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새 혹은 쇄빙선 (박기동 시집)

노새 혹은 쇄빙선 (박기동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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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박기동 시인의 다섯 번째 시집을 펴낸다. 시인의 말에서 박기동 시인은 스스로를 “어쩌다가 체육선생(교사, 조교, 강사, 교수)”으로 먹고 살았고, “한 평생 시인”으로 살았다 하면서 “굳이 어느 것이 본업이라 내세우기가 망설여지고, 민당해진다”고 한다.
“작품을 일로써 삼지 않는 나 같은 시 건달”(「아주 가벼운 시 한 편, 아기들의 소리」이라고도 하고, “평생 쓴 것 가운데 / 쓸 만한 게 없다”(「쓸모없는 쓸모를 찾아」)고도 한다. 또 “나는 전업 시노동자다. / 나는 헛살았다. 나는 헛 살았다.”(「나도 헛살았다 ㅡ 대놓고 표절하기」)며 자조하기도 한다.
모두 겸손의 말이다. 그는 천상천하유아독존 아니, 천상천하유시인존(天上天下唯詩人尊)이다. 그는 천상 시인이다. 그가 시인이 아니라면 도대체 누가 시인임을 내세울 수 있을까.
저자

박기동

저자박기동
강릉왕산에서태어났다.강원대체육교육과및성균관대대학원을졸업(이학박사:조선후기무예사연구-『무예도보통지』의형성과정을중심으로)했다.1974년12월『시문학』의<대학시집>에시「개」가당선되었고,1982년5월『심상』으로등단했다.시집으로『漁夫김판수』(민족문화사.1985/복간:달아실출판사,2017),『내몸이동굴이다』(세계사,1997),『다시,벼랑길』(창조문화,2000),『나는아직도』(한결,2008)가있다.
2017년강릉솔올꿈나무작은도서관명예관장으로위촉되었고,현재강원대학교스포츠과학부교수로재직중이다.

목차

시인의말

1부.활배우겠습니다

활을내다
만작
달마산미황사
쏜살같이
활배우겠습니다
마지막애인
김진열
이발소에서머리를감을때
꽃은피고지고
고소공포증
아주가벼운시한편,아기들의소리
파일명메모미모

2부.나는뱀띱니다

소리가사라짐으로소리가드러나다
자신을맷돌삼아
물찻오름
나비
길이길을낸다
나는뱀띱니다
선인장꽃,내몸의가시
다만견디는것을생각한다
칠득이들어온날
만해마을,퇴고
나무대학교
깨어남에대하여
옛날우체국

3부.노새혹은쇄빙선에대하여

콜니드라이
박수근의그림속으로들어가는법1ㅡ어느건축가의메모를빌려
박수근의그림속으로들어가는법2ㅡ갤러리가운데'나'
김덕남화백몰소식
별을오브제로한시
노새혹은쇄빙선에대하여
인형이운다
쓸모없는쓸모를찾아
만주라는바다
물푸레나무가지하나
사소한것으로선생의오늘과내일을말하고드러낼수있을까?ㅡ정년定年을맞이하는용재庸齋이병천교수를위하여
내몸의바코드
은비령을넘다

4부.대놓고표절하기

복숭아나무가지하나가
서늘한꽃
하루에적어도세편
길끝
만천리
유령난초
산양
버섯
물이물되어

깨금발과까치발사이
대놓고표절하기ㅡ나도헛살았다
대놓고표절하기ㅡ이제그만미치겠다

해설ㅣ박기동
체육특기자두학생의구술생애사:노새혹은쇄빙선

출판사 서평

하루에적어도세편
을써야한다고다짐하는시인들
모처럼만난김창균이를통하여이문재의전화당부를엿듣는다.
동해의파도를향하여이런자기다짐을하는이문재시인의안쓰러움을엿보는것이다.
열흘에세편
정도는가당키나했던가?
한창젊을적엔나도시인이었다.누구못지않은시인이었다.
지금은물론아니다.동인지에낼원고도밀려서포기할까,사정할까
하루열흘이아니라일년에세편이라도건져올리면
그야말로문단말석에서라도시인이겠다.
-「하루에적어도세편」전문

