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의 정신과 의사 : 치료와 형벌 사이에서 생각한 것들

교도소의 정신과 의사 : 치료와 형벌 사이에서 생각한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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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나는 교도소의 정신과 의사입니다”
치료와 형벌, 보호와 격리, 피해와 가해 그 경계에 얽힌 이야기
소년은 한시도 가만있지 못하는 아이였다. 산만하고 참을성이 없었다. 수업 시간에 자리에서 일어나 교실을 돌아다니고 교실 뒤편에서 야구를 한다며 갖은 소란을 떨기 일쑤였다. 오랜 시간 한자리에 앉아 집중하는 일이 소년에게는 형벌처럼 느껴졌다. 그 소년이 커서 정신과 의사가 됐다. 그것도 교도소의 정신과 의사! 그리고 의료소년원에서의 임상 경험이 쌓이면서 알게 됐다. 극도로 산만하고 충동적이었던 자신이 실은 ADHD, 즉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였다는 사실을. 《교도소의 정신과 의사-치료와 형벌 사이에서 생각한 것들》을 펴낸 정신과 전문의 노무라 도시아키의 이야기다.
일본 니혼의과대학 명예교수이자 정신과 전문의인 노무라 도시아키는 다수의 교정시설에서 20년 이상을 정신과 의사로 일하다 2020년에 니혼의과대학 의료심리학교실 교수직를 끝으로 정년 퇴임했다. 그리고 이듬해 그간의 경험을 토대로 이 책을 펴냈다. 《교도소의 정신과 의사》는 수십 년을 교정시설에서 수많은 환자를 돌보며 쉼 없이 달려온 한 정신과 의사의 회고록이자 교도소 정신과 의사로서 마주한 범죄와 질병, 교정과 치료, 격리와 보호, 가해와 피해 그 경계에 얽힌 이야기이다.

저자

노무라도시아키

저자:노무라도시아키
니혼의과대학명예교수.정신과전문의.1954년일본사이타마현에서태어나1978년도쿄대학문학부철학과를졸업하고같은대학원교육학연구과교육심리학전공으로박사과정을수료했다.이후전공을바꿔니혼의과대학의학부에입학,정신과수련의를거쳐니혼의과대학부속제1병원과다수의교정시설에서정신과전문의로일했다.이후니혼의과대학의료심리학교실교수로재직하다2020년에정년퇴임을했다.주요저서로《비행정신의학非行精神??》(공저),《비행과범죄의정신과임상非行と犯罪の精神科臨床》(편저),《심리치료의기본精神療法の基本》(공저),《생명윤리의교과서生命倫理の?科書》(편저),《심리치료의실천精神療法の??》(공저)등이있다.2022년1월25일,향년67세의나이로타계했다.

역자:송경원
물리학과를졸업하고교육대학원에서일어교육을전공했다.재미가일이되고일이재미가되는삶을꿈꾸며,재미있고의미있는작품을기획,검토및소개하는일에힘쓰고있다.현재소통인(人)공감에이전시에서도번역가로활동중이다.옮긴책으로《인생의마지막순간에는누구나혼자입니다》,《마지막산책》,《후회병동》,《고양이형인간의시대》,《대중을사로잡는장르별플롯》,《같은소재도전혀다른이야기가되는글쓰기매뉴얼》,《100세까지의독서술》,《왜케이스스터디인가》등이있다.

