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아닌, 동시에 십만 명인 어떤 사람

아무도 아닌, 동시에 십만 명인 어떤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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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1999년, 국내 최초로 원전 완역된 바 있는 루이지 피란델로의 소설 『아무도 아닌, 동시에 십만 명인 어떤 사람』의 전면개정판. 피란델로는 이 작품을 두고 자신의 작품세계의 총체적인 면모가 들어 있다고 자평한 바 있다. 최측의농간에서 19년 만에 새롭게 단장하여 전면개정판으로 선보이는 이 작품을 통해 피란델로의 작품세계 전반을 관통하는 그의 다양한 문제의식들을 만나볼 수 있다. 이번 출간을 위해 옮긴이는 1999년판의 원고 전체를 새롭게 전면 검토하여 다수 교정하고 교열하였으며 우리말로는 다소 딱딱하고 어색하더라도 직역에 가까운 번역을 통해 피란델로 글쓰기의 형식적 면모 또한 가능한 한 드러날 수 있도록 노력하였다.
저자

루이지피란델로

저자루이지피란델로(LuigiPirandello1867-1936)

1867년이탈리아남부의지르젠티(지금의아그리젠토)에서태어났다.로마대학의문학부를거쳐독일의본대학에서학업을계속하여지르젠티방언에대한논문으로학위를받은그는로마고등사범학교에서이탈리아어문체론을가르치면서문학활동을지속하였고50세를넘기면서부터전세계의주목을받는작가로부상하였다.경제적인어려움,제1차세계대전에참전했던아들이포로가된사건,딸의자살시도,정신이상판정을받은아내의광기와함께했던나날등일련의극적인사건들이그의작품활동에영향을끼쳤다.그는전후이탈리아의정치적혼란,급격한산업화및도시화의현실과더불어무겁고우울했던당대의분위기속에서위기의식을느끼던사람들의소외와불안을명확히자각하고있었다.이러한자각이그의작품세계의근간을이룬다.장편소설7편,단편소설250편,극작40여편등을남겼으며1934년,문학과연극의발전에기여한공로를인정받아노벨문학상을수상했고2년뒤1936년,「나는고(故)마티아파스칼이오」영화촬영작업중폐렴에걸려로마에서생을마감했다.

목차

첫번째책
Ⅰ아내와내코11
Ⅱ그리고당신의코는?15
Ⅲ혼자가되는좋은방법19
Ⅳ나는어떤수로혼자가되고싶었나22
Ⅴ이방인의추적26
Ⅵ드디어!28
Ⅶ바람한줄기29
Ⅷ그러므로?35

두번째책
Ⅰ내가있고당신들이있다41
Ⅱ그런다음엔?44
Ⅲ들어가도좋다면50
Ⅳ다시한번미안합니다52
Ⅴ고착54
Ⅵ오히려지금그것을말하겠습니다55
Ⅶ집이무슨상관입니까?57
Ⅷ밖으로나가서58
Ⅸ구름과바람60
Ⅹ작은새61
XI다시도시로들어가면서63
XII그친애하는젠제67

세번째책
Ⅰ강요된광기77
Ⅱ발견78
Ⅲ뿌리83
Ⅳ종자85
Ⅴ직함의번역86
Ⅵ분노한착한아들88
Ⅶ모두를위해필요한괄호하나92
Ⅷ좀진정합시다97
Ⅸ괄호를닫읍시다101
Ⅹ두사람의방문102

네번째책
Ⅰ마르코디디오와디아만테부부는내게어떤존재였나107
Ⅱ그러나그것이전부였다115
Ⅲ공정증서117
Ⅳ간선도로124
Ⅴ탄압125
Ⅵ도둑질134
Ⅶ폭발138

다섯번째책
Ⅰ다리사이에꼬리를감추고145
Ⅱ디다의웃음147
Ⅲ비비와의대화151
Ⅳ타인들의시선155
Ⅴ재미있는놀이157
Ⅵ곱하기와빼기159
Ⅶ그러나나는혼자말했다161
Ⅷ철두철미하게162

