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만화경 : 도시그림, 현실과 동경을 넘나들다 - 정암총서 15

도시의 만화경 : 도시그림, 현실과 동경을 넘나들다 - 정암총서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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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세계사에 빛나는 동·서양의 열다섯 도시 이야기, 도시문명의 만화경(萬華鏡)
“빈을 현대적 도시로 탈바꿈시키고 빈미술사박물관을 건립했다는 것이다. 이에 힘입어 빈은 세계적인 대도시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다.”
2022년 10월 25일 시작해 성황리에 진행되고 있는 국립중앙박물관의 ⟨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의 전시 안내문에 소개된 프란츠 요제프 1세 이야기이다. 전시는 5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마지막 5부의 주제가 프란츠 1세 시대를 조명하는 ‘걸작을 집대성하다, 빈미술사박물관’이다. 프란츠 요제프 1세의 초상화와 다양한 소장품을 볼 수 있다. 전시는 프란츠 요제프 1세의 업적 가운데 하나로 ‘링슈트라세’를 소개하며 끝을 맺는다.
링슈트라세. 구도심을 둘러싼 반지 모양의 넓은 길. 폭 최대 450미터, 길이 5.2킬로미터에 이른다. 빈은 유럽의 거의 마지막 성곽도시였다. 성 안팎의 교류가 활발해지고 성을 둘러싼 녹지의 방어 기능이 사라지자 빈을 근대도시로 바꾸고 싶어 하던 황제 프란츠 요제프 1세는 반대를 물리치고 성을 허물고 링슈타라세 개발을 선언한다. 빈의 명소로 꼽히는 슈테판 대성당, 호프부르크 궁전, 빈 대학교, 빈 시청사, 국회의사당, 자연사박물관, 미술사박물관, 국립오페라극장 등이 링슈트라세를 따라 자리한다.
《도시의 만화경: 도시그림, 현실과 동경을 넘나들다》는 열한번 째 이야기 “빈: 육백 년 합스부르크 제국의 수도, 그 황금시대를 그리다”에서 19세기 빈을 조감으로 상세하게 묘사한 구스타프 파이트의 ⟨확장된 빈의 파노라마⟩(1873)를 들여다본다. 수십 채의 공공·문화시설과 고급아파트가 줄지어 들어선 세기말 빈의 모습을 속속들이 볼 수 있다.

황제포럼의 조감도를 보시라. 중심에 호프부르크 궁이 자리하고, 그 전면에 500미터 길이로 뻗어나가는 광장이 조성된다. 장쾌한 구성이다. 궁전의 전면에는 황제관저와 영빈관이 마주 보고, 링슈트라세를 건너면 (오늘날의) 미술사 박물관과 자연사 박물관이 마주본다. 젬퍼가 베르사유 궁전을 압도하겠다면서 만들어낸 구상이다. 건물의 양식은 네오바로크로 정했다.
_407쪽에서
저자

손세관

1954년경북대구에서출생했다.서울대학교건축학과및동대학원을졸업했고,미국버클리대학에서건축학석사,펜실베이니아대학에서건축학박사학위를받았다.1986년부터중앙대학교건축학부에서교수를하다가지금은명예교수로있다.영국케임브리지대학과일본규슈(九州)대학에서객원연구원으로활동했다.대학원시절부터도시조직과주거환경의상호관계및동서양의주거문화에관해지속적으로탐구해오면서,연구활동과도시설계를통해우리나라의주거환경에대한새로운방향을제시해왔다.저서로는『도시주거형성의역사』(1993),『북경의주택』(1995),『넓게본중국의주택』(2001),『깊게본중국의주택』(2001),『피렌체-시민정신이세운르네상스의성채』(2007),『베네치아-東西가공존하는바다의도시』(2007)등이있다.

