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원桃源으로간다.
정선의옛이름은도원이다.
산설고물설던새외塞外의땅은이제
변방이아니다.
백두대간의척추를타고내려와
소용돌이로뭉친단전丹田에도원은있다.
사람들은도원에이르러
복사꽃만발한꿈을찾지만
보고도보이지않는다고말하는순간에도
도원은복사꽃을그의눈앞에몇번이고
펼쳐보였다.
그대가이곳으로오는동안
만났던그질긴외로움속에서
혹은도원을꿈꾸던그날부터이미
당신은,당신안에
무릉의텃밭을일구고있었다.
당신이꿈꿀수있는동안은그러므로
도원의복사꽃은그대가슴속에서
언제나핀다.
경배하라.그대여
이신성의땅에입맞추라.
그대가혼신으로다가설때,마침내
이땅은그대에게
복사꽃만발한도원을펼쳐보이리니.
-「도원으로가는길」전문
이번신승근시인의시선집을편집하면서제일처음들어온시가「도원으로가는길」이었다.정선의옛이름이도원인줄모르는사람이라면,정선에간들그곳이도원인줄모를것이다.어쩌면우리사는모양새가다그모양아니겠는가.보고도못보니,바로옆의파랑새를두고파랑새를찾아나서는꼴아니던가.그러니나를다스려라.신승근시인의시선집을관통하는가르침중하나되겠다.내눈을가리고,내귀를막고,내마음을닫고있는그것들을먼저덜어내고비우라.
2
지난해말,신승근시인께서다시시를쓰려한다는첩보를입수했다.바로전화를넣었다.“선생님좀뵙고싶은데요.”그렇게올해초신승근시인을만났다.정선골짜기에서농사를지으면서10년넘게시를버리고사셨다했다.다버리고이제시없이도살수있겠다싶었는데,흙이시고풀이시고바람과돌과하늘이시려니이제되었다싶었는데,믿지않겠지만,어느날갑자기훅,하고시가다시찾아들었다하셨다.선생께서는믿지않겠지만나로서는믿지않을까닭이없었다.“그러면시선집먼저묶으시지요!!!”그다음에는일사천리작업이이루어졌다.
하늘한가운데
손을넣으면
내손이아프다
눈이부시게.
이만큼
이만큼
떨어져서너를보지만
멀어지지않는다.
가까이.
너는더욱가까이
나를흔든다.
네가하늘이고
내가한뼘만한그늘이고
네가까마득한들판이고
내가그속에
눈에넣어도아프지않을
풀꽃이고.
-「너는믿지않겠지만」전문
3
신승근시선집,『저강물속에꽃이핀다』.
이번에시선집을묶으면서원고교정을보면서가슴이먹먹했던게한두번이아니었더랬다.신승근시인께서시를끊고농사에매진한사이그의보물같은시들도함께흙속에묻혔던것인데,이번에다시세상밖으로끄집어내는것이니,심해에묻혀있던보물들을백년만에건져올리는그런기분이었다.
할머니가시집을오실적에그집을지키던지킴이구렁이가따라왔더랍니다.보리밭이좍갈라지더랍니다.한아름은실히넘고,귀까지달렸더랍니다.
또어떤사람은,그게아니고,시집온한참뒤에할머니친정집에불이났었는데,지킴이두마리중한마리는마루밑에서미처빠져나오지못하고불에타죽으니나머지한마리가눈물을흘리면서우리집으로할머니를찾아오는데,보리밭이마치가르마타듯두갈래로갈라지더랍니다.
그뒤로우리집은날로번창했답니다.통시에기와도올리구요.통시에기와를올린다는것은엄청잘산다는얘기거든요.아무튼그때부터우리집은가히신화적이되었습니다.우리집소를세는것보다콩한되를엎어놓고헤아리는것이빠르다거나,우리집소들의고삐를이어놓으면서울까지가고도남는다는둥.하여튼요란하였습니다.
그것이모두우리집지킴이덕이랍니다.
거친생을사는사람들에게는때론신화가삶의버팀목이된다는것을나는압니다.
-「신화5」전문
신승근시선집,『저강물속에꽃이핀다』!!!!죽기전에반드시읽어야할시집목록중가장상단에위치할시집이아닐까.감히그런생각을해본다.2018년에나올그어떤시집도이시집의무게와깊이를넘어서지못할거라고조심스럽게감히예측해본다.
[책속으로추가]
“바람한갈피/흰모래밭을파헤치고있었다.”
“바다는모래밭에서/다시깨어나고있었다.”
