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랑콜리 (채상우 시집)

멜랑콜리 (채상우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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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최측의농간ㅣ시 004> 시집 『멜랑콜리』는 시집 『리튬』을 통해 많은 시인들에게 신선한 시적 자극과 영감을 제공하였던 채상우 시인이 필명(채은)으로 상재했던 첫 번째 시집이다.
아픈 상상력이 오만한 통속이 되지 않도록, 감내한 시간들에 대한 진술이 자기모순의 정당화가 되지 않도록 고군분투하는 비정한 자기 관찰이 돋보이는 시집.
불협과 화음을 접합하여 불협화음을 직조해내고 있는 이 시집에서 시인은 엄정하고 비정한 자기 관찰을 통해, 비정한 도시[悲情城市]를 바로 보기 위하여, 비틀거리면서도 끝까지 살아내기 위하여, 투명한 칼들이 날아오는 비정성시의 끝과 시작을 증언하고 있다.
그 증언은, 산다는 일의 참담함, 전망 없는 모순을 견디는 나날에 대한 소묘와 다르지 않다.
저자

채상우

저자채상우
경북영주출생.
2003년계간《시작》을통해등단했으며시집으로『멜랑콜리』,『리튬』이있다.

목차

自序5

멜랑콜리11
멜랑콜리12
Zigeunerweisen14
멜랑콜리15
교감22
勿忘草24
迷妄26
샹그릴라30
푸앵카레의추측31
回文의계절33
괴델의정리34
멜랑콜리35
비극의탄생37
쿨룽의법칙39
멜랑콜리42
집념44
안녕안에있는안녕이상의것46
사랑이뭐길래-기적의형식적층위에관한사례48
보로메오의매듭54
輟耕錄55
降仙마을근린공원배롱나무그림자56
하도심심해서58
참!좋은봄날60
悲情城市62
기적의조건64
아름다운시절68
耳鳴69
ElCondorPasa71
深淵73
기적의징후74
멜랑콜리75
엘레지77
玉水洞여자78
마늘까는여자79
멜랑콜리81
비는내렸고껌을씹었다82
첫눈84
단단한기억85
선악의피안87
아득한88
Stockholmsyndrome90
변두리연대기92
마지막나날들94

출판사 서평

가장순결하게정치적이었을때열반으로이르는길은열리곤했다그러나나는이제안다지금부터나는줄곧악취가날것이고불타는지옥에서살을태우고태워야하리
[마지막나날들]부분.

전망이없을때에는어떤전망속에서삶을견뎌야할까.여기이세상의바깥에내던져져있는것같은,음울하며무력하고움직임이느려지는멜랑콜리아의시간속에서,6월의일몰속에서,시쓰는시간을있게한비명의기억들에반쯤갇혀그기억들의진상을추적하고그로부터풍겨오는썩은냄새를증언하는시인이있다.

어떤저녁은이세상의바깥에있다잘못꽂힌서표처럼…(중략)…책엽을넘길때마다점멸하는여백을세심히필사하는유월의日沒누가알것인가일찍이이세상이있기이전부터있어온침묵과그침묵속에잠입해있는부패한슬픔바람이한땀한땀기워나간비명의기원을몰약과유황으로도봉인할수없는시간들이오래도록썩은향내를풍길때,어떤저녁은
[멜랑콜리]부분.

이시인이상재한첫번째시집의첫번째시의한대목을통해우리는뜨거웠던한시절이막을고했음을,낭만과몽환의분위기속에서절절하고무력하게받아들였던시인과만난다.거대서사의전망으로가슴뜨거웠던한시절이있었으나이제그시절의끝과진상을곱씹는자의마음속에는어떤쓰라림이있을까.

내가할수있는일이라곤기껏회한속에통곡하며다시한번기회가오길간절히기도하고기도하는것뿐기도의끝에한마리새가날고그새가가리키는곳을따라한줌의의심도없이길을걸어가는일그러나길이끝나는곳에이르러서야겨우깨닫곤하죠지난생에도그랬고지지난생에도그랬듯내가갔어야했던길은처음부터이길이아니었을지도모른다는걸
[괴델의정리]부분.

채상우시인의시집『멜랑콜리』는,너의후일담은비루하고고루하다고,그후일담의후일(後日)이말걸어올때,시인은어떻게말할수있는지를보여준다.‘멜랑콜리’라는시어/시제는그러므로우울에짓눌리거나주저앉은,비관에젖어무력한상태의한상징이아니며전망속에서전망없음을보고찬란속에서비루함을바로보는일을위한밀알이된다.

