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은 잘못 없다 : 신민재 건축가의 얇은 집 탐사

땅은 잘못 없다 : 신민재 건축가의 얇은 집 탐사

$21.41
저자

신민재

2016년제9회젊은건축가상(문화체육관광부)과2019년서울시건축상수상을비롯경기도건축문화상,충남건축상,인천시건축상등지역건축상과목조건축대전,리모델링건축대전수상등으로건축가로서활동을인정받았다.

점·선·면건축수업및흙·돌·나무건축수업으로어린이건축교육을기획,보편적이고일상적인건축의대중화를위해노력하고있다.건축과사회의연관성을독특한관찰력과스케치로표현하며다양한연재와SNS포스팅으로건축문화를함께참여하는놀이와여정으로즐기고있다.공저로참여한책에는<젊은건축가상2016>이있다.

목차

책을내면서

옛길의흔적
서촌의불사조종로구필운대로35(누하동191)
20세기서울의그림자은평구수색로260-1(수색동369-1)
600년옛길과50년새길의교차점종로구새문안로5길7-1(당주동37-3)
손기정과남승룡의골목중구만리재로35길47-1(중림동332)
기찻길옆상수동그리고제비다방마포구와우산로24(상수동330-12)
혼돈의종로3가,살아남은건축물이야기종로구서순라길21(봉익동60)
시간의문을여는길강동구천호옛길98(성내동50-5)

도로가남긴상처
자하문로확장의흔적종로구자하문로2(적선동106-3)
건축허가에서사용승인까지4년종로구자하문로249(부암동159)
서촌주거지역의작은화석종로구사직로127(적선동93-4)
숭례문과남지중구세종대로27(봉래동1가104-1)
왕십리행전차선로옆에선Y빌딩중구퇴계로453(황학동2475번지)

택지개발의흔적이남은자투리땅
율곡로의플랫아이언종로구율곡로225(이화동98-3)
앵구주택지와동호로의흔적중구동호로165(신당동372-44)
조선의명승지삼청동의상처종로구북촌로137(삼청동27-10)
일전쟁과1기신도시의사이은평구수색로342(수색동315-1)
효창,백범그리고남겨진조각들용산구효창원로146(효창동5-508)

물길의흔적
의형제가된율곡로의세집종로구율곡로19길7외(충신동53-1외)
반수의흔적종로구성균관로1길6-6(명륜3가148-1)
만초천의흔적조각을찾아서용산구두텁바위로5(갈월동59-8)
너른논밭의추억,은평은평구은평로85(응암동91-8)
강물은흘러갑니다.제3한강교밑을성동구한림말길41-5(옥수동196-1)
건물이들려주는홍제천과세교천의물소리마포구월드컵북로12(동교동206-14)
할아버지,아버지그리고나도건넜을월곡천강북구도봉로10길34(미아동860-163)

큰시설의경계에남은땅
50년전협소주택중구퇴계로34(남창동236-12)
500년은행나무는무엇을보았을까종로구통일로12길108-2(행촌동210-254)
냉전의흔적을스쳐지나간녹사평대로,그리고남은조각용산구장문로1(이태원동34-105)
경리단에기대서서용산구회나무로6길20(이태원동293-13)
얘들아!어디로전학갔어?강남구영동대로211(대치동994-14)
이런땅에도건물을지을수있을까요?‘뜨아’의탄생서초구신반포로41길11-7(잠원동47-2)

출판사 서평

도시를걷다보면특이한조건의땅에균형있게자리잡고있는건축물을수없이만나게된다.크기가작은땅에지은작은건물,뾰족한땅에자리한날카로운건물,땅과땅사이에비집고들어간얇은건물,개발에밀려잘려나간상처를입은채서있는건물,고쳐짓고고쳐지어처음모습은상상할수없을정도로변신한건물,도로가생기면서건물의앞뒤가바뀐건물….정말특별한건물들이다.그냥지나칠수도있겠지만변화의상황마다번득이는아이디어를내고유지하겠다는강한의지를드러낸것이보여그냥지나칠수없다.
_005쪽에서

호기심많은한건축가의얇은집탐사기

이건물이지어지기전까지숭례문의오랜이웃은남지였을것이다.없어지고다시조성되기를여러차례반복했지만남지와숭례문은따로따로생각하기힘들정도로하나와같은각별한이웃이었다.근대에들어남지가메워지고,숭례문양쪽의성곽이훼철되어숭례문의상심이얼마나컸을까?남지자리에큰규모의일화빌딩이세워지면서한동안일화빌딩이숭례문의이웃이되는가싶었지만,세종대로가대규모로확폭되면서일화빌딩도남지처럼숭례문곁을떠났다.남은땅은폭이좁아건물이들어올수있을지의문이들었고,한동안건물이없었으니2000년에HM빌딩이준공됐을때숭례문도무척반가워하지않았을까?
_125쪽에서