이시는‘바람/모래밭→생선비늘/해파리→목선/돛대→바다(파도)→부두→바다/하늘→모래밭’즉,모래밭의바람에서바다로하늘로나아가지만,작용하는힘이원심력이아니라구심력인듯하다.시가하늘/바다로펼쳐지는게아니라출발점으로끌어당겨지는느낌,확장/확대가아니라축소/미세지향의기운이시를감싸고있는느낌을받는다.이는‘작은것’,‘작은세계’에서시선을거두지않는,신시인의전반기시들의특징이다.이에비하면후반기시들에서는,후술할텐데,‘호방(豪放)함’이몸으로,정신으로읽힌다.
(중략)
시인의전반기의시들로엮인?2부?의시들은「풀꽃」연작시5편,「민들레가민들레에게」,「장자의나비」,「장자의새」,「나비」연작시2편등,「바다일기」(시제목으로는큰이미지일듯하지만,실제로는그런시가아니다)를빼면,모두가작은것들을다루고있다.
걸어서갔지만큰꽃들은
보이지않았다.
민들레,패랭이,꽃다지만작열했다.
숨죽여작은손을접어
인사를했다.
공기같았다.
―「풀꽃1」전문
큰꽃들은
혼자있지않았다.
상처가크기때문이라고.
바람의눈가를적시는
각시풀만홀로있었다.
아주작은상처의
영혼들만
홀로있는거라고.
―「풀꽃2」전문
삶의동행자는민들레,패랭이,꽃다지,각시풀등작지만작열하는것들이다.우리는자존(自存)능력이있는작은상처들과함께산다.번개와천둥,폭풍과한파등큰것들은대부분,불행과함께무엇인가를동반한다.큰것들은우리를질리게하고압도한다.생명을생명이게하는것은보이지는않으나분명히있는것,그것이없으면살수없는것,“공기같”은것,“작은상처의영혼들”이다.우리를살게하는것은그상처들에서말미암는아픔,슬픔그리고그리움이다.
작은것에의경배.세상의모든것,만물(萬物)은둘이아니라하나이고그것의빛과그림자라는예의「자연의이치」를깨우친화자/시인이「화두」연작시편을쓰는것은자연스럽다.
삽작어귀도쓸고
댓돌도쓸고
방안도거울처럼
쓸고닦았다.
벽속의달마가말하기를
웬쓰레기가
이리큰것이앉았는고.
―「화두2」전문
오늘은먹을갈다가
맑은달하나
건졌습니다.
젖어창호지에
걸었더니
지나가는새가
발목을적시고
갑니다.
―「화두4」전문
“외딴집에게/말붙여보았더니/내안에도집한채가/저물고있다하네.”(「외딴집」부분)사람은누구나적어도하나쯤은업보를안고산다는새삼스러울것없는말을,후반기시에서도,되풀이하는것은그당연한것을당연한듯잊고살기때문일것이다.내안의나는버리지못하면서,밖에있는그무엇들을버린다한들‘마음의평화’는어림없다.그림속의달을보고지나는새가아는체를한다.이는그림속의달이맑아서뿐아니라그달을그려넣은사람의영혼이맑아서라는데까지우리의시선이미쳐야시를제대로읽은것일터이다.
(중략)
자기가태어난농경사회를떠나도시사회로편입된이력을지닌시인들,그들은주로도시와자연을대비하며도시의비인간화과정,그리고그상태를비판하거나농촌,도시양쪽모두장단점이있다고양시양비론을편다.그도아니면무난하게농경사회를그리움의대상으로삼는다.인용한시구들을보면,이런시인들과신승근시인은다르다.신시인은말그대로래디컬하다.농경사회로돌아와자연친화적삶을생활의기본패턴으로삼으면서이제,딴청을부려가며옷깃을여미고매무새를가다듬고자연의편을들필요가없어진것이다.그냥자연속에들어왔으니까.시인으로서든사람으로서든‘신승근’이이미자연이다.시인의말이다.“산과마주앉는시간들이있었다.한때는대결하듯눈을부라리며,한때는그웅혼함에무릎을꺾으며저산들을바라보는날들이있었다.그러나이제조금은알것같다.내안에도산하나가자라고있다는것을.어디그뿐이겠는가.내영혼을송두리째잡아흔드는통렬함또한그안에있었다.”(『언젠가는저산의문을열고』)
(중략)
신승근시인은“오랜교사생활을접고자급자족의농사꾼으로편입”하여이미오래전부터정선에서자연과하나되어살고있다.그안에서이루어졌을‘정선에대한경배’인「신화」연작시편이후의시인의시세계는어떤모습일까.어떻게변했고,시인은그세계를어떻게확장시켰을까.
머지않아시인의신간시집을볼수있기를,나는기대한다.
ㅡ정승옥/강원대학교불어불문학과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