세상의모든저녁이평온할수만있다면나하나죽어도좋다고생각한시절이있었다그시절아버지는습관적으로밥상을엎었다그러나그때마다아버지가엎은건밥상이아니라아버지였다나는그런아버지를시시때때로부인하며다음날에도街鬪에나섰다
[푸앵카레의추측]부분.

“세상의모든저녁이평온할수만있다면나하나죽어도좋다고생각한시절”속에서시인은자기부정과자기긍정의희망없는공회전을견디는한양식을이미훈련하고있었는지모른다.가투의일상을살아낸세대의일상속에,억압과부조리의씨앗들은어떤모습으로웅크리거나발아하고있었는가.그모든구체적인억압과부조리가거대한억압과부조리들앞에서정치적으로말소되었으니,그가그것들을시적으로소생시키는이유는그것의복권을위해서가아니며그것을보다근본적으로,제대로못박기위해서,새로태어나기위해서가아닐까.그는‘멜랑콜리’의나날속에신음해야했던기억들을아픔의단절이아닌비극의연속으로받아들일수있을때에서라야,자신을뒤덮은모순을온전히살아낼수있음을예감했던것같다.

지나치게낭만적인풍경속엔때때로참을수없는분노가잠복해있는법그무엇이더라도죽음에가까워져서야치사량을알수있으니복화술사여내게남은건둘이거나셋이거나또는그이상일지도모를나자신을사랑하는일그리곤곧바로나에대해세번씩부인하는일
[멜랑콜리]부분.

시인은모순으로점철된,지나치게낭만적인풍경속자신의삶을어떻게받아들여야했을까.그는때때로그모순을,지나친낭만을감당하기어려워분노했고죽음충동에사로잡히곤했던것같다.그의낭만적풍경속에도사리고잠복해있었던것들은그러므로낭만적인것들이아니라,제자신의뼈아픈모순의결과물들이었다.조작적이고인위적인것으로부터잉태된지나친낭만을증언하는그의진술을통해썩은냄새가풍기고눈살찌푸려지는시간들이우리앞에드러날것이지만그로인해그것들이거기에있었던것뿐만아니라여기-우리곁-에도있다는것이비로소구체화되고뼈아파지게될것이다.

한치앞을불허하는삶앞에서쩔쩔매는건인간의몫이다함부로약속시간을변경한자는생의필연을배우리라투명한칼들은정말어디에서왔나어디로가나묻지마라현실은비정하다투명한칼들처음엔그저한줄기소리였지만지금은결단을촉구하는정신이다저정신속으로들어가기위해서는머리를조아리고입을굳게다물어라투명한칼들이달려간다그속으로뛰어든자들의마지막표정을본사람은아무도없다등에내리꽂히는무수한칼들젖은상처위로피어오르는신의입김신은어디선가킬킬대고있을거다귀를틀어막아도들리는투명한칼들의소리요령소리결단하라귀를자르든가저속으로뛰어들든가참든가참아보든가어떻게든,잘라도잘라도되살아나는투명한칼들투명한칼들의소리
[悲情城市]부분.

그의반성이지난했던이유는그러므로그반성이순결에의욕망의한형태일뿐이며새로운상상을어렵게하기일쑤라는것을그가이미짐작하고있었기때문아닐까.

버려야하는데,버릴수없는나날들이백색왜성처럼단단하게식어간다
[멜랑콜리]부분.

버려야하는데,버릴수없는나날들이그를구체적으로아프게했지만,반성을시작할수있도록,그가멜랑콜리에갇혀꿈틀거리고꿈꿀수있도록했다.오랫동안신음하던그는멜랑콜리와함께제치부를활짝드러내놓고도천연덕스럽게아름다울수있기를꿈꾸었던걸까.시집의마지막시편에서시인은,“연락이두절된척후처럼,”“푸른재가되기위해불타고있다”고적었다.

난내지난한반성의끝자락에서열심히상상한다능소화처럼능소화처럼저녁놀속에제恥部를활짝드러내놓고도천연덕스럽게아름다운능소화처럼지금,남조선은젖고있고나는푸른재가되기위해불타고있다연락이두절된척후처럼,즐거웠다

참,좋은人生이었다
[마지막나날들]부분.

불협은어떻게화음이될수있는가.불협과화음이만나불협화음이되기위해서는아픈상상력이오만한통속이되지않도록,감내한시간들에대한진술이무딘자기기만이되지않도록하는엄정하고비정한자기관찰이필요할것이다.그리고여기,비정한자기관찰을통해,비정한도시[悲情城市]를바로보기위하여,비틀거리면서도끝까지살아내기위하여,투명한칼들이날아오는비정성시의끝과시작을증언하는시집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