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조선소 노동자

나, 조선소 노동자

$15.00
Description
《나, 조선소 노동자》는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마틴링게 프로젝트 건조 현장에서 2017년 5월 1일 발생한 크레인 충돌, 추락 사고를 목격하고 트라우마를 안은 노동자 아홉 명의 이야기를 담은 구술기록집이다. ‘배 만들던 사람들의 인생, 노동, 상처에 관한 이야기’라는 부제처럼 이 책은 ‘물량팀’, ‘돌관’이라 불리며 일한 하청 노동자들의 조선소 노동에 대한 증언이다. 그리고 저마다의 이유로 전국 각지에서 조선소로 들어와 일했던 노동자들의 생애사이기도 하다.
주인공 아홉 명은 자신이 겪은 사고에 대한 증언만큼이나 사고가 일어난 조선소 노동 환경, 하청 노동의 구조, 회사가 사고를 수습하고 대응하는 과정, 산재를 처리하느라 대면한 환경, 그리고 사고 후 자신이 겪고 있는 후유증과 실직의 상황 등 여러 갈래 이야기를 이 책에 담았다.
저자

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

기획|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
1990년일하는사람들이건강한삶,이윤보다생명이우선되는현장을만들기위한지역노동자들의자발적인모임에서출발했다.비정규직,영세사업장,이주노동자구분없이모든노동자가건강할권리를위해노력하고있다.노동자의직접행동과연대가유일한대안이라는믿음으로활동하고있다.

문선현|심리상담사
삶에서노동을뺄수있을까,노동과땀,정당한대가.노동이바로서야평화롭고안전한공동체를완성할수있다.노동현장에서입은상처가사회적인시각으로바라봐지길바라는마음에서이프로젝트에함께했다.

박희정|인권기록활동가
어떤선택은갈림길이아니라막다른길에서만들어진다.존재를걸고세상을부수고자하는이들의말속에잠길때에즐거움을느낀다.『숫자가된사람들』,『그래엄마야』,『나를보라있는그대로』를함께썼다.

시야|기록노동자
“데모하기딱좋은나이”팔순할매들이삼평리에서송전탑공사반대투쟁을벌일때함께거들었고,소성리에서사드철거투쟁중이다.노동자이야기는『들꽃,공단에피다』를함께썼다.

유해정|인권연구소‘창’연구활동가
저항하는이들의목소리가우리를보다인간답게만들어줄거라믿는다.동그랗게모여앉는세상을위해고통과희망의뿌리를삶의언어로기록하며전하고싶다.『밀양을살다』,『금요일엔돌아오렴』,『재난을묻다』,『나를보라,있는그대로』,『그날이우리의창을두드렸다』등을함께만들었다.

이미영|청소년상담사
아버지는월남참전트라우마를겪으셨다.유아기부터청소년기까지고통의나날을경험하였고현재는‘외상후성장’으로트라우마가개인의고통이아닌사회적시각으로바라볼수있게되었다.트라우마를개인의고통으로간주하지않기를바라는마음하나보태고싶다.

이은주|마창거제산추련상임활동가
수없이마주하는노동자들의고통의순간이장면,소리,냄새로맺히며쌓여간다.그심상(心象)의힘으로살아가고있다.

정수빈|가족상담가
두아이의엄마다.사람들이자기삶의고난으로부터성장하는현장에서함께하고있다.『가족학의핵심개념』,『가족상담개념과실제』공동번역및저술에참여하였다.

최지명|정신보건임상심리사
배움과노동이사람을성장시키고,행복하게만들수있기를바란다.일터에서생긴트라우마가노동자의삶뿐아니라,가족을넘어공동체의아픔이되는현실이되풀이되지않도록하는활동에힘을보태고싶었다.

한채민|심리상담사
무역회사직원,영어강사를거쳐지금은노동자가행복한세상을꿈꾸는상담사.현재만나는아이들이노동자가되었을때행복한세상이기를바라고있으며‘시지프스의돌’을미는일이라해도끝까지나가고싶다.

현미향|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활동가
노동자가안전하고건강하게일할수있는일터를만들려고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에서20년째활동하고있다.‘이윤보다생명이다’라는가치가한국사회에서상식적이고기본적인가치로뿌리내릴수있게오늘도고군분투하고있다.

홍세미|인권기록활동가
‘사람’을궁금해하고이야기를좋아한다.눈여겨보고귀담아들으려노력한다.『1995년서울,삼풍』,『나를보라있는그대로』를함께만들었다.