여섯번째책
Ⅰ얼굴을맞대고179
Ⅱ공허속에서182
Ⅲ사태를악화시키다184
Ⅳ의사?변호사?교수?국회의원?186
Ⅴ나는말한다,그러나왜?190
Ⅵ웃음을참으면서191

일곱번째책
Ⅰ복잡한일195
Ⅱ첫번째경고196
Ⅲ꽃다발사이에든연발권총198
Ⅳ설명202
Ⅴ내면의신과외부의신208
Ⅵ불편한어떤주교210
Ⅶ추기경과의대화212
Ⅷ기다리면서217

여덟번째책
Ⅰ판사는혼자만의시간을원한다231
Ⅱ초록색모포233
Ⅲ사면236
Ⅳ끝나지않는다238

옮긴이의글
주체의분열의식243

출판사 서평

아무도거울앞에서살아있을수없어요

루이지피란델로소설『아무도아닌,동시에십만명인어떤사람』
(2018,최측의농간)

지금까지나라고믿었던내가남들에겐내가아니었다면,나는누구였을까?
본문에서

아무도아닌,동시에십만명인어떤사람

그는스스로의외모에대해나름의만족감을지닌사람이었다.그의코또한예외가될수는없었다는말이다.따라서그는잘생긴코를가지고있어야만했다.그런데그의믿음에균열이일기시작했다.

"뭐해?"평소와달리거울앞에서머뭇거리고있는나를보면서아내가물었다.
내가대답했다."별건아닌데,여기를좀봐.이쪽콧구멍을보라고.누르면약간아파."
아내는웃으며대답했다.
"휜쪽을보고있군."
나는누군가에게꼬리를밟힌개처럼몸을돌렸다.
"휘었다고?이쪽으로?코가?"
그러나아내는조용하게,
"그래,자기.잘봐.오른쪽으로기울었어."
본문에서

이날의대화는우리의주인공비탄젤로모스카르다의인생을영원히바꿔놓았다.스스로는전혀인지하지못한채휜코를달고28년을살아왔던모스카르다.아무생각없이나누었던아내와의일상적인대화를통해생에처음으로자신의코가약간휘어있음을발견한모스카르다는그를제외한모든사람들이그것을알고있었다는사실을알게된후자신이살아왔거나믿어왔던현실을전면적으로다시숙고해보기시작한다.자신의모습과더불어자신의현실이라고믿어왔던모든것이불확실해지고,불분명해지면서무너져내리기시작한것은그러므로그의현실그자체다.
보라.자신을바라보는시선,혹은타인의숫자만큼분열되고변주되는자신의모습-혹은‘모스카르다’라불리는주체의면모-을인식하기시작한그가발견하기시작하는스스로의욕망을.

고독은결코당신들과함께하지않는다.당신들이없고,또이방인과함께있을때만고독이찾아오는법이다.의심을떨쳐버리지못해서불확실한고통으로당황할때,또생판낯선곳에있거나낯선사람이옆에있을때,고독은찾아온다.…(중략)…그런식으로난혼자있고싶었다.나없이.내가이미알고있거나안다고믿었던그런내가없이.오로지그옆에서벗어날수없으리라막연하게생각했던어떤이방인과함께.
본문에서

무너져내리는현실속그가보이기시작했던분열증적광기는이미당대로부터우리시대까지를아우르는하나의상징적징후처럼보인다.몰락하는자의숨결을닮은그징후는우리들,“언제나타인들의시선에놀라는야위고불쌍한”자들의분열증적모습을닮아있다.
이처럼흥미로운소재와이야기구조를보여주는작품『아무도아닌,동시에십만명인어떤사람』은루이지피란델로의작품세계의근간을이루는비극적삶의경험과당대사람들의위기의식에대한자각이가장잘드러나있는작품중의하나라고할수있다.저자스스로도“이소설에는내가했던모든것의완벽한종합과내가하려고하는것의원천이들어있다.”고언급하였듯,끊임없이새로운문학실험을통해당대독자들에게신선한자극을주었던그가15년동안구상했다고전하는『아무도아닌,동시에십만명인어떤사람』을통해우리는피란델로문학활동의총체적결산이어떤형태로이루어지고있는지를만나게된다.

