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일기 (그리움을 그리다)

아내의 일기 (그리움을 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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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아내의 일기를 읽는 과학자
아내가 그토록 바라던 대로 딸아이의 결혼 후 아내의 생일날이었다. “이제는 딸애도 없고 둘만 있으니 구태여 생일상을 차리지 말고 생일인 사람이 정해서 괜찮은 음식점에서 식사하자고 했다. 생일카드도 이제는 쓰지 말고 말로 축하하자고 했다. 그동안 우리 부부는, 특히 내가 무덤덤하고 무뚝뚝하여 감정을 말로 잘 표현하지 않았는데 이제는 글보다 말로 좀 더 다정다감하게 나타내자고 했다. 그리고 마지막이라며 생일카드를 써주었다. 그런데 이것이 정말 ‘마지막’ 생일카드가 되고 말았다.”
류머티스 관절염에 오랫동안 시달려온 아내는 대학병원에 입원하고 항암치료를 하는 동안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아내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와서 가장 먼저 시작한 일은 아내가 쓴 가계부와 일기장을 찾아 그 전모를 파악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1년 반 동안 아내가 남긴 기록을 읽었다. 만난 지 19일 만에 결혼하고, 37년간의 함께 산 기간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아내의 일기를 읽으며 정리한 이 책의 저자는 국내 암 혈관 분야를 개척한 과학자로, ‘대한민국 최고과학기술인상’과 한국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호암상’을 수상한 김규원 서울대 명예교수이다. 서울대 약대를 졸업하고 미국 미네소타대 생화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하버드 의대 암연구소에서 박사후 연구원을 지냈으며, 부산대 분자생물학과와 서울대 약학대에서 교수를 지냈다. 오랜 기간 아내의 일기를 읽은 김규원 명예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아내와 같이 산 지난 37년을 처음부터 다시 산 행복한 느낌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함께 산 것이 37년 아니라 그 두 배인 74년인 것 같다. 세월과 함께 메말라버린 30여 년 전의 일상사도 바랜 색깔이 다시 찬란하게 빛나고 살아 움직이는 풍요로움을 맛보았다. 우리는 처음 만나 짧고 짧은 19일 만에 결혼했지만, 그 짧은 만남의 시간은 37년을 지나 74년에 이르는 길고도 긴 여정이 되었다.”
저자

김소주,김선재,김규원

저자:김소주
이화여대가정대의류직물학과를졸업하고전업주부로있다가2022년12월에림프암으로타계했다.평소경험하고관찰한일상을남다른기억력으로기록해남겼다.평생지속해온기록이이책의바탕이되었다.

저자:김선재
이화여대에서시각디자인을전공하고서울대에서미술교육전공으로석사학위를받은후,여러전시현장에서미술교육을담당했다.현재는이화여대에서시각디자인박사과정을밟으면서,대학교에서강의하고있다.

저자:김규원
서울대약대를졸업하고,KAIST에서석사학위,미국미네소타대생화학과에서박사학위를취득했다.그후하버드의대암연구소에서박사후연구원을하였고,부산대분자생물학과교수를거쳐서울대약대에서정년퇴임후현재명예교수로있다.국내암혈관분야를개척했고,‘대한민국최고과학기술인상’과‘삼성호암상’을수상했다.

목차


머리말같이산37년,그리움을그리며37년

프롤로그마지막생일카드
마지막생일카드
아내의일기

01신혼생활보스턴에서설계한미래
결혼까지19일
신혼과함께시작한기록
아내의식당아르바이트
삼성전자레인지와의인연
보스턴에서의신혼생활과생활비
도둑이들다

02부산시절딸과병아리
귀국,부산생활
아내의기억력과반찬수
아내의옷
혈관연구와병아리
임신과육아일기
출산과육아
딸아이의입학
일본에서두달
류마티스관절염치료여행
디자이너가되려나

03서울시절고통과함께한시간
서울생활시작
서울대에서연구를시작하다
국내최고상과이견대인(利見大人)
미국동부와캐나다토론토여행
비강암과유서
두번의재발과후유증
입양아4명과미국간사연
북한산둘레길과한강산책로완주
아내의유머
아내의동아줄
끝없이자신을돌아보다
내걱정을잠재우는아내의말
딸에대한바람

