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질서있게움직이는기계가아니다-자연은확률이지배한다!
20세기초까지만해도과학자와수학자들이바라본세계의참모습은질서와조화였다.사물과천체의운동법칙을통해최초로자연현상에관한보편적수학적원리를만든아이작뉴턴이후에는알베르트아인슈타인이등장하여새로운자연법칙을드러냈다.이들의방정식은개별존재들의운동을하나의법칙으로일반화했다.한동안이법칙들은세계를밝혀주는빛이되었다.우리의일상영역을넘어자연의질서를드러내주었고,우리는이들을통해일식을예측하고블랙홀을상상했다.
그러나20세기들어출현한복잡계과학은사람들이당연하다고여겼던과학의전제들뿐아니라물질이존재하는방식과인간이물질을인식하는과정에대해전혀다른이야기를내놓았다.세계는질서정연하고예측가능하며이미결정되어있다는뉴턴물리학의관점을송두리째뒤엎는주장이었다.우리세계를구성하는기본물질들은결정론이아니라확률의법칙에따라행동한다.즉우리세계는우연을바탕으로한질서체계였다.모든수학영역을모순이없고완전한하나의체계로통합할수는없으며,운동을예측하는핵심물리량인위치와운동량을동시에정확히측정하는것도불가능하다는불확정성원리는인간이자연을인식하고측정하는데피할수없는한계가있다는걸잘보여준다.
우리인간을둘러싼또다른주요복잡계는사회다.우리는지구생태계와사회의중요한구성원이다.생태계와마찬가지로매우복잡한비선형적상호작용을통해사회에서도역동적현상이나타나고사라진다.이이야기들을통해지은이는변하지않는완전한세계는교과서에나있으며,이상적인세계가아니라혼돈과질서가어우러지며변화하고명멸을거듭하는세계에서우리에게주어진시간동안모두가잘살수있는현실을만들려는노력이절실하다는메시지를전한다.
과학과철학으로세계와인간을통찰한다
-혼돈과우연,불확실성을꿰뚫는여섯개의장
이책은여섯개의장을통해뉴턴물리학에바탕한단순질서시스템과근본적으로다르고혼돈과우연,불확실성이지배하는세계를소개한다.1장에서는먼저피타고라스를이야기하며,과학이전에그언어라할수있는수학의영역에이미질서와혼돈이숨어있음을설명한다.2장에서는현대물리학의꽃으로우주의기초적세계를성공적으로드러낸양자역학이말하는우연을살펴본다.양자역학의미시세계는거시세계를설명하는뉴턴물리학과는전혀맞지않는,말그대로딴세상의존재들로이루어진다.미시세계는위치나움직임을언제든정확히파악할수있는것이아니라확률적으로만알수있다.따라서거시세계의합법칙적질서를이용해미래를정확히예측할수없다.
3장에서는카오스현상의특징과그질서를알아본다.카오스를보이는시스템은뉴턴의물리학체계와달리비선형적방정식으로설명되는데,표현은어렵지만기후현상등실제로는우리주위에서아주흔하게볼수있다.나비효과로유명한카오스현상은1970년대등장하여새로운수학분야로자리잡은프랙털기하학과이어진다.이책에서는로지스틱스맵이라는간단한수학모형을중심으로주기배가,나비효과,프랙털기하학의연관성을설명하면서혼돈과질서의어우러짐을살펴본다.
4장부터마지막장까지는새로운과학혁명으로떠오르고있는복잡계에대해이야기한다.먼저고대그리스에서활동한두원자론자인데모크리토스와에피쿠로스의차이를언급한다.특히우주의본질에대한질문에답하려했던에피쿠로스원자론은,구성요소들이무질서하게상호작용하지만다른한편으로는집단적질서를조직하는오늘날의복잡계와맥을같이한다.도대체‘생명’이란무엇일까.5장에서는우주에서가장신비로운존재인생명체에서어떻게질서와우연이결합하여‘살아있음’이나타났는지를살펴본다.생명은전형적인복잡계다.그것도우주에서가장복잡하고가장조화로우며다양한요소로이루어진복잡계다.한편으로지은이는생명에대한정의의여러한계를살펴보고,궁극적으로‘온생명’처럼복잡계관점에토대한정의만이정확한생명의정의에다가갈수있다고이야기한다.
누구나알다시피찰스다윈은진화론을제시하여인류과학사에한획을그었다.6장에서는찰스다윈의진화론도많은부분이에피쿠로스적우연의산물임을이야기한다.경이롭고다양한종들이계속해서진화하는생태계는단순한질서의세계가아닐뿐아니라우연이개입하면서더복잡한생물들이나타나고사라지는역동적인공간이다.다른한편으로지은이는20세기생물학을종합하고,20세기후반의발생학과진화론의결합을살펴보면서어떻게질서와우연이만나더큰복잡성과다양성을진화시킬수있는지를탐구한다.
맺음말에서는기후위기등인류가직면한문제들의해법과새로운세계관을제시한다.
물리학자의세상을보는눈
《혼돈의물리학》의진정한가치는생명과진화에대한통찰에있다.생명전체를하나로연결된거대한시스템으로인식함으로써세계는상대를이겨야내가살아남는투쟁의장이아니라모두가공생하는곳임을이야기한다.그리고진정건강한우리의삶은결국동서양의생명관이어우러져야가능하다는메시지를전한다.이성찰은혼돈의세상에서도맑게살기위해고민하는독자에게지은이가주는가장큰선물이다.《혼돈의물리학》은물리학자가썼지만‘무질서와혼돈,불확실성,우연’이‘질서와규칙,필연’과어우러져형성하는세계를다각도로보여준다.이런저런이야기들이뒤섞여무질서한것처럼보일수도있겠지만,독자들은오히려그로부터우리세상의모습을‘창발’할수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