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소, 이 사나운 곳에서도 : 배 만드는 곳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 11인의 일과 삶에 관한 이야기

조선소, 이 사나운 곳에서도 : 배 만드는 곳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 11인의 일과 삶에 관한 이야기

$18.00
Description
〈조선소, 이 사나운 곳에서도〉는 한화오션과 케이조선, 두 조선소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 11인의 삶과 일에 관한 이야기를 구술 기록한 책이다. 수십 미터 높이에 수십만 톤 크기인 배를 만드는 곳, 위험하고 거친 노동을 하는 곳, 그래서 남성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는 조선소에서 일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 책은 조선소라는 아주 특별한 일의 현장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면서, 우리 시대 여성들의 가장 보통의 삶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저마다의 사정으로 조선소에서 일을 시작해 자기 일의 전문가가 되기까지, 또 그러면서 당당하게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까지. 여성이기에 한층 더 무거웠을 삶을 감당하고 개척한 저마다의 인생의 역사를 들여다볼 수 있다.

도장, 용접, 발판, 급식, 세탁, 청소.. 각자의 영역에서 일하는 여성들의 구술에는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만이 들려줄 수 있는 아주 생생한 노동 현장의 구체적인 이야기가 책에 담겼다. 또 기획자의 서문과 여러 노동자가 함께한 집담회를 통해서 최근 일련의 조선업의 흐름, 조선소 노동자들의 분투를 한눈에 이해할 수 있다.
저자

김그루,박희정,이은주,이호연,홍세미

저자:김그루
이주인권단체에서이주민노동인권상담을,노동조합에서공단지역중소영세사업장노동자조직화활동을했다.노동이돈벌이와소비를위한것이아니라필요와쓰임이있고재미까지있으면좋겠다는생각을하며,그런세상을위해살아왔는지돌아보고있다.

저자:박희정
인권기록센터사이활동가.다른세계를알고싶고다른세계를만들고싶어기록한다.『나를보라,있는그대로』,『곁을만드는사람』등소수자들의이야기를담은책을함께써왔으며,혼자쓴책으로여성만화가인터뷰집『그리고,터지다』가있다.4.16세월호참사작가기록단으로『금요일엔돌아오렴』,『재난을묻다』,『520번의금요일』등의기록에참여했다.

저자:이은주
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상임활동가.활동하며수없이많은노동자들의고통을마주해왔다.그순간이장면,소리,냄새로맺히며쌓여간다.오감을열어그심상을담아내고인식을확장하고실천하며살아가려한다.『나,조선소노동자』,『곁을만드는사람』을함께했다.

저자:이호연
인권기록센터사이와서교인문사회연구실에서활동하고있다.청소년인권,빈곤,보살핌과돌봄노동그리고재난참사에대한기록과연구를하고있다.함께쓴저서로는『금요일엔돌아오렴』,『다시봄이올거예요』,『되살아나는여성』,『재난을묻다』,『그런자립은없다』,『캐노피에매달린말들』,『봄을마주하고10년을걸었다』등이있다.

저자:홍세미
인권기록센터사이활동가.저항하는사람의곁에서고싶어인권기록을시작했다.무릎을맞대고이야기를전해들은시간만큼내세계가부서지고넓어졌다.『나,조선소노동자』,『곁을만드는사람』,『우리지금이태원이야』,『520번의금요일』,『봄을마주하고10년을걸었다』등을함께썼다.

기획: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
1990년,일하는사람들의건강한삶,이윤보다생명이우선되는현장을위해경남지역노동자들이자발적으로모여단체를조직했다.비정규직,여성,이주노동자등모든노동자가차별없이건강하게노동할수있는권리를지키고자하며,노동자의직접행동과연대를통해노동건강권을확장하기위한활동을이어가고있다.

목차


서문|여성노동자들의목소리로듣는조선소의‘노동’과‘삶’

“그러니우리가얼마나대단한사람이에요”
―배에색을입혀바다에내보내는도장노동자정인숙

“여서그만두면딴데가도못견딘다생각으로버텨가오늘까지왔어예”
―작업의끝과시작,청소노동자김순태

“조선소안에서나는어디든갈수있어요”
―쇠와쇠를이어붙이는용접노동자전은하

“중요하지않은노동이있나요?”
―쇠를깎는밀링노동자김지현

“조금더나은제삶과세상을만들기위해목소리를내고싶어요”
―작업을위한첫길을내는비계발판노동자나윤옥

“당해봐라.우리가얼마나소중한것인지”
―작업복과수건을매일새것으로바꿔내는세탁노동자김영미

“돈을버는건지병을키우는건지모르겠어요”
―모두의끼니를책임지는급식노동자공정희

“배한척이만들어지려면수많은노동이필요해요”
―사무동건물의청결을책임지는미화노동자김행복

“이주노동자없으면이제배만들기어려워요”
―녹슬지않게배에색을입히는도장노동자정수빈

“평생일을놓아본적이없어요”
―노동자들의생명을지키는화기?밀폐감시노동자박선경

“다들가족먹여살리려고아등바등하는것같아”
―위험을감지하고살피는밀폐감시노동자이현주

집담회|조선소,이사나운곳에남겨진이야기

출판사 서평

자기일의전문가이자자기삶의개척자인
조선소여성노동자들의긍지와회한,땀과분투

“겨울에는머리가꽁꽁얼어서뿌득뿌득하더라고요.대충닦고나가기도바쁘니화장도못하고.머리를말려야되는데,아이고이래가안되겠다싶었지.그래서짤막하게잘라버렸어요.저말고도잘라버린사람많아요.그때부터머리는안길렀어요.그길로많이변했지.”

