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식물

아무튼, 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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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생각만 해도 좋은, 설레는, 당신에게는 그런 한 가지가 있나요?’
아무튼 시리즈 열아홉 번째는 ‘식물’이다. 밴드 ‘디어클라우드’에서 노래를 짓고 연주하는 저자가 삶에서 도망치고 숨고 싶었던 때에 만난 식물들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그 식물을 들이고부터 차츰 시작된 변화에 관한 이야기다.
잠 못 이루는 새벽에 이파피를 어루만지는 애틋함, 죽이고 또 죽이면서 길러진 의연함, 죽었는지 살았는지 몰랐다가 겨울을 이겨내고 맺힌 새순을 발견한 호들갑스런 기쁨까지, 식물을, 무언가를 길러본 이들만이 알 수 있는 이야기들이 빼곡하게 담겨 있다.

“이제 나는 이 세상에 내가 키울 수 있는 것과 키울 수 없는 것이 극명하게 나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라날 가능성도 없이 공들여 키워왔던 것들 중에는 뜨겁고 건조한 땅이 고향인 식물도 있었고, 사람의 마음도 있었다. 정말 인정하기 싫지만 내 커리어의 어떤 부분도 그렇다.”

식물을 기르는 마음에 관한 단단하고 애틋한 이야기

“장마라 분갈이를 못하니까 식물 수다용 계정을 팠다.”
트위터 계정 @nap717nap의 첫 트윗이다. 타임라인에는 이게 정말 한 집에 있는 식물이 맞나 싶게 많은, 다양한 식물 사진이 끊이지 않고 올라왔다. 계정주는 밴드 디어클라우드에서 노래를 만들고 연주하는 임이랑.
식물을 기르는 지식이 아니라 식물과 함께 살아가는 ‘나’에 대한 이야기를 글로 들려달라고 했고, 그는 과연 식물을 기르는 마음이 어떤 것인지 그 기쁨과 의연함을, 식물과 함께하면서 조금은 단단해지고 홀가분해진 삶의 변화를 진하게 담아냈다.

_좋아하면 욕심이 생긴다
지금 와서 돌아보면 어서 병원에 가는 게 맞았을 어떤 시기였다. 쌓아도 쌓아도 일은 다시 허물어졌다. 관계도 그랬다. 어딘가로 숨고만 싶던 때였다. 그때 식물을 만났다. 만났다기보단 도망친 것인지도 모른다.
피사체로서 식물의 아름다움을 사랑했을 뿐, 처음부터 새순을 하나하나 매만지는 사람은 아니었다. 죽이고 또 살리면서 식물의 세계로 걸어들어갔다. 차츰 각각의 삶에 알맞은 물과 흙을 알아갔다. 식물은 정직했다. 질서가 있었다. 그 순서 안에 담긴 경이로움이 있었다. 그 생명력과 질서와 경이로움에 매혹되었다. 그리고 그들에게 내가 꼭 필요하다는 기분이 나를 움직이게 했다. 화분은 점점 더 숫자가 늘었고, 볕과 바람이 드는 집 안의 모든 자리는 식물에게 내어주었다. 새벽의 쓸쓸함만큼이나 아침의 영롱함을 즐기게 되었다. 식물의 내일을, 다음 주를, 다음 달을 기다리는 기대가 마음속에서 영토를 넓혀갔다. 그렇게 식물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_무언가를 기르는 이들은 알 수 있는 것들
언젠가 볕을 많이 쬔 뒤로 수년째 회복 중인 고무나무부터 겨울을 이겨냈는가 싶었다가 결국 시들고 마는 작은 화분들까지, 식물을 기른다는 것은 죽이고 또 죽이는 생활이기도 하다. 아무리 노력해도 자라나지 않는, 죽어버리고 마는 것들이 있듯이 기대 이상으로 자라고 불쑥 솟아나는 것들도 있었다. 그러고 보니 관계도, 노래도 그랬다.
여전히 불안을 떨치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다. 과거의 나와는 다른 나를 사랑하면서도 아직도 한편으로는 그런 나를 혐오하고 있다. 그 불안과 혐오를 없애고 감추려고 애쓰는 대신 흩어지면 흩어진 대로, 부서지면 부서진 대로 살아가는 데 힘을 쓰는 법을 배우고 있다. 변화한다는 것 자체가 두려웠었다. 그렇지만 생명이 있는 것들의 현재란 언제나 과도기임을 식물에게서 배웠다. 식물 친구들에게 더 좋은 흙과 비료를 마련해주고, 비를 흠뻑 맞히고, 햇살을 조금 더 머금도록 애쓰는 만큼이나 나를 기르는 법을 알아가고 있다.
저자