목차

머리말:도시그림,현실과동경을넘나들다

제1화시에나|성모마리아에게바친‘천상의도시’
〈좋은정부의도시〉,암브로조로렌체티,1339년
제2화카이펑(開封)|중국최고의그림에담긴번성한중세도시
〈청명상하도〉,장택단,12세기초반
제3화피렌체|시민정신이만들어낸르네상스의성채
〈사슬지도〉,프란체스코로셀리,1490년
제4화베네치아|융성했던바다의도시,이게최전성기의모습이다
<베네치아조망그림>야코포데바르바리,1500년
제5화암스테르담|오로지시민의삶을위해만든다채색의도시
〈암스테르담지도〉,발타사르플로리스,1625년
제6화쑤저우(蘇州)|천하제일의수향(水鄕),그활기찬모습이눈앞에펼쳐지다
〈성세자생도〉일명〈고소번화도〉,서양,1759년
제7화이스파한|이도시는세상의절반과도안바꾸겠소
〈이스파한전경〉,얀안소니우스,1657년
제8화파리|근대도시로비상하는18세기파리를생생하게그려내다
〈튀르고지도〉,루이브레테즈,1739년
제9화로마|공간의네트워크로묘사한영원의도시
〈놀리지도〉,조반니바티스타놀리,1748년
제10화런던|근대의바빌론,대영제국수도의두얼굴
〈열기구에서본런던〉,존헨리뱅크스,1851년
제11화빈|육백년합스부르크제국의수도,그황금시대를그리다
〈확장된빈의파노라마〉,구스타프파이트,1873년
제12화베이징(北京)|이건도시가아니다.땅위에새겨진거대한도상이다
〈건륭경성전도〉,청나라궁중화원,1750년
제13화교토(京都)|한쌍의6폭병풍에담은에도시대의교토
〈낙중낙외도〉,이와시마티베에,1615년
제14화서울|12폭병풍에담은19세기도성밖한양의풍경
〈경기감영도〉,작자미상,19세기초반
제15화뉴욕|격자틀속에펼쳐진초고밀의맨해트니즘
〈뉴욕조감지도〉,헤르만볼만,1962년

맺음말:유전자가살아있는도시가아름다운도시다

출판사 서평

황제포럼의조감도를보시라.중심에호프부르크궁이자리하고,그전면에500미터길이로뻗어나가는광장이조성된다.장쾌한구성이다.궁전의전면에는황제관저와영빈관이마주보고,링슈트라세를건너면(오늘날의)미술사박물관과자연사박물관이마주본다.젬퍼가베르사유궁전을압도하겠다면서만들어낸구상이다.건물의양식은네오바로크로정했다._407쪽에서

이책은빈을비롯해시에나,카이펑,피렌체,베네치아등동서양열다섯도시의도시그림을들여다본다.언제누가왜그렸는지,어떤공력이들어갔는지,특징은무엇인지,역사적중요성은어떤지….여기서그치지않는다.중요한장소,길,건축물,주택등과함께그림을그린시점을중심으로도시의기원과성장및변화를이야기한다.저자손세관교수는“이렇게열다섯도시를다읽고나면동서양의도시문명을비교론적관점에서이해하게된다.”면서이책은인류가이룬“도시문명의만화경”이라고한다.동서양의도시와주거문화에관심두고오랫동안공부한저자는대학원시절부터도시그림에관심있었다고한다.세밀하게그려진한장의도시그림속에는수백페이지글보다많은이야기가담겨있기에도시그림을다른사람에게제대로이야기해주려면도시,건축,미술,역사를두루꿰뚫고있어야하는데,지금까지는엄두가나지않았다고고백한다.

많은이가가고싶어하는도시들로서,제각각장소의혼이돌올하다.그러니화가들이앞다투어이들도시를그렸다.나는도시마다그전체를그린그림한장을주인공으로내걸고그밖의다양한그림을조연으로등장시켜장소의혼을불러들였다.사진은되도록피하려했지만어쩔수없는경우에는그것도동원했다._009쪽에서

도시그림(都市圖),도시전체를그린그림

그림이지도로인정받으려면정확한지리정보를담아야한다.첨단기술이있는요즘,그런건일도아니다.그러나옛화가들에게는쉬운일이아니었다.그림지도는르네상스시대부터성행했는데,당시에그려진그림지도는지도와그림의경계를넘나들었다.지도라고하기에는좀부정확하고,그림이라고하기에는지리정보가비교적충실하고그랬다._006쪽에서

서양에서는도시를주로지도와그림을결합한형식으로그렸다고한다.하늘에서내려다본모습으로도시의물리적요소를제위치에다그려도시가한눈에들어오게.이런그림을‘카르토그라프’라고불렀다.그림지도는르네상스시대부터성행했는데주로도시를홍보하려는목적에서그렸다.이런그림에는지리정보와함께당시사람들의‘꿈과동경’이라는귀중한요소가담겨있다는것이저자의생각이다.여행이활발해지고산업이발전하는18세기에접어들면관광을위한지도가성행하고,18세기중반부터는수준이최고조에이르러예술품의반열까지오르고제작수단도목판화에서동판화로바뀌었다.발전을거듭해온그림지도기술은근대로접어들면서인기가시들해진다.이책에서는15세기에서18세기중반에만들어진그림지도와함께‘관광의시대’그러니까19세기이후만들어진지도를소개하고있다.저자는이런지도를“기술과예술이결합해서만들어낸인류의빛나는성취”라고말한다.

