로.이렇게자연스럽게시를쓰는경지에이르기위해서시인은얼마나힘들고먼길을외롭게걸어왔을지!≪허공에지은집≫에서시인은감정을표현하는것을중요하게여겼는데,이번시집≪손끝으로읽는지도≫에서는감정과감각과직관이조화를이루는것을중요하게여기고있다.감정이중요하지만감정만따로떨어뜨려놓으면자연스럽지않다.감각이나직관도마찬가지다.그러나감정과감각과직관이조화를이루는시를찾아보기어렵다.이렇게쓰면안되기때문이아니라,이렇게쓰는것이어렵기때문이다.냇물에도바위에도낙엽에도흙길에도나비처럼내려앉는살구꽃잎살구꽃잎〈살구꽃잎〉의제1수다.살구꽃은가지에서떨어져나옴으로써비로소탄생한다!사람들이죽음이라여기는것이실제로는탄생이었다는것을시인이알아차린것이다.덕분에시집을읽는독자도깨달을수있는행운을얻을것이다.그렇다면십년동안쓴예순한편의시가≪손끝으로읽는지도≫라는제목으로시집한권에묶여서세상에나온것도,검은밤바다같은세상에은박같은발자국을남기고다른세상으로건너가는것도,살구꽃잎이가지에서떨어져나온것과다르지않은것이아닐까?≪손끝으로읽는지도≫는시한편에도시인의의도가여러개감추어져있는보기드문시집이다.편집자의의도도여러개감추어져있는데,이글을‘손끝으로읽는지도’라여기고빠짐없이찾아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