〈조선소,이사나운곳에서도〉는거제한화오션(구대우조선해양),진해케이조선에서일하는여성노동자11인의구술을기록한책이다.

1977년울산현대조선이여성을용접공으로고용한이래조선소선박건조현장에서여성이일하지않은적은없었다.용접,도장같은대표적인조선업일자리에서부터여성들이일해왔다.2017년무렵해외선주사들이안전관리를요구해새로이만든화기감시,밀폐감시같은직종도여성들의일자리다.또조선소곳곳의급식,미화,세탁또한조선산업초창기부터여성들이그몫을담당했다.

그러나여성노동이다양하게조명받는현재에도이들의일,이들의삶은잘알려진바가없다.이책에서는조선소생태계안의11가지직종(용접,사상,발판,도장,밀링,밀폐감시,화기감시,현장청소,건물미화,급식,세탁)에서일하는여성노동자들의구술을기록했다.

수십미터높이,수백미터길이,수십만톤크기에쇳가루날리고용접불꽃튀고시너냄새,페인트냄새가가득한사나운노동의현장이이들이일하는조선소다.그럼에도수년째임금은최저시급언저리에머물고,해고와체불,심지어폐업이수시로벌어지기에또사나운곳이조선소다.

누군가는왜그렇게위험하면서대접도제대로받지못하는곳에서굳이일하는지의문이들고왜떠나지않는지어리석다는생각이들법도하다.이책은그모순의현장의내막을샅샅이드러내주는구체적인증언이면서그모순을깨뜨리고더나은노동의조건을위해싸우는이들의분투기이기도하다.

이책은현장의여성노동자조직과긴밀한연대를구축해온산추련이중심이되고,젠더관점의기록활동에오랜경험을쌓아온인권기록센터사이의기록활동가들이결합해기록의밀도를한층높였다.

아주특별한일의현장에서일하는
우리시대가장보통의여성의삶에관한이야기

“아들이대학들어가기직전에여기에아르바이트를하러왔었어요.굳이와서일해보겠다고하더라고요.(...)어느날은아들이지원을와서현장에서만나게됐어요.나를보더니울더라고요.집에와서‘엄마,나직장다니면그때는엄마일그만둬’하더라고요.”

이들의이야기는조선소라는아주특별한일터에서벌어지는여성노동의내밀한묘사이면서도,생계를책임지고가족을부양하는우리시대여성들의보편적인삶의이야기이기도하다.

김순태씨는전업주부로살다가남편이갑자기사망하자마흔여섯에조선소에취업한다.사상(마무리),전동그라인더로철판을매끄럽게가는일을시작했다.예순여덟인현재도조선소에서일하고있다.정수빈(응웬티뚜엣)씨는베트남에서만난남편을따라한국에온지6년만에남편이사망하자역시조선소에서페인트붓으로도장을마무리하는터치업일을시작해10년차가되었다.김지현씨는아이셋을키우며매달백만원씩펑크나는생활비를메우고자남편이일하는조선소에서발을들인다.

평생일을놓아본적이없다는밀폐감시노동자박선경씨의말처럼어릴때는부모님을돕고,결혼해서는가사와돌봄을전담하다생계부양까지책임지는여성들의모습은보편적인여성들의삶의형태라할수있을것이다.

조선소는힘은들어도돈을더많이주는대표적인일터였다.그렇기에저마다의사정을안고사람이모여들었다.그렇게남편을따라조선소도시에터를잡은뒤역시조선소노동자가된여성들도적지않다.조선소와운명공동체가된여성노동자들은저임금,비숙련일자리를메우는중요한자원이되기도한다.

어떤이유로시작했건이책의여성들은자기일의전문가로서긍지를당당하게드러낸다.작업에대한생생한묘사는그자신이아니면담을수없는표현들로기록되어있다.최첨단기술과중후장대한장비로가득한조선소지만결국사람손으로일이마무리되고,여성노동자들이각자의자리에서자기몫을해내고있는것이다.

“‘우리오랜만에신나게한번밀어보자.’동료들하고쫙쫙밀고쉬다가또신나게밀고쉬고,그게저는맞더라고요.바깥에데크할때는살살하다가밸러스트탱크가서는시원하게밀고,선체는강약조절이되니까지루하지않아요.루이비통에페인트를가득담아가면삼사십분만에없어져요.루이비통에구멍났다이러면서일하거든요.(웃음)힘들지만재밌어요.”