04타계아내의지팡이와희망
악화되는류마티스관절염
아내의지팡이
경로우대증과유도적합모델
우리딸시집가는날
희망에대한일기
고통과화해하다
이제잡은손을놓으세요

에필로그그리고남은세월
그리움을그리다

출판사 서평

아내에게한약속

아내는노트88권에이르는방대한기록을남겼다.“오랫동안아팠고내성적인성격이라집에있는시간이많아하루에몇시간씩일기와가계부등여러가지를노트에기록하고있었다.”그렇게공들여적은일기를아내는남겨놓지않고“나중에다없애버리겠다는말도가끔했다.”김규원교수는“그러지말고잘보관했다가나중에책으로내자고,개인생활사의귀중한기록이될수있다고설득했었다.”그리고“아내는내성적이고소극적인성품에다가자신의이름에대한트라우마가있어서많은경우내뒤에숨어지냈고자신을내보이려하지않았다.그런아내가안쓰럽고안타까워아내의일기를책으로출판할때는아내이름을맨앞에두기로약속을했다.”나중에세식구이름으로책을같이내자고했다.

결혼과함께시작된아내의일기는부부의이야기이기도하고딸아이의성장이야기이기도하다.그리고이책《아내의일기》는일기를쓴아내김소주,일기와함께성장하고글과그림을보탠딸김선재,그리고이모두를읽고정리한남편김규원이함께쓴세가족의이야기이다.

김규원교수는암연구자임에도2006년에비강암이발생하여20년가까이투병중이다.두차례에걸친재발과그치료의후유증으로얼굴의일부가괴사되고있다.괴사부위의출혈과통증에시달리면서도깨알같이써내려간아내의일기를읽고정리했다.그리고드디어이책《아내의일기》가나왔다.이제노과학자는이렇게말한다.“이렇게내몸은계속흘러가듯변화하고있다.거기에따라내마음도수레의두바퀴처럼같이흘러간다.딸아이를시집보내는꿈이아내가고통을감내하게했듯,아내가남긴따뜻한기억과그리움이나를숨쉬게한다.우리가함께한시간을더듬으며그림을그리고그리움을새긴다.”
그리고이렇게덧붙였다.“이렇게당신과한약속을지켰다고,그약속을지킨책이이렇게나왔다고,봉안당의아내영정앞에가져갈계획입니다.”
현재김규원교수는과학자로서의마지막소임으로생명과학관련도서를번역하면서,어린시절부터하고싶었던그림그리기에빠져있다.

책속에서

아내는가계부와일기로37년동안의결혼생활을기록했다.그기록에는아내의특출한기억력과꼼꼼함으로극히세밀한부분의일상사도빠뜨리지않고써놓았다.그리고자신의내밀한감정과깊은마음속생각도진솔하게표현했다.하루에몇시간씩쓰기에몰입하여그날의기억과대화하면서병마의고통과마음의상처나무력감과같은부정적인감정에서벗어나는자기정화의시간을가졌다.그결과88권의꽤방대한기록물이축적되었다.-머리말

아내는일기에자신의내면의생각이나마음속이야기도빠뜨리지않고적어놓았다.당시에아내가어떤생각을하고있는지짐작하기도했지만이제야좀더정확히파악하게되었다.특히몸이평소보다유난히아파내게밥을차려주는것이그렇게어려웠던날들도지금에서야알게되었다.그런사정을모르고출장이나외출에서돌아와밥을제대로해주지않는다고투정부린적도여러차례있었다.아내의속사정을이제야알고마음이몹시아프고좀더아내를배려하지못했다는안타까운생각에눈물이났다.
아내의일기장은내게타임머신과도같다.지난37년중내가가보고싶은날의일기장을펴보면당시의일이눈앞에선명히떠오르니언제라도그때로돌아가당시의장면을생생하게볼수있다.아내일기를읽는동안아내와같이산지난37년을처음부터다시산행복한느낌을갖게되었다.그래서함께산것이37년아니라그두배인74년인것같다.세월과함께메말라버린30여년전의일상사도바랜색깔이다시찬란하게빛나고살아움직이는풍요로움을맛보았다.우리는처음만나짧고짧은19일만에결혼했지만,그짧은만남의시간은37년을지나74년에이르는길고도긴여정이되었다.-프롤로그