목차

들어가는글|‘그날’을증언하는아홉개의목소리
박희정

다시괜찮아질수있을까요?
구술김석진(가명)|글홍세미

꿈을꾸기엔이미늦었지
구술이정은(가명)|기록이미영?이은주|글유해정

언제쯤제스스로일을할수있을까요?
구술김명진(가명)|글문선현

저는말로만사장이지노동자였어요
구술진영민|글홍세미

안났으면좋겠어요이제이런사고…안날거예요…
구술김종배|기록손소희?이은주|글이은주

이것또한내운명인가요?
구술박철희|글박희정

산재처리,이게할짓이아니드라구요
구술신영호(가명)|기록한채민?이은주|글한채민

이제난조선소일못하겠구나
구술김재영(가명)|글현미향

이배나가려면얼마안남았다이거예요
구술김오성(가명)|글최지명

기획자의말|안전이라는정당한권리를위하여
이은주(마창거제산추련상임활동가)

기록자소개

출판사 서평

가족,동료,일자리를잃은,
고통을잊지못하는이들을잊지않기위한구술기록프로젝트

2017년5월1일,노동절.삼성중공업거제조선소,해양플랜트마틴링게건조현장.작업을하던크레인과크레인이충돌,추락했다.사망자6명.부상자25명.다친사람은이들뿐이아니었다.현장에서동료의죽음을목격한이들중환영,환청,불안에시달리며정신적고통을호소한이들이있었다.
마창거제지역에서활동하는산재추방운동연합(이하산추련)은이노동자들중11명이트라우마를산재로인정받는과정을도왔다.그리고이들의상처를치유하는과정의일환으로이들의이야기를기록하는활동을시작했다.노동자들의심리적고통을함께나누고치유를지원하고자만들어진심리?상담활동가네트워크‘심심통통’이여기참여했다.세월호유가족등사회적고통을삶에새긴이들의이야기를기록해온인권기록활동가들도합류했다.노동자들은전국곳곳에서일자리를찾아거제로왔듯,사고후다시뿔뿔이흩어져있었다.기록자들은거제뿐아니라대구,울산,인천,충남당진등으로찾아가노동자들을만났다.
자기때문에일자리를옮겼다가사고를당했다는죄책감에시달리는청년이있다.수년을숙소를함께쓴동료를잃은노동자,형제가눈앞에서죽어가는모습을지켜봐야했던노동자도있다.구술을위해녹취한주인공아홉명의음성에는눈물과한숨,머뭇거림과분노가고스란히드러난다.이들이자신에게는평생남을상처를다른이는겪지않기를바라는간절한마음에서끝내꺼낸말들이이책에담겼다.
“사고를당해보니까내가아무리이야기해도안들을것같아요.그래도말을해야할거같아요….언젠가는하긴해야할거같아요.(…)사람이살다보면사고도나고실수도할수있죠.그래도좀덜나게,큰사고날것을작은사고로줄일수있게자꾸뭐라도누구라도해야할것같아요.계속관심을갖고해야할것같아요.”_김종배,150쪽


그많은배는누가만들었는가.
물량팀,돌관노동자들이증언한위험의최전선,조선소

“어떤위험에노출될때그곳을벗어나려는것은사람의본능이다.그런데조선소노동자들에게제일의안전수칙은따로있다.바로‘뛰면죽는다’는말이다.조선소온천지에위험이상존하므로뛰다가도리어더위험해질수있기때문이다.”_기획자의말,257쪽

매년노동자2천여명이노동중에발생한재해로목숨을잃는다.그런데이책의기획자인마창거제산추련이은주상임활동가는조선산업이특히‘산재직업병의백화점’이라고말한다.구조물이거대하고복잡한만큼많은위험이도사리고있다.“충돌,낙하,붕괴,협착,전도,폭발,소음,무리한동작,유해광선,감전,분진,산소결핍질식,유기용제…”(258쪽)위험한요소를일일이열거하기힘들정도다.
그리고촉박한시간이있다.가뜩이나위험한공간에서안전은공기(工期)에후순위로밀린다.급할때필요한것이바로물량팀,돌관이다.물량팀은작업물량을단기간에처리하는10~30명단위의작업팀이다.돌관(突貫)또한‘장비와인원을집중투입해휴식없이최대한빨리끝내는공사,또이를하는노동자’를가리킨다.공기가지연되면지연손해금까지물어야하는상황(261쪽),그럴수록단기고용노동자,즉물량팀,돌관팀이투입된다.사고가발생한마틴링게프로젝트역시발주사로인도하기까지한달여가남은시점인노동절에노동자1623명이출근해일하고있었다.
이들은페인트를바르고있는데위에서그라인딩작업을마치고샌딩가루를불어대거나(70쪽),시너로클리닝작업하는옆에서용접을하는(238쪽)등위험하고비효율적인혼재작업이일상화된곳에서일을했다.‘조선소의특수한상황’(37쪽)이라는이름으로소속이어딘지도정확히모른채작업에투입되었다.위험하고규정에어긋나도‘관행이다’,‘어쩔수없다’,‘시간에쫓기니까언제까지이일못끝내면손해가된다’는압력아래서‘안잘리려면어쩔수없이해야’했다(149쪽).
이책의주인공중에는하청업체에소속되어일한노동자뿐아니라자신이사업자등록을한물량팀장으로일하다산재를인정받은노동자(105쪽)도있다.혼재노동의위험뿐아니라하청노동이발생하는구조,임금체계,하청-재하청으로이어지는구조등조선소노동의여러국면이세세하게담겨,이런구조가어떻게노동의위험을가중시키는지를구체적으로증언한다.그리고조선산업이어떤이들의노동으로지탱해왔는지를다시금생각케한다.