도장노동자정인숙씨는월급을가져다주는페인트통을‘샤넬’,‘구찌’,‘루이비통’이라고부른다며신나게롤러를미는모습을생생하게전한다.용접공전은하씨는그날의온도와습도,철판의컨디션에따라어떻게용접을해야할지결정하고깔끔하게마무리하는용접전문가의면모를뽐낸다.철판사이로머리를밀어넣어쇳가루를치우고그폐기물이너무무거워머리에이고갈지언정허투루일하는법이없는이들이다.

또조선소사내업체웰리브에서일하는세탁노동자김영미,미화노동자김행복,급식노동자공정희씨또한만명이넘는이들의식사,세탁,청소를책임지는빠듯한노동을어김없이깔끔하게쳐내는뿌듯함과회한을고스란히전달한다.

여성의눈으로들여다본조선소라는일터

“막상와서일해보니까남자들하는일이그리대단하지않은경우가있더라고요.남자라도저보다용접을못하는사람도있죠.저래도월급받아가나싶을정도로일하는사람도보이고.여자도다할수있는일이네싶기도하고.여자들이다할수있어도남자들이자기직업을뺏길까싶어안시키는일도세상에는많이있겠다싶어요.”

조선소여성노동자의현실에관한연구나기록은많지않다.용접이나타워크레인,엔지니어등에진출한‘최초’의여성들을반짝조명할뿐생산부터지원파트까지조선소안다양한위치에이미자리잡은여성노동자이야기는거의들리지않는다.영도조선소‘깡깡이아지매’처럼어머니의고생담처럼전통적인여성의모습을강화하는방식으로유통되기도한다.

조선소안에서도마찬가지다.여성이하는일은‘스위치만누르면되는일’‘그저왔다갔다하는일’로취급당하기도한다.똑같은일을하고심지어더경력이오래되고일을더잘해도남성보다더적은임금을받는경우도있다.가장기본적인화장실부터너무적거나더럽거나멀거나남자들이드나들어차라리페인트통에용변처리하는편을택하기도한다.회식자리에서웃어보이는것부터조심해야하고,밀폐된공간에서남성작업자와둘이남는것자체를피해야하는것은여성들의몫이다.

이책은여성들이조선소에서겪는구체적인경험과동시에조선소라는노동현장에서여성이유입,배치,활용되는흐름을조망하면서'조선소,여성,노동'이결합한다양한맥락을제대로이해하는계기를제공한다.

“이렇게살순없지않습니까”
조선소이사나운곳에서도더나은삶의의지를꺾지않은사람들

“해고통지서를받아보니진짜하늘이무너지는것같더라고요.조선소들어와서20년동안,해고돼서나갈정도로엉망으로살지는않았는데.시키면시킨대로열심히일해줬어요.내혼을담고뼈를다갈아넣을정도로힘들게일했는데,나갈때해고장을받고나간다?자존심이억수로많이상하더라고요.너무분하고억울하더라고요.”

이책은여성노동자각각의삶의기록인동시에조선소라는일터에서벌어지는일들의증언이기도하다.2016년무렵부터조선업에는대량해고가밀어닥친다.십수만명이일자리를잃는다.해고의공포가밀어닥치면서노동자들은상여금이대폭깎이고임금이동결되고,사회보험이체납되고심지어직장이한순간에폐업을하는상황을고스란히받아들일수밖에없는처지가된다.이후로최저임금만큼의보상을받아도,30년차숙련공이3년차와같은임금을받아도순응할수밖에없는구조가갖춰진다.많은이들은차라리더나은조건을찾아다른일터로떠났다.

그렇다면이책의주인공인여성노동자들은왜떠나지않는가.이들은떠나는대신더나은삶을만들고자싸움을벌인다.

2022년,유최안씨가건조중인선박바닥에가로세로1미터짜리철장을만들어스스로가둔싸움으로이들의절박한싸움이세상에알려졌다.이들이내건임금30퍼센트인상은자칫무리한요구로비칠수있다.그러나30퍼센트를올려달라는말은2016년수준으로나마임금을회복해달라는요구였다.수시로폐업하고,근속연수가승계되지않고,노조원이되면블랙리스트에올려취업조차할수없게만드는이구조를바꾸고자싸웠다.

팔뚝질도구호도어색하고투쟁은먼남의일로여기던여성노동자들이수십미터도크에올라가고,사측노동자들에맞서거리에드러눕고,빨간고무장갑을손에낀채팔뚝질을하며싸우는모습들은"이렇게살순없지않습니까"라는단순하고절박한구호가왜세상에터져나왔는지이해하는실마리가된다.(그러나2022년51일파업에참가한이들에게는파업으로회사에손해를끼쳤다며470억을배상하라는소송이제기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