목차

시작하며·7
교도소의사로서의첫발·11
학대가빼앗아간것·35
교정시설에서바라본가족의형태·59
보호실에서들었던제야의종소리·81
정신감정은정신의학의꽃인가·103
부주의성과산만함과관용·123
발달장애는무엇을가져왔는가·149
노인의병과죄·173
핀란드의교도소·195
왕진이가르쳐준것·213
교정시설에서의심리치료·237
마치며·265
참고문헌·269

출판사 서평

빛이닿지않는담장너머의세상,
교도소정신과의사가그려낸또하나의의료현장

교도소나구치소,소년원등의교정시설수감자중에는정신질환으로인해법을어긴사람이있는가하면,수감시설이라는특수한공간이주는불안으로인해정신질환을얻는사람도있다.이들은이미‘몸의구속’과함께‘마음의감옥’에갇힌자들이다.그러나법의현실은이들의치료를가로막아왔다.극한의스트레스에서비롯된섭식장애가절도로까지이어진소녀,의지할곳없어좀도둑질을반복하며교도소와바깥세상을오가는노인,심한정신질환으로제대로된대화가불가능해재판조차받지못한채구치소에계속구금된남성등등정신과의사로서교정시설에서온갖인생을만나온저자는이책을통해우리가살아가는사회로부터격리된,담장너머또하나의의료현장을생생하게증언하며우리가그동안애써외면해온우리사회의그늘진이면에한발짝다가가게해준다.

“‘교도소’라는단어를책제목에쓴이유는교도소로대표되는교정시설이높은담으로둘러싸여우리의일상과격리된채눈에보이지않는세계가된점과관련이있다.여기에서‘교도소’는우리사회의그늘진부분,빛이닿지않는부분을가리키는말로쓰였다.교도소라는말은일종의은유인셈이다.”(8~9쪽)

아이들에게필요한것은범죄자란낙인이아닌,
안정된의식주제공과끈기있고꾸준한지지

출소를코앞에두고극도의불안과흥분으로발작을보이는소녀가있었다.어린나이때부터유흥업소를출입하며온갖비행을일삼아소년원에까지왔지만,소녀에게는아무에게도털어놓지못한비밀이있었다.오빠로부터성적학대를받아왔다는사실을.가족으로부터의학대사실이뒤늦게밝혀지면서소녀는출소후집이아닌보호시설로보내졌다.하지만마음이충분하게치유되지않은상태에서의료소년원을나간소녀는결국보호시설에서도망쳤다…….

저자가부임한의료소년원에는이처럼가족에게성적학대를받고불안증에시달리는소녀도있고,아버지의잦은폭력으로인해자신도또래아이들에게폭행을가하다소년원에들어온소년도있었다.각성제남용후유증으로시설에들어온아이들도많다.불량청소년들에의해억지로환각물질을들이마시고억울하게들어온소년에서부터가정에서학대를당하고일찍부터각성제에손을댄소녀까지저자는“머리가어질어질하고속이울렁거릴”정도로이들을숱하게목격해왔다.하지만경찰에붙잡혀이곳에오는아이들의경우‘증상’보다어쩌다환각제에손을대게되었는지‘사건’에주로초점이맞춰지는데,이들의이야기를듣다보면“솔직히소년원에들어오는것만으로약을끊을수없겠구나”하는생각에종종좌절감이들기도했다고고백한다.

한아이가어른으로성장하는과정에서가족의역할은분명중요하지만,부모와가정의문제만으로청소년비행과범죄가생기는것도물론아니다.하지만대체로소년원내아이들의많은가족이가난하고갈등으로가득차있으며,사회적으로도고립되어있음을지적하며저자는이들에게필요한가장효과적인치료법은“복지적배려와꾸준한지지”임을강조한다.

“가족의규모가축소되면대체로그기능도축소되기마련이다.그리고가정에서의육아나간병등의돌봄기능이축소및상실되고있는한사회즉,복지나의료가그것을보완하지않으면사회적약자는갈곳이없어진다.그런데최근10~20년사이에강조되어온것은개인과가족의‘자기책임’이며,사회복지나공공의료또한기능이저하되고있는듯하다.가족속에있어도자신이있을곳이없고,의료나복지로부터도‘밀려난사람들’이교도소같은교정시설을자신의있을곳으로여긴다면,그누가이사회를살기좋고풍요롭다고말할수있을까.”(80쪽)

교도소내고령화도심각
‘교도소밖’의현실을함축적으로보여주는‘교도소’

여든을바라보는나이의남성이노인성치매를앓고있던아내를살해한죄로수감되었다.수년간의간병생활이불러온비극이다.이남성역시경증이기는해도치매를앓고있었다.그러니까치매를앓는아내를보살피던남편역시치매에걸렸고,이에앞날을비관하여소위‘동반자살’을꾀했으나자신만살아남아살인죄로실형을선고받았다.하지만몇년이지나면이노인은자기행위를반성하기는커녕자신이교도소에있다는사실조차모르게될것이다.과연이형벌이의미가있을까.