전공인생화학강의에서생명현상에중요한역할을하는효소가체내수많은물질중에서자신에게가장적합한기질을어떻게찾아결합하는지를설명할때,내가늘강조하는것이있다.효소가가장적합한기질과결합하는생화학반응은몇개의강력한힘이아니라무수히많은약한힘들에의해이루어진다.효소와기질사이의울퉁불퉁한표면에서미약한결합이무수히많이일어나면서서로가단단히밀착되어총합적으로강력하게결합하는것이다.사람사이의결합인결혼도다르지않다.몇개의강력한힘보다두사람이일상생활에서서로공유할수있는작고사소하지만다수의힘들이모이는게핵심이다.인간사이의강력한힘이라면권력이나재력또는미모가될것이다.이런강력한힘이아닌평범한일상을같이나누고공유하는관계,그런관계를나눌수있는사람이진정한배우자이다.-01신혼생활.보스턴에서설계한미래

이러한미생물이이루는군집의조성은각개인별로다다른독특한구성을하고있어우리각자의건강상태와성격뿐만아니라심지어독특한체취등을형성하고있다.또한우리몸의세포들과도긴밀한연결관계를맺고있어,긴시간에걸쳐인간과인체미생물이공진화한것으로예측된다.
이런개인별미생물군집의독특한조성은출생무렵어머니로부터신생아에게가장많이전달되고,그후에도지속적으로부모나가까이있는사람에게서전달되어형성되었을것으로예상한다.따라서부모와자식간에는다른사람들과는다른독특한미생물군집간의상호교류와공명현상이일어날것으로보이고,그공명현상이우리가감지할수있는냄새나감촉등오감으로드러날것으로추정된다.이것이그깊숙한곳의,말로설명할수없는연결의끈을이루고있는근저가아닐까.남과는다른나와딸애의특별한미생물군집간의상호연결네트워크가서로호응하고공명하는것이다.-02.부산시절,딸과병아리

걷는것은대표적인단순반복동작이다.이단순반복리듬이우리가살아가는데필수적이다.몇가지꼽으면하루세끼식사와잠자기,그리고심장박동,숨쉬기등생존에필수적인것들이단순반복리듬을가지고있다.영어로는‘circadianrhythm(24시간주기리듬)’이라고하는데,이런단순반복리듬이깨지면즉각적으로몸과마음에이상이나타나고오래되면병이되기도한다.그럴때가장좋은치료법은걷기나달리기와같은신체의단순반복동작을오래지속하는것이다.-03서울시절,고통과함께한시간

그리고비강암후유증으로내몸의여러군데가아프고기능이갑자기망가지니처음에는두렵고걱정이태산같았다.그럴때도아내는이렇게말했다.“이아니면잇몸으로산다고하지않아요.그러니걱정마세요.나는아픈것은잠으로이겨내요.같이잠이나푹잡시다!”아내의이런생각은스스로에게고통을이겨내게해주었고,걱정으로잠을못이루는나를위로하고내고통까지덜어주었다.
“아픈것은잠으로이겨내요.”라는아내의말은그후에도나에게큰위안이되고쉽게실천할수있는방법이되었다.그래서지금도몸이아프고안좋을때는‘그래,자서잊어버리자.깨어있다고나아지는것도아니니까.’하면서마음을내려놓고잠을청해견뎌내곤한다.-03서울시절,고통과함께한시간

2022년12월29일오전11시55분이었다.그렇게조용히누워있는아내의양손을딸아이와내가한손씩잡고있을때였다.맥박뛰는것을보여주는계기판이더이상오르내리지않고일직선으로쭉선을그어갔다.
‘아,아내가이제본래의자리로되돌아갔구나.’그렇게느끼는사이잡은아내의손이급속히차가워져갔다.
온기가몸에서빠져나가면서손을잡고있는우리에게작별의말을하는것같았다.
“이제는잡은손을놓으세요~.”-04화해.아내의지팡이와희망

이렇게내몸은계속흘러가듯변화하고있다.거기에따라내마음도수레의두바퀴처럼같이흘러간다.딸아이를시집보내는꿈이아내가고통을감내하게했듯,아내가남긴따뜻한기억과그리움이나를숨쉬게한다.우리가함께한시간을더듬으며그림을그리고그리움을새긴다.-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