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에서
소설의결말에이르면,단거리달리기결승점처럼속도를줄이지못해한참이고더뛰어나가야하는마음이되었다.먹먹하게남은마음을달래기위해,책을내려놓고빈방을빙글빙글돌아야했다.34쪽
그후며칠동안소설과출퇴근을함께했다.오가는지하철안에서나,점심시간혼자남게된시간에나는틈틈이알랭드보통의이야기로도망쳤다.사랑이가져다주는낭만에빠졌다가,사랑이사라진빈자리에차오른갈등과유혹,요동치는감정들에서실컷허우적거렸다.45쪽
소설책몇권과포카칩과오징어땅콩한봉지씩을사다가침대위에서부스러기를잔뜩흘리며킬킬대고엉엉울며소설을온전히소비하고싶어지는그런때.55쪽
좋은소설을다읽고나면,누군가가내뿜는따뜻한입김근처에오래도록머물다온것만같다.만약나의메신저창에소설속인물들의이름이떠오른다면,나는마치오래알고지낸이들처럼주저하지않고메시지한통을보냈을것이다.57쪽
“잘하는것을잊지않는게가장중요해요.”
제글에서어떤점이잘못되었을까요,무엇을개선해야할까요하고묻는말에홍희정선생님은잘하는것을잊지말라는대답을들려주었다.76쪽
“오늘이‘소설(小雪)’이래요.작은눈,그러니까첫눈이내리는날이래요.소설에부치는소설들.뭔가예감이좋죠.”
창구앞에서봉투를들고어색하게웃으며기념사진도찍었다.우리는한해동안소설농사를함께지은글친구이자,서로의첫독자.우리의손을떠나씩씩하게봄을향해떠나가는소설의안녕을함께빌었다.9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