임이랑

사람보다동물과식물을더좋아한다.밴드‘디어클라우드’에서노래를짓고연주한다.도망치듯식물의세계로들어왔다.어쩌다삶에화분하나를허락하고나니하나가둘이되고둘이열이되고…이제집에있는화분개수를정확히알지못하는가드너가되어시시때때로식물을데려오고가꾸고다듬고어루만지는삶을살고있다.이런변화가가끔은놀랍다.

벌과씨앗을좋아하는사람,식물키우기가삶을이어가...

목차

나는지금내방에앉아있다
뜻밖의변화들
물주기3년
식물을좋아하는건더이상촌스러운게아니야
추천서는몬스테라가써줬으면합니다
불안에대처하는나의자세
연금술사의창문
예전의나로돌아가지않아
열심히죽이는삶
씨앗부터씨앗까지

출판사 서평

식물을기르는마음에관한단단하고애틋한이야기

“장마라분갈이를못하니까식물수다용계정을팠다.”
트위터계정@nap717nap의첫트윗이다.타임라인에는이게정말한집에있는식물이맞나싶게많은,다양한식물사진이끊이지않고올라왔다.계정주는밴드디어클라우드에서노래를만들고연주하는임이랑.
식물을기르는지식이아니라식물과함께살아가는‘나’에대한이야기를글로들려달라고했고,그는과연식물을기르는마음이어떤것인지그기쁨과의연함을,식물과함께하면서조금은단단해지고홀가분해진삶의변화를진하게담아냈다.

_좋아하면욕심이생긴다
지금와서돌아보면어서병원에가는게맞았을어떤시기였다.쌓아도쌓아도일은다시허물어졌다.관계도그랬다.어딘가로숨고만싶던때였다.그때식물을만났다.만났다기보단도망친것인지도모른다.
피사체로서식물의아름다움을사랑했을뿐,처음부터새순을하나하나매만지는사람은아니었다.죽이고또살리면서식물의세계로걸어들어갔다.차츰각각의삶에알맞은물과흙을알아갔다.식물은정직했다.질서가있었다.그순서안에담긴경이로움이있었다.그생명력과질서와경이로움에매혹되었다.그리고그들에게내가꼭필요하다는기분이나를움직이게했다.화분은점점더숫자가늘었고,볕과바람이드는집안의모든자리는식물에게내어주었다.새벽의쓸쓸함만큼이나아침의영롱함을즐기게되었다.식물의내일을,다음주를,다음달을기다리는기대가마음속에서영토를넓혀갔다.그렇게식물과함께살아가고있다.

_무언가를기르는이들은알수있는것들
언젠가볕을많이쬔뒤로수년째회복중인고무나무부터겨울을이겨냈는가싶었다가결국시들고마는작은화분들까지,식물을기른다는것은죽이고또죽이는생활이기도하다.아무리노력해도자라나지않는,죽어버리고마는것들이있듯이기대이상으로자라고불쑥솟아나는것들도있었다.그러고보니관계도,노래도그랬다.
여전히불안을떨치기위해몸부림을치고있다.과거의나와는다른나를사랑하면서도아직도한편으로는그런나를혐오하고있다.그불안과혐오를없애고감추려고애쓰는대신흩어지면흩어진대로,부서지면부서진대로살아가는데힘을쓰는법을배우고있다.변화한다는것자체가두려웠었다.그렇지만생명이있는것들의현재란언제나과도기임을식물에게서배웠다.식물친구들에게더좋은흙과비료를마련해주고,비를흠뻑맞히고,햇살을조금더머금도록애쓰는만큼이나나를기르는법을알아가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