숭례문앞에는지상10층,지하1층규모의얇은건물이있다.주변의고층건물과는다른모양새때문에눈에띈다.무엇보다뾰족한모서리가인상적이다.건물은중구세종대로27에있는HM빌딩으로2000년에지어졌다.HM빌딩이지어지기전까지그땅은오랫동안비어있었다.아무리서울의중심부목좋은땅일지라도땅이좁고길어서선뜻건물지을생각을하지못했을것같다.숭례문앞에어쩌다이렇게좁은땅이생긴걸까?신민재건축가는“지난100년간있었던다양하고폭력적인토목공사의상처”를간직한땅이라고말한다.관악산의화기를누르기위해만든남지,1907년요시히토황태자의방문을앞두고남지를매립,그자리에들어선대형건물,건물은해방되고1968년까지사용되다가도로확장으로철거,얼마지나지않아일대를지나는1호선지하철공사….정파의논리에따라메워지고다시만들고를반복한남지의역사처럼이땅역시파란만장한서울의변화를온몸으로받아들인채용케살아남았다.비록제대로건물을지을수없을것같은좁고긴땅의모양이지만.
‘ㅇㅇ리단길’의원조인경리단길에는주차구획보다좁은유리건물이있다.이집은육군중앙경리단의높은담장뒤에자리한다.육군중앙경리단의높은담장과담장위철망이상당히위협적이다.그담장너머주차구획보다좁은폭을가진땅에2015년에지어진건물이다.경리단길이핫플레이스로부상하던시기였으니좁은땅이나마활용해야겠다는결심을하고지은집으로보인다.

육군중앙경리단이이곳이태원동518번지일대에자리를잡으면서남산자락의경사지는크게절토되었다.절토로만들어진높은절벽위에는군시설의보안을위해높은담장이세워지고날카로운철망이올려졌다.담장너머에는육군중앙경리단영내로포함되지못한조각땅이생겼다.
_312쪽에서

이처럼《땅은잘못없다:신민재건축가의얇은집탐사》는책에소개된60여개의얇은집이품고있는사연을이야기한다.집의만듦새와모양새,구조는물론도시의변화에휩쓸려부침을겪을수밖에없었던땅의내력등을저자특유의호기심과관찰력으로분석한다.글에서는굳건히자리를지키고있는얇은집을향한애틋한시선을느낄수있다.글을보충해주는다양한참조자료는저자와함께얇은집탐사하는듯한현실감을더해준다.변화과정을한눈에알수있는연도별항공사진과당시시대를알수있는기록사진,땅의현황을말해주는지적도,1936년항공사진을바탕으로그린파노라마지도인〈대경성부대관〉,〈경조오부도〉,〈수선전도〉같은옛지도등.저자가직접찍은사진과직접그린건물스케치,위치도는건물의모양새와앉음새를이해하는데도움을준다.

왜이런땅과건축물에관심을가졌을까?

1976년생인나는1970~80년대고도성장기에유년기를보냈다.내가놀며자란아파트는지금남아있는것이없다.안양비산동주공아파트,과천2단지아파트,영동차관아파트,모두흔적을찾을수없다.새로운아파트로재건축하는것이경제적인측면에서합리적일수는있겠다.그럼에도내정체성과도시의정체성을생각하면나와내가살고있는도시에어떤일이있었는지이해하고싶다.그래서시간의축이서로겹쳐지는경계나흔적을발견하는순간이그리도흥미로웠나보다.도시의정체성은시민의정체성으로이어지고결국내정체성도돌아볼수있게해주는것아닌가.
_006쪽에서

책은이솝우화《여우와두루미》이야기로시작한다.신민재건축가는여우가물을마시기편한납작한그릇과두루미에게적합한목이긴병이자신에겐‘특징있는땅,특성있는재료’처럼느껴졌다고한다.땅의상황에어울리는프로그램을만들고땅에맞춤해계획을잘세운다면오히려개성있는좋은집을만들수있다는것이다.납작한그릇과목이긴병,그릇의특징과성격에맞춤한사용처를찾지못했거나제대로사용하지않은사용자의잘못이지그릇은문제가아니다.마찬가지로못난땅이라고땅을탓하기보다땅이처한상황과조건을살피고땅을이해해야한다.신민재건축가는못난땅이라고땅을탓하지말고땅의상황과조건을이해해주었으면하는마음에이런못난이땅에관심을가지게되었다고한다.
못난땅에관심을가지게된또하나의이유는지금까지자신이살아온흔적이모두사라진것에대한아쉬움때문이라고한다.경제성과합리성을이유로유년시절지내던아파트가모두흔적도없이사라진것을보고자신의정체성,이도시의정체성을찾고싶은생각이있었다는것이다.

1970년대중반,할아버지집이지어지고손자인내가태어났지만,월곡천은아버지의축구장과함께추억너머로사라지고있었다.한세대가지나아버지는할아버지가되셨고,나는두아이의아빠가된지금,축구장에들어선미아아파트자리는2003년에재건축되어미아경남아너스빌이들어섰다.할아버지집은2017년에재건축으로없어지고그자리에지금은미아꿈의숲롯데캐슬이들어섰다.아버지의축구장이그랬던것처럼나의할아버지집도기억속에만남았다.
_265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