피란델로월드로의초대

희곡,시,장편및단편소설등장르를가리지않고왕성한작품활동을해온이탈리아출신의세계적인작가루이지피란델로는서구권에서의명성에비해국내에는비교적널리알려지지못한작가다.경제적인어려움,제1차세계대전에참전했던아들이포로가된사건,딸의자살시도,정신이상판정을받은아내의광기와함께했던나날등일련의극적인사건들이그의작품활동에커다란영향을끼쳤다.더불어그는전후이탈리아의정치적혼란,급격한산업화및도시화의현실과더불어무겁고우울했던당대의분위기속에서위기의식을느끼던사람들의소외와불안을명확히자각하고있었다.
그는자신의예술론을피력하면서“생각건대인생은매우슬픈익살이다.왜,무엇을위해그러는지,그욕망이어디서오는지는알도리가없지만,우리는하나의현실을(저마다다른현실을각자하나씩)창조함으로써끊임없이자신을속이려는욕망을우리내면에가지고있기때문이다.우리는이따금이현실이헛되고실체가없다는사실을발견한다.…(중략)…내예술은자신을속이는모든사람에대한쓰라린연민으로가득차있다.그러나이연민뒤에는반드시인간을자기기만으로몰아넣는운명의잔인한비웃음이따라오게마련이다."라고말했다.
주인공이자신의아내가(그리고다른사람들이)자신과는전혀다른눈으로자신을바라보고있다는사실을알고난뒤발생하는일련의사건들을초현실주의적이고자연주의적이며,상징주의적으로까지독특하게직조해낸이작품을통해그는“인간을자기기만으로몰아넣는운명의잔인한비웃음”을“자신을속이는모든사람에대한쓰라린연민”으로감싸않으면서도“자신을속이는모든사람”들로하여금몰락의징후와증상의각성을환기하고있다.그가말했듯그“쓰라린연민”뒤에는또다시“인간을자기기만으로몰아넣는운명의잔인한비웃음”이올것이므로.
우리는따라서이작품을통해산업화,도시화가급격히진행되던당대의환경속에내던져져사물과노동으로부터의소외뿐만아니라스스로로부터도소외된채불안에떨며분열증적상황에노출된사람들의존재모순성이탁월하게형상화되는것을본다.난해하다고여겨질수있는사변적이고장황한부분들이없다고할수없겠지만이는피란델로가부러현학적인말놀이를하고있어서가아니라,근대인들이발딛고서있는삶자체가분열증적이고불안정한토대에기초하고있기때문이아닐까.그는모스카르다의입을통해말한다.

아무도거울앞에서살아있을수없습니다.그러니자신을보려고노력하지마세요.당신은타인들이당신을보는것처럼결코당신자신을인식할수없기때문입니다.
본문에서

최측의농간판『아무도아닌,동시에십만명인어떤사람』은국내에존재하는유일한이탈리아어원전완역판본이다.최측의농간에서는현대의고전으로자리매김한루이지피란델로의이대표작을보다많은이들에게널리알리고싶었다.이번출간을위해옮긴이는1999년판의원고전체를새롭게전면검토하여다수교정하고교열하였으며우리말로는다소딱딱하고어색하더라도직역에가까운번역을통해피란델로글쓰기의형식적면모또한가능한한드러날수있도록노력하였다.
모든소설은일종의응답일수있다.당대를둘러싼문제의식에관한것이든작가의내면으로부터번져온갈증에관한것이든,그것은질문의형태로우리의뒷덜미를덮쳐오는응답이다.그미완의응답은그러나우리에게새로운응답을요구한다.당대를둘러싼문제의식과개별주체의내면으로부터번져온갈증이교묘히결합되는순간을만날수있다면,소설읽는일도시간낭비는아닐것이다.그러므로피란델로의『아무도아닌,동시에십만명인어떤사람』앞에서,시간낭비라는말은무력해질수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