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말
‘그래도태어났으니소설하나만쓰고가자’라는생각으로하루하루를버텼는데,이소설을쓸무렵에는어쨌든소설도꽤썼고그변명도점점힘이다해가고있었다.죽을운명밖에남지않은사람은무슨수로살수있을까……?이이야기는그답이기도했다.
책속에서
내가나라면
기억을잃고도지식과지력을잃고도
사고력과판단력과신체능력과경험을포함해서
나를규정하는모든것을잃고도
누구의기억으로어떤인격을갖든
어떤모습으로어떤인생을살든
내가내근원에서나온나자신이라면
내게서무엇을없애든‘나’를없애지못한다면
내가누군지도모르는채로도나를유지한다면.-7면
나는답을안다.그러므로다른쪽에걸수가없다.오늘나는마지막으로이곳에섰고마지막으로내방에서나왔다.나는살아서는다시는이곳으로돌아오지못한다.그렇게정해져있으므로.그것이내운명이므로.
부자연스러운얼굴로서로를돌아본놈들역시그사실을알며,이내기에돈을건놈들도안다.내가어떻게그들이이사실을아는지궁금하듯이그들역시내가어떻게‘아는지’궁금해한다.
“그러면‘돌아와서’죽는쪽.”-13면「제1집행미친자」에서
이전체가내기다.
이것이내최후의사기극이다.일생거짓말로살아온자가,죽음에이르러마지막으로벌이는연극이다.내가누군지도모르는채로,무슨연극을하는지도,관객이누구고내가고른배우가누군지도모르고,각본이뭔지도모르고.누구와싸우고어떻게이기는지도알지못하고.
기가막히는군.생각하자니웃음이났다.조건이열악해도분수가있지.
미친짓이다.하지만언제는내가미치지않았던가.-158면「제4집행고지식한자」에서
그말로내가죽었다.
암흑이죽자세상이빛으로들어찬다.세상이폭발하고신의힘이온세상으로튀어나갔다.세상이죽고다시태어난다.모든것이사멸하고동시에생명이끓어넘쳐온세상으로퍼져나간다.
그리고새세계가열렸다.-396면「제7집행모두」에서
“한가지만은분명합니다.만약마마께서이세계를현실이라고믿으신다면,이세계의죽음은진짜죽음이됩니다.마마께서는그것이한번뿐이며,유일한죽음이라고믿고진정한죽음의공포를느끼실것입니다.그러면우리는진실로죽습니다.”-465면「제8집행귀신」에서
나는즐거운기분으로주변을둘러보았다.이곳,내최초의기억을토대로만들어낸세계.아득한옛날,나는여기서혼자살아남았고,시스템에내인격을전자인격으로바꾸어입력하는것으로살아남아세상을다시만들었다.세상이오염에서회복된뒤,새로운생물이번식하고,인간들이왕위다툼을벌이는꼴을내내지켜보았다.부도국도그과정에서생겨났다.(이건내가아니야.)-497면「제8집행귀신」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