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시절우리에게필요한게‘로맨스’만은아니었다.”
기억보다낯선얼굴,SF순정만화에바치는헌사
‘순정만화’라는단어에가장먼저떠오르는이미지는무엇일까?사람들마다떠올리는이미지는제각각이겠지만,순정만화라는단어에익숙한사람들이가지고있는이미지를정리하면아마다음과같을것이다.“눈속에별이박힌미형의캐릭터가나오는,여자애들이나보는,연애담.”순정만화는정말우리가기억하는것처럼한결같은표정을짓고있었을까?어쩌면우리는순정만화가보여주던다양한얼굴을제대로보지못하고익숙하다고착각하며‘여자아이용연애담’이라는라벨을붙이고있지는않았을까?
대한민국에순정만화붐이일었던1990년대를박애진작가는‘순정만화의시대’라명명한다.2024년을사는우리가‘순정만화의시대’를이끈작가들의작품을다시소환하는이유는,이미30년전그작품들이‘순정만화=로맨스’라는공식을깨고SF장르에선구적인역할을했음을재조명하기위함이다.강경옥,신일숙,권교정.‘순정만화의시대’를기억하는사람이라면설명이필요없는만화가3인의SF순정만화를이시대의문법으로독자들에게다시전달하기위해지금SF장르의최전선에있는소설가3인이모였다.
지금다시돌아보는순정만화는어떤얼굴을하고있을까?SF순정만화에바치는헌사.폴라북스‘순정만화XSF소설’컬래버레이션시리즈첫번째!강경옥만화가의1989년작《라비헴폴리스》의재해석,박애진작가의《라비헴폴리스2049》를소개한다.
“무엇이소녀들을공감하게했는가?”
응답하라,순정만화의다양한얼굴을기억하는독자들이여
1989년작품인강경옥만화가의《라비헴폴리스》는근미래인2045년을시대배경으로지구와달을오가는달왕복선이존재하며,대부분의노동을인간이아닌로봇이대체하는세상이다.일견1980년대에유행하던공상과학만화를순정만화에접목시킨듯도보인다.하지만《라비헴폴리스》가그시절많은소녀들의공감을샀던이유는따로있다.보수적인아버지밑에서‘여자다울것’을강요받으며자란소녀가성인이되어독립을하고경찰이라는직업을선택하고,남자동료와동등하게크고작은사건들을해결해나간다.그과정에서일어나는주인공들의동료애이상연애미만의관계가주는설렘은공감에뒤따르는덤이다.
2024년의문법으로다시만나는박애진작가의《라비헴폴리스2049》는원전과같은세계관을공유하지만사뭇다른얼굴을하고있다.박애진작가가그리는근미래의가상도시라비헴은오히려2024년을살아가는우리에게더익숙한모습이다.절대적인부가기형적으로편중된라비헴이라는도시.AI자동시스템과로봇의등장으로일자리를잃은사람들.그리고마치당연한귀결인양,가장약하고가난한사람들부터사회의저변으로밀려나국가시스템의보호를받지못하는상태.박애진작가는《라비헴폴리스2049》에서생계를잃고생존을보호받지못한사람들의억눌린분노는어떤모습을하고있는지,또어떻게분출되는지를SF라는장르를빌어묘사한다.물론그과정에서드러나는주인공들의연애이상,결혼미만의관계는《라비헴폴리스》를기억하는오랜SF순정만화팬들을위한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