〈튀르고지도〉.1739년세상에나온이지도는‘예술품’이라해도좋다.그만큼아름답다.게다가정교하기가마치사진을보는듯하다.18세기파리의모습을창문하나나무한그루까지전달한다.이지도를‘튀르고지도’라고부르는것은그것을기획하고제작비를댄사람이당시파리시장미셸에티엔튀르고였기때문이다.그는1734년당시왕립미술아카데미에서투시도를가르치던루이브레테즈교수에게최신의파리지도제작을의뢰했다.파리가‘잘다스려지는도시’이자무엇보다‘근대도시’임을만방에과사하고싶었던것이다._279쪽에서

책에서는서양의도시뿐아니라한중일세나라의도시네곳(중국의카이펑,쑤저우,베이징,일본의교토,우리나라의한양)을그린그림지도도이야기한다.동양에서는평면지도,그림지도,도시풍속화가성행했다고한다.한중일세나라는평면지도에그림을섞어그렸는데,도로나하천등은도면처럼그리고그것을둘러싼산세는동양화로그렸다.특히우리나라에서는18세기부터진경산수화기법으로그렸는데마치한폭의수채화같다.서양의기법을적용한그림지도도있는데우리나라의?경기감영도?와?동궐도?가그렇다.중국북송시대의화가장택단이그린?청명상하도?나교토를그린?낙중낙외도?,?경기감영도?는시가지모습과시민의일상생활을생생하게묘사한도시풍속도이기도하다.도시풍속도는주로병풍이나두루마리로만들어보관했다고한다.중국,일본과같은한자문화권에서는이런그림을‘도시도(都市圖)’라고부르는데도시전체를그린그림을아우르는말이다.

그런데장택단은정반대로갔다.대상을극도로구상화하고그것을촘촘리버무려내는특별한그림을그린것이다.대상도특이했다.도시.선례가없는화풍에선례가없는대상이었다.사람들은?청명상하도?를일러풍경화또는풍속화라고하지만둘다정확한규정은아니다.그는역사상최초의도시도즉‘도시그림’을그린것이다.그것도엄청나게사실적으로._079쪽에서

지도한장을불러온다.?도성도?.같은이름의한양지도가여럿있으니,‘서울대학교규장각소장도성도’라고지칭해야틀림이없다.18세기후반정조치세에그린것이다.우리는이런그림을‘회화식지도’라고부른다.동양화처럼그린지도,뭐그런뜻이다.서양식으로그린그림지도와는비교조차할수없을만큼다르다.이런지도가나올수있었던것은순전히겸재정선덕분이다._517쪽에서

깨달음의즐거움과함께눈의호사까지

흰색과검은색의구분.그기준이뭘까?안인가밖인가?그건아니다.대중이드나들수있는가없는가?바로그거다.검게표현한건물도내부에는방이있고복도가있지만그런건무시했다.대중이접근할수있는공간은흰색,아닌것은검은색.그렇게나누었다.그런데그렇게그리려면많은건물의평면을정확히파악해야한다.왜그런수고를했을까?_321쪽에서

도시를그린한장의도시그림을펼쳐놓고저자는그림에묘사된도시와건축은물론미술사,지리학,역사등다양한분야에기대어이야기를전개한다.쉽게풀어쓰고간결하게만진글과엄선한450여장의그림덕분에우리는깨달음의즐거움과눈의호사를누릴수있다.바로이책의백미이다.그림지도를소개한책은간혹있다.하지만그안에담긴인문,사회,역사등지도가그려질당시의도시를이렇게입체적으로이야기하는책은지금껏없었다.저자는여행을떠날때이책을가방에넣고가라고권한다.책을펼쳐놓고도시의과거와현재모습을비교해보면서‘좋은도시가어떤도시인가’를물어보고해답을찾아보라는것이다.도시의역사성과고유함을지켜내지못하고있는서울,베이징,쑤저우,이스파한은우리의탐욕과무지때문에조화롭고고요하던풍경이어디서왔는지도모르는이물질들로덧칠되고뒤범벅되어망가지고추악해졌다고한탄한다.책에소개된도시그림을보면서그도시가가진정체성을다시찾아보자며이야기를마무리한다.

나는‘아름다운도시’대신‘멋진도시’라는말을즐겨쓴다.‘멋진신사’란그만의매력을풍기는멋쟁이신사아닌가.개성이뚜렷하고,자신만의세계를가지는,존재감이뚜렷한사람.그러니‘멋진도시’도그도시만의‘풍성과삶의질감’이뚜렷한도시를의미하는것이다.고유한유전자,DNA.그게작용해야그런도시가된다._590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