박기동시인은정년퇴직을코앞에둔노년의시인이지만그의시와그의시정신은누구보다젊고누구보다치열하다.이번시집이그것을증명하고있다.표제시「노새혹은쇄빙선에대하여」를읽으면누구든수긍할수밖에없다.'시인'은박기동시인스스로언명하였듯이그가“평생짊어지고사는멍에와같은것”이고“끊임없이깨고나가야하는족쇄”이기다.박기동시인에게있어'시'혹은'시인'은“얼지말아야할호수나바다가얼음판으로뒤덮여얼어버렸을때,이를깨고나가는쇄빙선”과같고,미지의길을낼때앞장서야하는'이슬떨이'와도같다.그런이유로그의시는여전히언제까지나젊고치열하다.

1.쇄빙선에대하여
누가앞서서쇄빙선이되겠습니까?운전이미숙했을때,고속도로에서버스를따라가듯이내눈길지지할대상이있다는것이마음속에서그렇게고마울수가없지요.남들이가지않은길을갈때,처음나선이들을'이슬떨이'라고부른다지요.쇄빙선은말이없습니다.'이슬떨이'들도말이없습니다.묵묵하게자기일만하는거지요.
그러나뒤따르는여러사람들에게,몸으로덕을뿌립니다.언제나쇄빙선은존재합니다.아무리둘러보아도없을것만같아도여전히쇄빙선은나타납니다.무엇을하더라도,어디를가더라도,있을것같지않더라도어김없이쇄빙선은나타납니다.나말고누가내운명의쇄빙선이될수있을까요?

2.노새에대하여
노새는암말과수탕나귀사이에태어납니다.미국과프랑스,중국등에서많이보인답니다.후세는대개생각을하지않습니다.노새가한마리만등장하는게아닙니다.두마리,세마리혹은여러마리.노새들이여럿모여합창을합니다.노새들의합창…'히브리노예들의합창'과대비됩니다.

지난겨울소치올림픽때나는노새여럿을보았습니다.김연아,이상화그리고안현수까지.
-「노새혹은쇄빙선에대하여」전문

박기동시인은요즘활(국궁)배우기에한창이다.그러면서그의시가활처럼휘어진다.그래서그런가그의이번시집을가만히들여다보면어떤경지가보인다.보통의시인들이말[言]을지우기위해말[語]을쓴다면,박기동시인은말[語]을지워서더큰말[言]을그리는형국이다.시위를떠난화살이날아가는형상이그렇듯그의말은직설(直說)을피해곡설(曲說)로간다.그러니이번시집을읽는독자들의눈은얼마나즐겁고황홀하겠는가.詩가화살(矢)이되어곡해(曲解)를짓고곡해속에말의진경(眞景)이펼쳐진다.지워진말들의자취를쫓는것은위태롭지만얼마나설레는일인가.

요즘활쏘기를시작했습니다.
보기보다는어설프고쉽지않은과정이지요.
활쏘기를하나의길이라고생각한다면
특히차고넘치는것으로생각되는만작이라는
커브,모서리가있어요.
활터에서배운만작은쏠때마다거쳐야할모서리지만
이게그리쉬운일이아닙니다.
매번쏠때마다마땅히가득해야하겠지만

사대에올라서면
잊어버리는게골칩니다.
어디한군데신경을모으다보면
다른곳이터져버리거든요.
가득찼다가슬금슬금
나도몰래미끄러지는경우도있습니다.
이를전문적인용어로'뺏긴다'고합니다.

뺏기고바람빠지는건
정작당사자는모릅니다.
오로지충만하고팽팽해야하는상태,
나는아직도괜찮구나
(많이들오해합니다.)
이대로쏴버리고싶을때
어느순간,이미빠지기시작합니다.
-「만작滿酌」전문

이번시집을엮으면서결론적으로'박기동類'라는말을하고싶었다.세상의어떤틀,어떤기준,어떤범주로묶을수없는오직'박기동만의서정'그런뜻에서'박기동류'라는말을만들고싶었다.먼훗날박기동류의범주에속할무수한속편들이등장하리라.