자기고통을증명해야하는사람들
타인의고통을이해하기까지

주인공아홉명의구술로이루어진책에서전체를이해하기쉽도록‘들어가는글’에서는사고당시의정황과사고가일어난배경을주인공들의목격담을포함해서비교적상세하게제시했다.권말에는‘기획자의말’로마틴링게프로젝트사고이후의법적조치와책임을묻는과정,노동?인권?사회단체에서요구하는바가자세하게정리했다.또산재추방운동연합에서25년간일해온이은주활동가가조선업의개괄과비정규고용,하청고용이늘어난배경,노동자의안전과건강에대한글을담아주인공들의생애와한국사회의면면을연결지어생각할수있도록돕는다.
그러고나면이들주인공한명한명의삶,일,상처에집중해도좋을것이다.고등학교를갓졸업하고방얻을돈을마련하려고,숙식을제공한다고해서,서울에서옷장사가시들해져서,마땅한일자리가없어서,다른일보다많은돈을준대서조선소로간이들.이들의궤적그리고뿔뿔이흩어진이들의현재가책에담겼다.즉이책은사고의기록인동시에우리사회곳곳에서일하고있는노동자들면면을담은생애사라할수있다.
내용중에는영화<나,다니엘블레이크>의장면을떠올리게하는장면이여럿등장한다.아프다면서일은어떻게하는거냐고묻거나(46쪽),고통을호소해도그고통을입증하라고사무적으로대하는공무원들(102쪽)이있다.의사소견서에따라휴업급여등의지급여부가결정되는데도의사가몇가지질문을던지고는‘취업가능’이라고써서급여가끊기는바람에생계가곤란해졌다는고백(163쪽)도있다.

“근로복지공단은근로자를위해서있는거잖아요.그런데현실적으로근로복지공단은자기들이해야되는일을방어하는사람이라는생각이들어요.일단안된다고못을박고,안된다는가정하에설명을해요.근로자를위해있는기관인데보험회사처럼자기방어하기바빠요.”_김명진(가명),220쪽

“‘자꾸이래와갖고약만먹으면우얄라카노?’이래말해요.그거를자기가봐서괜찮다안괜찮다,좋아졌다안좋아졌다해야하는데어떠냐고물어보고‘몸은괜찮으니까괜찮다,이제그만해도안되나,언제까지올라그러노’,갈때마다그런식이었어요.내가안와도되는데나랏돈받으려고억지로오는사람취급당하는느낌이었죠.”_김종배,136쪽

가장으로서,중년여성으로서기술자라는자부심을갖고일해온조선소에서다시는일하지못하겠구나자각하고찾아온막막함,전혀새로운일자리를찾아야한다는막연함,정신적고통과실직의불안으로불거진가족과의불화.
이책의목적은사고의진실을밝히고책임을묻는것만큼이나이러한‘타인의고통’을드러내는데있다.우리중누군가는이러한노동의주인공일것이고,또우리중누군가는이런이들을어떤관계에서건만나는자리에있을것이기때문이다.그리고누군가의고통에감응하는것이변화를시작하는실마리가될것이기때문이다.

“공단직원이그런얘기도했어요.‘니네사고나고바로나간것도아니고그뒤로보름인가일을했던데외상후스트레스장애증상있는사람이사고후에곧바로어떻게일을할수있냐.’그말들었을때어이가없어서속으로웃었어요.저희손으로작업한바닥에서여섯분이나돌아가셨는데그배에다시올라가고싶겠어요?근데그위에간사람들이다가장이란말이에요.어떤마음으로거길올라갔겠냐고요.”_김재영(가명),22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