“노인수감자중에는절도나무전취식같은경범죄뿐만아니라살인,살인미수,상해치사등중대범죄를저지르고교도소에오는사람들도있었다.……평생을범법행위와는거리를두고살다가나이들어처음으로그런중대범죄를저지르는사람은과연어떤사람들일까관심이갔다.결론부터말하자면,대부분가족을상대로한범죄였고,간병끝에벌어진범죄였다.”(188쪽)

인구감소로인해수감자의수는점점줄고있다고한다.특히젊은세대의범죄율은감소추세다.이에관한많은분석이있지만,“학교나사회에적응하지못하는젊은이들이과거에는폭주족이되어거리로몰려나왔다면,요즘은대체로집에만틀어박혀”은둔형외톨이가되었다는견해도눈여겨볼만한대목이다.교도소가교도소밖의현실을함축적으로보여주고있는셈이다.

반면에고령인구의범죄율은증가하고있다.‘경제적빈곤’,‘고령자의사회적고립’이주된요인으로꼽힌다.가령,해고로일자리를잃고노숙자가되어도둑질을일삼다붙잡혀들어온사람,아픈배우자나자식을수십년간돌보다가더는여력이없어이들을죽이고자살하려다미수에그친사람,치매를앓고인지능력이없는상태에서범죄를저지른사람까지…….이들은어떤유무형의도움과지원이없다면평범한일상이어려운우리이웃의모습이기도하다.그렇다면이들을교도소에수감하기보다는복지제도나의료제도를개선하는등다른방법을모색해봐야하는게아닐까하고저자는조심스럽지만단호하게우리사회에시급한화두를던진다.

“정신치료의근본은아무리비정상적일지라도,
아무리불쾌할지라도그사람에대해인내하는데있다”

죄를지었으면벌을받는다.이당연한명제를부정할사람은없다.그런데만약당신이갑자기찾아온정신질환으로이성적판단을상실한상태에서타인에게해를가했다면,어떤벌을받는것이맞을까.적절한의료적지원이제공되지않은상태에서강력한처벌만으로는형벌의목적인교화를기대하기어렵다.본인이무슨병을앓고있는지,그리고그병으로무슨짓을저질렀는지를명확히인지하고난다음에야진정한반성과처벌도가능한것은아닐까?이는정신질환의증상으로인해범죄를저지른사람뿐아니라의지나계획에의해서범죄를저지른사람에게도해당될터이다.

범법자의재범을막고사회복귀를돕기위해서라도치료감호는필요하다.물론범죄로고통받고있을피해자와그가족중에는이들에대한치료감호가적절치않은처사로비칠수도있다.이에저자는조심스레이야기한다.“피해자의권리가보호되는것과가해자에대한지원과치료가적극적으로이뤄지는것은모순되고대립되는일은아니다”라고.

사실,정신질환을앓고있는사람들이범죄를저지른확률은일반인에비해낮을뿐만아니라이들의범죄율이높다는주장에어떤의학적근거도없다.하지만적시에적절한치료를받지못한환자들이범죄의가해자로수감되는일이반복되면서이들에대한편견은더욱커지고,정작치료가필요한환자들이치료에서더멀어지는결과를초래한다.사회와가족구조가변화함에따라부양의책임을짊어질수있는보호의무자는갈수록줄어드는현실에서,범법자의재범을막고사회복귀를돕기위해서라도정신질환치료및관리체계에대책마련이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